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명이 진형을 이루어 겨루던 과거의 전쟁과는 달리, 현대전은 분대 단위의 전술이 대세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병사 개인의 화력이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인데, 그 덕에 탱크나 헬기 등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머신도 더 이상 무적이 아니게 되었다. ‘배틀필드 배드컴퍼니2(이하 배필배컴2)’는 그러한 현대전을 가장 잘 표현한 FPS게임이다. 기존 FPS의 방식인 좁은 건물이나 도시 안에서 소수 정예끼리 싸우고, 총 한번 잘못 맞으면 사망하고, 고수 한 명 있으면 승리하는 시스템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배필배컴2’의 사실적인 그래픽과 실제를 방불케 하는 긴박감은 실로 충격과 공포다. 그만큼 이 게임의 전장 묘사는 훌륭하다. 16대 16의 멀티플레이와 다양한 탈 것, 박진감 넘치는 팀 플레이가 매력적인 ‘배필배컴2’의 세계를 살펴보자! 이 그래픽이 아직 최적화가 안 된 거라고?
▲이 정도까지 구현될 줄은 몰랐다 PC로 이식된 ‘배필배컴2’의 첫 인상은 매우 놀라웠다. 전체적으로 밋밋한 부분 없이 세밀하게 묘사된 배경은 마치 실제 도시라는 느낌이 강하다. 베타 버전이라 한개의 맵만 제공되지만, 넓고 지형이 다양해서 마치 여러 맵에서 플레이하는 듯 하다. 배경 뿐만 아니라, 헬리콥터 격추 시 바로 터지지 않고 빙글빙글 돌며 추락하는 장면이나, RPG 등의 폭발 이펙트도 수준급이다. 연막탄이나 파괴된 차량에서 솟아나는 연기는 필자가 보았던 실제 장면만큼 리얼하다. 연기의 경우 전략적 요소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하다. ▲탱크를 터뜨린 후 연기 속에 몸을 감추는 나는 어쌔신 ‘배필배컴2’의 플레이는 베타 버전이라 완벽한 최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이야기가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비록 게임 중 약간의 프레임 저하 현상이 발생하고, 최고 수준의 그래픽 설정이 적용되지 않으며, 풀숲 등에 다가가면 약간 딱딱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스케일이 큰 게임이기 때문에 약간의 문제는 전체적인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배필패컴2’의 목표는 콘솔 퀄리티의 완벽 이식으로 보인다. 콘솔판과 비교해 현재의 그래픽이 불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면 정식 발매까지 기다렸다가 불만을 표시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단, 게임을 100% 즐기려면 컴퓨터 업그레이드도 고려해보자. ▲여기서 더 퀄리티 업? |
사실적인 게임 앞에서 더 이상 얌체 플레이는 없다. ‘배필배컴2’를 플레이하며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높은 자유도이다. 못 가는 곳도 거의 없고, 보이지 않는 벽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존 게임에서는 벽 뒤에 숨어있는 적을 공격하려면 곡사형 무기인 수류탄 등을 사용하거나, 타이밍을 맞춰 발포, 혹은 틈을 봐서 돌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얇은 벽(심지어 나무문) 하나가 최신 무기를 100% 막아내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배필배컴2’에서는 그런 비현실적 플레이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벽 뒤에 숨으면 벽 채로 날려버리고, 건물 안의 적은 건물채로 무너뜨려 압사시켜 버리는 터프한 전투가 가능하다. ▲이런 집구석 따위 다 날려버리겠어~! (저 총으로 쏜 건 아님) 실제로 적과 대치하던 중 벽 뒤에 앉아서 기관총 재장전을 하다가 벽 채로 날아가버린 적도 있다. ‘전장에서 안심할 수 있는 장소는 없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벽 뿐 아니라 나무, 탈것, 바리케이드 등 게임 내 존재하는 대부분의 구조물이 대미지를 입으면 파괴된다. 탱크 등의 중병기는 물론이고 보병들도 RPG 등의 위력적인 무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조물을 이용한 얌체 플레이는 용납되지 않는다. 피격 표현도 훌륭하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려지고 소리가 울리는 패널티가 적용되는데, 이러한 효과로 인해 ‘인간’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개인 플레이는 더욱 힘들어졌다. 혼자서 지형을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막으며 공격하는 것 보다는 팀원의 서포트를 받으면서 밀어붙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명심하자! 현대전에서 분대 단위 전술을 사용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한대 맞으면 소리가 멀어지고 주위가 빨개지며 시야가 흐려진다. 전문화된 직업 선택, SCV와 화타를 능가하는 능력자들! ‘배필배컴2’에는 어썰트, 엔지니어, 메딕, 리콘의 네 병과가 있다. 각 병과에게 게임 내에서 요구되는 역할은 다르다. 어썰트는 돌격병으로 유탄 발사기를 라이플에 부착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근거리와 중거리에서 보병간의 전투 시 신속하게 위력을 발휘한다. 리콘은 스나이퍼로, 길리 슈트에 가까운 복장을 입고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때문에 나무 사이나 수풀 등에 숨으면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스나이퍼의 기본적 자세인 엎드려쏴 자세가 구현되었으면 좋겠다. 엎드려쏴 자세가 구현되면 스나이퍼의 은폐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단, 밸런스를 위해 이동불가능 등의 패널티는 주어져야 할 것이다. ▲주변과 동화되는 나는야 닌자 ▲날 죽인 리콘, 멀리서는 아무것도 안보였다ㅠ 엔지니어는 대전차 미사일인 RPG와 수리도구를 사용하여 아군 차량을 내구도를 수리해서 적의 공격에 대응할 수도, 적의 전차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인상깊었던 점은 엄청나게 빠른 수리속도인데, ‘스타크래프트’의 만능 일꾼 SCV의 속도를 능가한다. 폭파 직전의 차량도 몇 초 만에 뚝딱 수리해버리는 엔지니어의 능력이라면 이번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탱크를 흔적없이 날려버리는 RPG의 위력!! (부숴진거 한번 더 부순것임) 메딕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위생병의 개념에서 벗어나, 기관총과 부착형 폭탄 등의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메딕은 회복키트를 이용하여 동료의 체력을 채워주거나 심장 세동기를 사용하여 전사자를 살릴 수 있다. 분대 단위 전투에서 메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폭발에 휘말려 죽던, 기관총을 수십발 맞고 죽던 간에 심장 세동기 한번 대면 단번에 살려내는 것이다. 처음 메딕을 플레이할 때 필자는 ‘겨우 심장세동기 하나 가지고 뭘 하라는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죽은 사람을 일으키는 놀라운 기적을 목격하고 나서는 메딕교라도 믿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픈 사람에게는 빨간 약만 주는 위생병의 이미지가 단번에 업그레이드 되었다. ▲메딕께서 '죽은 자여 일어나라' 하시니 정말로 살아났다 「메딕복음 13장」 어썰트가 탱크의 서포트를 받으며 돌격하고, 엔지니어가 차량을 수리하는 가운데 메딕은 부상병을 치료하고, 사망자를 부활(?)시키며, 무방비 상태의 동료를 리콘이 보호하는 식의 팀 플레이는 ‘동료는 경쟁자가 아니다!’ 라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 모든 행동이 전투 후 경기결과에 반영되니 킬 수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의 성향에 맞춘 병과를 선택하자! ▲멀리서 지원!! 을 해야 하는데 연기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인다 |
다양한 탈 것, 밸런스는 훌륭하지만.. 탱크, 사륜 오토바이, 차량, 헬기에 이르는 다양한 탈 것은 ‘배필배컴2’에서도 여전히 등장한다. 막강한 화력과 기동력을 자랑하는 탈 것들은 제대로 이용하면 무지막지한 위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초보 플레이어를 위한 조정 튜토리얼이 제대로 구현 되어있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헬기가 멋있어서 탔더니 좀 날다가 땅으로 곤두박질치거나, 탱크에 탑승하여 막무가내로 돌격하다 파괴시킨다면, 같은 팀에게 민폐만 끼치는 꼴이 된다. 하지만 그러한 플레이를 하는 대부분의 유저는 단순히 ‘초딩’이거나 비매너 플레이를 하려고 작정한 사람이 아닌 조종법에 익숙치 않은 초보일 것이다. 조종법에 대한 간단한 정보는 게임 시작 전 옵션에서 확인, 설정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감을 잡기엔 무리다. 필자도 수많은 민폐 플레이 끝에 겨우 탱크 정도만 조종할 뿐, 헬기는 손도 못댄다. ▲탱크 정도는 어떻게든 몰 수 있어! ▲그렇지만 이건 무리, 안됩니다요 ▲부.. 부럽지 않아!! 막강한 탈 것의 존재가 밸런스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탱크 등을 파괴하기도 쉽고, 다양한 개인 중화기가 등장하는데다 탑승한 유저도 조종이 컨트롤 등의 패널티가 있기 때문에 게임과 잘 어우러진다. 단, 열심히 탱크 고치고 있는데 킬 수 좀 올려보겠다고 낼름 탱크를 가져가던 비매너 유저는 반성하라! 사운드의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다!! 그 동안 ‘FPS게임에서 사운드는 적의 정보를 얻는 수단이다’ 라고 생각해왔던 필자의 개념이 재정립되었다. 게임 실행화면에서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 로고가 보일 때부터 짐작지만, 이 게임의 사운드는 정말 화려하다. 주변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총소리, 총을 맞을 때 잠시 정신이 멍해지는 듯한 효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점점 다가와서 내 옆에 있던 건물이 무너지는 순간의 떨림까지, 마치 전쟁 영화의 사운드만을 따로 듣는 듯 한 착각이 든다. ▲귀가 멍해지며 점점 멀어지는 표현은 압권!! 처음에는 너무나도 사실적인 사운드 때문에 상대방의 발소리 등이 들리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러웠지만, 실제로 이런 대규모의 전장에서 상대방의 발소리를 들을 여유나 있을까? 사운드의 역할이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배필배컴2’의 사운드는 최고이다. ▲모두, 승리의 지평선을 향해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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