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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성소수자 'LGBT'를 다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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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LGBT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올 한 해 게임업계에서 뜨거웠던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소위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로 불리는 성소수자 문제였다. 이 주제는 연초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 연말 '리그 오브 레전드' 바루스 설정 변화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한 해를 장식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번 화제가 됐다. 사람마다 LGBT 문제에 갖는 인식과 태도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모두가 주목하는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최근 LGBT를 다루는 게임을 보면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게임이 LGBT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게임은 LGBT라는 속성을 주로 괴이함이나 변태성과 연결시켰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게임 속 LGBT는 자유도, 서사성, 사회 참여 등 여러 차원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아예 특별 조명 없이 자연스럽게 LGBT를 등장시키기에 이르렀다. 30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LGBT 만큼 다채롭게 다루어진 주제도 없을 것이다.

과연 게임은 30년 세월 동안 LGBT를 어떻게 다루어왔을까? 한 해의 화제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올해를 달군 주요 이슈인 '게임 속 LGBT'의 역사를 한 번 돌아보자.

1980~1990년대, 게임 속 LGBT는 '기이함의 상징'


▲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트랜스젠더 괴물 '캐서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사실 성소수자가 등장한 게임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86년에 발매된 '문미스트'를 시작으로, 이미 20세기부터 여러 게임이 LGBT 캐릭터들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LGBT는 굉장히 제한된 역할로만 등장했다. 많은 LGBT가 정신적으로 뒤틀린 악당이나 괴물로 묘사됐으며, 이들의 성적 정체성은 기이함을 배가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됐다.

역사적으로 레즈비언이 최초로 등장한 게임은 '문미스트'다. 이 게임은 텍스트 기반으로 선택지를 고르는 상호작용적 소설로, 탐정인 주인공이 '트레실리안'이라는 고성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플롯 중 하나에서 드러나는 바에 따르면 범인은 레즈비언 예술가였으며, 자기 애인이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에 분노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문미스트'가 첫 번째로 LGBT를 등장시킨 게임이라면, 20세기에 가장 유명한 LGBT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은 '슈퍼 마리오 USA'였다. 1988년 출시된 이 게임에는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부 남성이라고 여기는, 다시 말해 트랜스젠더인 '캐서린'이 등장한다. 입이 대포처럼 생긴 분홍색 괴물인 '캐서린'은 게임 중 보스 괴물로 등장하며, 특유의 기괴한 구강구조와 걸걸한 목소리, 그리고 과대망상증 등으로 자주 놀림감이 됐다. LGBT를 각각 살인자와 괴물로 묘사했던 셈이다.


▲ 무자비한 발차기에 맞고 날아가는 '포이즌' (사진출처:위키피디아)

1989년 나온 '파이널 파이트'에서는 적 보스 캐릭터로 등장하는 '포이즌'도 1980년대 화제가 된 LGBT 캐릭터였다. 사실 '포이즌'이 게임사에서 갖는 의미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본래 '포이즌'은 여성 캐릭터였고, 일본 내수용 버전에서만 해도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미국으로 수출할 때 캡콤 USA는 당시 사회 분위기상 플레이어가 남성 캐릭터로 여성 보스를 구타하는 게임이 용납되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고, '포이즌'이 실은 성전환수술자라고 설정을 바꿨다. 신체적으로 여성이라 해도 태어날 때 남성이었다면 폭행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초창기에는 게임이라는 매체에 LGBT를 등장시키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었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 LGBT를 보다 노골적으로 등장시킬 만한 사회적 여건이 조성됐다. 그렇게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는 풍조가 사라지면서 LGBT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됐는데, 그와 함께 이들을 더욱 기괴하게 묘사하는 일도 생겨났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스꽝스러운 변태 게이' 이미지를 심어준 캐릭터 '애쉬'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스트리트 오브 레이지 3'에 등장한 테러 조직 간부인 '애쉬'는 싸움 중에도 하이레그 레오타드에 스타킹을 입고 하이 힐 부츠를 신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의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은 안짱다리로 우스꽝스럽게 뛰어다니며 수시로 추파를 던지는 행동이다. 이로 인해 '애쉬'는 게이라는 성적 취향을 과장되고 기괴하게 희화시킨 캐릭터로 오래도록 회자됐다.


▲ '그로버 남작' (좌), '가브리엘 나이트' (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여기에 조금 더 사악하고 기괴한 이미지를 보여준 게이 캐릭터도 있다. 1995년 발매된 어드벤처 게임 '더 비스트 위딘: 가브리엘 나이트 미스테리'의 악당 '그로버 남작'은 사실 살인과 식인을 일삼는 게이 늑대인간이다. 그는 강인한 남성을 유혹해 홀리고 자신과 같은 늑대인간으로 감염시키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는 지적이고, 친절하며, 주인공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은 위장일 뿐이다. '그로버 남작'은 태생적 늑대인간으로 인간을 살해하고 인육을 먹는 데 거리낌이 없는 존재이며, 주인공에게 접근한 것도 자기 지배욕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그로버 남작'은 특히 '동성애가 전염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보여준 캐릭터였다. 그 외에도 여러 뱀파이어나 서큐버스 캐릭터들이 동성애, 혹은 양성애 성향 괴물 캐릭터로 묘사됐다. 이들은 대개 희생양을 성적으로 유혹해 LGBT로 만드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했다. 이러한 예들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게임들이 LGBT를 주로 '기이함' 차원에서 다루었음을 보여준다.


▲ '뱀파이어' 시리즈의 양성애자 서큐버스 '모리건'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이렇듯 LGBT 캐릭터는 철저히 주변부에 머무르는 '타자적 존재'로 남아있었다. 이러한 기조는 당시 LGBT를 긍정적 관점에서 심도 있게 다룰 수 없었던 사회 분위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소비자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던 게임도 LGBT를 기이한 악당으로 묘사하거나, 조금 특이한 이스터 에그 정도로 등장시킨 것이다. 하물며 주인공이 LGBT인 게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성적 선택, 자유와 선택의 영역으로 들어서다


▲ 돈만 내면 동성애도 해주겠다는 '울티마 6'의 집시 (사진출처: LGBTQ 비디오 게임 아카이브)

그러나 1990년대가 지나면서 게임업계는 점차 새로운 관점에서 LGBT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바로 '자유도'라는 측면이었다.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뜻하는 '자유도'는 RPG 장르의 발전과 함께 게임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 많은 개발자들이 '자유도' 증진을 위해 창의적 시도를 했고, 그 결과 캐릭터 꾸미기, 아이템 제작, NPC와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시스템이 새롭게 고안됐다.

그런데 일부 개발자들은 '자유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캐릭터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까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보았다. 바로 '플레이어가 스스로 캐릭터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정할 수 있는 자유'였다. '자유도' 보장을 위해 LGBT 캐릭터로서의 선택권까지 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 '울티마 7'에 등장한 동성애 매춘 장소 (사진출처: LGBTQ 비디오 게임 아카이브) 

사실 '자유도'를 위해 LGBT를 허락했던 최초의 게임은 1990년에 이미 등장했다. 높은 '자유도'로 유명한 '울티마 6: 거짓 선지자'에는 매춘을 하는 집시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은 남성과 여성 둘로 구성되어있으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어느 쪽과도 동침이 가능하다. 이어서 1992년에 발매된 '울티마 7: 검은 문'도 매춘을 통해 동성과 잠자리를 함께 하는 선택지가 제공됐다. 다만 '울티마'는 어디까지나 '특이한 선택'이라는 차원에서 동성애를 다루었을 뿐이었다.

보다 의미 있게 LGBT를 다룬 작품으로는 1998년 발매된 '폴아웃 2'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은 최초로 동성간 결혼을 다룬 작품으로, 주인공은 NPC '미리아'와 '다빈'을 상대로 성별 무관하게 혼인서약을 하고 동침할 수 있었다. 비록 이 선택이 게임 전체 내용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울티마' 시리즈에 비해 한 발 더 나아간 동성결합이 가능했던 셈이다.


▲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심즈'의 게이 커플 (사진출처: Game Studies)

2000년 발매된 '심즈'는 본격적으로 LGBT를 지원한 게임이었다. 보통 시민의 일상을 다룬 '심즈'는 캐릭터의 의식주를 포함한 삶 전반을 플레이어가 직접 통제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에는 성적 취향과 행위도 포함됐다. '심즈'에서는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어느 쪽으로든 캐릭터를 발전시킬 수 있었고, 다양한 애정표현 및 성행위까지 가능했다. 단, 성행위는 확장팩 '별난 세상'에 추가된 침대를 통해서만 가능했으며, 적나라한 장면이 실제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 후로 자유도를 중시하는 게임이 LGBT를 다루는 일은 점점 늘어갔다. 2004년 발매된 '페이블'과 '더 템플 오브 엘레멘탈 이블',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 블러드라인'는 모두 주인공을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로 설정할 수 있었으며, 게임 내에서 여러 종류의 성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선택지가 제공됐다. 2006년 나온 '불리'는 10대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를 소재로 사용했으며, 2008년 '세인츠 로우 2'와 2011년 '엘더 스크롤 5: 스카이림' 등도 여러 종류의 성애와 성 정체성을 묘사했다.


▲ '페이블' 시리즈는 3편까지 동성 결혼을 전통 콘텐츠로 삼았다 (사진출처: LGBTQ 비디오 게임 아카이브)

그러나 '자유도' 차원에서 LGBT를 다루는 게임이 실제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룬 일은 여전히 많지 않았다. 제공되는 선택지는 대부분은 스토리상 중요하지 않고 꼭 해야 할 필요도 없지만, 원하면 할 수도 있는 정도 수준이었다. 구색 맞추기에 가까웠던 셈이다. 이 시기에도 여전히 많은 게임이 '우리는 이런 것도 지원한다'는 식으로 '독특함'에 초점을 맞춰 LGBT 선택지를 제시했다.

이렇듯 2000년대에 게임은 LGBT를 '자유도'라는 차원에서 다루었다. 플레이어는 자기 캐릭터를 LGBT로 만들 수 있었고, 게임 내 인물들과의 관계와 연애요소를 통해서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LGBT 콘텐츠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게임은 많지 않았고, 피상적으로 다루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LGBT 중심 서사의 등장


▲ 10대 소녀들의 사랑을 다룬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2010년대에 게임이 LGBT를 다루는 방식은 또 한 번 변화한다. 1980~1990년대에 '기이함'이라는 프레임으로, 2000년대에는 '자유도'라는 프레임으로 LGBT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LGBT 캐릭터의 이야기 자체에 초점을 맞춘 서사가 대두한 것이다. 이 시기 발매된 게임은 주로 LGBT가 겪는 고뇌, 비애, 갈등 자체를 드라마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천성을 지녔다는 이유로 혐오와 멸시의 대상이 되고, 극심한 박해를 당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좋은 주제이자 소재가 됐다. 이러한 기조는 게임이 예술매체, 혹은 사회적 매체로 인정받는 분위기 속에서 계속해서 강화됐다. 게임은 상호작용성이라는 특징 덕분에 대중에게 LGBT가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생각해보게 해줄 최적의 매체로 간주됐다. 일부 개발자들은 사회고발적인 차원에서 사명감을 갖고 LGBT 문제를 게임에 담고자 했고, 차츰 LGBT를 심도 있게 다룬 스토리텔링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 가장 잘 묘사된 게임 속 게이로 꼽히는 '도리안 파부스' (사진출처: 바이오웨어 공식 홈페이지)

LGBT 스토리텔링을 전면에 내세운 가장 유명한 게임은 아마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일 것이다. 이 게임은 LGBT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단순한 선택지를 넘어 게임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으로 녹여냈다. 예를 들어 마법사 동료 '도리안 파부스'는 지적으로 매우 뛰어나며 정의로운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천성적으로 게이이며, 그 탓에 가족과 고국으로부터 멸시 당해 스스로 방랑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플레이어는 '도리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알게 된다. 귀족인 그의 아버지는 '도리안'이 가문을 이을 수 있도록 다른 귀족 가문의 여성과 혼인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도리안'은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드러냈으며, 이에 아버지는 자식이 식물인간이 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마법으로 그를 이성애자로 만들고자 했다. 결국 '도리안'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는 자기 선택에 따라 '도리안'과 가족을 화해시킬 수도, 혹은 지금 상태대로 방치할 수도 있다. 또한 그를 위로하다 연인이 되거나, 다른 범성애자 동료 '아이언 불'과 맺어지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LGBT가 처한 고립적 처지와 비극을 바탕으로 여러 극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실제 LGBT가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어떤 박해를 받는지도 이해시킨 것이다. 이러한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의 LGBT 스토리텔링은 큰 찬사를 받았다.


▲ '라스트 오브 어스: 레프트 비하인드'의 두 레즈비언 주인공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외에도 2010년대에는 LGBT 이야기를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다룬 서사의 게임들이 여럿 발매됐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두 10대 여성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어드벤처 게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두 여성 생존자가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라스트 오브 어스: 레프트 비하인드', 양성애자 아버지가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남성과 사랑에 빠지며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드림 대디' 등이 있다.

게임의 LGBT 중심 서사는 이처럼 LGBT 주인공, 혹은 중심인물의 세밀하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플레이어가 실제 LGBT의 처지를 이해하고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해보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게임이 사람의 감수성과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임 예술론'의 주요한 근거 중 하나로 활용되기도 한다.


▲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바루스'처럼 외면 받은 LGBT 스토리텔링도 많다 (사진출처: 공식 영상 갈무리)

그러나 동시에 비판도 있다. 그 중에 하나는 다양한 성소수자 중에서도 유독 게이와 레즈비언만 긍정적으로 조명되고 선택지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트랜스젠더, 트랜스섹슈얼, 무성애 등 여러 성애가 있지만, 게임은 10년 넘게 동성애만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게임이 여전히 동성애를 제외한 다른 성소수자는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LGBT가 지나치게 부각된다는 주장도 있다. LGBT를 인정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플레이어 자신이 LGBT 연애를 하는 것은 피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게임은 플레이어 캐릭터를 너무 자주 LGBT 연애에 노출시키며, 그로 인해 이해는 고사하고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일도 있다.

게임이 그리는 LGBT의 미래


▲ 큰 반향을 일으킨 '트레이서'의 레즈비언 설정 (사진출처: '오버워치' 공식 홈페이지)

이렇듯 게임이 LGBT를 그리는 방식은 계속 변화해왔다. 기이함을 부각시키는 장치로만 활용되던 시절이 있었고, 자유도를 위한 선택지로 제시되던 때도 있었다. 또 최근에는 LGBT 자체에 초점을 맞춘 서사가 유행했다. 그리고 물론, 앞으로도 게임이 LGBT를 그리는 방식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라질 전망이다.

주목할 만한 방식 중 하나는 2016년 12월 블리자드가 '오버워치'를 통해 보여준 방식이다. 당시 블리자드가 공개한 '오버워치' 공식 만화 '성찰'은 사실 '트레이서'가 레즈비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만화는 각 영웅들이 성탄절을 보내는 여러 모습을 조명했는데, 그 중 여성 영웅인 '트레이서'가 동성연인의 집에서 진한 키스를 나누는 모습이 보여진 것이다.

이전에 '트레이서'는 게임 내에서는 물론 공식 홈페이지에도 레즈비언으로 언급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블리자드는 '트레이서'가 레즈비언이라는 점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명시하는 대신, 지나가듯 보여준 일상적인 장면만으로 레즈비언임을 드러낸 것이다. LGBT임을 거의 부각조차 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게임들과는 확연히 차이 나는 연출이었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사실 이성애자 캐릭터도 게임 내에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성이 명시되는 일은 드물다. FPS '오버워치'에서 그들의 성적 감수성과 취향을 일일이 조명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LGBT만 따로 표시한다면, 이는 LGBT가 따로 표시해야 할 만큼 특이한 면모라는 이야기가 된다.

블리자드는 LGBT가 특별하거나 기이한 것이 아니라, 이성애와 크게 다르지 않은 취향임을 주장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택한 것이다. 블리자드가 '트레이서'가 레즈비언임을 드러낸 연출은 LGBT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호들갑스럽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철학을 반영한 셈이었다. 이처럼 LGBT를 작위적으로 보여줄 필요 없다는 주장은 최근 큰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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