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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의 시대, 메이플의 짧고 굵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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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넥슨 메이플스토리 구유리, 정현정, 김재유 기획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메이플스토리는 22주년을 맞이한 장수게임이다. 2003년 출시 당시와 2025년 현재의 메이플스토리는 다르다. 배로 치면 모든 나무를 교체한 ‘테세우스의 배’ 수준의 격변을 겪었다. 제작진이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유저의 기대’이며, 필요하다면 게임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기획 의도도 뜯어고치며 장기간 생존해왔다.

이러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열렸다. 26일 판교에서 열린 NDC 2025의 마지막 강연 중 하나였던 ‘테세우스의 배는 여전히 그 곳에 있다 – 오래 가는 라이브 서비스를 위한 메이플스토리의 시도들’에서는 메이플스토리 구유리, 김재유, 정현정 기획자가 주요 사례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소개했다.

▲ 메이플스토리 구유리 기획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우선 전투에서는 사냥과 보스가 중심을 이룬다. 구유리 기획자는 “메이플스토리에서 과거에 사냥은 전투 경험과 성장의 중심이었고, 필드에서의 전략적인 위치 선정과 직업 간 역할 분배가 요구되기도 했다. 과거 사냥은 아주 밀도 높은 전투 경험이었다”라며 “현재는 달라졌다. 사냥이 유일한 성장 수단이 아니며, 맵 전체에서 혼자 사냥하며 젠 타임 안에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 중요했다. 유저들은 잘하면서도 편한 사냥을 원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잘하면서도 편한 사냥’이 뭔지 알아야 한다. 이 때 제작진이 주목한 부분은 사냥이 쉬운 불독(아크 메이지 중 불과 독을 다루는 캐릭터)이 너무 할 일이 없어 사냥이 어려운 블래스터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밈이었다. 구유리 기획자는 ”260레벨 이상 캐릭터의 분당 평군 처치 몬스터 수를 보면 최상위와 최하위 격차가 상당히 큰데, 불독과 블래스터 차이는 이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지표로는 보이지 않는 피로도에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 사냥에 대한 유저 기대는 크게 달라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열심히 사냥하는 블래스터를 놀리는 불독, 그러나 둘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실제로 불독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사냥하는 반면, 블래스터는 사냥 중 계속 이동한다. 소위 이야기하는 ‘제자리 사냥’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잘하면서도 쉬운 사냥’은 모든 캐릭터가 제자리 사냥이 되어야 충족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메이플스토리의 사냥은 학습을 통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전투의 대표적인 영역이었고, 중요한 기획 의도이기도 했다.

구유리 기획자는 ”원칙을 버리고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선택했다. 플레이어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원칙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캐릭터가 제자리 사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공용 코어를 기획했다. 그 결과 플레이어는 직업에 관계 없이 스펙과 레벨에 맞춰 언제 어디서든 제자리 사냥을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 유저는 사냥에서는 어려움을 요구하지 않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에 모두가 '제자리 사냥'이 가능하도록 솔 아누스를 선보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어서 보스는 현재 핵심 성장 요소로 자리 잡았고, 밀도 높은 전투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유저 역시 보스는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성장과 함께 컨트롤 실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보스에서는 유저들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려운 게임은 도전심을 자극하지만, 불합리한 게임은 짜증만 일으킨다.

대표 사례가 신궁 스킬 개편이다. 적과의 거리에 따라 최종 대미지가 증가하는 형태의 스킬 구조를 화살을 3번 적중시키면 4번째 화살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뜯어고쳤다. 구유리 기획자는 ”메이플스토리에서 보스 위치는 바꿀 수 없다. 신궁이 최적의 딜을 뽑아낼 수 있는 구간과 파티 시너지 구간이 다를 수 있고, 최적의 거리가 보스의 위험 패턴이 발생하는 구간이라면 유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거리 조절은 난이도가 아닌 불합리한 제약이었다“라고 밝혔다.

▲ 신궁은 유저가 컨트롤할 수 없는 적과의 거리가 아니라, 컨트롤 가능한 영역인 4번째 화살 적중이 중요해지도록 스킬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러 버프 스킬을 단축키 하나로 연속으로 사용하는 ‘스킬 시퀀스’도 불합리함을 줄이는 차원에서 기획했다. 구 기획자는 ”플레이어는 본 스킬을 쓰다가 죽는 것은 컨트롤 문제라 받아들이지만, 버프를 켜다가 죽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느낀다“라며 ”플레이어는 준비 과정인 버프를 실력이라 여기지 않기에, 지나치게 길어 생존을 위협하면 불합리한 경험이 된다“라고 밝혔다.

▲ 여러 버프를 통해 '극딜'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으로 떠올랐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버프는 마법소녀의 변신, 로봇 만화의 합체 시간으로 여겨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에 버프를 단축키 하나로 쓰고, 공격에 집중하도록 스킬 시퀀스를 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압축하자면 사냥은 ‘잘하면서도 편한 방향’으로, 보스전은 ‘어렵지만 불합리하지 않은’ 구조로 달라졌다. 보스라는 코어한 전투 경험에 집중한 셈이다. 구유리 기획자는 ”요새는 ‘숏폼의 시대’라 하지 않나. 메이플스토리에서도 시간을 더 적게 쓰고, 더 짧아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그 기대에 맞춰 메이플스토리 내 콘텐츠가 주간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구 기획자는 ”예전에는 메이플스토리에서 레벨업을 하려면 ‘닥사(사냥을 장시간 계속 하는 것)’가 무조건이었으나 요새는 에픽 던전 등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이러한 부분도 시간을 밀도 있고, 유연하게 써야 한다는 기대 변화에 맞춰 대응한 부분이다“라며 ”이벤트도 예전에는 너무 바빴는데, 요새는 주간에 출석만 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본캐(플레이어가 하는 주요 캐릭터) 플레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완료가 되는 형식으로 설계됐다“라고 전했다.

▲ 사냥은 쉽게, 보스는 합리적이면서 몰입도 있는 전투를 맛보도록 달라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시대 상황 등에 따라 유저들이 동일한 게임에 기대하는 부분도 변화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세월이 흘러도 변화하지 않는 유저 기대는 지켜야 한다

다만 시대 흐름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유저가 모은 메소, 레벨, 아이템 등 ‘플레이 가치(플레이를 통해 누적한 데이터)’가 그렇다. 이번에 주로 소개된 부분은 ‘메소 가치 보존’에 대한 스타포스 강화 개편과 데스티니 무기다.

스타포스는 확률에 따라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메이플스토리의 주요 강화 요소다. 다만 22성에서 23성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급격하게 비용이 증가했다. 이에 많은 유저가 22성에 정체되어 있었다. 이에 강화 단계를 30성까지 확장하는 것과 함께, 23성에서 30성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이전보다 완만하게 증가하도록 바꿨다.

그 결과 23성 이상에 도전한 캐릭터 수는 1.5배 증가했고, 액티브 유저 기준 1명당 사용한 메소는 33% 늘었다. 신규 장비 세트 추가 등으로 대응하지 않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비를 상대적으로 상승곡선이 완만해진 비용을 토대로 강화하도록 정비한 이유에 대한 기획 의도를 들어볼 수 있었다. 김재유 기획자는 ”메소 소모처 확장에만 집중하고, 0.1%로 되지 않았던 23성 아이템의 가치를 평가절하했다면 결코 내릴 수 없었던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메이플스토리 김재유 기획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타포스 강화는 전체 강화에서 메소 소모량 26%를 차지하는 주요 소모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존에는 23성 이상은 다소 도전적인 강화로 자리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러나 개편 후에는 강화에 들어갈 비용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오르도록 개편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타포스 강화 후 23성 이상에 도전하는 캐릭터 수와 유저 1인당 사용 메소가 모두 증가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어서 살펴볼 부분은 메이플스토리 최종 무기인 데스티니 무기다. 이전 단계인 제네시스 무기는 강화를 토대로 주요 메소처로도 활용됐다. 그 뒤를 잇는 데스티니를 내며 이전에 유저가 만들고 업그레이드한 제네시스 무기를 어떻게 승계할 것이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초기에는 ‘메소 소모처’에 집중해 제네시스와 비슷한 수준의 데스티니 무기를 주고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려했으나, 이를 발표한 후 유저 사이에서 플레이 가치 훼손이 이슈로 떠올랐다. 아울러 데스티니 무기가 나오기 전까지 제네시스의 최종 강화를 멈추는 추세도 나타났다.

이에 제작진은 제네시스 무기를 최종 단계의 데스티니 무기로 완전히 승계하기로 했다. 김재유 기획자는 ”엔드 콘텐츠로서의 기능과 메소 소모처 역할 중 메소 소모처를 과감히 제거하고, 엔드 콘텐츠 기능만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상향 전승으로 변경했다“라며 ”메소 소모처 확장을 할 수는 없었지만, 플레이 가치 보존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 제네시스 무기 강화도 주요 메소 소모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제네시스의 상위 단계엔 데스티니를 내며 상향 전승과 일반 전승 두 가지를 두고 고민했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유저 기대에 따라 상향 전승으로 결정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앞서 밝혔듯이 메이플스토리는 테세우스의 배와 같은 큰 변화를 겪었다. 정현정 기획자는 ”모든 나무를 바꿨다면 이 배는 테세우스의 배인가, 아닌가는 질문의 핵심은 이것을 테세우스의 배라고 믿는 사람이 있느냐다. 아무도 이 배가 테세우스의 배인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다면 이 질문은 무의미하다. 같은 맥락에서 ‘이 배가 테세우스의 배가 맞아?’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로 존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정 기획자는 ”메이플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메이플스토리는 오랜 시간 변화하며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 이렇게 바뀌어버린 메이플스토리가 여전히 메이플스토리인지 질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 질문에는 ‘여전히 메이플스토리’라고 답하고 싶다. 많은 분이 이 게임이 메이플스토리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라며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끝은 아무도, 그 어떤 기대도 갖지 않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모든 플레이어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라이브 서비스는 끝난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메이플스토리는 유저 기대를 나침반으로 삼아 나아갈 계획이다.

▲ 메이플스토리 정현정 기획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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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2003년 4월 29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위젯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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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는 귀여운 2D 그래픽을 기반으로 개발된 횡스크롤 MMORPG이다. '메이플스토리'는 판타지 뿐 아니라 현대, SF 등 다양한 세계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세계관을 채택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게임에서 만...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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