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스트라이크’는 현재 한국 온라인 게임계를 주름잡고 있는 밀리터리 온라인 FPS 게임들의 오마주가 된 게임이다. 비록 온라인 게임 아닌 멀티플레이 게임이었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없었다면 서든어택도, 스페셜 포스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말에 FPS 게이머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바로 그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온라인 게임으로 돌아왔다. 20일부터 한국에서 프리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이하 카스온)’은 원작사 밸브가 아닌 넥슨에 의해 개발됐다. 이 점에서 살짝 눈살을 찌푸리는 독자들도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떤 게임이든 플레이 해보지 않고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법. 일단 게임을 즐겨본 후 판단하기로 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그래픽과 맵에서 묘한 매력을 느끼다
‘카스온’의 그래픽은 거의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원작을 그대로 가져왔다.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지금은 구형 그래픽엔진에 속하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1.6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을 정도다. 그 때문일까?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즐겼던 게이머들에게 묘한 매력을 발산시킨다.
캐릭터 외형의 종류(원작보다 더 많은 종류의 대테러리스트 부대와 테러리스트가 등장한다)는 과거보다 세분화됐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 특유의 캐릭터 질감과 움직임은 원작 그대로다. 뿐만 아니라 탄알이 벽에 박힐 때의 효과, 캐릭터가 탄알이 맞았을 때 튀는 피, 수류탄이 터질 때 볼 수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특유의 폭발효과 등 눈에 들어오는 거의 모든 것이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아니, 마치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플레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카스온’의 또 다른 매력적인 요소는 맵이다. 더스트, 더스트2 등 과거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인기 맵들의 지형이 똑같이 구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맵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카운터 스트라이크’ 그대로였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맵 특유의 투박한 질감의 벽과 사물 등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분명 이런 원작에 충실한 요소들은 과거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즐겼던 게이머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원작에 충실한 점들이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플레이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에겐 다소 ‘그래픽이 뒤떨어지는 다소 어색한 게임’이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순 없다. 언리얼 엔진3를 사용한 온라인 FPS 게임이 등장하는 시대에 약 7년 전 엔진을 그대로 사용해 게임을 개발한다는 사실은 분명 이상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을 통해 비추어 보건대 아마도 개발사인 넥슨은 ‘기존 카운터 스트라이크 유저층’과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PC사냥이 낮은 해외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그래픽적인 측면에서 볼 때 ‘카스온’의 개발사인 넥슨이 ‘카운터 스트라이크’ 특유의 느낌을 훼손시키지 않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온라인화 시켰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라이트 유저와 매니아 유저 사이에서
그래픽처럼 시스템적인 부분 역시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거의 같은 형태를 띄고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전통적인 테마인 대테러리스트 부대와 테러리스트 간의 전투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리스폰 될 때마다 무기, 보조 무기 등을 교체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전작을 즐겨본 게이머라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작과 달라진 점도 있다. 눈에 띄진 않지만 체감상 원작보다 캐릭터 이동이 빨라 속도감이 느껴진다. 또 캐릭터가 총탄에 타격 당했을 때 데미지를 입는 몸의 유효범위도 늘어났는지 원작보다 보다 쉽게 명중 시킬 수 있었다. 즉, 전체적으로 원작보다 쉽게 적을 사살할 수 있고 사살당할 수 있다는 스피디(Speedy)한 게임진행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스피디한 게임진행은 ‘카스온’이 ‘카운터 스트라이크’보다 대중성있는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작인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고수와 하수의 실력격차가 커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 유저들이 즐기기엔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었다. 쉽게 말해 “살짝 머리 내밀었더니 바로 누워버리네. 나 안해.”라는 말을 나오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앞서 언급한 속도감과 타격 유효범위를 늘린 이유는 이런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매니아 게임 색채가 짙었던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라이트 유저와 매니아 유저,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물론 ‘카스온’이 두 유저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그 미묘한 밸런스를 꼬집어 낼 수 있다면 별일 없겠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게임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 바로 이점이 ‘카스온’이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온라인으로 왔으니 온라인 세계의 법을 따라야지
이 밖에 온라인 게임답게 다양한 옵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카스온’에는 특정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무기제한 모드’,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인질구출, 폭파, 점령 미션, 팀 데스매치, 개인 데스매치가 포함되어 있는 ‘오리지날 모드’, 컴퓨터를 상대로 대결을 펼칠 수 있는 ‘봇 모드’가 있다.
또 메뉴 역시 완벽한 온라인게임이다. 클랜, 대회, 신고, 랭킹 등 과거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 2% 부족했던 점을 보완했다. 아직 작동하진 않지만 위의 메뉴를 봤을 때, 클랜 단위 혹은 커뮤니티 단위의 대결을 원활하게 만들어줄 시스템이 여럿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온라인 게임으로서 커뮤니티적 요소를 여럿 안배해 둔 것으로 보인다. 메뉴창을 보면서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진짜 온라인 게임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FPS 게임판 갈아 엎는 대선주자가 될 수 있을까?
필자는 ‘카스온’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이회창 대선후보가 떠 올랐다. 이전 대선에서 노무현 현 대통령보다 우세가 점쳐졌지만 막판 뒤집기에 당해 정치계를 뒤로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막바지에 그는 다시 정치계로 돌아왔다.
과거 FPS 게임계의 강력한 존재였지만 유료화라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뒤로 물러서야 했던 ‘카운터 스트라이크’. 그런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온라인으로 탈바꿈해 다시 2008년 온라인 FPS 대선에 뛰어들었다. 2008년 과연 게이머들은 어떤 온라인 FPS 게임을 선택할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유행했던 시절은 과거라는 것이다. 여러 국산 온라인 FPS 게임들이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었던 만큼 현재 한국 온라인 FPS 게임판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과연 7년의 세월을 망각한 시대착오적 게임이 될지, 빼앗긴 정권을 다시 되찾을지 2008년 FPS 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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