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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스포츠, 웹보드게임 국내서도 인정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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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고포류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가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2020년 3월에는 일정 이상 돈을 잃으면 게임 접속을 막는 '1일 손실한도' 제도가 사라지더니, 지난 5월에는 게임머니 월 구매 한도가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늘어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다. 이런 규제 완화의 효과는 대단했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고포류 게임들의 매출 순위가 점차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 추석에는 구글 매출 순위 10위 권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규제도 조금씩 완화되고 있고, 해외에선 스포츠로도 인정받는 웹보드게임들이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도박의 연장선, 사행성 게임의 끝판왕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제아무리 과거 바다 이야기의 사례가 있다지만, 발전의 가능성을 너무 억누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 최근 게임물등급을 받지 못한 '피망 카지노'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피망)

해외에선 도박보다는 게임으로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웹보드게임에 대한 해외 인식이다.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트럼프 카드 게임은 순수한 게임으로 분류돼 정부 규제에서 매우 자유롭다. 실제로 솔리테어나 러미 계열은 평범한 보드게임으로 인식돼 집에서도 손쉽게 즐기곤 한다. 이는 포커도 마찬가지다. 미국 법원 판결에 따르면 포커는 도박에 포함되지 않으며, 여러 국제 포커 대회가 열리는 등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인식은 웹보드게임에도 그대로 적용돼 있다. 블랙잭이나 포커 정도는 스팀을 비롯한 여러 PC ESD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으며, 모바일도 이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몇몇 게임은 F2P가 아니라 패키지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게임성 자체에 자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판매 방식이다.  확실한 건 이런 플레잉 카드게임 모두 남다른 저변을 자랑하고 있으며, 엄연한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게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한 게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베팅'이라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사행성을 띄기 쉽지만, 사행성 요소를 없야면 각종 심리전과 계산전이 점철되어 있는 훌륭한 스포츠다. 우리나라에서 저변이 얕아서 그렇지 국제 포커 대회가 심심찮게 열리는 데다가, 상금 단위도 굉장히 크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이 이쪽으로 종목을 전환할 정도로 게임성이 탄탄하다는 뜻이다. 

▲ 스팀에서 'poker'를 검색하면 정말 수많은 게임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홈페이지)

실제 최근에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 홍진호가 가장 권위있는 포커대회에거 우승을 한 바 있다. 홍진호는 매년 개최되는 ‘2022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 76번째 이벤트 865명의 참가자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미 3주 전에 열린 원 서머 클래식 메인 이벤트에서도 우승한 바 있다. 홍진호 외에도 임요환, 베르트랑, 기욤 패트리, 심소명 같은 유명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이 갬블러로 종목을 변환하고 있는 중이다. 

2022 WSOP에서 우승한 홍진호 (사진출처: WSOP 공식 홈페이지)
▲ 2022 WSOP에서 우승한 홍진호 (사진출처: WSOP 공식 홈페이지)

뽑기보다 건전하지만, 사행성 딱지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도박게임, 사행성 모사 행위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법에서는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 경마나 경륜, 카지노 등을 모사한 게임물을 사행성게임물로 분류한다. 이는 웹보드게임 종목 대부분이 스포츠가 아닌 도박장에서 주로 사용돼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법도박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살펴보면 의외로 웹보드게임 대다수는 사전적 의미의 사행성과는 거리가 멀다. 블랙잭을 비롯해 포커, 이와 비슷한 룰을 지닌 고스톱, 섯다 등의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핵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은 장기 플레이 시 오로지 '실력'으로 게임의 성패가 결정된다. 즉, 운이 좋으면 일확천금이 가능하다는 등의 기대를 임의로 준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컴플리트 가챠가 적용된 게임들이야말로 순수하게 확률로만 아이템의 성능이 결정되기 때문에 사전적 의미의 사행성에 부합한다 볼 수 있다.

▲ 게임법에 적혀 있는 '사행성게임물' 규정 (사진출처: 게임물관리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보드는 여전히 게임보다는 도박에 가까운 규제를 받고 있다. 규제가 완화된 현재에도 웹보드게임은 유일하게 결제 한도를 가지고 있는 장르이며, 그 한도 역시 70만 원으로 굉장히 작은 편이다. 약간의 규제 완화가 구글 매출 순위에 큰 역할을 미치는 것을 보면, 이는 명백히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크게 억누르는 요소로 해석된다. 

점진적인 규제 완화 위해서는 자체적인 분위기 쇄신 노력 필요

물론, 불법 베팅과 환전, 조작 등을 자행하는 회사나 게임도 많다. 이런 경우는 분명히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여기에, 건전한 웹보드게임 문화를 펼치려는 대형 플랫폼들도 환전에 대한 우려에서 마냥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불법 업체 및 불법 환전상에 대해서는 당연히 강력한 법적 절차를 통해 처벌해야 하며, 모니터링과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 배급사와 개발사도 클린 캠페인과 자체 감시 시스템을 확립해 이를 막기위한 노력을 겸해야 한다. 국가와 퍼블리셔의 공동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앱 광고나 여러 퀘스트, 이벤트 등 여러 방식으로 게임머니를 제공하고, 사행성 요소를 최소화한 건전한 웹보드게임도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게임에 대한 역차별을 막기 위해선 현 시점에서 절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처럼 모든 웹보드 게임들을 강력히 규제하기 보단, 보다 다양한 방식의 BM과 자정작용을 유도하면서 서서히 결제 한도를 완화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건전한 웹보드게임문화가 자리잡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을 통한 포커 대회 등을 보다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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