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검색어를 장식했던 바로 그 게임 '심시티'
시뮬레이션게임계에 혁신을 일으킨 맥시스의 ‘심시티’시리즈 최신작 ‘심시티(2013)’가 지난 3월 5일 정식 발매됐다.
시리즈 최초 멀티플레이 모드를 탑재하고 야심차게 등장한 ‘심시티(2013)’는 처음엔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낼 수 밖에 없는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도시를 장난감처럼 보이게 하는 ‘미니어처’ 모드를 과감하게 채택해 풀 3D 그래픽을 지원하고, 거주민 하나하나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시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더불어 도시 계획 시스템도 전작보다 정밀해졌지만 과도하게 어렵지 않을 정도로 선을 잘 지켰다. 그러나 연일 발생하는 서버 문제로 게임 접속 자체가 안 되거나 기껏 가꿔놓은 도시 데이터가 날아가 깔끔하지 못한 뒷맛을 남겼다.
▲ 다양한 도시를 건설하자, '심시티' 도시 소개 트레일러 (영상 출처: 유튜브)
성냥갑처럼 귀엽지만 현실성은 그대로다
‘심시티’의 그래픽은 언뜻 보면 전작인 ‘심시티 4’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심시티’의 게임 화면은 풀 3D로 제작되었고, 축소, 확대 이외에도 상하 좌우 시점 변경이 가능해 도시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설정 변경에서 화면 필터를 추가해 취향에 따라 도시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며, ‘미니어처’ 모드로 건물 하나하나를 3D로 정밀하게 묘사해 살아있는 도시처럼 보여 정말 시장이 된 느낌으로 게임을 즐기게 된다.
▲ 이런 도시에 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 취향대로 필터 조절도 가능해 다양한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 예쁘군
‘심시티’는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도로와 건물 건설, 각종 부지 설정, 전기와 수도 공급 등의 복잡하고 많은 기능을 유저가 조작해야 한다. 하지만 ‘심시티’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각종 기능을 잘 나타내는 아이콘과 인터페이스 덕분에 기본 기능을 숙지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또한 도시에 사는 심(주민)들이 각각 묘사되어 그들의 상태나 기분을 확인할 수 있다. 심들은 ‘심시티 4’까지는 인구수로만 나타나고 자세히 표현되지 않았으나, ‘심시티(2013)’에서는 정말 살아있는 주민처럼 나타나 한층 더 도시가 활기를 띤다.
▲ 주민들이 이사하는 트럭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멀티플레이를 활용한 협력과 경쟁 구축은 완벽
‘심시티(2013)’은 시리즈 최초로 온라인 기반의 멀티플레이 모드를 기본으로 해 게임을 진행한다. 이전의 ‘심시티’ 시리즈는 플레이어 혼자서 시간을 들여 ‘만능 도시’를 창조하는 느낌이 강했으나, ‘심시티’는 멀티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더욱 현실성 넘치는 시뮬레이션게임을 제공한다. ‘방’을 만드는 개념으로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기 때문에 ‘심시티’를 할 때마다 서버에 접속해야 하지만, 현실감은 전작과 비할 수 없이 높아졌다.
실제로 한 부지가 석유나 광물 등을 혼자서 자급자족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각 지형에 따라 천연자원이 풍부하기도 하고 척박하지만 관광자원이 무궁무진한 도시들 등 부지마다 특징이 뚜렷한 것이 현실임을 반영해 3개 이상의 운영 가능한 부지와 그들을 연결해주는 대역사를 가지고 있는 맵들이 제공된다. 각각 특징이 뚜렷한 부지들은 ‘도시 특성화’를 통해 개성 있는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 가령 석유가 많이 나지만 물이 부족한 부지는 석유 관련 사업에 특성화된 도시를 육성해 벌어들인 돈으로 다른 도시에서 물 구입이 가능하다. 도시가 한 사업에 특성화될수록 혼자 성장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도시와 적절히 교류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한껏 살렸다. 더불어 멀티플레이에서만 제공하는 경쟁의 묘미도 월별 수출입 순위와 업적 수집 경쟁으로 맛볼 수 있었다. ‘함께 개척을 시작했지만 상대보다 더 발전했다’는 묘한 성취감은 PvP에서 상대를 쓰러트렸을 때만큼의 쾌감을 제공한다.
▲ 그러니까 이런 도시를 만들면 다 같이 망한단 이야기다
이에 더해 '심시티'에서는 현실에서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환경 문제도 멀티플레이를 통해 다룬다. 도시를 발전시키다 보면 공장, 탄광 등이 즐비해 쉽게 공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오염은 그 도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부지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산업을 과도하게 발전시키면 광역 전체에 영향을 미쳐 모든 도시가 오염된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각 부지가 힘을 합쳐 생태 환경 단지를 조성하거나 교육 수준을 높여 청정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광역은 다시 깨끗한 상태를 되찾는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심시티'는 현실의 환경 문제를 부각시키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해결책을 전하고자 한다.
▲ '대역사' 는 정말 큰 역사를 만드는 것과 같다. 1500톤이 넘는 합금이 필요하다니
반면 ‘대역사’는 협력플레이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역사’는 2개 이상의 부지에 자원을 공급하거나 수입을 창출시키는 거대한 공동 시설을 지을 수 있는 장소로, 승인 절차도 오래 걸리고 필요한 자원도 막대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지역이다. 이곳에 설치 가능한 시설들은 세계 공항이나 우주선 발사대 등 ‘인류의 발전’을 상징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그 대역사 시설들을 설치하면 넓은 맵에서 간헐적으로 교류하던 도시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효과도 일으켜 대역사 시설로 인해 유기적으로 발전하는 도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은 부지를 운영하던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한 지역을 개척하고 협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가 바로 문명의 주인, 선구자가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문명하셨습니다’가 아니라 ‘심시티하셨습니다’를 외치게 된다.
▲ 산세가 험한 지형을 개척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 3시간이 훅
현실처럼 디테일하지만,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심시티’를 하다 보면, 구청에서 시청으로 바뀔 때 주변 건물이 더 커지거나 도로의 밀집도를 높이면 거리가 빽빽해지는 모습 등에서 세심하게 게임을 설계한 것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공장을 많이 짓고 상업지구를 확보해도 도로 상황이 낙후되어 있다면 시간당 수입은 절대 오르지 않는다. 교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배달이 늦어지는 상황처럼, 거래 횟수 자체가 줄어들어 수입도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도로의 건물 위치나 심들의 행복도 등의 변수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계획 없이 막무가내로 도시를 건설하면 성장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다. 또한 경찰서와 의료원 등 주요 건물을 한 자리에 지으면 위치를 옮길 수 없으며, 부득이하게 위치를 바꿔야 한다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건물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플레이를 요구한다. 더불어 기존 건물을 철거해도 건설할 때 들었던 비용이 돌아오지 않으며, 새로 건물을 지으면 인력을 고용하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곧바로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등 세심하게 실제 상황을 반영해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그 디테일에 감탄하게 된다.
▲ 시청 주변의 주민들은 높은 땅값에 행복해한다, 정말 현실적이군
반면 충실하게 현실을 반영하다 보니 주민들의 요구도 많아져 신경 쓸 부분이 늘어났다. 공장 부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땅값이 불만이고, 경찰서를 지어 아무래 범죄자를 잡아도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며 시위를 한다. 처음에는 시민들이 새로운 시설을 요구할 때마다 채권을 발행해서라도 설치하는 ‘소통왕’ 시장의 면모를 스스로에게서 발견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인구가 많아질수록 요구 사항이 많아져 갈수록 시민들의 상태에는 무관심해지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실제로 그 많은 청원들을 다 들어주다 보면 나날이 늘어가는 적자를 마주하게 될 것이고, 이내 도시의 파산을 목격할 수 있다. 게다가 도시 기술이 첨단화되고 발전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더더욱 예산 관리도 힘들어진다. 물론 현실에서도 도시가 균형을 유지하며 성장하려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 부분은 조금 간소화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칭찬은 해주는데, 시위대는 없어지질 않아 왜!
시민들의 시위 외에도 도시의 존속을 위협하는 요소는 있다. 바로 재난이다. ‘심시티(2013)에서의재난은 토네이도처럼 현실에 존재하는 재난도 있지만 공룡, UFO등 비현실적인 재난 요소들도 등장해 개발사의 센스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재미와는 별개로 도시가 고도로 성장한 상태에서 불시에 도시를 쓸고 지나가면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유저의 플레이 욕구를 떨어트릴 가능성도 다분하다. 게다가 특별한 대처 방법도 없다. 재난은 도시의 오염 상태나 시설 유무를 기준으로 계산된 확률에 따라 일어나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중견 도시로 성장할 때까지 재난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지만 시청으로 업그레이드도 하기 전에 공룡이 도시를 다 밟아 부숴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게임메카의 남박사님의 도시는 인구가 갓 10000명 넘자마자 온갖 재난이 무더기로 발생해 ‘재난을 몰고 다니는 남자’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을 얻은 바 있다. 게임 내에 재난을 완화시키거나 막을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한 점은 보완되어야 할 것 같으니,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외계생물 연구소나 트랜스포머 등의 시설을 추가한다면 좋지 않을까?
▲ 강건너 재난구경은 재밌지만 집앞 재난구경은 재미없다, 심시티 내 여러가지 재난 영상
게임을 샀는데 왜 하지를 못하니!
‘심시티(2013)’는 온라인 기반의 멀티플레이를 강화한 작품으로, 발매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한 차례 테스트도 거친 게임이다. 그러나 전작들은 오프라인으로 혼자서도 깊이 있는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온라인, 오프라인 선택의 여지를 차단해 버린 점이 아쉬웠다.
게다가 ‘심시티(2013)’은 ‘심시티’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기 때문에 서버 상태가 관건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서버가 끊겼다가 다시 연결을 시도하고, 하루가 다 가도록 서버가 안 열리기도 했다. 게다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 간의 자원 전송도 종종 끊겨 게임을 원활하게 즐길 수 없었다. 최근에는 한국 서버를 열어달라는 요청에 EA코리아 페이스북 담당자가 적절치 않은 답변을 달아 한 차례 논란을 겪은 일도 있었다. 서버 불통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서버에서 지적되는 문제로, EA측에서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실제로 새로운 서버를 많이 추가했다. 그러나 아시아 서버를 추가한 지금까지도 서버가 불안정해 데이터가 날아가거나 도시를 이동하는 도중 게임이 꺼져 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 내 도시를 지켜달란 말이다
이 사태는 ‘심시티(2013)’에서 저사양 유저들을 위해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연산 과정을 분산하는 클라우드 게이밍 방식을 채택했지만, 이용자가 많을 때를 대비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서버 불통으로 단순히 게임 자체를 즐길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플레이 데이터가 통째로 사라지는 위험도 안고 있다. 연일 터져나오는 유저들의 불만과 함께 외신에서도 ‘심시티(2013)’의 서버 상태를 지적하며 부정적인 리뷰를 내보내는 경우도 다반사다. 더불어 전통적으로 ‘심시티’ 시리즈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심시티(2013)’이 오프라인 상태에서 구동되지 않자 답답함은 더욱 커졌다.
물론 지금도 EA는 서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매달리고 있다고 전하고 있으니, 과연 빠른 시일 내에 원활한 서버를 만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디아블로 3’가 ‘에러 37’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그라든 것을 생각하면 서버 먹통은 DLC를 추가하는 것보다도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 서버 문제는, 더 이상은 NAVER ..
‘심시티 5’가 아닌 ‘심시티’로서의 새로운 출발은 성공적
그러나 ‘심시티(2013)’의 출발은 꽤 성공적이다. 쉬운 인터페이스와 효과적인 멀티플레이모드 활용, 아기자기한 그래픽 등 ‘심시티’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심시티’시리즈의 오랜 팬들이라면 새롭게 출발하는 ‘심시티(2013)’의 다양한 기능들을 더욱 깊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심시티(2013)’은 개발진들이 빠르게 발전한 그래픽과 음향 등 현대 기술의 수혜를 받아 ‘심시티’시리즈의 정체성을 새로이 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붙인 이름이다. 지금은 ‘심시티 5’라는 명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서버 관리가 동반된다면 시리즈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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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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