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헉슬리’ 제작을 총괄했던 강기종 프로듀서가 ‘다빈치 온라인(이하 다빈치)’로 돌아온다. 웹젠을 퇴사하고 김남주 전 웹젠 대표, 김형철 전 재무이사와 함께 개발사 브리디아를 설립한 지 근 2년 만의 일이다. 기자는 ‘헉슬리’ 시절부터 그와 안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헉슬리’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였는데, 당시 시장에서 난항을 겪고 있던 터라 부담감 때문인지 몹시 수척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이번에 만난 그는 여유를 되찾은 듯 밝은 얼굴이었다.
오늘 소개할 ‘다빈치’는 강 프로듀서의 세 번째 작품이다. 장르는 하이퍼 FPS. 그와 그를 따르는 개발자들이 늘 그래왔듯 “이렇게 만들면 재밌겠다”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 하이퍼 FPS `다빈치 온라인`의 플레이 영상
‘다빈치’ 이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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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펜슈테인3D’를 시초로 한 ‘퀘이크’ 시리즈는 출시 당시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가 ‘하프라이프’ 줄기의 ‘카운터스트라이크’의 등장으로 FPS 왕좌에서 머쓱히 물러났다. 이후 지금까지 ‘퀘이크’류의 게임은 밀리터리 FPS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프로듀서는 의문을 품었다. ‘퀘이크’류의 게임은 왜 밀리터리 FPS를 뛰어넘지 못할까, 그리고 왜 온라인으로 제작되지 않을까? 그래서 과거를 되짚어봤다. 결론은 재미였다. 그의 말을 빌리면 “당시에 더 재미있었으니까 발린 거 아니겠느냐”는 거다. 후속작으로 출시된 ‘퀘이크4’, 그리고 비슷한 장르의 ‘언리얼토너먼트3’가 올드 팬들에게조차 “재미없다”는 평을 들은 것만 봐도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스트리트파이터’의 길을 떠올렸다. “회사 설립 이후 첫 게임은 역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슈팅 장르로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밀리터리로 가면 망할 거 같더라고요. 시장 경쟁력이 너무 치열하니까요. 그래서 퀘이크나 언리얼 토너먼트 같은 하이퍼 FPS로 가기로 했죠. 온라인화 시켰을 때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스트리트파이터가 떠올랐죠.” ◀ 브리디아 강기종 부사장&프로듀서 |
‘스트리트파이터2’는 출시 당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며 대전격투액션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후에 등장한 시리즈는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지 못하며 번번히 실패했다. 강 프로듀서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후속작은 유저들의 기대치가 높아 늘 새로운 걸 넣어줘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게임은 점점 복잡해지고 갓 시작한 유저들에게는 높은 진입장벽까지 생겼다는 것. 그렇다면 17년 만에 등장한 ‘스트리트파이터4’는 왜 성공했을까? 맞다. ‘스트리트파이터2’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발전만 눈에 띤다.
강 프로듀서는 ‘스트리트파이터’가 돌아온 길을 떠올리며 ‘퀘이크’류 게임의 가장 근본적인 재미요소만 담아내기로 한다. 무기수 늘리고, 탈것 넣고, 전략성까지 부여한 복잡한 형태가 아니라, 특유의 ‘본능적인 액션’을 바로 맛볼 수 있는 그런 단순 명료한 게임. 그래서 이번 게임의 기본 콘셉도 ‘심플’로 잡았다.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다 뺐다.
▲ `다빈치 온라인`의 아트워크 중 하나
게임의 기본 방향이 정해졌으니 이제 남은 건 무대다. 강 프로듀서는 ‘헤레틱’을 떠올렸다. 총기는 물론 마법까지 교차돼 마구잡이로 전투가 진행되던 화끈한 무대. 그래서 개발팀이 생각해낸 것이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적 미술가이자 기술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강 프로듀서는 이거다 싶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기계들을 게임화했을 때 참 재미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퀘이크나 언리얼의 공상과학적인 화력을 다빈치가 발명한 무기로 대처하면 충분하겠다 싶었죠.”
엔진은 언리얼엔진3를 썼다. ‘헉슬리’를 개발하며 베타 버전부터 사용했던 그들이다. 게다가 행운인지 개발에 막 들어갈 무렵 새로운 렌더링 시스템이 업데이트됐다. 기존 언리얼엔진3의 어둑하고 칙칙한 느낌이 아닌, ‘미러스 엣지’처럼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안겨주는 그런 방식이었다. “이걸로 가자” 모두 동의하고, 그렇게 게임은 개발되기 시작했다.
▲ `다빈치 온라인`은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빈치’는 이런 게임이다
스토리부터 물어봤다. 아무래도 르네상스 시대인 만큼 뭔가 잘 엮어내면 꽤 흥미로울 거 같았기 때문이다. 돌아온 대답은 다빈치가 죽은 해 그의 완벽한 발명품을 얻기 위한 교황청과 공화정의 전투라는 것. 에? 이게 다입니까? 너무 짧지 않나요? “그래도 퀘이크3보다는 조금 더 길지요(웃음)” 심플한 게임 맞다.
전투 맵은 시대 배경을 잘 반영했다. 밀라노, 제노바, 피란체, 시실리, 알제리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헉슬리’ 개발 당시 유럽으로 가 촬영해온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시대 배경을 잘 살려 과학자, 상인, 모험가를 포함해 총 8명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건 캐릭터 선택 방식이다. 강 프로듀서는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아케이드 스타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UI 구성만 봐도 ‘스트리트파이터’에서 캐릭터를 고르는 장면과 흡사하다.
“모든 캐릭터는 외형적인 개성도 있지만, 고유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누구는 로켓을 잘 쏘고, 누구는 레이저를 잘 활용하는 그런 형태죠. 캐주얼하게 설계했기 때문에 상성관계가 되진 않을 겁니다. 그냥 고민하지 않고 ‘나 오늘은 얘 할래’라는 식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에요.”
▲ 아케이드 방식의 캐릭터 선택 창
양감이 살아있는 캐릭터 디자인도 독특하다. 물론 ‘기어즈오브워’만큼 묵직한 건 아니지만 일반 FPS 게임의 캐릭터들과 달리 볼륨이 무척 단단해 보인다. 슈팅 초보 유저도 스피디한 하이퍼 FPS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강 프로듀서는 게임을 심플하게 제작한 이유가 앞서 밝힌 대로 슈팅의 쾌감을 극도로 살려낸다는 부분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초보 유저들의 쉬운 적응도 한 몫 했다고 밝혔다. 중국이나 북미, 유럽게 비해 상대적으로 총체적인 게이머의 수가 적은 만큼, 어느 정도 유저 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중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그의 생각은 게임 내면 곳곳에서 묻어난다. 우선 무기(카테고리)가 망치, 기관총, 레일건, 로켓런처까지 단 4종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무기는 게임을 시작하면 모두 소유하고 있어 굳이 땅바닥에서 획득하지 않아도 된다. 딱총 든 상태로 상대 로켓런처에 맞아 죽는 ‘초보 유저 입장에서’ 어이없는 상황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밀리터리 FPS에 적응된 유저들을 위해 무기 활용에도 신경을 썼다. 그 예로 모든 무기는 마우스 왼쪽이 일반 공격, 오른쪽 버튼은 특수 공격으로 지정돼 있다. 망치의 경우 일반 공격은 근접에서 휘둘러 적을 때려 부수는 형태지만,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머리를 날려 수류탄처럼 쓸 수 있다. 로켓런처는 특수공격을 쓰면 유도탄이 날아간다.
“사실 하이퍼 FPS가 매니아 장르잖아요. 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이에 무기에 대한 선택권을 넓혀 봤는데, 의외로 재미 있더라고요. 로켓런처 같은 건 유도탄이 있는데, 초보 유저들이 사용하기 편할 거에요. 대신 일반 공격보다 피해량이 적기 때문에 고수를 이기긴 힘들 겁니다. 밸런스에 신경을 많이 썼죠.”
▲ 무기 카테고리는 4종이지만, 튜닝을 통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스피드감도 어느 정도 조절했다. 너무 빠르면 초보 유저들이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 이에 전투에 돌입하면 캐릭터의 움직임 속도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어차피 전투 중에는 격렬하기 때문에 느려져도 체감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신 전체적인 스피드감은 잃기 싫어 ‘스프린트’ 기능을 넣고 평소에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이래도 불안했는지 봇 모드와 PvE 모드도 넣었다. 봇 모드는 말 그대로 인공지능 캐릭터와 전투를 하며 게임을 이해하는 일종의 ‘학습’ 프로그램이다. PvE 모드는 어떠한 목표를 위해 서로 파티를 하고 몬스터를 때려잡는 추가적인 재미요소에서 접근했다.
마지막으로 게임 진행 방식. 우선 하이퍼 FPS의 느낌을 살려내 줄 점프대가 있고, 체력을 회복하는 아이템도 맵 곳곳에 깔려 있다. 또한, 맵 중앙에는 공격력이 추가로 상승하거나 방어력이 오르는 ‘특수한 아이템’이 존재하는데, 게임 내에서 종소리와 함께 등장한다. 목숨 걸고 먹으러 가거나, 지키거나 약간의 전략 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셈.
게임 모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TDF(팀데스플래그)보다 TDM(팀데스매치)에 신경을 더 썼다. 아무래도 국내 유저들에게는 깃발 뺏기보다 일단 쏘고 보는 룰이 더 적응하기 쉽기 때문. 이에 정확하게 대칭 구조로 설계된 지역이 많다. 강 프로듀서는 “게임 모드는 고민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TDF를 더 좋아하고 게임 스타일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TDM을 해보니까 이것도 생각보다 꽤 재미있더라. 심플하게 게임을 설계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 레일건의 특수 공격은 `줌`으로 스나이핑할 수 있다
게임을 직접 해보니까
강 프로듀서에게 게임설명을 들은 뒤 게임을 좀 해봤다. 참고로 기자는 ‘헉슬리’ 시절 그와 몇 번 게임을 했던 적이 있다. 서로 아이디를 알고 있었으니, 당시 보이기만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승률은 8:2 정도. 당연히 기자가 8, 강 프로듀서가 2였다. 물론 이 사실은 또렷하게 기억난다(웃음).
게임은 그와 1:1 매치로 진행했다. 시작하기 전 강 프로듀서는 “아무리 그래도 매일 하는 게임인데, 당연히 내가 이길 거 같다”며 자신 있는 미소를 보였다. 웃으며 “그럴 거 같다”고 했지만, 원래 FPS라는 게 지면 열 받는 장르다. 게다가 한때 그도 퀘이커, 기자도 퀘이커 아니었나. 질 수 없었다. 손가락을 조심스레 풀었다.
일단 첫 느낌은 깔끔했다. 스피드감도 살아 있어 템포도 빨랐다. 무엇보다 게임이 참 쉬웠다. 캐릭터가 양감 있으니 쏘고 맞히는 과정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고, 무기 자체도 조준하고 발사하기만 하면 돼 적응하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첫 킬은 기자가 했다. “큭큭큭”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러나 이후부터 무차별 학살을 당했다. 특히 그는 특수공격의 활용이 뛰어났다. 앞서 밝힌 대로 로켓런처는 유도탄 기능이 있기 때문에 쏘기 애매한 위치에 있으면 이를 발사해 피해를 주었고, 머신건의 특수공격은 탄알을 튕길 수 있어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도 꾸준히 피해를 줄 수 있었다.
▲ 레일건을 통해 첫 킬은 따냈으나...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맵을 파악하고 특정 위치에서는 어떤 무기가 더 효율이 좋은 지 알고 써야 하는데, 경험이 없으니 공략이 힘들었다. 덕분에 우물쭈물하는 사이 미친 듯 캐릭터가 죽어 나갔다. ‘다빈치’는 사살 이후 V키를 눌러 상대를 조롱하는 ‘춤’을 출 수 있다. 그의 캐릭터는 기자를 사살하곤, 늘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 과정 속에서 ‘다빈치’가 비록 심플하고 캐주얼하게 설계되긴 했지만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실력이 돋보이지 않으면 매력도 떨어지는 법. 다행이 이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첫 경기가 끝났다. 점수를 보니 10킬 20데스였다. 할렐루야. 회의실 방에 덩그러니 앉아 있으며 여러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니 어제 밤잠을 설쳐 컨디션이 무척 좋지 않은 거 같다. 게다가 어디서 이런 싸구려 무선 마우스를 가져다 놓았는지, 불쾌하다 이거. 마침 회의실 문이 열리며 강 프로듀서가 활짝 웃으며 들어왔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신다.
강 프로듀서는 소감을 물은 뒤 한판 더 하자고 제안했다. 질 걸 뻔히 알면서도 흔쾌히 수락했다. 이 부분은 주목할만하다. 기자의 개인적인 느낌일 지도 모르겠지만, 게임 자체가 적응하기 쉽다 보니 한번 더 하면 충분히 더 실력을 보일 수 있을 거 같았다. 여기서 실력이란 더 높은 킬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느낌을 FPS에서 ‘동기부여’라 부른다.
▲ 적을 사살한 뒤 조롱할 수 있다~ 이 상황에 죽으면 보너스가 주어진다(위험을 감수했으므로)
두 번째는 1:1에 최적화된 맵에서 진행됐다. 강 프로듀서는 추후에 실력 있는 유저들을 위해 1:1 래더매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1:1 자체가 꽤 재미있어 고수들 사이에서 큰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거고,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 무차별 학살을 가하는 고수들을 별도로 차출하겠다는 의도까지 깔려 있다.
‘다빈치’의 1:1 맵은 먼저 레벨을 깔아두고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뒤 배경을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무한대 스프린트를 통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적을 발견하는 데 몇 초도 걸리지 않았고, 구조물도 4종의 무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충분히 흥미로웠다. 강 프로듀서의 캐릭터 뒤를 졸졸 따라가며 확실하게 느낀 부분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불안한 점도 있었다. 바로 ‘초보유저’다. 이들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한 게임이긴 했지만, 특유의 빠른 스피드감과 전투 방식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거 같기도 하다. 물론 이 부분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사항이고, 추후 테스트를 진행하고 난 뒤에 판단해도 될 것 같다.
여러 생각이 교차되던 사이 두 번째 매치가 끝났다. 결과는 앞선 매치와 비슷했다.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강 프로듀서가 ‘웃으며’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는 승자가 패자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여유로운 말을 꺼냈다. “담배나 한대 피러 가시죠”
▲ 승리한 강기종 프로듀서의 미소?
강기종 프로듀서의 고민
강기종 프로듀서는 고민이 있다. 과연 이게 ‘먹힐까’에 대한 부분이었다. 최대한 국내 유저들의 성향을 고려해 ‘맞춰서’ 개발했다고 하지만,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가 대부분의 유저풀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니 여전히 그의 도전은 모험에 가깝다.
사실 강 프로듀서는 ‘유명한’ 개발자로 불리기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패키지 FPS로 발매된 ‘니트로패밀리’를 제작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폭력성 등의 이유로 국내에 발매되진 않았지만 세계 20여 개국에 동시 발매됐을 정도로 이슈가 된 게임이었다. 이를 인정받아 그와 그의 개발자들은 웹젠에 스카우트됐다. 여기서 ‘헉슬리’ 개발을 총괄하며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남자가 바로 강기종 프로듀서다.
▲ 델피아이의 `니트로패밀리` 당시 강기종 프로듀서는 메인 기획자였다
‘니트로패밀리’를 보면 그의 개발사상이 잘 묻어난다. 04년도에 나온 이 게임은 남편이 부인을 등에 업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적들을 쓸어버리는 ‘유쾌한 살인 액션’을 추구하는 게임이다. 간혹 부인이 공중으로 뛰어 올라 로켓을 날리고, 무차별로 적을 죽여 엑스타시 모드가 되면 주변 적들이 슬로우 모션이 되고 BGM이 신나는 록에서 장중한 클래식으로 바뀌는 등 엽기적인 재미요소가 다분하게 깔려 있다. 살짝 ‘정신 나간 게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재미’만을 추구하며 만든 게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시대는 흘러 이제 게임도 산업화됐다. 헝그리 정신으로 ‘재미’만을 추구하며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는 재미뿐 아니라 이런 저런 요소들까지 생각하며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헉슬리’를 통해 뼈아픈 경험을 했던 그이니, ‘다빈치’가 완성돼 갈수록 고민이 쌓이는 건 당연하다.
기자는 그의 고민에 별 다른 말을 해줄 수 없었다. 정해진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분은 무척 좋았다. 줄담배를 필 정도로 걱정을 하면서도, 시장에 꾸역꾸역 등장하는 양산 게임들과 다른 모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빈치’의 결과가 어찌됐든 그와 그를 따르는 개발자들이 꾸준히 게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역사에 ‘훌륭한 개발자’로 기록되는 것도 좋지만, ‘국내 게임 발전을 위해 노력하던 개발자’에 속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나.
▲ 브리디아 직원들, 개발자들은 강기종 프로듀서와
`니트로패밀리`와 `헉슬리`를 거쳐 `다빈치 온라인`까지 함께하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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