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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대만의 ‘완전금연’ PC방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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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대만 출장 중에 타이페이에 위치한 PC방 LHH NET을 방문했습니다. 이왕 대만을 찾은 김에 현지 PC방 분위기를 좀 보고 싶었거든요. 대만의 전체적인 게임시장 구조가 국내와 비슷해 PC방 풍경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막상 가서 보니 전체적인 구조부터 시작해 내부 운영방식까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더군요. 조금 놀랐습니다. 특히 서비스 형태와 인력관리가 꽤나 독특하더군요. LHH NET 사장님의 협조 하에 PC방의 내부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 각종 게임 포스터에 의해 PC방 분위기가 풀풀 풍긴다


우선 LHH NET은 건물의 4개 층을 사용하는 매우 큰 규모의 PC방입니다. 타이페이 내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하네요. 일반 PC방의 경우 평균 50~70대 정도의 PC가 마련돼(국내도 비슷하죠) 있는데요, LHH NET은 무려 200대가 있다고 하니 대충 그 규모가 상상이 되시겠죠.

가장 놀라웠던 건 ‘청결함’이었습니다. 국내 PC방의 경우 일단 입구에 들어서면 탁한 공기와 함께 담배냄새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며 눈코입을 자극하는데요, 기자가 방문한 LHH NET은 마치 커피숍에 들어선 것처럼 첫인상이 깔끔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흡연자가 없다는 것인데요, 이는 대만 정부가 지난 09년부터 금연법을 강화해 건물 내 실내흡연 자체를 완전히 봉쇄했기 때문입니다. 기자의 경우에도 흡연자라 뿌연 연기 없는 PC방의 모습을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웠는데요, 막상 그 광경을 보니 조금 놀랍더군요. 물론, 몰래 허용하는 PC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발 시 과태료가 국내의 10배가 넘기 때문에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스피커 대신 거의 모든 손님들이 헤드셋을 사용하고 있어 소음이 없다는 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규모를 따지지 않더라도, 확실히 분위기는 국내 PC방과 완전히 다르더군요.

또 하나 특이했던 점은 음식을 조리해 판매할 수 있다는 점. 국내에서는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류 음식만 판매가 가능한데요, 대만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PC방에서 가재요리까지 판매할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돼 있었습니다. LHH NET에서는 아예 내부에 요리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존재해 이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제공(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일반 커피숍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메뉴는 각종 식사 류까지 주문이 가능한데요, 조리가 끝나면 손님이 있는 곳으로 가져다주기까지 하더군요.

 

 

 

▲ 깔끔한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내부의 모습

 

 

▲ 조리실(상)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직접 자리로 가져다주는 서비스


각 층에 수도 없이 꽂힌 만화책과 각종 잡지도 꽤나 신선했습니다. 이는 손님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인데요, 이곳에 마련된 만화책과 잡지는 PC를 사용하거나 기다리는 손님들이 언제라도 마음껏 꺼내볼 수 있다고 하네요. 확인해본 결과 만화책은 무려 10,000종에 잡지는 100여 종류나 된다고 하니 서비스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LHH NET의 경우 24시간 운영하는데요, 이를 위해 현재 25명의 직원이 3교대하는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PC방은 보통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데요, 이곳은 25명의 인력모두 정식 직원이라고 하네요. 인건비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요, 평일 오후나 휴일에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하니 뭐 무리는 없겠죠? 아, 물론 사장님은 매출에 대한 질문에 “어렵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이긴 했지만요(웃음).

 

 

 

 

 

 

 

▲ 각 층마다 꽂혀 있는 각종 만화책과 잡지

 

 

▲ 각종 영화, 드라마 감상 서비스도 제공받는다(화면만 봐도 한류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PC의 경우 사양이 무척 좋았습니다. 현재 LHH NET의 PC는 샌디브릿지에 지포스 460을 탑재하고 있고요, 모니터는 80% 이상이 28인치였거든요. 하드웨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엔지니어가 있어, 주기적으로 PC관리와 업그레이드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LHH NET은 운영을 시작한지 무려 10년이나 됐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PC 업그레이드가 진행됐다고. 개시 당시 모니터는 15인치였다고 하는군요. 아, 참고로 요금은 시간당 1,200원 정도 하고요, 국내 PC방과 비슷하게 정액제 요금 결제도 가능합니다. 회원가입 시 더 많은 혜택을 준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대만 정부에서는 주기적으로 우수PC방을 선정한다고 하는데요, LHH NET이 5년 연속 우수상을 거머쥐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수여받은 트로피가 상당히 많았는데요, 큰 혜택은 없으나 손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 일부러 입구에 장식해 두었다고 하네요.

 

▲ 우수 PC방의 위엄

 

 

▲ PC방 관리 프로그램, 직원이 직접 만들었다고

 

 

▲ 돈 안 내고 도망가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 대만의 PC방 인기 온라인 게임

 

 

▲ 카운터를 보는 직원(좌)과 LHH NET 사장님(우)

 

대만의 PC방을 보고오니···

기자는 학창시절 친구 녀석들과 거하게 한잔하고 2차 내기 ‘스타크래프트’를 하러 PC방에 간 적이 많았는데요, 당시 녀석들이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PC방만큼 저렴한 가격에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느냐고. 맞는 말입니다. 청소년에게는 다소 제약이 따르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성인의 경우 아무런 부담 없이 찾아가 놀 수 있는 곳이 PC방이니까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데다 특정 게임의 경우 추가 비용 지불 없이 PC방전용 혜택까지 누릴 수 있고, 흡연자라면 여러 사람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연기를 뿜을 수 있는 특권(?)까지 누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국내 PC방이 현재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하면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PC방 전면금연법. 이는 금연정책 강화를 골자로 하는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발생한 것인데요, 이로 인해 공공시설을 포함한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간접흡연을 유발할 수 모든 시설이 금연체제로 전환하게 됩니다. 당연히 대상에는 PC방도 포함돼있죠. 물론 업자들은 손님 대부분이 흡연자라는 사실과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행정에 호소하며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미 법은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오는 2013년부터 완전금연체제로 바뀔 전망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대만은 이미 전면금연법이 시행돼 있는데요, 시설 대부분이 청결하니 솔직하게 흡연자 입장에서도 기분은 좋더군요. 아니, 현재 국내 PC방의 모습보다 훨씬 나았다는 게 맞는 표현일 거 같습니다(물론 대만의 모든 PC방이 다 깔끔하진 않겠지만요). 뿌연 연기 없는 PC방의 모습은 감히 상상조차 해볼 수 없었는데 말이죠. 그러나 전면금연법을 포함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의해 대만의 PC방 산업이 확 죽어버린 건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만정부는 전면금연법과 함께 청소년 보호의 일환으로 학교 근처에 PC방을 못 짓게 하고, 15세 미만 청소년은 반드시 부모와 동행하되 3시간 이상 게임을 즐길 수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15세 이상이라도 시간제약이 있죠. 때마침 대만에 인터넷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하던 시기라 10대 게이머 대부분이 집에서 즐기는 걸 선호하게 됐고, 결국 한때 10,000개까지 늘어났던 PC방의 수는 무려 70% 가까이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물론 국내는 대만에 비해 그 규제의 범위가 큰 건 아니지만, 수많은 업주의 생존권이 산산조각 난 상황을 타산지석 삼아 이후 상황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겠죠.

다음으로는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PC방 요금제입니다. 국내 PC방의 경우 개인 유저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부분 유료화 형태의 게임이라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PC방 요금이 포함된 가맹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를 신청하면 PC방 추가혜택과 함께 정액제나 종량제로 요금을 지불하게 되죠. 그렇지 않을 경우 일부 인기 있는 게임은 접속 IP가 차단돼 버리기도 합니다. 종량제의 경우 평균적으로 시간당 200~300원 정도 하는데요, PC방 요금이 평균 1,000원이니 업주 입장에서 조금 부담되는 가격이긴 하겠죠. 반대로 업체는 애써 만든 작품을 무료로 제공하기엔 무리가 따르니, PC방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대만은 어떻게 운영될까요? 우선 대만에서는 PC방 요금제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대신 손님들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으로 가 관련 게임의 선불카드나 패키지를 구입해 즐기는 형태죠. 쉽게 말해 손님이 게임이용에 대해서는 모든 걸 부담하는 방식인 셈입니다. 물론 PC방전용 혜택이 없으니 그만큼 매력은 떨어지긴 하겠지만요. 국내에서는 PC방 요금제 자체가 이미 유저들에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당연하기 여기는) 대만과 비슷한 구조로 가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PC방 요금제는 과거 '포트리스2'부터 시작해 '스타크래프트2', 그리고 최근의 '서든어택'까지 업주와 업체의 충돌을 계속 일어나게 만드는 요인이니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적합한 요금제 발굴에 조금 더 고민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좋든 나쁘든 결과적으로 업체와 PC방은 서로 상부상조할 수밖에 없는 관계니까요.

국내와 대만의 온라인게임 시장 구조는 비슷합니다. 특히 PC방 산업의 성장과 함께 시장이 크게 발전했다는 부분이 많이 닮아있죠. 현재까지도 국내 PC방은 신작 게임 마케팅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게임 이용량 순위가 ‘인기게임’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정도로 영향력이 큽니다. 그만큼 죽으면 안 되겠죠. 현재 대만 PC방 산업의 구조를 잘 파악하고 연구해 가까운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 대만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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