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국내 RTS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의문의 용병이 있다. 그는 그의 강력한
무기인 수려하고, 반듯한 외모를 내세우며 나를 좀 봐달라고 이야기한다. 10년 동안
챔피언 자리를 유지해온 그 녀석의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본인은 그것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고, 그러기 위해 나타났으니 응원해달라는 눈치다. 그는 실력을 몸소 증명해
보이겠다며, 며칠 전 데뷔 무대에 나섰다. 비록 관중은 많지 않았으나, 이를 통해
그 정체를 확실히 드러냈다. 과연 강력했다. 하지만, 모두를 경악하게 할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엔 뒷심이 부족해 보였다.
‘컴퍼니오브히어로즈 온라인(이하 COHO)’이 지난 26일, 드디어 공개 테스트를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가 국내 RTS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고, 그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가 곧 등장하려는 마당에 참 겁 없이 등장한 도전자다. 퍼블리셔인 윈디소프트는 ‘스타2’와 직접적인 경쟁보다는 공존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다양한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내심 ‘스타2’ 출시를 기다리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윈디소프트는 ‘COHO’의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참 많다. 그중에서도 ‘어렵다’라는 인식이 10년 묵은 콜드크림처럼 딱딱하게 박혀 있어 이를 말끔히 녹여내 줘야 하는 것이 급선무고, ‘스타’는 알아도 ‘컴퍼니오브히어로즈 온라인’은 길고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름을 알리는 건 그 두 번째가 된다. 원작의 게임성도 이미 전 세계를 통해 입증 받은 바 있으니, 결과에 대해서도 밥이 되던 죽이 되던 일단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이번 테스트의 결과가 중요한거다.
그렇다면 ‘COHO’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확실한 건 게임성 하나만큼은 후한 점수를 줘도 아깝지 않다는 거다. 초보를 배려한 꼼꼼한 튜토리얼도 제법 만족스럽다. 하지만 원래 RTS 마니아들을 위해 설계된 게임이다 보니 ‘어려움’의 근원은 해결하기 힘들어 보였고, 신규 유저들을 유혹할만한 섹시한 콘텐츠도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결정적으로 인지도 탓인지 플레이 유저수가 너무 적다. 게임은 좋아 좋다고, 그런데 ‘어떻게’ 유저들을 끌어올 거지? 윈디소프트와 렐릭은 지금부터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첫인상, 좋지 않거나 혹은 나쁘거나
게임에 접속하고 로비에서 가만히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으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스며들어 온다. 그도 그럴 것이, 눈에 보이는 유저수가 너무 적다. 화계장터를 예상하고 들어왔는데 동네시장이다. 로비 우측 하단에 전체 접속자 목록이 표시되는데, 이제 막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치고 그 수가 너무 초라하다. 차라리 안보이면 속이라도 편할 거 같다.
공개 테스트 첫째 날 ‘COHO’는 게임 접속 불가 문제로 일부 유저들이 항의한 헤프닝이 있었다. 게임은 런처를 통해 접속하는 방식인데, 이 런처가 클라이언트 다운로드와 패치까지 한방에 해결하는 통합형이라 동시다발적 실행에 서버가 그만 견뎌내지 못한 것. 상황이 이러니 런처 실행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일부 유저들의 게임 접속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공개 테스트 첫째 날이니 이해하고 넘어갈 만하다. 유저들은 영광스런 첫날에 게임에 접속하는데 이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게임에 접속해보니 황당한 일이 눈앞에 펼쳐진다. 함께할 유저가 너무 없는 것이다. 어?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했다면서? 유저들 다 어디로 간건데? 오컬트 신비주의도 아니고, 이거 참 이상한 일이다.
▲ 문제의 그 통합런처,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나 여러 유저의 뚜껑을 열리게 했다
요컨대, 확실히 유저가 없다. 렐릭 대표인 조나단 도스웰은 공개 서비스가 시작되면
유저플을 형성한 뒤, 그 유저들의 피드백에 맞춰 게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그 유저플 형성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전에 다 떨어져
나가게 생겼다. 하루가 지날수록 마니아와 신규 유저 사이의 갭만 벌어지고 있다.
‘COHO’ 유저들은 공개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제발 홍보 좀 해 달라.”는 말을 외쳤다. 그만큼 이 재미있는 게임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높은 동접률은 렐릭이나 윈디소프트보다, 어쩌면 이런 유저들의 바람이 더 클지 모른다.
결국 방법은 하나다. TV 광고를 하든, 봉화를 쏘든, 티아라를 전속 모델로 내세우든 더 많이, 그리고 더 멀리 이름을 알려야 한다. ‘스타2’가 출시될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타2’는 베타 테스트 진행만으로도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게임이다. 이 녀석이 출시되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 어렵다. 묻어가려다간, 흔적도 없이 묻힐 수도 있다. 상황을 보다 명민하게 해석해낼 필요가 있다.
온라인 게임에 있어 접속자 수는 결국 생명이다. 기본 유저플을 형성하고 차근차근 늘려나갈 생각을 했다면, 그 기본 유저플 형성 과정을 절대 우습게 봐선 안 될 것이다.
▲ 래더 게임이 있음에도 검색이 안 되자 '구인/구직'을 하는 광경
어려운 게임, 초보들이 적응할 수 있겠어요?
물론 적응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장치가 잘 준비돼 있다. 특히, 튜토리얼이 생각보다 섬세해 놀라기도 했고, 감탄하기도 했다. 유닛의 관리나 운용, 맵의 구조물 정보, 그리고 히어로 아이템 장착이나 테크트리까지 튜토리얼만 끝내면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스타’와 플레이 방식이 완전히 다르니 지루하지 않고, 신기하면서 재미있다.
이후에는 미션 모드와 컴퓨터 대전 모드가 있다. 미션 모드는 원작에 있던 미션을 그대로 플레이할 수 있어 2차 세계대전의 유명한 전투를 직접 경험할 수 있고, 컴퓨터 대전 모드는 말 그대로 실전에 앞서 직접적인 전장의 느낌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콘텐츠가 가치가 있는 것은 보상에 그 힘이 있다. 미션 모드를 하든, 컴퓨터 대전 모드를 하든 경험치와 추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어 다른 유저들 눈치 보지 않고,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을 때까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혼자 하는 게 슬쩍 지루했는지, 채팅창에는 “함께 컴 까실 분 모심”이라는 식의 글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게임을 이해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 자체는 잘 잡혀 있다는 것. 여담인데, 튜토리얼에서 독일 지휘관 역할해주신 성우, 누군지 몰라도 최고였다고 말해주고 싶다.
▲ 찰칵, 컴퓨터와 연습하다 여유가 생기면 이런 감상샷도 찍을 수 있다
적응은 쉬운데, 게임 플레이는 여전히 어려워
문제는 이거다. ‘COHO’가 어떤 게임이고, 어떻게 하는지는 알겠는데 막상 유저들과 게임을 플레이하면 참 어렵다는 거다. 분명 손으로만 하는데, 손발이 다 어지러운 느낌이다. 튜토리얼 다 하고 컴퓨터랑 대전도 하고 왔는데, 왜 실전만 돌입하면 삭삭 발리는 것인가. 팔뚝에 주사 맞으러 왔는데, 갑자기 엉덩이 까라는 식. 아잉, 난 준비가 안됐는데.
사실 게임 플레이가 어려운 부분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원래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이니까. 윈디소프트도 이 부분을 확실하게 체크했는지, 게임을 쉽게 만들려는 것보다는 어려운 거 그대로 가되, 수준이 맞는 유저들이 서로 모여 ‘어려운데 재밌어’라는 식의 공감대 형성을 유도한 듯 보였다. 설계도도 꽤 짜임새 있어 보인다.
일단 매치 모드에 찾기 방식이 유저들의 레벨대를 고려해 정확하게 밸런스를 맞췄다. 1:1이면 나와 비슷한 레벨대의 유저를 만나고, 2:2 이상이면 플레이어의 레벨을 모두 합친 값을 기준으로 비슷한 레벨대의 유저들을 만나게 된다. 가끔 부캐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정확해 서로 같이 삽질하거나, 서로 엄청난 혈전을 펼치며 플레이할 수 있다.
▲ 쨔잔, 이렇게 엄폐를 하고 싸우는 거라 배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유저수다. 매치 모드를 돌리면 가장 인기 있던 3:3은 기본
3~5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고, 2:2나 4:4는 더 기다려야 했다. 간혹 3:3에서는 사람이
없는 탓인지, 10레벨 미만 2명에 25레벨 이상 1명이 끼는 등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밸런스에 문제가 없다. 다만, 25레벨 이상과 10레벨 미만의
실력 차이는 흡수한 컵라면의 수가 대략 50개 이상 차이 날 정도의 어마어마한 수치다.
저 앞에 점령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고 치자. 쪼렙은 튜토리얼에서 배운 그대로, 컴퓨터랑 해서 얻은 학습 결과 그대로 점령하러 나서는데, 이 상대편 고렙 유저는 듣도 보도 못한 전략을 펼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근접해 오지도 못하게 하고, 이를 뚫기 위해 다른 유닛을 뽑으면 어느새 알고 상성 유닛을 데려온다. 대체 어떻게 해야 뚫을 수 있을까 발을 동동 구르며 생각하는 사이, 이미 맵 전체는 점령당해 있다. “지지”를 칠 기분도 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추가된 히어로 아이템과 일반 아이템도 가뜩이나 어려운데 더 혼란을 준다. 윈디소프트의 이진흥 PM은 “아이템은 마니아 유저들에게 주는 선물이며, 밸런스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 기분이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게임에 앞서 아이템 꽉꽉 채워져 있는 유저를 보면 일단 기에 눌리고, 경기에서 지면 괜히 억울하다. 실력으로 진 게 아니라 꼭 아이템 때문에 진 것 같다. 서럽다.
확실히 RTS는 경쟁에서의 ‘승리’가 재미의 90% 영향을 준다. 게임이 어렵다보니 첫 승리의 기쁨은 더할 나위없는 꿀맛이다. 하지만 튜토리얼, 컴퓨터 대전, 아이템 이해, 자동 매치까지, 첫 승리의 맛을 보기까지 너무 긴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 전에 그만두는 유저가 없으리란 법도 없다. 그래서 더 아쉽다.
결국 해결책은 ‘유저들을 더 끌어오는 것’뿐이다. 그래야 재미를 아는 사람도 늘어난다.
▲ 이 화면 보기가 왜이리 힘든 것인지...
게임은 확실히 재미있나?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확실히 게임성은 백번 칭찬을 해줘도 아깝지 않다. 특히 ‘전쟁’과 ‘밀리터리’를 이토록 잘 표현한 게임은 현존하는 RTS 중에 최고다. 조금 오버해서 표현하면 심장의 떨림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쿵쾅쿵쾅 떨린다. 그래서 재미있다.
그 기반은 역시 ‘리얼(Real)’에 있다. 게임 내 유닛들의 상성이나 병기, 역할 등 게임 내적인 부분도 그렇고, 그래픽이나 사운드, 모션 등 게임 외적인 부분도 전장의 리얼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축을 담당한다. 전략/전술도 언뜻 보기에 단순해 보일 것 같지만, 제대로 하려면 더 많이 손을 움직여야 하고 빠른 상황 판단을 해야 하기에 깊이의 농도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기자의 경우 커스터마이징 부분도 꽤 재밌었다. 게임 경력 28년. 이런 저런 온라인 게임을 해 봤지만 군인을 커스터마이징 한 경험은 꽤나 신선하고 자극적인 것이었다. 매끈하게 잘 빠진 여군 장교가 아니라 우락부락하고 마초적인 그런 남성 군인들 말이다. 스포츠머리와 돌격머리의 선택의 기로에서 지금까지 여캐릭만 선호한 기자에게 ‘COHO'는 반성하는 시간을 마련해준 것 같다. 물론 여성 유저 유입은 힘들 거 같다.
▲ 여러분도 해보세요, 진짜 매력적인 커스터마이징
아무튼 ‘COHO’의 훌륭한 게임성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으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다만, 게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밸런스 부분만 짚고 넘어갈까 한다.
‘COHO’에서 영웅 아이템이란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다. 온라인 기반이기 때문에 안 가져갈 수도, 그렇다고 무조건 가져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영웅 아이템의 밸런스 논란은 공개 서비스 이전부터 지속돼왔다. 개발측은 괜찮다고 하지만, 유저들은 아니라고 한다. 무조건적인 입장을 고수하지 말고, 유저들이 ‘왜’ 아니라고 하는지 명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유 없이 거부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게시판을 통해 유저들의 불만과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근접전투 국민 척탄병’은 그 강력함에 대해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유저들의 내놓는 대안 하나하나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COHO’는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시기상으로 봤을 때 ‘COHO’는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스타2’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을 때를 노려야 한다. 공존하는 것도 어느 정도 유저수가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그리고 그 유저들이 팬이 되어야 한다. 더 알리고, 더 끌어들이고, 더 확보해야 한다. 지금은 여기에 모든 정력, 사력을 다 퍼부어도 부족할 판이다. 우리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더 보여주어야 한다. ‘COHO’는 충분히 그래도 될 멋진 게임이다.
게시판에 어떤 유저는 “게임은 고상한 폼만 잡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소수를 위한 방식, 소수 취향은 위험합니다. 신규 유저를 목표로 게임을 만들어 주세요. 대중화를 기치로 걸었으면 접근성을 더 높여주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하나하나 곱씹어 보면 다 맞는 말이다. 기자가 길게 늘여 쓴 리뷰를 아주 짧게 함축한 문장이다. ‘COHO’는 이제 시작이다. 무관심보다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을 때 더 힘찬 움직임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인 이것도 빨리 해결 방법을 찾자.
“국민척탄병이 MP를 장착하면 근접전시 적 보병을 녹입니다. 그리고 척탄병은 장착파츠가 경기관총이란 판져슈렉이 있습니다. 판져슈렉은 대전차 무기인데 2개 달아주면 M8 한턴에 딸피 만듭니다.”
“판져슈렉이 먼대요? ㅠㅠ 초보라 그렇게 말하면 몰라요.”
그렇다. 바로 이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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