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올림픽 정식 종목화는 게임업계에서 오래 전부터 바라온 염원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처음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지난 8일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며 게이머들을 설레게 했다. 비록 전 세계가 참여하는 올림픽은 아니지만, 아시아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만큼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갔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올림픽 위원회(IOC) 세르미앙 응 수석부위원장이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폭력이 담긴 어떤 형태의 e스포츠와도 제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실제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비슷한 기조로 인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대인사격이 배제된 일종의 ‘트라이애슬론’ 형태로 진행된 바 있다. 시청자 지표나 대표팀 메달 성과를 떠나, 본 게임과 너무나도 다른 형태였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다음 국제대회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도 중요해졌다.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대회는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다. 추후 IOC가 태도를 바꾸거나 폭력성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다면, 해당 대회에 나온 게임들이 2028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과연 어떤 게임들이 후보가 될만한지 인지도와 프로 e스포츠 리그 유무, 지난 국제대회 선정 이력 등을 고려해 정리해봤다.
단연 빠질 수 없는 후보 1순위 ‘리그 오브 레전드’
후보 1순위는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 전부터 e스포츠 부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저층이 탄탄하다. 특히 5 대 5 팀 단위로 진행되는 경기 방식 덕분에 승부 조작이나 편파 판정, 약물 도핑과 관련된 기록 이슈 등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챔피언 밴픽 전략이나 팀별 운영 방식에 따라 경기 양상도 다양하게 펼쳐져 보는 재미가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다만, 양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포탑 파괴 숫자나 글로벌 골드 획득량 같은 가시적인 지표 외에도 감안해야 할 요소가 다양하며, 대규모 싸움이 펼쳐질 때 상황을 한눈에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올림픽은 해당 종목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러한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뽑힌다. 대신 폭력성 부분은 묘사 정도가 비교적 낮으며, 이번 아시안게임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은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리그 오브 레전드와 세트로 취급되는 ‘도타 2’
한 때 유럽은 ‘도타 2’, 아시아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인기를 얻는 지역이 다를 뿐, 게임성 면에서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에 비해 다소 밀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도타 2도 많은 유저 수를 자랑한다. 실제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와 함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물론 낮은 직관성 문제를 지녔다는 약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슈팅게임 후보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발로란트’
RPG, AOS와 함께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뽑히는 슈팅게임은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발로란트’ 정도가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도 배틀그라운드가 모바일까지 고려했을 때 인도나 중국, 중동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인기를 자랑하는 만큼 가장 유력하다. 작년 게이머스 8에서는 포트나이트, 레인보우 식스 시즈에 이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슈팅게임 종목으로 선정됐으며,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슈팅게임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살상무기인 총으로 사람을 직접 쏜다는 점은 역시 폭력성 부분에서 위험 요소다. 여기에 발로란트를 제외한 게임들은 배틀로얄 구조로, 60명이 넘는 인원이 한 맵에서 동시에 경기를 펼치는 부분이 약점이다. 중계진 입장에서도 어디를 봐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더더욱 난해하다. 이 같은 점은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같은 배틀로얄 장르 게임들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특별 제작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회용 버전도 어떤 선수가 뭘 잘했는지 알아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격투게임이 빠지면 섭하다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스매시 브라더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관우 선수가 44세 나이로 금메달을 따 이슈가 됐던 ‘스트리트 파이터’를 비롯해 ‘철권’, ‘스매시 브라더스’도 유력 후보다. 격투게임 특성상 1 대 1로 진행되며 일반 격투기처럼 공방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고, 전세계적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상대를 가격한다는 폭력성 문제도 복싱이나 태권도 등 격투기 종목이 이미 올림픽에 있는 만큼 혈흔 이펙트 정도만 줄이는 선에서 타협 가능할 여지가 많다. IOC 또한 이를 고려했는지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 시범 종목에 스트리트 파이터 6를 선정한 바 있다.
가장 큰 단점으로는 밸런스 문제가 뽑힌다. 격투게임 특성 상 캐릭터 성능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게임처럼 밴 시스템을 넣는 것도 가능하지만 2티어, 3티어 캐릭터 성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아울러 동일한 캐릭터를 고를 수 있게 하는 것도 대부분 선수가 메타 캐릭터를 똑같이 선택한다면 급격히 지루해질 가능성이 높다.
레이싱 장르 강자 ‘로켓 리그’, ‘마리오 카트’
레이싱 장르에서는 ‘로켓 리그’와 ‘마리오 카트’가 뽑힌다. 특히 로켓 리그의 경우 현재 국내 접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소한 게이머가 많겠지만 유럽을 비롯해 오세아니아와 남미, 북미 지역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게이머스 8과 올해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 시범 종목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자체 e스포츠 대회 중 하나인 ‘RLCS’의 경우 상금 규모가 올해 기준 210만 달러(한화 약 28억 원)로 롤드컵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여기에 자동차로 축구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높은 직관성도 강점이다. 자동차의 속도감이 더해져 다소 어지러울 수 있는 부분은 3 대 3 이라는 적은 인원수로 해결했다. 유일하게 걸리는 부분이라면 아시아권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마리오 카트는 대중성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e스포츠로서 이미지가 다소 약하다는 점이 걸린다.
폭력성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다양한 가상현실 게임들
사실 IOC가 폭력성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앞서 소개한 게임 대부분은 정식 종목이 될 수 없다. 실제로 IOC가 주관하는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에서는 ‘저스트 댄스’, ‘그란 투리스모 7’, ‘즈위프트’, ‘WBSC e베이스볼: 파워 프로스’ 같은 스포츠게임들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신체를 격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존 올림픽 종목들과 유사성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런 VR, 모션 트래킹, 시뮬레이션 기반 게임들은 게이머들이 ‘e스포츠’로서 기대하는 재미를 전달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AOS, 슈팅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저층이 적은 만큼 관심도도 낮고, 프로 e스포츠 리그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이는 낮은 대회 수준으로 이어져 올림픽 특유의 긴장감이나 깊이를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 단순히 아무 게임이나 e스포츠가 된다고 해서 게임에 대한 전반적 인식이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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