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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가자! NC 다이노스 개막경기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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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다이노스 개막전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찾은 1,100명의 엔씨소프트 직원들

비가 왔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난 3월 30일 국민스포츠 '프로야구'가 개막한데이어, 어제(2일)은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한 신생구단 NC 다이노스가 '아기공룡'으로 개막전을 진행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꽤 역사적인 날이라 할 수 있겠죠. 내용과 상황도 흥미진진합니다. NC 다이노스의 홈 개막전 첫 경기는 공교롭게도 신생구단 창단을 유일하게 반대했던 롯데자이언츠였기 때문이었죠. 아기공룡과 거인의 힘겨루기 이슈는 꼭 우리뿐 아니라 프로야구를 즐기는 모든 팬들에게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게다가 넥슨이 올해 롯데자이언츠 후원을 연장계약하면서 NC가 아닌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넥슨과 라이벌 구도까지 이어가게 됐습니다. 물론 롯데자이언츠에 죽고, 롯데자이언츠에 살았던 부산과 창원, 마산 일대 시민들의 반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이쯤되면 폭우가 쏟아져야 할 텐데요, 마침 서울에는 비가 왔습니다. 

개막 당일 엔씨소프트는 직원 약 1,100명을 동원해 마산구장으로 응원원정을 떠났습니다. 흐뭇하게도, 원정대 안에 기자도 함께 있었죠. 마음은 호랑이굴에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라는 의미는 같았으니까 나름 설레더군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응원 원정대는 서울에서도 이슈가 될 뻔 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삼성동 본사에서 잠실 탄천 주차장까지 원정대가 일렬로 행군하는 장관을. 그뿐입니까. 'NC 다이노스' 마크가 또렷하게 박힌 버스 50대가 줄 지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흥미롭지요. 

그러나 아쉽게도 이 계획은 비가 내려 바뀌고 말았습니다. 일렬행군은 취소됐고, 이로 인해 줄지은 버스행렬 역시 볼 수가 없었죠. 직원들 역시 아쉬웠겠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이 정도는 감안해야겠죠. 대신 지급받은 푸르스름한 모자는 'NC 응원원정대'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주기 충분했습니다. 


▲ 행렬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푸르스름한 모자가 있기에 


▲ 경기 시작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한 응원단 




▲ 각종 퍼포먼스를 내는 부대행사가 진행되고…

원정대는 약 4시간 30분 이후 마산구장에 도착했습니다. 헛, 이럴수가. 공기가 다른 건 둘째치고, 마산은 전혀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화창한 날씨더군요. 대신 바람이 불어 기온은 낮게 느껴졌습니다. 

NC 다이노스는 올해 캐치프레이즈로 '거침없이 가자!'를 내세웠습니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하죠? 사실 가장 적합한 말이긴 합니다. 경험도 없고, 선수층도 얇고, 기대도 크지 않은 신생구단 입장에서는 용감하고 씩씩하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겁없이' 덤비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덕분에 NC 다이노스의 가장 큰 응원문구는 '거침없이 가자!'였고, 각종 도구에도 '거침없이 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보통 프로야구는 정적인 스포츠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응원문화만큼은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게 바로 한국 프로야구입니다. 현지에서 팬들과 손을 잡고 소리를 내지르고, 마음껏 손을 휘젓고,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부르짖고, 삼진과 안타에 열광하는 그 분위기야 말로 많은 사람들이 프로야구에 미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죠. 때문에 NC 다이노스는 경기 시작 전부터 '거침없이 가자!'를 외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마산에서는 '거췸없위 가~즈아~' 정도로 읽히니 나름 리듬감도 있고, 모두가 부르짖기 적합해 보였습니다. 

오후 6시 무렵. 경기 시작까지 30분 정도가 남았을 대 사실 관중수를 보고 놀라긴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래도 신생구단이니 인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요, 벌써부터 상당히 많은 시민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나들이 나온 느낌이었죠. 마산구장은 약 1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후에 알고보니 티켓은 매진됐다고 하네요. 관중 유치 차원에서 첫 발은 성공한 셈이지요. 


▲ 날이 어둑해지자, 마산구장은 꽉 채워졌습니다

각종 부대행사가 끝나고 마침내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NC 다이노스의 선발투수는 외국인 용병 아담 윌크. 첫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면 난 끝까지 기대를 하겠다, 고 생각한 찰나 볼이 정확히 미트 가운데 박혔습니다. NC 다이노스의 '첫' 스트라이크가 1,000명의 엔씨소프트 직원, 그리고 구장을 꽉 채운 마산 시민들 앞에서 꽂힌 것이죠. 이제 물러설 곳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거침없이 싸워야 하지요. 

아직 '느낌'이 확실히 잡힌 건 아니지만, 응원은 꽤나 볼만했습니다. 일단 기자와 함께 한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응원가부터 시작해 몸짓까지 너무 생소한 탓인지, 너무 뻣뻣하게 움직이더군요(웃음). 그러나 NC 다이노스가 내세우는 "거침없이 가자!"에 대해서 만큼은 소리를 팍팍 지르며 꽤나 훌륭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호랑이에 영혼을 저당 잡힌 기자는 자존심 탓에(?)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사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더군요. 엔씨소프트 직원들의 분위기와 달리 1루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NC 다이노스 서포터즈인 나인하트(아홉번째심장) 주축 멤버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아주 미친듯한 응원을 펼쳤거든요. 스스로 마산아재를 선포한 그들인 만큼, 아주 난리가 났더군요. 덕분에 경기 내내 심심하지는 않았어요. 

엔씨소프트 대표이자 NC 다이노스의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도 마산을 찾았습니다. 그간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던 김 대표인 만큼, 평소보다 더 설레는 표정이었죠.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응원하는 외야 관중석을 찾아 함께 어우러지기도 했습니다. 사인해달라는 요청 쇄도도 볼 거리였습니다. 








▲ 확실히 나인하트 서포터즈 쪽은 흥분의 도가니




▲ 김택진 대표도 응원단을 찾아오고…






▲ 헉! 니들도 왔니?

NC 다이노스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단순히 프로야구의 광팬인 기자가 함부로 왈가왈부하면 안 되지만,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 NC 다이노스는 시범경기에서 꽤나 준수한 성적(5승 1무 6패)을 거두긴 했다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범경기. 신생구단은 선수층이 얇아 전체적인 조화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고, 수비가 아슬아슬한 것도 불안요소 중 하나죠. 특히 이번 개막경기는 야간경기인 만큼, 선수들이 어느 정도 적응해줄 지 여부도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러나 ACE 트리오(아담 윌크, 찰리 쉬렉, 에릭 해커)라 불리는 세 명의 외국인 용병 투수가 있었고, 첫 선발인 아담이 예상 외로 호투해주는 바람에 경기는 7회가 되기 전까지 알 수 없는 흐름으로 흘러갔습니다. 실책성 수비가 많아 중간 중간 불안한 모습도 있었지만, 거침없이 가자는 메아리의 영향인지 잘 막아내며 0:0 팽팽한 상황을 이어갔습니다. 

거인 롯데도 신생구단을 '라이벌'로 의식하는 언론과 여론에 '자존심'이 상했겠지만, 그들 역시 질 수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NC 다이노스 창단에 크게 반대를 했던 만큼, 첫 경기에 져버리면 우스운 모습으로 전락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올해 롯데자이언츠는 홍성흔과 김주찬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빠지면서 전력에 손실이 생기긴 했는데요, 워낙 투수진이 탄탄해 NC 다이노스 입장에서는 만만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이날 경기에는 작년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 용병 유먼이 나와 아기공룡을 잠재우더군요. 

경기 흐름은 7회 이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아담 윌크가 물러나고 NC 중계진이 이를 이어받았는데요, 경험 부족 탓인지 흔들리는 모습을 계속 보이더군요. 결국 황재균이 후려진 타구를 외야수가 실책성 플레이로 3루타를 내준 데 이어, 작년 준수한 성적을 거둔 박종윤이 거대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2:0으로 앞서 나갔습니다. 아름다운 궤적과 함께 쭉쭉 뻗아가는 공을 보며, 다수의 마산 시민들과 엔씨소프트 원정응원대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엔씨 원정대 응원석 한 가운데서 어렴풋이 들린 "이 나쁜놈아!"가 너무 아쉬워 기자 역시 호랑이 탈을 벗고 공룡을 응원하고 싶더군요. 


▲ 첫 경기잖아, 잘 했어

비록 경기는 패배했지만,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첫 경기에 4:0이면 신생구단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기자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기장을 가득 매운 시민들, 그리고 거침없이 가자는 메아리, 바로 이 흥겨운 분위기가 오는 가을까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프로야구. 우리는 보통 프로야구 구단을 이야기할 때 모기업을 언급합니다. 뭐, 기자처럼 영혼을 저당잡힌 사람들이야 '타이거즈'로 통칭한다지만, 보통 팀을 이야기할 때 삼성, LG, 롯데 등을 이야기하죠. 네, 맞습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대기업 삼성과 야구구단 삼성 라이온즈에서 '삼성'을 서로 다른 의미처럼 씁니다. 창단 당시 삼성과 지금의 삼성은 완전히 다른데 말이죠. 지금의 삼성은 한편으로는 최고의 기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최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팬들은 삼성을 외치며 응원하고 나서죠. 바로 이 괴랄한 연관성이 무섭습니다. 이제 NC 다이노스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됩니다. 더 많이 알려지게 되는 거죠.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산업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게임기업입니다. 앞서 언급한 연관성을 생각하면 엔씨소프트는 책임이 더 막중해지는 셈이죠.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게임에 대한 사회의 이미지 제고에도 더 앞장 서 힘을 내줬으면 합니다. NC를 외치는 팬들이 마치 '게임'에 열광하는 그런 걸 생각할 수 있게 말이죠. 으아, 너무 앞서 나갔나요? 그래도 이게 김택진 대표의 '꿈'에 연관성이 있길 바라는 욕심은 어쩔 수 없네요(웃음). 

자, 부담스런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요. 우리 막내 NC 다이노스, 첫 경기를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친 점 축하 드립니다. 프로야구의 한 팬으로서 앞으로 더 활약해주길 바랍니다. 끝까지 보겠어요. 아 물론, 어떤 기자라도 프로야구 관련 글에는 흑심이 담길 수밖에 없다고 (믿는데요), 다른 모든 구단에 공룡의 힘을 내는 대신 우리 호랑이 앞에서는 '걸뽀'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 라면서 이상으로 글을 마칩니다. 




▲ 거침없이 가야…

: 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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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아이온'은 천족과 마족, 그리고 두 종족을 위협하는 용족간 극한 대릭을 그린 RVR 중심 MMORPG다. 동서양 신화 및 설화를 바탕으로 개발된 1,500여개 이상의 퀘스트와 5,000장 이상의 원화 작업 및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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