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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성을 향한 강렬한 첫 발자국, 넷플릭스 ‘캐슬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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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봉한 봉준호 감독 ‘옥자’가 여러모로 화제다. 뛰어난 작품성과 함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투자 및 배급하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을 택했기 때문. 타사 영상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이제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직접 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기성 채널에서 보기 어려웠던 독특한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 7일(금) 공개된 애니메이션 ‘캐슬바니아’ 또한 넷플릭스 덕분에 빛을 본 작품이다. 본토보다 서양에서 더욱 인기 있다는 횡스크롤 액션게임 ‘악마성 드라큘라’를 성인 취향의 파격적인 연출로 재구성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은 ‘게임 원작’ 영상물이 흥행부도수표가 된지 오래라는 점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참패를 면치 못했던 적이 많기에 '캐슬바니아' 애니메이션을 앞두고도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과연 넷플릭스가 젲가한 ‘캐슬바니아’는 원작의 훌륭한 계승자일까 아니면 팬을 눈물짓게 할 또 다른 실패작일까?


▲ 전설적인 횡스크롤 액션게임이 전격 애니메이션화 '캐슬바니아' (영상출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세계관은 1989년에 출시된 게임 ‘악마성 전설’을 중심으로 한다. 여기에 첫 작품 이후에 추가된 각종 설정을 덧대어 완성도를 높였다. 배경은 중세 암흑기의 왈라키아, 인류를 아득히 초월하는 힘과 지혜를 지닌 ‘드라큘라’는 당차고 선한 여인 ‘리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드라큘라’에게 배운 선진 의술로 민중을 돕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사제들에 의해 마녀로 매도 당하고 불태워진다. 연인의 주검 앞에서 복수를 맹세한 ‘드라큘라’는 지옥 군세를 불러내 왈라키아를 피로 물들인다.

이처럼 비극적인 마왕의 탄생은 원작과 그리 다르지 않다. 주목할 점은 문장 몇 줄로 배경 설명을 끝낸 원작과 달리 애니메이션은 1화를 통째로 할애했다는 것.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시즌은 총 4회 분량이다. 즉, 시즌 전체의 25%를 악역을 조명하는데 투자한 것이다. 이를 통해 ‘드라큘라’를 피에 굶주린 일차원적인 악당이 아니라 고뇌하고 분노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격상시켜 향후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캐슬바니아’는 더 이상 뻔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이 격돌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리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캐슬바니아
▲ '드라큘라'가 복수귀가 된 비극적인 사연을 자세히 조명한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남은 2~4화는 흡혈귀 사냥꾼 ‘트레버 벨몬드’ 시점으로 전개된다. ‘벨몬드’는 수세기에 걸쳐 괴물을 퇴치해온 사냥꾼 가문이지만 현재는 교회의 탄압으로 인해 가문이 몰락한 상태. 일가의 마지막 후예 ‘트레버’는 폐인이 되어 더 이상 속세에 관여하지 않으려 하나,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점차 주인공으로 각성해간다.

'캐슬바니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사실 대중적이다. 민중의 무지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왕 격의 '드라큘라', 껄렁하지만 할 때는 제대로 하는 용사 '트레버', 어머니의 유지를 잇기 위해 '드라큘라'에게 칼을 겨누는 반인 반 흡혈귀 '알루카드' 등은 게임이나 만화,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한 캐릭터 유형이다.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강렬한 전개와 무서울 정도의 감정 묘사를 넣어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낸 것이 이번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기본적인 완성도도 평균 이상이다. 이미 여러 자체 제작물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넷플릭스답게 작화 수준이 매우 높다. 시즌 내내 소위 말하는 작붕(작화 붕괴)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동화 또한 부드럽고 역동적이다. 특히 ‘캐슬바니아’ 흡혈귀 사낭꾼의 전매특허인 채찍 액션이 압권이며 4화 막바지에 펼쳐지는 ‘트레버’와 ‘알루카드’ 정면승부는 필히 감상할만하다. 살짝 아쉬운 점은 시즌 1은 아직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기 전이라 전투 장면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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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화 수준이 높으며 흡혈귀 사냥꾼의 채찍 액션 또한 훌륭하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다만 화면 가득 선혈과 살점이 튀는 잔혹한 연출은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시커먼 숯이 되어 바스러지는 ‘리사’, 악마에게 도륙 당하는 민중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싸움 도중 피가 튀는 것은 예사이고 손가락이 잘리거나 눈알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런 묘사가 작품에 무게를 더하기도 하지만 고어한 작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시청이 힘겨울 수 있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분량이다.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온 넷플릭스라도 게임원작 성인 애니메이션은 부담스러웠는지 첫 시즌은 달랑 25분짜리 4화로 만들었다. 일본 TV 애니메이션이 매 시즌 13화 정도고 넷플릭스 드라마도 10화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짧다. 때문에 ‘캐슬바니아’ 시즌 1은 배경 설정을 늘어놓고 주인공 일행이 집결하는 순간 끝나버린다. 사실상 악마성 탐험은 시작도 못했다. 말하자면 시즌 전체가 프롤로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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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루카드'가 합류하자마자 시즌이 끝난다, 그야말로 프롤로그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악마성 드라큘라’라는 제목에서 보듯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흡혈귀 사냥꾼도 ‘드라큘라’도 아닌 악마성 그 자체다. 미궁 같은 성을 누비며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얻고, 이를 통해 활로를 개척하는 탐험이야말로 이 시리즈를 20년 넘게 지탱해온 원동력이다. 따라서 아직 악마성에 발도 제대로 들여놓지 못한 ‘캐슬바니아’ 시즌 1은 재미는 있지만 본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된 느낌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시청자의 호응 덕분에 시즌 2 제작이 벌써 확정됐다는 것. 여기에 제작비가 증가해 분량도 대폭 늘어날 예정이며 완성도 향상도 기대해 봄직하다. 실사 영화는 아니지만 게임 원작 영상물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상황에서 ‘캐슬바니아’ 애니메이션은 강렬한 첫 발자국을 찍는데 성공했다. ‘트레버’와 ‘알루카드’가 악마성 최심부의 ‘드라큘라’를 쓰러트리는 그 날까지 몇 시즌이고 장수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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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첫 발자국, 다음 시즌에는 본격적으로 악마성을 탐험하길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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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A로 세번째 발매된 악마성 시리즈. 신 캐릭터로 미남자 저스트가 추가되었다. 주인공 이름은 쥬스트이다. 동료이름은 맥심. 2년전 수행을 떠난 맥심이 상처투성이로 주인공에게 돌아와 그 2명의 소꿉친구였던 리디가...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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