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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카, 마법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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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골방에서 비밀스러운 연구에 몰두해있는 인물. 능력은 비범하지만 육체는 허약하다고 묘사되는 직업. 바로 마법사다. 이들은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소설 등에서 없어서는 안될 듬직한 동료로, 줄거리의 핵심에 있는 음모의 원흉으로 등장해 야누스적인 설정만큼이나 독특한 매력을 자랑한다. 이런 마법사에 대한 흔한 설정 중 하나는 심오한 마법의 세계를 탐구하느라 일생을 바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난다. 수많은 게임들이 지축을 흔들어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는 대지진, 무서운 속도로 적진을 휩쓸어버리는 돌풍 등 다양한 마법을 눈부신 광원효과로 구현했지만 화려한 이펙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진 못했다. 마법사들이 일생을 바친다는 마법의 심대함을 게임 속에서 재미있게 표현하기란 매우 어려워 불가능한 것일까? ‘매직카’ 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자동차 보험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에로우헤드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파라독스 인터렉티브가 서비스하는 액션 RPG ‘매직카(Magicka)’ 가 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마법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 '매직카' 티저 트레일러 영상

판타지 세계관을 채택한 RPG에서 클래스는 전사, 도적, 마법사, 성직자 등이 대표적이지만 마법에 초점을 맞춘 게임 ‘매직카’ 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마법사 밖에 없다. 또한 육성요소도 없어 오직 유저의 컨트롤 실력으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 마법을 사용할 때 마나 혹은 룬 등을 소모하지 않으며, 시전시간 및 쿨타임 등 익숙한 제약 요소들 또한 전혀 없다. 이렇듯 ‘매직카’ 는 스킬 설정에서부터 다소 생소한 느낌을 발산한다.

이러한 설정을 채택한 이유는 ‘매직카’ 특유의 마법 사용법에서 찾을 수 있다.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은 아케인(arcane), 라이프(life), 파이어(fire), 콜드(cold), 어스(earth), 라이트닝(lightning), 워터(water), 실드(shield) 총 8가지 원소를 키보드로 선택하고, 마우스를 이용해 발동시키는 것이다. 또한 원소들은 제각기 지속피해와 매즈, 넉백 등 부수 효과와 함께 공격력, 공격범위 등에서 다채로운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원소들이 있는가 하면, 서로의 힘을 상쇄하는 상극 원소들도 있다. 마법사로 클래스가 고정되어 있지만 원소 선택에 따라 여러 직업을 플레이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8종의 원소와 함께 3종의 마법 시전방식은 이러한 재미를 더욱 폭넓게 만든다. 마법은 전방을 향해 발사하거나, 스스로에게 사용하는가 하면, 주변에 방사할 수도 있어 총 3가지 방식으로 시전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매직카’ 유저는 즉흥적으로 마법의 속성과 시전방식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 좌측 하단에 표시되는 8가지 원소들


▲ 귀여운 그래픽과 대조적인 잔혹한 연출

실제로 이런 선택권은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며 동시에 전략성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좁은 골목길에서 다수의 고블린들과 맞닥뜨렸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전방을 향해 불꽃을 발사하면 고블린들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가하는 화상을 입힐 수 있으며, 몸에 불이 붙은 고블린들은 공포에 빠져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느라 반격할 여유가 없다. 마법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다수의 몬스터를 제압하면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듯한 성취감을 느낄 수가 있다.

보다 공격적인 전투 스타일을 선호하는 마법사라면 불꽃이 아니라 번개를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기는 연쇄적으로 감전이 발생하는 고유한 성질이 있어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벼락은 공포를 유발하는 부수효과는 없지만, 더욱 신속하고 강력한 공격이 가능하다. 아주 소심한 마법사라면 고압의 물을 발사해 적들을 밀어버리는 전술이 제격이다. 이 전술은 사전에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공격 받지 않는 방어적인 플레이 스타일이다. 물이 싫다면 냉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냉기는 후방으로 밀쳐내는 효과가 없는 대신, 공격 및 이동 속도를 급격히 낮추는 특징이 있어, 난전 속에서도 한결 여유로운 플레이를 돕는다.

‘매직카’ 의 마법사는 화려하고 강력한 주문을 사용하는 직업이 아니다. ‘매직카’ 에서는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적절한 마법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마법사가 진짜 마법사다. 어떤 원소와 시전방식을 선택해서 적을 해치울지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유저의 취향과 재량에 달린 문제가 된다. 이런 게임의 특징은 어떤 식으로 승리하든 내가 선택한 방식이 효과를 거뒀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며, 재미요소가 된다.


▲ 비올 때 위력이 배가되는 라이트닝 공격


▲ 공격력은 낮지만 넉백 효과가 있는 물 마법

마법사는 똑똑합니다

‘매직카’ 에서는 마법의 속성과 시전방식 외에도 원소를 1개부터 5개까지 축적하는 방법으로, 공격력과 사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종류가 다른 원소를 동시에 시전할 수도 있어 경우의 수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급박한 상황에서 실수로 발동된 처음 보는 마법에 한두 번 놀란 게 아니다. 실수로 발동된 마법은 십중팔구 예상치 못한 상황을 야기한다. 가령 의도하지 않았는데 하늘에서 불타는 돌덩이가 떨어지거나, 본인이 설치한 마법 지뢰가 폭발해 화면 밖으로 날아가 버리는 식이다. 물론 이는 챕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최악의 경우지만 짜증나는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학구열에 불이 붙어 아직도 모르는 마법이 더 남아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마법 학습 게임 ‘매직카’ 가 시작된 것이다. 1교시는 속성 조합이다. 속성 조합은 2종류 이상의 원소를 사용해 추가적인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냉기와 물을 동시에 발사해 얼음덩어리로 공격하거나, 물을 뿌린 뒤 냉기를 내뿜어 적을 딱딱하게 얼려버릴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몬스터에게 물을 끼얹고 나서 전기로 공격하면 보너스 대미지를 가할 수 있지만, 스스로 물에 젖은 상태에서 전기를 사용하다가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등 조합만큼이나 효과의 종류도 다양하다. 언뜻 생각하면 당연한 효과지만, 이 당연한 효과를 하나 둘씩 확인해가는 재미는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


▲ 물과 냉기를 동시에 이용하면 느긋하게 조작할 수 있다


▲ 슈퍼 아케인, 파이어, 라이트닝 빔!

공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법을 사용할 때는 피아 구분이 없다는 사실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만약 몬스터들에게 포위 공격을 당해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실드 원소를 통해 보호막을 생성하는 것이 당장 체력을 회복하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다. 왜냐하면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생명의 기운을 무턱대고 방사하면 친절하게 주변 몬스터들의 체력을 채워주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시전한 광역 공격에 본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심지어 묵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렇듯 ‘매직카’ 의 마법은 적과 나 모두에게 평등(?)하기 그지 없어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마법사용이 똑똑한 마법사와 멍청한 마법사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적재적소에서 마법을 쓰는, 이른바 똑똑한 마법사는 특히 멀티 플레이에서 빛을 발한다. ‘매직카’ 의 멀티 플레이 모드는 최대 4명의 인원이 사방에서 등장하는 적들을 제거하면서 오래 살아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디펜스 형식의 서바이벌 미션이다.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해 동료 마법사가 보호막으로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있지만 포위당해 움직일 수 없을 때 폭발형 마법을 아군 플레이어에게 시전하거나, 돌풍으로 폭탄을 적진 한가운데로 밀어 넣는 센스를 발휘해 보자. 영어로 된 칭찬이 채팅창을 한가득 채울 것이다. 보통 채팅창에는 칭찬보다는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지만 아무튼 멀티 플레이에서의 전투는 적과 자신 외에 동료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되었고,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미션을 진행하는 까닭에 스킬 사용이 훨씬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싱글 모드를 클리어한 유저가 멀티 플레이 모드에서 실력을 쌓고 나서 싱글 모드를 다시 시작한다면 눈에 띄게 향상된 자신의 실력을 느끼게 된다.


▲ 실드와 어스를 더해 바위벽을 만들었다


▲ 공격에 노출된 등짝도 지켜주는 쉴드

이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가진 지팡이와 마법검 등의 아이템, 마법책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주문 등이 게임에 깊이와 전략성을 더한다. 이쯤 되니 필자는 개발자의 철두철미한 기획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마법으로도 해결하지 못 하는 문제

두 단락에 걸쳐 ‘매직카’ 의 독특한 특징과 설정들을 칭찬했지만 그렇다고 ‘매직카’ 가 단점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매직카’ 의 그래픽 퀄리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좋지 않다. 램 2GB, 그래픽카드 지포스 8800 GT라는 사양이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클라이언트가 종료는 최악의 최적화를 선보여 유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각종 버그도 심심치 발견할 수 있었다. 멀쩡했던 캐릭터가 로딩 화면 이후에 죽어있거나, 챕터 8의 특정지점에서는 게임을 진행할 수 없는 버그가 발생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들이 발매 초기부터 지적되었다는 것이다.

스킬 밸런스도 아쉬움을 남는다. ‘매직카’ 의 장점은 다채로운 마법 조합이지만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차 특정 원소의 효율이 월등해 마법 시스템이 빛을 바랬다. 더욱이 게임 초반부에 마법책을 통해 익히는 주문 ‘썬더 볼트’ 는 최소 대미지 5000이라는 놀라운 공격력을 자랑했고, 극후반에서도 5000을 상회하는 공격력은 단일 대상 최강의 위력이었다. 제아무리 보스 몬스터라 할지라도 ‘썬더 볼트’ 앞에선 추풍낙엽 신세였다. ‘썬더 볼트’ 뿐만 아니라 강력한 마법책 주문들 덕분에 일반 마법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었고, 즉흥적으로 원소를 조합하는 재미 역시 줄어들었다. 이는 ‘매직카’ 의 총 플레이타임이 5시간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치명적이다.


▲ 액면가 5000, 우천시 15000

스킬 밸런스와 함께 멀티 플레이 모드는 투기장과 숲 총 2종류의 맵만 구현되어 보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2종의 맵은 지형 및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전술 상의 큰 차이점을 유도하지도 못하고 있어 게임 플레이를 단조롭게 만든다. 게임의 장점인 다채로운 마법 조합을 조금 더 부각시킬 업데이트가 절실한 시점이다.

‘매직카’ 의 튜토리얼은 성격 고약한 마법학교 교수님이 주인공을 지하실 던전으로 밀어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간단한 조작법, 원소의 특징 등은 퍼즐파트를 진행하는 열쇠가 된다. 튜토리얼은 불구덩이를 지나기 위해서는 마치 소화기처럼 물을 뿌려야 하고, 기계장치에는 전기로 동력을 공급하고, 화덕에 불을 붙이라고 알려준다. 이런 튜토리얼의 퍼즐파트는 실제 게임 내에서 고작 강물을 얼려 강둑에 놓인 마법책에 접근할 때나 쓰이고, 별 필요가 없는 밍숭맹숭한 콘텐츠가 되고 말았다.


▲ 필자는 나무를 보자마자 불에파이어를 사용할 정도로 똑똑하다


▲ 냉기에프로스트를 이용한 수상보행 기적

‘매직카’ 는 누구를 위한 게임인가?

‘매직카’ 의 독특한 스킬 사용 시스템은 발랄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며, 발랄함에 그치지 않고 재미까지 있었다. 9.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 또한 매우 만족스럽다. 물론 버그와 형편없는 최적화는 ‘매직카’ 의 중대한 오점이지만 게임 자제의 재미만을 따진다면 높은 점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혹자는 ‘매직카’ 역시 다른 게임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게임이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매직카’ 에서 플레이어는 원소 조합을 통해 시전할 마법의 특징을 결정할 수 있다. 스킬의 특징이 정해져 있는 것과 조합을 통해 결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자신이 창의적, 능동적, 즉흥적 센스의 소유자라고 자부하는 게이머라면 주저하지 말고, 9.99달러를 투자해보자.


▲ 요 맛있는 게임이 단돈 9.99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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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카 2011. 01. 25
플랫폼
PC
장르
액션 RPG
제작사
애로우헤드게임스튜디오
게임소개
‘매직카’ 유저는 즉흥적으로 마법의 속성과 시전방식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원소, 시전방식과 함께 마법의 공격력 또한 조절할 수 있으며 또한 원소를 조합해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마법을 만드는 등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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