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의 냄새가 물씬 나는 운동(?)인 ‘족구’에 잘 빠진 미소녀를 결합시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스파이크 걸즈’의 VIP 테스트가 지난 8월 12일부터 8월 25일까지 13일 동안 오픈베타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VIP 테스트는 그 동안 클로즈베타로 진행되었던 ‘스파이크 걸즈’에 본격적으로 대단위 규모의 유저를 투입해, 밸런싱 문제와 서버 안정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테마인 ‘족구’와 ‘미소녀’의 만남, ‘스파이크 걸즈’를 체험해 보았다.
기존의 캐주얼 게임과 차별화 된 강력한 캐릭터
‘스파이크 걸즈’를 논하면서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다. 기존의 캐주얼 게임들과는 달리 ‘스파이크 걸즈’에서 캐릭터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지금까지의 캐주얼 게임에서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존재였다. 즉, 캐릭터 그 자체는 어디까지나 게이머가 움직이는 ‘인형’에 지나지 않았고, 캐릭터의 디테일 자체는 매우 약한 모습이었다.
▲ 자료화면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스파이크 걸즈’는 이러한 캐주얼 게임의 단점을 역으로 노렸다. ‘미소녀 캐릭터’의 투입부터가 그렇다. 머리가 몸만한 대두캐릭터나 척 보기에도 땀에 찌든 운동선수 느낌이 나던 기존 캐주얼 게임의 캐릭터와는 달리 ‘스파이크 걸즈’는 깔끔한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 일본 미소녀 게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혹은 미소녀 게임의 캐릭터 느낌이 나는 ‘스파이크 걸즈’ 캐릭터 의 배경 설정은 ‘스파이크 걸즈’를 돋보이게 한다. 귀엽기만 한 여동생 타입의 ‘슈’라든가, 운동 잘하는 왈가닥 동급생 느낌의 ‘유나’, 세련된 누님 타입의 ‘앨리스’,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터인 ‘도로시’… 여기에 캐릭터 설정은 단순히 외형뿐 만 아니라 실제 캐릭터의 능력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 '슈'의 경우, 작고 가벼운 만큼 빠른 스피드로 수비에 유리하다
이런 ‘스파이크 걸즈’의 미소녀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게임 마니아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고, 실제로 ‘스파이크 걸즈’ 게임 기간 내내 만난 게이머들 대부분이 이러한 계층의 게이머들이었다.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소녀 캐릭터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확실한 지지층을 얻어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지지층이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밑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하지만 캐릭터의 생성시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 말고는 게이머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미리 만들어진 강렬한 느낌의 미소녀 캐릭터도 좋지만, 게이머가 캐릭터를 생성하면서 최소한 캐릭터 눈 색깔이나 머리색깔 정도는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겉보기와는 다른 높은 난이도는 장점이며 동시에 문제점
캐릭터를 생성하자 본격적으로 ‘스파이크 걸즈’의 세계에 입장할 수 있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한 게이머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튜토리얼. ‘스파이크 걸즈’의 튜토리얼은 기본 개념에 충실한 좋은 튜토리얼이다. 신규 유저들을 배려한 듯, 지난 클로즈베타테스트 때의 불친절한(?) 튜토리얼 보다는 많이 개선된 모습이었다.
▲ 근데 튜토리얼보다 좌측의 언니한테 눈이 더 가는건 왜지?
미소녀 교관(?)의 지시에 따라 직접 컨트롤을 하다 보니 기본적인 게임의 구도인 토스와 리시브, 공격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 다만, 튜토리얼 맨 끝에 있는 CPU와의 대전은 초보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었다. (3차 클로즈베타테스트 당시, 기자가 처음 ‘스파이크 걸즈’에 입문했을 당시에는 이 CPU와의 대전에서 무려 26번을 실패했었다.)
▲ 문제의 26번 실패한 튜토리얼
‘스파이크 걸즈’의 기본 조작은 매우 간단하다. ‘스파이크 걸즈’의 기본 조작은 방향키와 ‘A / S’ 키만으로 이루어지며, 레벨이 오르면서 특수 기술을 ‘W, Q, Z, X’키 등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조작법이 간단하다고 난이도가 낮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게임을 시작하자 마자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스파이크 걸즈’의 게임 플레이는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초보라면 휙휙 날아다니는 공을 뒷북 치며 열심히 쫓아다니다가 한 세트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 왜 간단한 조작법을 도입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게임 자체도 이미 빠른 스피드인데 까다로운 게임 조작까지 요한다면 아마 천수관음보살은 와야 게임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 보기엔 쉬워보이는데 공이 그냥 휙휙 날아다닌다
그저 미소녀만 보고 ‘스파이크 걸즈’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가장 큰 낭패감을 느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소녀’ 계열 게임의 난이도는 쉬운 것이 보통인데, ‘스파이크 걸즈’는 쉽기는커녕 초보 시절에는 날아다니는 공 쫓느라 게임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수준 있는 난이도야 말로 ‘스파이크 걸즈’가 단순한 미소녀 게임으로 끝나지 않게 하는 미덕이다. 단순히 미소녀만 보고 하악거리는 게임이 아니라, ‘실력’을 키우며 게이머에게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게임으로 만들어주니 말이다.
▲ 한 명이 못하면 다 같이 말아먹는다
여기에 ‘팀 플레이’기반의 게임 진행도 ‘스파이크 걸즈’ 게임 진행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2 vs 2’ 혹은 ‘3 vs 3’으로 진행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못하면 팀 전체가 붕괴하는 불운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게임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호흡을 맞춰서 게임을 진행한다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성취해 냈을 때의 쾌감은 다른 그 어떤 캐주얼 게임보다도 짜릿했다.
이렇듯 ‘스파이크 걸즈’는 절대로 미소녀만 보고 가는 게임이 아니다. 겉보기보다 높은 난이도와 팀 플레이 요구는 ‘스파이크 걸즈’가 수준 있는 캐주얼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게임에서 재미를 찾는 진짜 게이머라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난이도 덕분에 강력한 개성의 캐릭터로 확보했던 지지층인 ‘미소녀 마니아’를 잃게 되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다. 이들 ‘미소녀 마니아’ 중 이런 난이도를 견뎌가며 게임을 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파이크 걸즈’를 시작했던 많은 ‘미소녀 마니아’들이 ‘스파이크 걸즈’의 높은 난이도에 질려서 게임을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난이도 문제는 ‘스파이크 걸즈’ VIP 테스트를 위협 할 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다. ‘스파이크 걸즈’의 난이도가 조금 높긴 하지만, 타캐주얼 게임보다 유별나게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었고 약간의 노력을 들이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난이도이기 때문이다. 사실 ‘스파이크 걸즈’ VIP 테스트의 진정한 문제는 열광하는 마니아 자신들에게 있었다.
특정 계층의 지지가 반드시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앞에서 ‘스파이크 걸즈’가 미소녀 마니아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이 지지라는 것은 때로 독이 되기도 한다. 마니아의 입맛에 맞는 컨텐츠로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은 좋지만, 반대로 일반 게이머들의 접근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미소녀’ 컨텐츠의 인기가 대단히 한정적인 상황에서, ‘스파이크 걸즈’의 미소녀 캐릭터는 일반 게이머들에게 오히려 장벽으로 작용했다.
▲ 일반 게이머들의 솔직한 반응
실제로 대부분의 게임 커뮤니티에서 ‘스파이크 걸즈’의 이번 테스트는 주제조차 되지 못했다. 클로즈베타테스트가 아닌 프리오픈 베타테스트임에도 말이다. 심지어 극단적인 경우에는 ‘스파이크 걸즈’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을 ‘오덕’으로 규정짓는 사람들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물며 게임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듯 일반 유저의 유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VIP 테스트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특정 마니아가 게임을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과연 게임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 '양학'으로 '스파이크 걸즈' 자유게시판을 검색하면 단 2주 동안 이만큼 나온다.
짐작했듯이 ‘어뷰징과 양민학살’이다. ‘스파이크 걸즈’ VIP테스트 기간 내내 최대의 이슈는 다름아닌 ‘어뷰징’과 ‘양민학살’이었다. 과연 ‘미소녀 마니아’ 답게(?), 자신의 캐릭터를 남보다 더 고레벨로 성장시켜 더 예쁜 옷을 입히거나 혹은 더 좋은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애를 쓰는 마니아들이 많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어뷰징과 양민학살을 낳았다.
그들만의 리그: 어뷰징과 양민학살
VIP 테스트 초기에는 그나마 이런 어뷰징과 양민학살이 암암리(?)에 이루어졌다. ‘스파이크 걸즈’ 운영진 역시 어뷰징 유저에 대해 개별 경고를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상당히 억제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테스트 중반이 넘어가면서 ‘어차피 처벌이라고 해도 경고에 그칠 것을 안’ 게이머들이 어뷰징과 양민학살을 남발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 자신들은 '초보' 레벨 이미 지났는데 '초보만' 오라고 하는 센스. 뭘 하려고?
게다가 같은 팀에 속한 게이머들끼리 호흡이 잘 맞아야만 승리할 수 있는 ‘스파이크 걸즈’의 특성 상, 고 레벨 게이머들이 저 레벨 게이머들을 구박(?)하는 일도 심심찮게 보였다. 여기에 단순히 구박만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일부러 저 레벨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가르쳐 준다’라는 핑계로 자신의 방으로 초대해 손쉽게 발라버리는 행태-일명 양민학살-도 종종 볼 수 있었다.
▲ 분명히 기자임을 밝혔음에도 레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강퇴당했다.
이런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 ‘스파이크 걸즈’ 자유게시판에 이런 어뷰징과 양민 학살에 대한 항의 글이 격한 어조로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이상하게 VIP 테스트 기간 내내 운영진들은 별 힘을 쓰지 못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어떤 게임에나 ‘어뷰징’과 ‘양민학살’은 있는 것 아니냐? 라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스파이크 걸즈’ VIP 테스트 기간에 있었던 ‘어뷰징’과 ‘양민학살’은 다른 캐주얼 게임에서 찾기 드물 정도로 심각한 정도였다.
▲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양민 학살만 해도 확실히 심한 수준이었다. 고 레벨 게이머들끼리 팀을 짜서 방을 만든 다음, 다른 고 레벨 캐릭터가 오면 강퇴하고 저 레벨 캐릭터 하고만 게임을 해 손쉽게 이기는 모습은 ‘스파이크 걸즈’에서 흔한 풍경이었다. 이런 식으로 손쉽게 랭킹을 올리는 게이머에 대해 다수의 게이머들이 ‘스파이크 걸즈’ 자유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고, 신고까지 했지만 VIP 테스트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 유명한 양학 게이머를 비난하는 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참고로 위 스샷과 동일인물.
어뷰징 역시 마찬가지였다. VIP 테스트 기간 초반부터 벌어진 어뷰징은 시즌 내내 계속되었고 어뷰징 때문에 게이머들 간에 시비가 붙는 경우는 ‘스파이크 걸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어뷰징 방법도 다양해서 첫 세트 이기면 몰아주기, 3점 먼저 내면 몰아주기 등등 게임 시스템 내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등장했다. 하지만 어뷰징으로 처벌받은 게이머는 한 명도 없었다. 경고는 몇 명 받았지만.
▲ 대놓고 어뷰징을 했는데도 처벌은 없었다.
‘스파이크 걸즈’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게이머들이 문제다.
이런 저런 문제가 있지만 ‘스파이크 걸즈’ 게임 자체만 놓고 본다면 분명히 우수한 게임이다. 딱히 뛰어나진 않지만, 미소녀의 느낌을 잘 표현한 3D 그래픽은 보는 사람을 충분히 감각적으로 만족시켜 주었고, 빠른 플레이와 팀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 진행 부분은 골수 게이머에게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한 부분이었다. 밸런스 부분도 방어가 너무 강하다는 것을 빼면 전 캐릭터 간에 밸런스가 나쁘지 않을 수준으로 맞추어져 있었다.
▲ 이 정도면 볼만한 그래픽.
‘스파이크 걸즈’ VIP 테스트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다름 아닌 게이머들 자신이었다. 전체 게이머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뷰징과 양민학살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어뷰징과 양민학살을 저지르는 게이머들 자신도 아무런 의식 없이 ‘빨리 커서 게임을 더 재밌게 즐기고 싶었다’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 수준이었다.
▲ 쉽고 재미난 게임을 즐기는 대가로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지나치게 우유부단 한 운영진의 대응은 ‘스파이크 걸즈’를 한층 더 카오스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미 테스트 초기에 과도한 어뷰징 유저에 대해 다수의 게이머들에게 신고가 들어온 상태에서도 단순히 경고 쪽지로 일을 마무리 했으며, 테스트 기간 내내 어뷰징과 양민학살에 대해 게이머들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스파이크 걸즈'가 잘 만든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지각한 게이머들 덕분에 많은 수의 게이머들이 '스파이크 걸즈' VIP 테스트 기간 동안 게임을 떠났다. 클로즈베타도 아니고 프리 오픈 베타 테스트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뷰징과 양학이 스스로의 목을 죄이는 일이라는 것을 왜 게이머들은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부디 오픈베타 테스트에서는 이런 식으로 잘 만든 게임을 망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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