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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LOL? 에로L? 2013년 '말말말' 혹은 '글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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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말이라는 건 무섭다. 1년 전에도, 2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언제나 말은 무서웠다. 특히 올해 게임업계는 이 무서운 '말' 때문에 누군가는 상처받고 아파해야 했다. 게다가 올해는 게임업계가 내는 목소리보다 외부에서 내세우는 목소리가 더 컸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주는 '말'도 있었다는 것. 그리고 게임업계 특유의 흥미로운 것들도. 게임메카는 연말을 맞이해 게임업계를 웃고 울린 각종 '말'과 '글'을 모아 봤다.

- 게임 규제 및 사회적 이슈 관련

"2013년, 우리의 목표는 게임산업2.0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1월, 최관호 대표)

게임산업협회(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터엔먼트협회) 최관호 전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언급한 내용. 참여·개방·공유·소통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2.0'을 달아둔 위트가 차밍 포인트. 여기서 '게임산업2.0'은 더는 게임이 강압적 규제 안에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업계 스스로 해결해 사회에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내포.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 게임산업은… 

"게임중독이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법률안을 먼저 발의하게 됐다" 
(1월, 손인춘 의원실)

셧다운제 확장, 게임업계 매출 1% 강제징수 등 이른바 '손인춘법'을 발의한 손인춘 의원이 큰 질타를 받자 이에 대응하고자 언급한 글. 뭐 용기 있다는 말 밖에. '게임중독'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현안'으로 확정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를 법안으로 내세울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매출 1% 강제징수의 목적이 '규제'가 아니라 '치유'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 일단 파괴부터… (사진출처: 네이버 카르하 베르넬 블로그)


"정치권 인사를 만날 때마다 일대일로 게임산업 바른 정보 알리겠다" 
(3월, 남경필 의원)

최관호 대표에 이어 게임산업협회장으로 추대된 남경필 의원이 언급한 글. 이분은 당시 워낙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할만한 '말'을 많이 해주시는 바람에, 잔뜩 기대했던 것이 사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에게 게임산업을 좋게 말해주겠다던 약속은, 믿기 어려운 감이 있지만 '게임산업2.0'보다 가능성이 있어 보였으니 또 기대. 그러나 슬프게도 약 한 달 뒤, 게임을 술·마약·도박과 함께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법안 등장. 우리 의원님이 신의진 의원님은 못 만나셨나 봐요. 

"폭력성게임과 컴퓨터 전자파 상관관계 연구결과, 학문적 가치 없다" 
(5월, 조동욱 교수)

폭력성게임일수록 컴퓨터 전자파가 상승한다는 괴상한 '연구결과'를 내놓은 조동욱 교수(충북도립대)가 게임메카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말. 조 교수에 따르면 연구결과는 가르치는 학생이 작성한 것이고, 아직 정신 논문으로 심사되지 않은 '가설'이었다고 항변. 결국 해당 사건은 어떻게든 게임을 '해로운 것'으로 규정하고 싶은 특정 언론의 욕구? 그런데, 전자파도 중독될 수 있나요? 

 

▲ 게임의 폭력성이 전자파 방출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한 연합뉴스 기사 


"한 중학생은 컴퓨터게임 하는 것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임중독의 비극입니다" 
(10월, 황우여 의원)

신의진 의원의 대표발의한 '4대 중독법'의 필요성을 두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언급한 내용. 역시 급이 다르신 분. 가장 민감한, 그러면서도 조심하게 다뤄야 할 이 사회의 뼈아픈 '문제'를 단순히 '게임중독의 비극'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저 논리라면 '게임'을 그 어떤 단어로 대체해도 말이 된다는 것이 조금 슬픈 것뿐. 참고로 황 대표는 게임에 대한 중독 유발물질 근거 자료로 여성가족부가 당시 제시한 '인터넷' 중독 통계자료를 덧붙였다고…

"LoL인가, 에로L인가?" 
(11월, 백재현 의원)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라이엇게임즈 오진호 대표에게 공개한 자료 중에. '리그오브레전드'가 선정적이라는 걸 어필하고 싶으셨던 모양. 그러나 게임 공식 일러스트가 아닌 팬아트(2차 창작물)을 무단으로 가져와 자료로 제시한 것은 에로. 아니 에러.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술 더 떠 "청소년에게 유해한 부분은 방통위와 협의하겠다"고 회답. 동네 반상회도 이 정도보다 수준은 높지 않을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게 할 정도. 

"왜 롤을 단체로 해야 하나?" 
(11월, 백재현 의원)

네? 

▲ 백재현 의원이 제출한 자료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말꼬리 잡지 말라" 
(11월, 기선완 교수)

마치 '군사재판' 같았던 '4대 중독법 공청회'에서 김종득 대표가 '인터넷중독'과 '게임중독'의 차이를 지적하는 내용에, 기선완 교수가 뱉어낸 말. 사실 문제를 지적한 김종득 대표님이 실수하신 게 있죠. 천하의 '그분들'이 게임을 중독이라고 하는데, 감히 천한 '게임쟁이'가 아니라고 반박하다니요. 말꼬리 잡은 게 죄라면 죄. 참고로, 그 현장은 공청회가 아니라 '군사재판'이었으니까. 

"게임산업은 수출역군이자 창조산업의 핵심이다. 게임산업이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게임산업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11월, 정홍원 국무총리)

지스타를 축하하며, 국무총리가 직접 보낸 축전. 아니, 대체 우리보고 뭘 어쩌라는 건지. 

"4대중독법은 반드시 입법화를 이루어 내야 할 숙원사업" 
(11월, 한국중독정신의학회)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게임중독법 입법이 학회 발전을 위한 길임을 밝히며 전한 내용. 속셈이 드러나자 바로 오해라며 해명했지만, 사실 맞든 아니든 상관없지. 다 알고 있는 건데 뭘.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숨지 말고 나와서 토론하라" 
(11월, 신의진 의원)

4대중독법이 '게임산업 죽이기'로 왜곡 전파되고 있다면서, 신의진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직접 작성한 내용 중에서. 신 의원은 넥슨, 엔씨소프트 등의 대표자들이 영업활동으로 인한 이익과 주가 상승 등으로 자본수익의 열매를 가져가는 최대 수혜자들이라면서, 협회에 대한 선동을 즉각 중지하고 직접 나와 토론하라고 주장. 아, 그래서 '게임관계자' 거의 없는 공청회를 열어 주시고, '말꼬리' 잡지 말라는 군사재판 분위기를 풍겨내 주셨군요. 기독교 단체까지 포섭한 건 '선동'이 아닌가? 아무래도 기자가 아는 '선동'의 사전적 의미와 신 의원의 '선동'은 그 뜻이 다른 모양. 

"게임중독법은 사회 문제 가리기 위한 주기적 발작"
(12월, 진중권 교수)

'게임은 문화다! 컨퍼런스'에서 진중권 교수가 '게임중독법'을 비꼰 말. 사회는 사회 스스로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의 적을 만들어내는 경향(모럴패닉)이 있다고 하는데, 진 교수는 바로 이 점을 꼬집은 것. 그런데 교수님 '이런 부류'의 발작은 치료법이 있습니까? 


▲ '게임은 문화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




- 국내·해외 게임업계 일반

"생각해보자, 게임개발자는 언제나 힘들었다. 한 번도 편한 날이 없었다" 
(1월, 김대일 대표)

펄어비스 김대일 대표가 신작 '검은사막' 기자간담회 이후 게임메카와 만나 인터뷰한 자리에서 이와 같이 말해. 이날 그는 모바일 플랫폼의 확장과 이로 인한 온라인게임시장의 정체에 대해 '저변이 확대되는 상황'이러고 답변. 게임규제나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이런 시장조차 없었다'라는 답변. 워낙 긍정적이고 순수한 면을 드러나 당시 취재한 기자를 뭉클하게 했다고. 

"저글링에도 감정이 있어요" 
(2월, 동물보호단체 PETA)

각종 이색 동물보호 캠페인으로 화제를 모은 동물보호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가 '저그 유닛 보호' 차원에서(?) 진행한 캠페인 중. 이들은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심장'에서 무차별 학살당하는 저글링에 반대시위를 벌인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저글링을 학살(?)했을 거 같은 임요환 님에게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군요. 뭐 어쨌거나, 사실 이런 사태도 '게임'이 사회적 지위를 얻은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라 좀 부럽기도. 

▲ PETA가 배포 예정인 '저글링 보호 촉구' 팸플릿


"게임 폭력성 누명, 시나리오에 도덕적 고민을 던져라!
(3월, 리처드 라우스 3세)

'도덕적인 게임 스토리를 쓰는 7가지 기술'이란 GDC 2013 세션 중에 강연자였던 리처드 라우스 3세가 언급한 말. 그는 '파크라이3'의 결말을 인용했는데, 이 게임은 등장 캐릭터를 살해하는 횟수가 쌓일수록 주인공이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게임이 끝나는 구조로 설계돼 있음. 결국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알게 되면, 스스로 '도덕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는 것. 정말 게임다운 '발상'에 기반을 둔 아이디어라고 할 수밖에. 저글링, 미안해요. 

"심시티 아시아 서버? 복돌이 때문에 안 돼" 
(3월, EA코리아)

출시된 지 하루 만에 서버가 말썽을 일으킨 '심시티'를 두고 게이머들의 불만이 폭주한 상황에서 EA코리아 페이스북 담당자가 '한국 서버' 오픈 여부를 두고 이같이 답해. 참고로 해당 담당자는 답변 끝에 :( 북미식 이모티콘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아 순간 SNS 스타덤에 오른 것으로도 유명. 어쨌든 사람 열받게 하는 답변은 끝내 게이머들을 폭주하게 하였고, 결국 EA는 사과하며 한국 서버를 오픈. 그러게, 진작에 오픈했으면 서로 좋았잖아:( 


▲ 지난 3월 '심시티' 아시아 서버 관련 EA코리아의 입장


"여러분 프로그램만 알면 창업할 수 있어요! 기획자? 필요 없어요!"
(3월, 송재경 대표)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스타트업 위크엔드' 행사에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언급한 말. 좋은 말이 많이 나왔지만, 역시 결론은 '프로그래머 최고!'라는 걸 어필하고 싶으셨던 모양? 사실 이 말이 기사화되지 않은 이유는 당시 '아키에이지'가 한창 혼나고(?) 있을 당시라서... 라는 풍문이. 

"너보다 잘 그리는 사람도 50만 원 받고 저렇게 야근·밤샘하는데, 너는?" 
(5월, 팝픽)

이른바 '반페이(월급을 반으로)' 규정으로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팝픽사건이 수면 위로 오른 결정적 언급. 창작자 대다수가 배고픈 삶을 영위하며 작품을 완성하는데, 팝픽은 바로 이런 창작자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추락. 팝픽 측은 사건 이후 다소 역정을 내며 반론했지만, 결국 사과하고 또 다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육체적·정신적 착취 인정하는 거죠? 


▲ 팝픽 본지 중 하나인 팝픽 월드 (사진출처: 팝픽 공식 홈페이지)


"바람의나라 초기 동접 30명, 사실 그것도 조작이었는데(웃음)" 
(7월, 김정주 대표)

엔엑스씨 김정주 대표가 '바람의나라' 초기 버전 복원을 발표하는 토크쇼에서 언급한 말. 해당 토크쇼에는 넥슨 서민 대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 김진 작가 등 '바람의나라' 원년 멤버들이 모여 달콤한 추억 이야기를 꺼냈다. 동접 30명.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바람의나라'가 국내 첫 온라인게임이라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추억 이야기를 듣다 보니 '복원'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그 '복원'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이해되는 기이한 현상. 

"게임과 현대미술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종합문화예술'이라는 것이다" 
(7월, 최윤아 관장)

넥슨컴퓨터박물관 최윤와 관장이 게임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어필하며 설명한 말. 해당 박물관이 컴퓨터의 상징성을 게임과 함께 하나의 '문화'로 조명해 보존하고 연구하며, 이를 전시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공감이 되는 말. 컴퓨터와 게임, 게임과 컴퓨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여기에 '체험' 박물관을 통한 게이미피케이션? 완벽한데? 



▲ '바람의나라' 원년 멤버(상)와 넥슨컴퓨터박물관 내부전경(하)

"우리 목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견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 
(8월, 빅터 키슬리 대표)

화끈한 남자 워게이밍 빅터 키슬리 대표가 창립 15주년 행사에서 이같이 말해. 게임을 예술과 동일 선상에 두고 뱉은 말이라 더 멋스럽게 느껴지는 걸지도. 

"게임개발자는 마약사범, 그래도 갈 길 가자" 
(9월, 최관호 대표)

최관호 네오위즈 블레스 스튜디오 대표가 KGC 2013 키노트서 언급한 내용. 뻔한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이 뻔한 말이 가장 큰 위로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 국내 게임산업 태동 이후, 이제는 정언명제 정도로 굳어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한다'의 또 다른 표현. 더불어 최관호 대표는 이인화 교수가 한국 개발자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인용해 청중을 뭉클하게 했다고. 

"언제나 좋은 게임을 만들어 이 어두운 나라의 상처받은 사람들이 마약 하지 않게, 본드 하지 않고, 부탄 하지 않게, 자살하지 않게 지켜주고 그 대가로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는 이 땅의 개발자들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인화)"

"게임업계 종사자들이여, 자부심을 가져라" (11월, 송재경 대표)

'아키에이지'로 대한민국게임대상 3관왕에 오른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의 소감 중에. 국내 게임산업 초창기부터 시작해 성장, 부흥까지 모두 경험한 송 대표의 소신 있는 발언이라 업계 종사자들에게 커다란 힘이 됐다고. 특히 송 대표는 "게임산업은 지금까지 정부의 특혜나 보호는커녕 역차별과 규제 속에서도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올라왔다"는 '자부심'의 전제조건을 언급해 더 감동을 줬다는 후문. 계속 들어도 듣기 좋은 말. 업계 종사자들이여, 자부심을 가져라. 


▲ 개발자들에게 전하는 이인화 작가의 메시지



▲ 소신 있는 발언으로 박수를 받은 송재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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