「스타오션 시리즈」와 「발키리 프로파일」 등의 작품을 통해 RPG와 액션을 절묘하게 융합시켜 온 트라이에이스. 그들은 특유의 장인정신을 발휘해 철저하게 작품을 다듬어왔기에 한 번 그들의 게임을 맛본 게이머들은 주저없이 다음 작품을 구입하게 된다.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트라이에이스의 작품이 발매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국내 게이머가 많다는 것만 봐도 대략 그들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트라이에이스의 최신작 「스타오션 Till the End of Time 디렉터스 컷」이 얼마 전 발매되었다. 2003년 2월에 발매된 「스타오션 Till the End oF Time(이하 SO3)」에다 새로운 동료를 추가하고 세부요소를 변경한 디렉터스 컷 버전. 그 발매에 즈음해 스타오션 3 재미의 본질을 파헤쳐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불미스런
사건 때문에 묻어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작품
스타오션 3에
대해서 필자는 안 좋~은 추억이 있다. 일명 버그 파동이라 불리는 특정 장면에서의
조작불능 사고(SCE가 제공한 게임 제작용 라이브러리 소프트웨어의 일부가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 원인)와 이에서 비롯된 교환, 회수 소동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필자는
스타오션 3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하긴 필자뿐만 아니라
이 상황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트라이에이스에서 만든 작품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스타오션 시리즈는 더욱 그러해 스타오션 3가 발매되었을 당시 바로 구입해 플레이를 시작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들뜬 마음으로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자 앞서 얘기했던 조작불능 사고가 발생, 진행이 중단되었다. 수없이 거듭된 리셋 속에 겨우 그 장면을 돌파, 가까스로 게임을 진행시켰지만 그 후에도 데이터 로딩 과정에서 문제점이 계속 들어나 무척이나 짜증을 내며 게임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직접 경험했던 문제였기 때문에 스타오션 3의 버그 파동 문제가 상당히 심각했던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결국 일본에서는 전량 리콜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졌지만, 일본판을 어렵게 구해 게임을 하던 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으니 더욱 속이 쓰렸다.
하지만 스타오션 3를 플레이해서는 안되는 게임이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바로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는 전투 시스템 때문이다. 예전처럼 몇 십 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을 들여가며 전투만을 반복하는 시대착오적인 RPG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전투와 캐릭터의 성장은 RPG의 무시할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다. 아니, 그것이 바로 RPG라는 장르의 특성을 나타내주는 핵심이다.
▲ AI로 제어되는 아군 캐릭터와 연계해 얼마나 효과적인
공격을 펼칠 수 |
3D를
통해 구현된 입체감 넘치는 전투 공방
그 점에서 스타오션
3는 정말 훌륭하다. 틈이 적은 대신 연타가 가능한 ‘소공격’, 소공격을 튕겨내면서
상대를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프로텍트’, 틈이 크고 발동 중에 소공격을 당하면
행동이 취소되어버리지만 파괴력이 높고 프로텍트를 깨부술 수 있는 ‘대공격’.
이 세 종류의 공격방법을 어떤 상황에서 알맞게 사용할 것인지가 전투의 기본이 된다.
또한 이것이 가위바위보처럼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어 공방의 다채로움을 파생시킨다.
게다가 이번 스타오션 3는 3D로 이루어져 있어 “적의 대공격을 눈치채고 소공격으로 미리 끊는다”거나 “소공격으로 적을 주춤거리게 만든 후 대공격을 잇는다”는 전법, “적의 소공격을 프로텍트한 후 단숨에 반격으로 나선다” 등 다양한 전법을 마치 액션 게임처럼 캐릭터를 자유롭게 움직여 실현시킬 수 있다. 이는 다른 RPG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스타오션 시리즈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스타오션 3에서는 더욱 갈고 닦여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전투 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으로 승리 후에 얻을 수 있는 경험치와 돈이 상당히 적어진 점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레벨 업이 늦어지고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고생하게 되므로 게이머에 따라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투기술의 향상과 자금의 사용법에 플레이어는 더욱 머리를 쓰게 된다. 전투 중 히트업 게이지를 모아 체인을 완성시키면 상대에게 크리티컬 공격을 당하거나 전투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체인이 계속된다. 체인을 계속 이어가면 경험치 획득 3배, 자금 획득 2배, 하이템 획득 2배 등 다양한 메리트가 생기므로 플레이어는 매번 벌어지는 전투에서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며 체인을 이어가려 노력하게 된다. 그래야 게임을 쉽고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시스템은 전투를 작업에 국한시키지 않고 게임에 긴장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토리를 쭉쭉 진행시키지 않고 중간중간 멈춰서서 천천히 진행시키는 방식. 요즘 들어 그 모습을 찾기 어려운 고전 RPG의 컨셉이지만, 전통적인 스타일에도 나름대로 장점은 있다. 굳이 새로운 요소만을 고집하지 않고 과거에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구현할 수 없었던 리얼타임 배틀을 3D로 그려냄으로써 신구의 매력이 하나로 합쳐져 고전 스타일을 새로운 매력으로 재생시킨 작품. 이런 면에서 스타오션 3는 명작이라 부를만하지 않을까?
물론 뛰어난 전투 시스템이 모든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다. 버그 문제도 그렇고, 그 이외에도 게임 중 FD 세계의 설정이나 캐릭터의 묘사법(특히 히로인인 소피아의 모델링) 등에는 거부감을 느낀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반면에 RPG의 가장 근간이 되는 전투 시스템에서 스타오션 3는 대단한 재미를 맛볼 수 있게 해준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다양한 인물간의 인간관계에도 주목하자. 방대한 텍스트의 양도 스타오션 3의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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