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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스터M은 엔씨의 라이트 유저 공략 위한 첫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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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릭스터M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지난 7월, 엔씨소프트가 엔트리브를 인수한 후 처음으로 엔트리브라는 이름으로 신작 발표회를 열었다. 인수 시점이 2012년이니 무려 8년 만이다. 엔트리브를 앞세워 오프라인 발표회를 마련한 것은 엔씨소프트 내부적으로도 엔트리브표 신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발표된 신작 중에는 엔트리브 대표작이지만 아쉽게도 명맥이 끊긴 트릭스터와 팡야가 있다. 두 게임 모두 온라인 시절 큰 인기를 끌었기에 시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시장에서 리니지로 대표되는 무게 있는 게임에 집중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엔씨소프트가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엔트리브 IP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트릭스터M을 통해 보는 엔씨소프트의 노림수

엔트리브 모바일 신작 중 가장 출시에 근접한 타이틀은 모바일 MMORPG 트릭스터M이다. 공개 당시 엔씨소프트는 트릭스터M을 ‘귀여운 리니지’라고 이야기했다. 땅을 파서 아이템을 얻는 드릴액션과 귀여운 2D 도트 그래픽에, 몸으로 적을 막는 필드쟁으로 대표되는 엔씨소프트 모바일 MMORPG 노하우를 녹여 넣었다는 뜻이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과금이다. 엔트리브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이성구 총괄 프로듀서는 “리니지 아인하사드(유료 성장형 버프) 같은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며, 강화 실패 시 아이템이 파괴되는 것도 없다”라며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 BM을 따라가지만, 좀 더 라이트하고 접근성 높게 가져가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 트릭스터M은 '귀여운 리니지'로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라이트하고 접근성 높게’라는 것은 어떠한 유저를 겨냥한 것일까? 그간 엔씨소프트가 주 타깃으로 삼은 유저층은 30대 이상 남성이다. 20대 유저도 있지만, 리니지는 모바일과 온라인 모두 핵심 유저층은 30~40대고, 50대도 적지 않다. 구매력 있는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좋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좀 더 낮은 연령대 유저를 포섭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부분에서 보면 트릭스터M은 엔씨소프트 노하우를 접목하되, 좀 더 가벼운 게임성과 과금을 앞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연령대가 낮은 유저가 부담스러워할 부분을 덜어내고, 원작의 아기자기한 면모를 앞세워 20대를 넘어 10대 유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성구 총괄 역시 “좀 더 라이트하고, 저연령 유저에게 리니지가 가진 쟁의 맛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 엔트리브 신작 발표회 현장에서 발언 중인 이성구 총괄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또 다른 신작 팡야M도 방향성이 비슷하다. 원작 특징에 엔씨소프트 노하우를 결합하고, 가벼운 게임성과 과금을 앞세운다. 팡야는 온라인 시절부터 가벼운 골프를 지향했으나, 유저들이 체감하는 난이도는 달랐다. 정확한 각을 재기 위해 각도기와 공학용 계산기를 옆에 놓고, 삼각함수까지 동원해 게임을 했던 유저가 많았다. 게임을 깊게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은 팡야가 오래 인기를 끌었던 요인이었으나, 초보 유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에 엔씨소프트가 접목한 것이 RPG 노하우다. 캐릭터 육성 요소를 더해서 샷에 쏠려 있던 플레이 비중을 분산시켜 컨트롤 부담을 낮춘다는 설명이다. 꾸준히 플레이하며 캐릭터를 키우면 정밀한 계산 없이도 홀인원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금 부담을 낮추려는 노력도 있다. 플레이에서 중요한 부분은 캐릭터와 특수샷 ‘팡게아’를 모으는 것인데, 두 가지 모두 과금 없이 플레이를 통해 모은 무료재화나 소재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 팡야M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유저층을 넓히려는 이유는?

물론 트릭스터와 팡야는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온라인게임이라 이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3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다만 두 게임 모두 성인을 지향한 리니지보다 귀여운 이미지에, 가벼운 게임성을 지녔고, 모바일에서도 이 기조를 이어간다. 이를 바탕으로 원작을 기억하는 팬과 함께 20대 이하의 저연령 유저를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렇다면 엔씨소프트는 왜 유저층 확대에 힘을 기울이는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현재 구조로는 시장에서 장기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 풀이된다.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보다 출시 후 매출 하락폭이 가파르고, 엔씨소프트 역시 이를 충분히 체감했다. 2020년 1분기와 2분기 리니지2M 매출을 비교하면 3,411억 원에서 1,973억 원으로 42% 줄었다.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당시 윤재수 CFO는 6월 말부터 시작된 주요 업데이트를 앞두고 사업 강도를 조정하기도 했으나, 출시 시일이 경과하며 매출 감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매출 (자료제공: 엔씨소프트)

온라인게임이 주력이던 시절 엔씨소프트는 다작보다 소수정예로 승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그런데 모바일 중심으로 넘어오며 게임 수명이 짧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국내 유저 취향도 파편화되며 기존 전략에 한계가 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을 성장시키고 싶다면 전보다 많은 게임을 내면서도, 리니지로 꽉 잡은 30대 이상 남성 외에 새로운 유저층이 필요하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캐주얼게임에서 히트작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온라인 시절에는 주력 라인업에만 집중해도 괜찮았지만, 모바일에서는 전보다 다방면에서 자주 신작을 내는 것이 필수다. 엔씨소프트가 트릭스터, 팡야로 대표되는 엔트리브 IP를 다시 발굴한 배경에는 기존 자사 게임과 다르면서도, 시장 가능성이 있는 가벼운 게임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 분석된다.

새 먹거리 찾기는 엔씨소프트 사업방향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올해 엔씨소프트가 강조한 또 다른 부분은 해외 진출인데, 오는 11월에 엔씨웨스트가 북미와 유럽에 출시하는 퓨저는 PC, 콘솔 패키지에, 디제잉을 소재로 한 리듬 게임이다. 자체 개발작이 아닌 퍼블리싱 타이틀이지만, 기존 엔씨 게임과는 180도 다른 색이다. 퓨저가 해외에서 새 분야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보여준다면, 국내에서는 트릭스터M을 필두로 한 엔트리브 모바일게임이 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 트릭스터M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트릭스터M은 엔씨소프트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까?

그렇다면 엔트리브 신작 선봉에 설 트릭스터M 성공 여부가 중요해진다. 정확한 출시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지난 7일 티저 영상 2종이 공개됐고, 오는 14일에는 게임을 자세하게 소개할 가이드 영상이 공개된다. 아울러 7월에 진행된 엔트리브 신작 발표회에서 연내 출시를 밝혔기에, 올 연말 출시가 유력하다.

트릭스터M은 리니지와 다른 노선을 타기 때문에 많은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가 아닌 게임으로도 모바일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트릭스터M을 바탕으로 ‘린저씨’가 아닌 유저도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아울러 트릭스터M이 흥행가도에 오른다면 팡야는 물론 엘리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처럼 과거에 묻혀 있는 엔트리브 IP가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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