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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국지천, 사운을 걸었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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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소프트는 걱정이 크다. 이틀 후면 ‘삼국지천’의 물꼬가 트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참 힘든 시간이었다. 지난 ‘헬게이트:런던’부터 시작된 게임 흥행 실패는 마치 ‘악운’처럼 계속 따라다녀 여러모로 그들을 힘들게 했다. 작년에 서비스된 대부분의 게임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어렵게 재건축해 내놓은 ‘미소스’마저도 버그와 운영미숙 등의 이유로 중간에 고꾸라졌다. 한빛소프트는 지금 사기가 많이 꺾여 있다. 그래서 ‘삼국지천’의 결과가 중요한 거다. 힘내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기반이 돼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장 흐름만 놓고 따져보면 사실 ‘삼국지천’은 무조건 잘 될 수 있으리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다. 시장을 보자.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저들이 게임을 하며 최소한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하건만,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생산된 MMORPG들은 차라리 ‘상품’이라 불릴만했다. 물론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지만 어쨌든 문제는 유저들이 질려버렸다는 것이고, 미적지근한 것에 대해서는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테라’가 왜 성공했나? 대작이기 때문에? 아니다. ‘테라’는 유저들이 감춰둔 쌈짓돈을 털어내 투자할 만큼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최소한 상품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저들은 ‘삼국지천’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도 ‘삼국지천’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요인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첫 째로 개발팀의 노련함이다. ‘삼국지천’ 제작팀은 과거 ‘로한’과 ‘씰 온라인’을 연거푸 성공시킨 구성원 대부분이 포진돼 있다. 믿음이 가는 데에는 단순히 ‘로한’을 성공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MMORPG를 개발하고 서비스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경험이 풍부한 그들이기에 준비 과정은 물론 서비스 돌입 시 여러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법까지 모두 통달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개발 팀 내부는 서비스 이틀을 앞둔 상황이지만 혼란 없이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숙련자들이 들뜬 분위기를 잘 눌러주고 있는 것.

두 번째로는 게임의 방향성이다. 애초에 ‘삼국지천’은 삼국지의 가장 큰 묘미인 ‘전쟁’을 메인 콘텐츠로 설계하고 이를 위해 게임을 디자인했다. 제약 없이 상대 국가 플레이어와 전투를 벌일 수 있는 프론티어 지역은 마치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의 삼국전쟁을 연상케 해 유저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내심 그 전쟁의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감마저 더해진다. 여기에 ‘유물’은 동기부여에 적격이다. 누군가가 내 몽둥이보다 조금 더 센 쇠몽둥이를 들고 있다고 치자. 어쩌지? 어쩌긴, 실컷 두들겨주고 뺏어야지. ‘삼국지천’은 아예 몰매를 놓으라고 쇠몽둥이를 가진 유저의 위치까지 맵에 콕콕 찍어준다. 미친 듯이 싸우고, 미친 듯이 눕는다. 상대 국가의 영토를 침범하고 성을 하나씩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정복해 나가는 최종 목표도 잊지 않았다. 전형적인 샌드박스 스타일로 자유로운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의도다. 이미 게임을 맛본 유저들이 ‘전쟁’에 대해서만큼은 호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 삼국지천의 `국가전` 스크린샷(출처: 공식홈페이지)


세 번째는 한빛소프트의 준비자세다. 이미 몇 차례의 실패를 겪은 탓인 지 ‘삼국지천’에 대해서는 꽤나 비장한 각오로 준비하고 있는 거 같다. 지난 ‘삼국지천’ 기자간담회에서 김유라 이사는 “라이브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해주는 것 같다”면서 “미소스 때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미완성인 상태에서 게임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고, 버그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재빠르게 해결하겠다는 것이고, 서비스를 하다 돈이 안 된다고 ‘확’ 내려 버리거나 개발팀을 뭉개버리지도 않겠다는 말이다. 한빛소프트는 지금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믿자. 믿어보자.

김유라 이사의 파부침주와 달리 김기영 대표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게임은 다른 게임과 다르다” 혹은 “차별화된 점이 많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죄송하지만 틀렸다. ‘삼국지천’은 무언가 새로운 도전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을 ‘삼국지’라는 소재에 맞게 잘 연마한 것뿐이다. 그 안에서 재미요소를 발굴하고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삼국지천’ 개발 총괄인 나성연 PD 역시 “1등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우리 게임을 알아봐주시는 분들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치만큼만 거두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목표도 당장의 성과보다 차츰차츰 나아지는 형태로 잡았다. 지극히 현실론적인 접근이다. 감정이 울컥울컥 배어나오는 김 대표의 우격다짐보다 훨씬 더 믿음이 가고 끌리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어야만 ‘삼국지천’에 비로소 ‘길’이 열릴 수 있다.

이제 며칠 안 남았다. ‘삼국지천’은 18일부터 사전 공개 서비스가 시작된다. 18일? 좋은 숫자다. 혹시 전쟁을 하면서 유저들이 가장 많이 부르짖는 숫자임을 알고 일부러 날을 저렇게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웃음). 다 됐고, 당신이 만약 전쟁을 좋아한다면 여기 쓸만한 게임 하나가 있다고 감히 말해주고 싶다. 평가는 마음 속 깊숙이 쓸개에서 우러나오는 그대로 해도 되지만, 일단 해보고 판단하자. 기자는 조조를 좋아하기 때문에 모든 영토를 푸른색으로 물들일 각오로 한번 달려볼 작정이다. 앗? 이 어처구니없는 색깔 ‘드립’은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의 폐단인가? 뭐, 아무렴 상관없다. 난 푸른색도, 조조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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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T3엔터테인먼트
게임소개
'삼국지천'은 중국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MMORPG로, 위, 촉, 오 삼국간 치열한 경쟁과 대립 구도를 그린 게임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적벽대전'과 '장판파 전투'를 게임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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