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분석] 원신의 역주행에는 캐릭터에 대한 팬심이 있다

작년 11월부터 2개월 넘게 30위권을 맴돌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원신이 기력을 되찾았다. 이번 주에 무려 15계단을 훌쩍 뛰어 22위에 자리한 것이다. 이는 작년과 올해 초를 통틀어 원신이 달성한 가장 높은 순위이며, 순위로 보면 사전 기대감이 하늘을 찌를 기세였던 라이덴 쇼군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뒀다.

직접적인 요인은 지난 5일 진행된 2.4 업데이트다. 이번 패치를 통해 추가된 신규 캐릭터 신학과 운근에 대한 반응도 좋았으나 수요가 높은 소, 감우, 종려가 복각 캐릭터로 자리하며 해당 캐릭터를 원하고 있던 유저 입장에서는 복귀각이 제대로 열렸다. 아울러 각청 신규 코스튬과 진행의 묘에 리월 4성 캐릭터를 보상으로 주는 해등절 이벤트로 호평을 끌어냈다.

다만 업데이트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원신은 업데이트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완성도를 높인 콘텐츠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제작진이 힘을 쏟는 부분은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외모가 출중한 것을 넘어 플레이를 통해 사연을 풀어가는 맛을 살렸고, 공개 과정에서도 배경 스토리, 플레이 영상, 캐릭터 소개 영상을 각각 제시해 기대감을 자극한다. 2.4 업데이트에서도 경극 테마가 부담스럽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던 운근을 실제 플레이에서는 기획 의도를 살리면서도 설득력 있게 완성하며 여론을 뒤집었다.

원신은 작년에 트위터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게임 1위에 자리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2차창작이 활발하며, 이를 소재로 삼아 원신은 게이머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캐릭터 완성도에 대한 고집을 토대로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저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 부분은 향후에도 원신이 롱런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머 사이에서 ‘세기말’이라 불리는 리그 막바지를 맞이한 패스 오브 엑자일이 이번 주에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번 주에 무려 11계단이 하락해 46위에 그친 것이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시즌제 기반으로 운영되며, 지난 10월에 시작된 스컬지 리그가 종료되고, 2월 초에 신규 확장팩이 출시될 예정이다. 순위 하락폭은 큰 편이지만 이전 시즌보다 유저 평가도 준수한 편이고, 시즌 말에 50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고 순위권을 지키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리마스터를 앞세운 디아블로 2가 여전히 TOP10을 지키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와중, 오는 13일부터 직접적인 경쟁자로 분류되는 핵앤슬래시 신작 언디셈버가 출시된다. 실제로 언디셈버는 이번 주에 소폭 상승한 가운데 패스 오브 엑자일은 물론 디아블로 3도 소폭 하락하며 잠잠했던 핵앤슬래시 장르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3자 경쟁구도는 다음주에 더 뚜렷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주 상위권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가 3계단을 뛰어 14위에 자리했다. 이는 작년 9월 중순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현재 와우는 8번째 확장팩 ‘어둠땅’의 마지막을 장식할 9.2패치를 앞두고 있다. 안두인, 간수가 보스로 등장하는 레이드와 함께 실바나스 등 주목도 높은 인물에 관련된 스토리를 풀어낼 전망이라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어둠땅은 이전 확장팩과 비교하면 패치 속도가 느린 편인데, 9.2패치를 통해 콘텐츠 공백이 해소되리라는 부분도 게임에 힘을 더해준 것으로 보인다.

하위권에서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가 2주 연속 상승하며 36위에 자리했다. 특히 지난 6일부터 인기 캐릭터로 손꼽히는 ‘수’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슈퍼수’를 획득할 수 있는 기간 한정 이벤트가 진행되며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크레이지 아케이드 역시 이슈에 따라 순위 등락폭이 큰 경향을 보였기에 상승한 순위를 얼마나 길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