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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선언 후 1년만의 컴백. 그 결과는?(록맨 X8)


은퇴선언. 그러나…

1987년 겨울 처음으로 등장한 록맨은 높은 완성도와 짜임새 있는 레벨 디자인, 그리고 계속 불타오르게 하는 하드코어적인 난이도가 큰 매력이다. 이런 매력을 바탕으로 록맨 시리즈는 캡콤의 간판 액션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그 후 16년 동안 자그마치 60여개의 관련 타이틀이 발매되었고 그 시리즈들의 총 판매량은 무려 1700만개에 육박한다.

시간은 흘러 본가의 정통 록맨 시리즈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지만, 대상 연령을 한 단계 높이고 난이도를 조정한 록맨 X시리즈가 그 뒤를 잇듯 꾸준히 발매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나왔지만 뛰어난 완성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록맨 에그제 시리즈, 과거의 잔혹한 난이도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록맨 제로 등이 현재 록맨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있다.

▲ 필자가 처음 해본 록맨 시리즈인 록맨 4

▲ 메가맨의 실체. 록맨과 메가맨의 차이는 이렇다

그러나 생일상도 매일 받으면 지겨운 법.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시리즈는 어디까지 계속될까 의문을 품으면서도 나오면 어느새 플레이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해 내던 록맨 시리즈가 15주년을 맞이하며 발매된 록맨 X7로 완결을 선언했다. 수고했다 록맨! 이제 편히 잠들어라! 그러나….

완결 선언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록맨은 또다시 우리들을 찾아왔다. 새로운 협력기와 신 시스템으로 무장했다고는 하지만 전작과 같은 캐릭터, 시리즈 내내 같은 분위기의 BGM과 지겹게도 다시 나타나는 시그마 등 식상한 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이런 식상함은 어느 새 친숙함으로 변해 버리고 플레이에 열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록맨 X8은 설 특수를 노린 마케팅으로 일본보다 1개월이나 먼저 발매되었다


원점으로의 회귀와 신 시스템의 융합

2D의 틀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3D액션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던 록맨 X7과는 달리 록맨 X8은 원점으로 회귀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픽이 3D이긴 하지만 2D의 시리즈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고정된 시점으로 대부분의 스테이지를 진행하게 되었고, 록온이나 시점 회전은 아예 사라졌다. 외도를 그만두고 다시 정도를 걷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랄까?

이번엔 처음부터 록맨, 제로, 액셀 중 2명을 선택하여 진행하게 된다. 스테이지에 상성이 맞는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그 캐릭터를 고르지 않아도 엇비슷한 능력을 가진 1명은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에 2명을 교대로 조작하면 진행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어떤 스테이지에서도 미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절묘한 밸런스는 역시 록맨이라는 찬사를 자아내게 한다.

▲ 엑스는 포격전, 제로는 근접전에 특화되어 있고 액셀은 호버링으로 트랩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를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진행하는 것은 전작과 같지만 공격을 히트시키면 서브 캐릭터의 일정 체력이 회복되는 리커버리 게이지 시스템에 의해 두 캐릭터간의 상호 의존도가 보다 높아졌다.

적에게 잡혔을 때 서브 캐릭터가 구해주면서 서로 교대하는 레스큐 체인지와 더블 어택으로 캐릭터간의 협동성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전자는 이벤트성 기술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고 후자는 게이지가 차면 발동시키는 단순한 구성이라 양쪽 모두 게임 플레이에 완벽히 녹아들지는 못한다. 체인지를 통한 연계 공격 등을 추가하거나 기술 발동에 다양한 조건을 걸었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않았을까?

?▲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슈팅게임의 전멸폭탄과 같이 쓰일 뿐이다

적을 물리치면 나오는 메탈로 연구소에서 칩을 개발하는 시스템이 이번 록맨 X8에 새롭게 도입되었다. 쉽게 말해 진행하는 동안 포인트를 모아서 그것으로 아이템이나 각종 스킬을 달아주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 ALL은 아이템, 캐릭터마다의 칩 개발은 스킬 등록이라고 보면 된다

어려운 난이도를 아이템이나 스킬을 이용해 극복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좋았지만 최대 HP와 리커버리 게이지를 올려놓고 아이템을 사용하면 보스를 아주 쉽게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중후반의 보스가 너무 쉬워져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꿈많은 아이들에게 세상은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란 것을 일깨워 주던(?) 록맨 시리즈도 결국은 세상과 타협하고 만 것인가! 스킬을 트리로 구성하거나 제한을 주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자신이 액션게임의 달인이라 자신한다면 노 칩으로 공략해보자!

종합해 보면 이전으로 돌아간 게임 구성에 신 시스템의 융합은 조금 불완전해 보이지만, X4부터 시작된 캐릭터 간의 멋진 차별화가 거의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 들 정도로 구현되어 있어서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높다고 할 수 있다.


변함없는 완성도를 보여주는 레벨 디자인

록맨 X4부터 계속 난이도가 낮아져서 X7에서 그 정점에 달했던 반면 록맨X8은 다시 본가의 록맨 시리즈에 가깝게 바뀌었다. 특히 스테이지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수많은 트랩이 절묘하게 배치된 각 스테이지에 적응하느라 플레이어는 적게는 2~3번, 많게는 수십 번을 재도전하게 된다.

허무하게 죽은 뒤 한참 전부터 다시 시작하는 불편함 역시 건재(?)하지만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며 몸으로 익혀 나가는 ‘학습하는 재미’의 절묘한 밸런스가 바로 록맨 시리즈의 매력이 아닌가! 대부분의 액션게임이 쉬운 경향을 보이는 요즘 추세에 도전욕을 불태울 수 있는 록맨다운 재미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한 스테이지의 길이가 짧게 구성되어 있고 상당히 빠른 템포로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 패턴을 익힐 때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일단 공략법만 손에 익으면 짧은 시간 안에 보스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된 점이 마음에 든다. 앞에 언급한 이유를 제외해도 보스전의 난이도가 낮은 것은 시리즈의 마니아인가 아닌가에 따라 평이 갈릴 듯 생각된다.

▲ 가끔은 악랄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레벨 디자인. 하지만 그만큼 클리어했을 때의 뿌듯함은 남다르다

매력적인 세 명의 네비게이터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스테이지 진행과 숨겨진 루트를 찾아내는 팔렛트, 보스전의 패턴을 분석해 주는 레이아, 두루두루 유용한 올라운드 에이리아 등 3명은 같은 스테이지라도 각기 다른 성격의 네비게이션을 통해 같은 스테이지라도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 필자는 겉보기와 달리 쑥맥인 레이아가 마음에 들었지만 숨겨진 루트를 찾느라 주로 팔렛트를 선택했다

숨겨진 뉴트럴 파츠와 스킬 칩을 만드는 레어 메탈을 찾아내려면 전작까지의 레프리로이드를 구출하는 시스템 대신 보스를 쓰러뜨리고 얻은 특수 무기를 사용해서 숨겨진 길을 찾아서 얻도록 바뀌었다. 일부는 네비게이터들의 조언을 통해 헤매지 않고도 찾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템은 깊숙이 숨겨져 있어서 클리어하고 나서도 무기를 얻거나 달성률을 높이는 등 꾸준히 즐길 수 있는 도전 요소를 제공한다.

▲ 특수능력을 이용해서 숨겨진 라이트 박사의 유물들을 모아 최강의 엑스를 만들어 보자!


정돈된, 그러나 퇴화된 그래픽

게임은 2D의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3D시점을 부분적으로 구현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엔 라이드 에이리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테이지가 ‘뷰티풀 죠’처럼 3D 그래픽이 2D시점 위주로 매우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시점을 돌려가며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수고 없이 액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3D 액션과 비교해도 상당히 괜찮은 그래픽이였던 전작에 비해 너무 단촐해진 느낌이 든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주인공과 적 캐릭터들에게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고 나름대로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려는 더블 어택마저 PS 게임 수준의 카메라 워크와 이펙트를 보여준 데 필자는 크게 실망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전작에 있던 카툰 렌더링 처리가 사라져서 애니메이션 같은 아기자기한 느낌조차 주질 못하고 있다는 것. 애니메이션 데모 동영상을 보다가 게임화면의 주인공 캐릭터를 보면 서로 별개의 화면인 듯한 위화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리얼타임 폴리곤만으로도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지게 하는데 성공한 ‘뷰티풀 죠‘라는 교과서적인 작품을 내놓았던(제작은 클로버 스튜디오) 캡콤이 어째서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강한 록맨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PS시절에 자주 느끼던 데모 화면과 게임화면의 이질감을 오랜만에 경험했다

 

이번에도 시그마가!?

계속된 싸움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달로 이주하기 위해 ‘야곱’이라는 궤도 엘리베이터가 건설되고 그 시동을 위해 대량의 신세대형 레프리로이드가 달로 이동하는데, DNA를 복제해서 완벽하게 다른 존재로 변신할 수 있는 그들은 완벽한 대상을 찾다가 시그마의 DNA를 카피하는 위험한 선택을 하고 만다. 그리고 시작되는 레프리로이드들의 반란으로부터 록맨 X8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 야곱의 관리자인 신세대형 레프리로이드 루미네. 시그마의 DNA를 카피해 버리고 만다

오프닝부터 시그마의 복제로 보이는 것들이 대량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우리의 주적은 시그마’ 라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살아있었다’, ‘어딘가에 살아남아 뒤에서 조종했다’는 진부한 구성이 아니다. 록맨 X8의 스토리는 확실히 지금까지의 작품들과 좀 다르다.

그저 ‘악당 와일리 박사를 물리치는’ 록맨 시리즈와는 달리 록맨 X 시리즈는 로봇을 종처럼 부리는 인간에 대해 반기를 든 로봇들을 처치하는 로봇이라는 모순을 가지고 시작한 첫 작품부터 확실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스토리이긴 했다.

하지만 이후 시리즈가 계속되는 시그마에 부활에 연계된 스토리에 엑스와 제로의 인간적인 고민을 다루는 데 그친 반면 이번 작품은 새로운 적들인 신세대형 레프리로이드들이 주장하는 세계의 논리 또한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단순히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당이 아닌 하나의 정의로 다가오는 등 스토리의 무게감이 상당해졌다.

확실한 결말은 직접 플레이해서 엔딩을 보기 바란다. 잠시 눈을 감게 하는 스탭롤 후 라이트 박사의 문구도 필견.

▲ 쿨한 성격의 액셀은 적들이 무슨 말을 하건 이런 대답으로 일관한다


액션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

비슷한 분위기에 시스템만 추가되며 계속 시리즈가 나오는데도 록맨 X 시리즈가 꾸준히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별다른 이유는 없다. 바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록맨 X의 새 시리즈가 등장하면 팬들은 나오기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다가 즐겁게 플레이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기 시리즈라면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록맨 X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은 시리즈에 익숙한 팬들은 물론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조금만 해보면 이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포용력에 있다. 물론 이는 탄탄한 완성도와 짜임새 있는 레벨 디자인, 그리고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난이도의 완급 조절 등 세 요소가 어우러지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가벼움을 버리고 다시 반복되는 도전이라는 액션의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어져 돌아온 록맨 X8. 이왕 금기를 깬 바에 다음 작품은 화려한 그래픽에 시스템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서 다시 예전의 영광을 누렸으면 한다.

▲ 여기서 여기까지 무려 17년.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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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장르
액션
제작사
게임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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