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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게임 속 성소수자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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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 정하는 남자]는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세계적인 복서 매니 ‘팩맨’ 파퀴아오가 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파퀴아오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들어 동성애를 ‘짐승만도 못한 짓’으로 비하했고, 이에 성소수자 지지층은 큰 실망과 유감을 표했죠.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그간 파퀴아오를 지원해온 나이키가 ‘성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차별에 반대한다’며 스폰서쉽을 철회하는가 하면, 반대로 많은 이들이 파퀴아오에게 지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성애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성소수자들은 갖은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기 마련입니다. 문화권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성소수자를 꺼리거나 심지어 혐오하죠. 자연히 현실의 일면을 투영하여 만들어지는 게임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거나 악의적으로 왜곡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력적인 성소수자 캐릭터도 차츰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어디 그 마성에 한번 흠뻑 취해보시죠.

5위 베로니카(폴아웃: 뉴 베가스), 세기말에도 지치지 않는 명랑 아가씨


▲ 동성애자인 '베로니카'와 그녀의 연인으로 추정되는 '크리스틴'
(사진출처: 위키)

5위는 세기말 RPG ‘폴아웃: 뉴 베가스’의 여성 동료 ‘베로니카 산탄젤로’입니다. 핵전쟁 이전 기술을 발굴하고 수호하는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의 젊은 서기(Scribe)죠. 초반에 만나는데다 별다른 영입 조건도 없고, 외모와 능력치도 준수하다 보니 굉장히 선호되는 동료입니다. 특히 간간히 터져 나오는 재기 발랄한 입담과 가녀린 몸으로 철권을 휘두르는 ‘갭모에’야말로 다른 동료에게선 볼 수 없는 그녀만의 매력이죠.

외부인을 무시하거나 고압적으로 대하는 여느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 단원과 달리 ‘베로니카’는 처음 만난 주인공에게도 쾌활하게 말을 건넵니다. 그녀는 땅 속 깊이 벙커에 주둔한 동료들을 위해 외부 정보와 물자를 구해오는 일종의 정찰병인데, 얘기를 나누다 보면 폐쇄적인 생활에 넌더리가 났음을 알 수 있죠. 부모님을 따라 태생적으로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의 일원이 되었지만 사상적으론 큰 차이를 보입니다. ‘베로니카’는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이 황무지인들에게 도움을 베풀고, 그들과 공생해야 한다고 믿죠.

그런 그녀에겐 한 가지 비밀이 있으니, 바로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동성애자라는 겁니다. 사실 비밀이랄 것도 없이 연애 경험을 물어보면 아무렇지 않게 ‘한 때 사랑했던 여인’에 대해 얘기하죠. 사정인즉슨 과거에 또래 단원을 사랑했는데, 어느 날 상대가 홀연히 떠나버렸답니다. 이후 DLC에서 ‘베로니카’의 옛 연인으로 추정되는 ‘크리스틴 로이스’에게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면,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 모하비 지부의 옛 수장이 고의적으로 둘을 갈라놓았음을 알 수 있죠. 특유의 팍팍한 규율 상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4위 볼긴(메탈기어 솔리드),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된 카리스마 악역


▲ 한 번 만져보고 곧바로 변장을 간파하는 '볼긴', 굉장합니다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4위는 잠입액션의 대부 ‘메탈기어 솔리드’ 악역 ‘볼긴’ 대령입니다. 냉전시대 소련군 장교로, 엄청난 거구에서 수만 볼트의 전류를 뿜어내는 괴능력자죠. 거칠고 포악한 성품에 가학성애자 기질까지 다분하지만, 한편으론 진성 악역에 어울리는 카리스마도 갖춘 인물입니다. 뒤에서 암약하기 보단 선두에서 적을 박살내길 즐기는 거친 매력(?)이 일품이죠. 무엇보다 그는 '메탈기어 솔리드'에 모든 사건을 촉발시킨 원흉이라는 큰 의미를 지닙니다.

전설의 용병 '네이키드 스네이크'가 아직 일개 특수부대원이던 시절, 미국은 ‘볼긴’이 지닌 거금 '현자의 유산'을 빼돌리기 위해 ‘스네이크’의 스승 '더 보스'를 소련에 위장 망명시켰습니다. 그런데 '볼긴'이 멋대로 핵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를 '더 보스'에게 누명 씌우는 바람에 그녀는 더는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죠. 이 일로 결국 ‘스네이크’가 ‘더 보스’를 죽이고, 나아가 전세계 정부를 적으로 돌리게 되니 ‘볼긴’의 폐단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더 보스’ 암살 작전을 수행하는 이 와중에 '볼긴'의 성적 취향을 알 수 있는데, 부대 내에 남색 파트너까지 둔 동성애자입니다. 변장한 ‘스네이크’를 성기 크기로 단박에 알아챌 정도로 엄한 쪽으로 눈썰미가 좋죠. 다만 캐릭터 자체가 정상적인 구석이라곤 없는 괴인이라, 남색 취향도 그저 괴이함을 강조하는 요소로 쓰이는데 그칩니다. 여성을 추행하는 장면도 있어 양성애자 혹은 단순한 변태처럼 보이기도 하죠.

3위 타츠미 칸지(페르소나),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려 애쓰는 청춘


▲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뜬 청년 '칸지'와 남장여자인 '나오토'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3위는 국내에도 두터운 팬덤을 거느린 ‘페르소나’의 ‘타츠미 칸지’입니다. 주인공의 고등학교 후배로, 폭주를 비롯해 온갖 일탈행위로 소문난 문제아죠. 고등학생이라곤 믿기지 않는 풍채와 올백 금발머리, 여기저기 커다란 흉터와 피어싱까지 딱 봐도 불량배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거친 언행과 달리 의외로 따뜻한 구석이 있고, 특히 같은 학년에 미소년 ‘시로가네 나오토’에게는 이상하리만치 친절하게 굴죠.

‘칸지’는 등교를 하지 않아 주인공과 접점이 거의 없었지만, 심야 TV에 빨려 들어가는 괴사건을 겪으며 본격적으로 비중이 커집니다. ‘칸지’의 심상이 투영된 TV 속 세계는 뜨거운 사우나탕으로, 이곳에서 그는 훈도시 한 장 달랑 걸친 채 흥분해 있었죠. 심지어 ‘칸지’가 만들어낸 섀도우는 거대한 근육질 몸 안에 수많은 꽃이 만개한 충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할 마초 게이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안타까운 사연이 있답니다.

사실 ‘칸지’는 어려서부터 자수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러나 거친 외모 때문에 원치 않는 분란에 휘말리고, 하지도 않은 악행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어느새 소문난 불량배가 되어버린 거죠. 결국 외부의 시선과 내면의 자아가 충돌하는 정체성 혼란 속에서 친절히 말을 걸어준 미소년 ‘시로나게 나오토’에게 덜컥 반해버린 겁니다. 그런데 정작 ‘나오토’의 정체는 남장여자(…)라는 점이 참 재미있죠.

2위 엘리(더 라스트 오브 어스), 거친 삶 속에서 성숙해가는 소녀


▲ '조엘'이 '엘리'에게 아버지라면, 연인은 바로 흑인 소녀 '라일리'입니다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2위는 2013년 최고의 게임으로 꼽히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여주인공 ‘엘리’입니다. 살인 곰팡이로 인한 대재앙 이후에 태어난 소녀로,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한지라 나이에 걸맞지 않는 거친 언변을 보여주죠. 단순히 입만 험한 게 아니라 단검이나 총기를 다루는데 익숙합니다. 여느 게임 속 소녀처럼 그저 보살핌을 받거나 사고를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당찬 아이죠.

이렇듯 조숙한 소녀 ‘엘리’가 무뚝뚝한 아저씨 ‘조엘’과 동행하며 정서적 유대를 나누고 성장해가는 것이 게임의 큰 뼈대를 이룹니다. 난리 통에 딸을 잃고 밀수업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조엘’은 군대의 감시망을 피해 ‘엘리’를 외곽지역으로 호송하라는 희대의 밀수 의뢰를 맡게 되죠. 그녀가 이처럼 중요한 이유는 살인 곰팡이에 면역이기 때문입니다. 즉 인류를 구원할 백신 개발이 그녀의 몸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죠.

‘엘리’와 ‘조엘’은 처음에는 서로를 불신하고 마찰을 일으키지만, 함께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점차 친밀한 관계로 발전합니다. 다만 이는 연인 사이가 아니라 아버지와 딸의 유대를 보여주는 것이죠. ‘엘리’가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은 본편 시점에선 이미 사망한 ‘라일리’라는 흑인 소녀입니다. 둘의 깊은 관계는 DLC ‘레프트 비하인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나름 진한 키스신도 나오죠. 동성애에 거부감을 느낀 일부 유저는 ‘어린 아이들의 우정 표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총제작자 닐 드럭만이 직접 동성애를 상정하고 개발했다고 밝혀 논란이 종식됐죠.

1위 도리안(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사랑하는 가족을 등진 슬픈 마법사


▲ 동성애자인 작가의 마음 아픈 경험이 고스란히 투영된 '도리안'
(사진출처: 위키)

마지막 1위는 정통 RPG 계보를 이은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의 남성 동료 ‘도리안’입니다. 잘 다듬어진 콧수염이 인상적인 마법사로, 고귀한 혈통을 지닌 귀족이었으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고향을 떠난 아픈 과거가 있죠. 매력적인 외모와 성품에 걸맞게 연애가 가능한 캐릭터인데, 오직 같은 남성만이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답니다. ‘드래곤 에이지’에서 동성연애를 보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실제 동성애자가 겪는 고통을 깊이 있게 표현한 것은 ‘도리안’이 최초입니다.

‘드래곤 에이지’ 세계관에서 마법사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법사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혈통 좋은 가문은 제국에서 상류층으로 대접받으며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죠. ‘도리안’ 또한 마법사 가문의 적자로 평생 부족함 없이 살았고, 다른 귀족가의 여식과 결혼해 대를 이을 일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도저히 여자를 사랑할 수가 없었고, 결국 가족을 비롯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밖에 없었죠.

‘도리안’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가 가족을 굉장히 아끼고, 사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마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을 이성애자로 만들려 한 아버지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꼈죠. ‘도리안’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가 데이빗은 실제 동성애자로, 굉장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과정 속에서 작업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동성애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얼굴도 모르는 타인의 차별이 아닌, 평생을 의지한 가족의 멸시라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도리안’에게 어떤 말을 건네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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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롤플레잉
제작사
바이오웨어
게임소개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은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신작으로 오픈 월드 기반 RPG다. EA의 신규 엔진 프로스트바이트 3를 기반으로 개발된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은 올레이 왕국 몰락 이후 혼란을 바로잡...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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