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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에서 14조로, 그래프로 본 한국 게임산업의 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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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물 배경으로만 생각했던 2020년이 도래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화성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도 없지만,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변화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상전벽해라는 고사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단적인 예로 21세기 첫 해인 2000년, 국내 게임시장 전체 매출 규모는 2조 9,682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8년에는 5배 가까이 성장한 14조 2,902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약 3.9배 커진 세계 게임시장보다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2018년에만 연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한 국내 게임사가 네 곳이나 나왔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게임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통해 그래프로 살펴보자.

▲ 연도별 국내 게임시장 전체 규모 (자료: 게임메카 제작)

200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게임시장은 전반적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비록 2006~2007년에는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시장 규모가 절반 가까이 축소되고 아케이드게임 업계가 빈사 상태에 놓였지만, 부분유료화 모델 도입을 필두로 무섭게 치고 올라온 PC 온라인게임에 의해 다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국내 게임시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며 10조 원 돌파를 눈 앞에 뒀었지만, 2013년 소폭 감소하며 정체기를 맞이한다. 국내 게임시장 점유율 1위인 PC 온라인게임이 하락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인데, 이 빈자리를 모바일게임이 채워갔다. 모바일게임은 폭발적인 성장세로 2017년 PC 온라인게임 시장을 추월했고, 이에 힘입어 국내 게임시장 전체 규모도 13조 원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이러한 모바일게임이 2018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전체 성장률 역시 전년에 비해 조금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도별 국내 아케이드게임 시장 규모(아케이드게임 + 아케이드게임장, 자료: 게임메카 제작)

지금은 다소 와닿지 않겠지만, 2000년만 해도 아케이드 게임은 시장 규모 1조 5,255억 원으로 국내 1위 게임 플랫폼이었다. 몇 년 전 PC 온라인게임, 최근 모바일게임처럼 말이다. 그러나 콘솔과 PC 보급이 늘어나고 주 이용층이 오락실 대신 PC방을 찾기 시작하며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사양세에 접어들었다. 

그 와중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 게임은 독이 든 성배처럼 유입되기 시작했다. 2004년 말부터 국내에 본격 상륙한 사행성 게임들은 아케이드게임 시장 규모를 약 4배 가까이 키웠지만, 곧이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며 강도 높은 단속과 규제를 받게 됐다. 결국 2007년 아케이드게임 시장은 전년대비 약 97.5% 축소됐고, 2017년 인형뽑기 붐으로 다소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 게임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 연도별 모바일, PC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 (자료: 게임메카 제작)

반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PC/온라인게임 시장은 한 해도 빠짐없이 성장을 거듭해 아케이드를 제치고 국내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13년 들어 신작 부재가 지속되고 스마트 기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2013년 들어 처음으로 시장 규모가 19.6% 하락했다. 

한편, 모바일게임은 2000년만 해도 시장 규모가 100억 원 미만일 정도로 매우 소규모였다. 이후로도 꾸준히 비주류 플랫폼 자리를 유지하며 아이폰 3GS로 본격화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지 3년차인 2011년에도 5,000억 원을 채 넘지 못했지만, 그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면서 2013년엔 무려 2조 3,277억 원 규모로 폭발적 성장을 보였다.

▲ 연도별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 수 (자료: 게임메카 제작)

이쯤에서 잠시 게임업계 종사자 수를 보자. 바다이야기 사태 여파로 2005년 6만 669명에서 이듬해 3만 2,714명으로 줄었지만, PC/온라인게임을 비롯한 기타 플랫폼은 그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덕분에 종사자 수는 2007년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상승세는 2012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게임업계 종사자 수가 갑자기 준 것은 2013년이다. 2011~2012년에 5만 명을 넘어서던 종사자 수가 갑자기 1만 명 이상 줄었다. 최상단의 한국 게임시장 규모 그래프를 보면 2013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줄긴 했지만, 그 수치는 아주 미미하다. 즉, 당시 종사자 수의 급격한 하락은 주류가 되는 게임 플랫폼이 변화함에 따른 특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2013년도엔 PC/온라인게임 시장 규모가 1년 새 19.6% 하락한 시기였다. 지금은 옛말이 되긴 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PC/온라인게임은 개발과 서비스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반면 모바일게임은 적은 인력으로도 특출난 아이디어만 있으면 개발이 가능한 분야였다. 즉, 국내 게임시장의 초점이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벌어진 인력 감축이라고 볼 수 있다.

모바일게임은 이후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017년에는 PC/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를 추월했다. 2012년 기준 PC 온라인게임 규모는 모바일게임보다 8.5배 가량 컸는데, 이러한 격차를 단 5년 만에 추월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MMORPG와 수집형 게임 등 특정 장르에 편중된 점, 확률형 아이템을 주축으로 한 강도 높은 BM에 대한 반발심 확대, 가장 큰 해외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이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를 발급하지 않고 있는 점 등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실제로 2019년 상반기 지표를 보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02%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2019년 전체 성장 예측치도 5.1%에 불과하다.

▲ 연도별 국내 게임업계 수/출입 규모 (자료: 게임메카 제작)

위에서 중국 수출길이 막힌 이야기를 한 김에, 국내 게임업계 수/출입 규모 변화도 살펴보자. 2002년만 해도 수출액과 수입액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수출 규모가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수입 규모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약 10년 간 감소를 거듭해 현재는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다. 위 그래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017년 수출액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59억 2,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수출이 크게 늘었던 것이 주효했다. 서머너즈 워, 리니지2 레볼루션 등을 앞세운 모바일게임 수출액이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PC온라인게임도 배틀그라운드가 크게 흥행하며 60% 이상 상승한 것이다. 다만, 2017년 2월부터 시작된 중국 판호 미발급이 장기화되며 2018년에는 8.2% 상승에 그쳤다.

▲ 국내 콘솔게임 시장 규모 (자료: 게임메카 제작)

마지막으로 국내 콘솔게임 시장 규모를 보자. 국내 콘솔게임 시장은 전체적으로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지만, 콘솔기기 세대 교체에 큰 영향을 받으며 널뛰기를 반복했다. 2007년 상승세는 2006년 2월과 2007년 6월에 출시된 7세대 콘솔 Xbox360과 PS3의 영향이 크다. 2009년 5,000억 원을 돌파한 국내 콘솔 시장은 2013년 1,000억 원 밑으로 내려간 이후 다시 반등하는데, 이 역시 8세대 콘솔 Xbox One과 PS4 출시와 맞물려 있다. 이후 2017년 말 닌텐도 스위치까지 합류하며 국내 콘솔 게임시장은 5,000억 원 선을 다시 회복했다.

지금까지 21세기 들어 대한민국 게임업계 변화를 살펴봤다. 분야 별로 크고 작은 위기와 부침이 있었음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꾸준히 해법을 찾아나가며 발전을 거듭해 전세계 게임시장 성장률을 앞질렀다. 그 결과 한국 게임시장은 2018년 기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전세계 네 번째로 큰 시장이 되었다. 과연 최근 대두되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 위기론은 저 그래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꾸준히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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