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교실을 나왔어(그래봐야 학교 안이지만…). 그런데 무슨 학교가 이렇게 크지?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길게 늘어뜨린 혁대에, 그와 비슷한 크기의 체인을 가진 녀석이었어. 정말 불량스럽게도 담배까지 피우더군. 생각보다 강하지는 않았어. 아마도 가장 약한 몬스터인가봐~ 재밌는건 내 손에 죽은 이 녀석들의 모습이 꽤 특이하다는 것이지. 요가 자세로 눕더니 잠시 후 혼이 빠져나가는 모습이란… 저런 자세로 죽으려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_-;
▶ 필드에서 만난 첫 상대. 교내에서 담배 피면 정학이라는 거 모르냐? |
▶ 정말 불쌍한 자세로 눕는군. 발 뻗고 죽었으면 마음이 덜 아플 텐데 |
그렇게 한참을 싸우며 전진하다 보니 새로운 몬스터가 어기적거리며 오더군. 풍반한 가슴을 자랑하는 빨강머리 여자애였어. 그런데 이름이 오공주? 푸하핫 학원무림이긴 하지만 정말 오공주 같은 몬스터가 나올 줄은 몰랐어~ 설마 칠공주도 있는 거 아냐? -_-; 그런데 이름 색깔이 빨간 색이더군. 보니까 싸울만한 애는 초록색으로, 덤비기 힘든 애는 빨간색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지. 하지만 내가 그 땐 뭘 알았겠어? 그냥 덤비고 누웠지…
역시 오공주는 강했어. 그 뒤로 빨간색 이름은 계속 피해다녔지만 녹색으로 나오는 이름은 오로지 담배 물고 있는 ‘체인’뿐이라 좀 물리는 느낌도 있긴 했어. 레벨이 낮은 적은 이름이 흰 색으로 변해서 나온다는데, 과연 그날이 올까?
▶ 살벌하게 생긴 오공주 |
▶ 서너대 맞고 나서 바로 뻗어버린 나. 빵 먹을 시간도 없었다 |
본관으로 이동해서 양호선생님한테 치료를 받은 뒤 단단히 준비를 하고 다시 나왔어. 그리고 다른 캐릭터들을 보았지. 갑자기 기예부를 선택한 것이 엄청 후회가 되기 시작했어~ 똥폼 잡고 때리기만 하면 몬스터들이 퍽퍽 나가떨어지는 격투부도 멋지고, 검기 뿌리면서 멋지게 찔러대는 검도부는 물론, 화살 핑핑 쏘며 유유자적 도망다니는 양궁부도 부럽더군.
기예부? 꼴랑 가지고 있는 것은 회복스킬 뿐이야. 다른 마법 배우기 전까지는 봉 하나 들고 죽어라 싸워야 해 -_-; 기예부 기술 트리는 창을 다루는 창봉술과, 공격마법, 그리고 방어마법으로 나뉘는데, 창봉술의 경우 디아블로의 아마존을 연상시켰어. 처음 배우는 악가창법이라는 것은 아마존의 ‘잽’이 떠오르고… 그리고 공격마법을 보니 ‘발화’라는 마법이 있더군.
하지만 그걸 익히려면 정신력을 높여야 하는데 레벨 7 이상이어야 한다는 거야. 창봉술은 힘을 많이 필요로 하고, 공격이나 보조마법의 경우에는 정신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레벨이 오를 때마다 배당 받는 포인트는 겨우 3… 결국 어느 한 쪽으로만 개발시켜야 했어. 당장은 창봉술쪽 기술을 빠르게 올릴 수 있었지만 난 마법을 택했어. 다른 게임에서와 마찬가지로 마법은 초반에 고생은 하겠지만 나중에는 결실을 거두게 되는 법이거든! 뭐 그 전까지는 죽어라 노가다 해야하지만.
▶ 젠장, 역시 검도부를 할 걸 그랬나? 무지 갈등 생긴다 |
열심히 몬스터들을 죽이면서도 다른 캐릭터들에 멈춘 눈길을 거둘 수 없었던 내 모습이 모니터에 비치더군. 이렇게 한눈을 팔다가 괜히 옆에 지나가는 몬스터까지 쳐서 황천길로 가는 길이 많았지. 답답한 마음에 기예부 서클룸에 찾아갔어. 선그라스 낀 바람둥이처럼 생긴 그 녀석의 대사는 나를 더 열 받게 하더군. “너희들은 본래 전투라는 행위에 별로 적합하지 않고…” 젠장! NPC를 죽일 수 있다면 이놈을 먼저 죽이고 싶었어!
어쨌든 다른 캐릭들을 부러워하며 하나 둘 열심히 죽이다 보니 이제 오공주도 초록색이 되었어. ‘체인’이나 ‘오공주’는 비선공이었기 때문에 잘만 처리하면 빵(체력회복)을 먹을 필요도 없었지. 더구나 회복스킬이 돈을 많이 절약해 주더군. 흐흐 이거 하난 좋단 말이야~
▶ 저놈의 이빨을 모두 뽑아버리고 싶다 |
▶ 이젠 오공주도 밥이쥐~ |
오공주를 손아귀에 쥐고 놀게 되자 난 맵 이곳저곳을 구경하기로 했어.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현암로가 있었지만 왠지 그 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고수들이라 가기가 두렵더군.(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말 좋은 선택이었어).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처음 보는 곳에 도착했어. ‘체인’이란 몬스터의 업그레이드판인 ‘체인가이’가 있더군. 그렇게 슬슬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공격하는 거야. 드디어 선공몹인가? 하고 돌아보니 헉! 칠공주였어 -_-;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있더군. 뭐 또 누웠지… 얌전히 초보존에서 노가다나 해야지.
▶ 무시무시한 칠공주들… 더구나 원거리 몬스터이다. 초보 때 가장 조심할 몬스터! |
▶ 정말 이곳에 다시 오는 것도 지겹다 |
몬스터를 잡으면서 주변을 보니 부러운 캐릭터들의 모습도 많고, 변태들도 많더군. 어딜 가나 변태들은 있나 봐. 다 벗고 돌아다니는(뭐 꼭 나쁘지는 않더군 ^^;)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잡고 있는 몬스터를 스틸하는 녀석도 있었어. 하지만 그러려니 했지. 다른 게임에서도 늘 있는 일이니까. 그래도 마음씨 좋은 사람들도 많더군. 돈을 달라면 주는 사람도 있고, 장비를 주려는 사람도 있었어(역시 여자캐릭 하길 잘했어!).
하지만 이 게임은 돈만 있으면 최고장비 입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 돈이 많이 필요하진 않았어. 방어구도 레벨이 되어야 입을 수 있고 무기 역시 그랬지. 아무리 좋은걸 줘봐야 그림에 떡이랄까? 덕분에 여자캐릭의 장점을 살릴 필요가 없어서 더욱 다른 직업이 그리워졌어. 뭐 하지만 다른 직업들도 나름대로 애환이 있겠지. 한 번 선택한 캐릭터인데 죽자사자 끝까지 가 보자는 심산으로 열심히 하기로 했어. 언젠가는 내게도 화려한 봄날이 오리라 믿으며~~!
▶ 멋진 복장의 양궁부와, 창봉술 위주로 익힌 기예부… 옆에는 초라한 나 |
▶ 야경 좋고! |
▶ 야간에 보는 격투부도 굉장히 멋지군! |
난 조급한 마음을 먹지 않고 가장 죽이기 쉬운 ‘체인’ 몬스터부터 착실히 잡기로 결정했지. ?방어구를 입었더니 녀석들에게는 맞아도 거의 피해가 없더군. 어느 사이에 녀석들의 이름은 하얀 색으로 변해 있었어. 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기며 레벨을 올려나갔지. 그리고 드디어 레벨 7이 된 거야! 음하하하! 드디어 초보 탈출이닷!
난 재빨리 스킬포인트를 분배해서 공격마법인 ‘발화’를 배우기로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조건이 다 갖춰졌는데도 마법이 시전 안되는 거야.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스크롤을 따로 사야 한다더군. 그놈의 마법 하나 쓰기 힘들군. 하지만 이제 드디어 나도 기예부라는 이름에 걸맞는 마법을 쓰게 될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떨렸어. 이 글 읽는 당신도 떨리지? ?마법을 사용하는 내 모습은 3부에서 보여주도록 하지 ^^
▶ 7레벨까지 열심히 노가다 |
▶ 헉! 이좌식이 어딜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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