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OBT를 실시하며 본격적인 데뷔 무대를 치른 ‘아이엘: 소울브링거(이하 아이엘)’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한 번 유저들을 찾아왔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옛 속담처럼 ‘이터널 블레이드’라는 신규 타이틀과 함께 돌아온 이 게임, 낡은 이름까지 버리면서 전면 리뉴얼을 선언한 결과가 어떠할까? ‘아이엘’ 시절에도 귀여운 ‘피오’를 위시한 게임성에 평균 이상의 만족도를 느낀 바 있는 기자가 직접 ‘이터널 블레이드’에 방문해보았다.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그래픽과 디자인에 깊은 향수를 느끼던 필자는 캐릭터의 레벨이 오를 수록 높아지는 실망 지수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엘’에서 ‘이터널 블레이드’로 넘어오며 발견한 새로운 장점은 ‘몰이사냥’에서 오는 시원스러운 손맛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타 온라인게임과 비교해도 손색 없던 풍성한 콘텐츠가 ‘이터널 블레이드’로 넘어오며 대폭 줄어들어 중후반으로 넘어갈수록 게임에 대한 집중도가 사라졌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스토리 전개를 담당하는 메인 퀘스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임 속의 상징적인 여신 ‘프레이아’가 난세에 태어난 영웅을 극적으로 탈출시키는 연출을 통해 잡아놓은 진중한 초반 분위기가 미진한 이야기 진행 탓에 흐려진다.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는 13레벨로, 다음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복 퀘스트와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메인 퀘스트의 부재로 인한 중심이 잡히지 않은 스토리 진행 방식은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게임을 이어갈 동기를 유발시키지 못한다. 적당한 양의 퀘스트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징검다리로 배치한 과거 ‘아이엘’의 모습을 기억하는 유저라면 이 부분에서 큰 실망감을 느낄 지 모른다.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의 중심이 스토리에서 아이템/신수 강화와 같은 보조 콘텐츠로 이동하는 현상은 ‘이터널 블레이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못한다.
그 많던 콘텐츠는 어디로 갔을까 - 메인 퀘스트의 부재
‘아이엘’의 리뉴얼 버전이지만 간만의 신작 게임 오픈 소식에 기자는 반가운 마음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1차 전직을 완료하고 15레벨에 다다른 기자는 혼자 게임하기 심심하여 당시 할 일 없이 놀고 있던 지인을 소환했다. 직업에 따라 캐릭터 성별이 갈리는 시스템에 약간의 실망을 안고 게임에 접속한 지인은 3레벨 이후, 메인 퀘스트가 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터널 블레이드’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스토리 진행을 담당하는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일정한 목표를 부여해 게임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퀘스트는 현 MMORPG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매우 많다. 일부 MMORPG의 경우, 양 조절에 실패하여 홀로 수행하기 버거울 정도의 많은 퀘스트를 안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터널 블레이드’의 경우 다른 의미로 양 조절에 실패했다. 게임의 진행을 담당할 메인 퀘스트와 소소한 재미와 실속 있는 보상을 제공할 서브 퀘스트가 유저를 만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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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주세요...경쾌한 노란 느낌표 표시가 매우 그리워지는 시점이 온다
10레벨 이전에는 레벨업 속도에 따라 1~2개 이상의 메인 퀘스트가 진행되어 이러한 단점이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전직 이후 13레벨에 도달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메인 퀘스트 진행 이후, 이를 뒷받침할 서브 퀘스트가 없어 초반의 진행 방식을 따라오던 유저들은 당혹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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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대륙을 구하는 방법은 반복 퀘스트 수행?
주요 사냥터에서 ‘유물조각’과 ‘조사재료’ 등 특정 아이템을 수집하는 반복 퀘스트가 메인/서브 퀘스트의 빈자리를 채운다. 그러나 별도의 목표 없이 일정한 수량의 아이템을 모으면 양질의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주화’와 게임머니, 경험치를 보상으로 얻는 반복 퀘스트에서 신선한 재미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레벨이 올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동일한 내용의 반복 퀘스트에 투자한다면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무함을 맛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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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프레이아'가 마지막 힘을 짜내 주인공을 탈출시켰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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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구하는 일보다 반복 퀘스트가 주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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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퀘스트의 보상 '주화'를 활용하면 전용 상점에서 장비를 구입할 수 있다
위기에 빠진 ‘헤스티아’ 대륙을 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중심으로 삼은 스토리와의 괴리감은 후반으로 갈수록 증가한다. 난세를 평정해야 할 자신의 캐릭터가 메인 스토리 진행보다 반복 퀘스트 수행에 몰두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게임 속 세계관에 깊이 빠져들 게이머는 거의 없다. 즉, 게임 내 콘텐츠의 주객이 전도되어 필수로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약한 반복 퀘스트의 분량은 늘고, 메인 스토리의 중요성은 점점 약해지는 것이다.
펫인가, 장비인가…그것이 애매하다 - 키우는 맛이 부족한 ‘신수’ 시스템
‘이터널 블레이드’의 전신 ‘아이엘’에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발휘하는 ‘피오’가 있었다. 귀여운 펫과 새로운 스킬 부여, 용병 시스템을 주관하는 ‘피오’는 탁월한 효율성을 발휘한 동시에, 캐릭터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귀여운 모습으로 게임에 생동감을 더했다. ‘이터널 블레이드’로 넘어오며 ‘피오’ 시스템은 카드처럼 장착하는 ‘신수’로 변화했다. ‘신수’는 몬스터 사냥 후 랜덤으로 드랍되는 ‘오염된 영혼’을 10개 이상 모으면 확득할 수 있는 '영혼 구슬'을 ‘영혼 정화기’를 통해 정화하면 일정한 확률 하에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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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엘' 당시, 귀여운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은 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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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엘'의 '피오' 시스템이 '신수' 시스템으로 다시 태어났다
몬스터에게 얻은 영혼을 모아 ‘신수’를 탄생시키는 과정은 세계관의 근간을 이루는 ‘영혼’이라는 소재를 유저들이 피부로 느끼게 하며, 반복적인 사냥의 소소한 목표로 작용하기도 한다. 캐릭터에 장착한 ‘신수’는 신규 스킬과 부가 능력치를 캐릭터에게 제공하며, 별도의 레벨과 호감도 수치가 표시되어 육성 콘텐츠로서의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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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에테르'에 비해 크기가 크고 색이 있는 '오염된 영혼'을 10개 이상 수집하면
새로운
신수를 획득할 기회가 주어진다....확률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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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과 호감도 수치가 존재하는 '신수'는 육성 콘텐츠로서의 기본틀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수’는 기존의 ‘피오’와 같이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서의 느낌을 주지 않는다. ‘신수’와 캐릭터가 직접적으로 상호교류를 하는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펫’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능력을 주는 ‘장비’에 가깝다. ‘피오’와 비교하면 친밀감을 느끼거나 애정을 쏟을 부분이 줄어든 것이다. ‘펫과의 교감’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은 유저의 마음을 게임 안에 정착시키는 힘이 있다. 그러한 면에서 무덤덤한 무생물과 유사한 ‘신수’는 ‘펫’을 대체할 정도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해 아쉽다.
한 무리씩 모아서 일사천리로 해결한다 - 몰이사냥의 쏠쏠한 재미
‘이터널 블레이드’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몰이사냥’의 재미를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몬스터 대여섯 마리를 동시에 행동하도록 한 무리로 묶고, 각 캐릭터에게 초반부터 다수의 적을 상대할 광역 공격 기술을 부여하여 1타 2피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상위 스킬 역시, 광역 공격에 초점을 맞춰 발전하기 때문에 전투의 테마 하나는 확실한 게임이라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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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망타진! 몰이사냥의 재미를 극대화한 '이터널 블레이드'
기자가 선택한 ‘아처’를 예로 들면, 총 6발의 화살을 동시에 발사하는 ‘산탄 사격’을 1레벨부터 활용할 수 있다. 수많은 적을 함정에 가두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포박의 함정’, 화살을 맞은 주변 몬스터에게도 광역 대미지를 입히는 '폭발 사격' 전직 이후에 사용하는 ‘관통 화살’ 등 일 대 다 전투에 유리한 기술이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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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발 사격에 일가견이 있는 '아처'
전작의 장점을 흡수한 부분 역시 존재한다. 몬스터가 사망하면 그 자리에 생성되는 ‘에테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그 예이다. 이러한 부분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직업은 ‘소울서머너’이다. 에테르를 모아 MP를 회복하는 기본적인 능력 외에도 ‘영혼’ 자체를 활용한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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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 자체를 스킬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소울서머너'
그러나 ‘몰이사냥’의 재미가 중반부터 드러나는 늘어지는 진행 방식으로 인해 점점 그 매력을 잃어간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10레벨 중반 이후부터 반복 퀘스트 수행과 캐릭터 육성과 아이템 파밍을 목적으로 한 사냥만이 이어지는 속도감 없는 진행이 전투 자체에 지루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공개 준비 중인 신규 직업 ‘시프’보다 퀘스트 구조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유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메인 퀘스트가 보상으로 제공하는 아이템의 가치가 유저가 들인 노력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것이 인스턴스 던전, ‘라크네 여왕의 둥지’를 최고 난이도로 클리어하는 퀘스트다. 이 퀘스트를 완료하면, 20레벨 때 착용하는 무기와 방어구 3종이 들어있는 ‘유물함’을 손에 넣는데, 아이템 제공 방식이 랜덤이라 운이 없을 경우 자신의 직업과 맞지 않는 장비만 제공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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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시리즈의 '티리엘'과 흡사한 외모로 눈길을 끈 NPC '헤임달'
대규모 개편, 일보 전진하려다 2보 후퇴하나
‘이터널 블레이드’로 개편되며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게임의 제목까지 바꿔가며 실시한 리뉴얼 작업의 장점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이엘’ 시절보다 게임으로서의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다. 이전에 없던 ‘몰이사냥’이 주는 통쾌한 손맛은 얻었으나, 그 외 이전보다 개선되었다고 평가되는 부분이 전무하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즉, 일보 전진을 위한 개편이 자칫 잘못하면 2보 후퇴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터널 블레이드’의 유저들은 플레이 동기를 아이템 강화와 NPC ‘굴리 대왕’을 통한 옵션 변경, 레어 신수 수집에서 찾고 있다. 더욱 강하고 좋은 옵션이 붙은 장비와 신수를 획득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로 자리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저들 사이에서 이슈화된 화제거리 중 하나는 ‘HP 흡수’ 효과 획득이다. 아이템 파밍 역시, 게임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나 그것이 전부라면 게임의 장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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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진행보다 더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강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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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강에 성공한 활...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아이템 드랍에 무한대에 가까운 랜덤성을 부여한 ‘디아블로2’는 유저의 취향에 맞는 장비를 반복 사냥을 통해 발굴하는 재미를 강조했으나, 그 뒤에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는 연출력이 동반되었다. 그러나 ‘이터널 블레이드’는 본격적인 아이템 파밍 이전, 유저들은 후반까지 끌고 갈 힘이 부족하다. 게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와 이를 담는 그릇인 퀘스트의 구조가 성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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