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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가이아 포터블 한글판, 일본어 못 해도 폐인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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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 하는 마약급의 중독성 때문에 최악의 폐인양성게임이라 불리우는 SRPG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이하 디스가이아)’ 한글판이 지난 20일 PSP로 정식 발매되었다. 이번에 출시된 ‘디스가이아 포터블’ 은 지난 2003년 PS2로 한글화되어 정식 발매된 ‘디스가이아’ 의 추억을 PSP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버전으로, 일본어를 몰라서 2006년 일본에서 발매된 ‘디스가이아 포터블’, 이후 통신대전 기능이 추가되어 발매된 ‘디스가이아 포터블 통신대전 시작했습니다’ 등을 플레이하지 못했던 유저들에게는 난데없이 들려 온 희소식이다.

동해를 건너 한국에까지 그 마수(?)를 뻗친 무시무시한 게임의 포터블화, ‘디스가이아 포터블’ 을 살펴보기로 하자.

120% 와 닿는 이식률

‘파이어 엠블렘’, ‘드래곤 퀘스트’ 등의 RPG들이 국내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 하는 이유는 바로 ‘한글화’ 이다. 일본어를 잘 한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겠지만 필자와 같이 일본어를 모르는 일반 게이머(?)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가 없는가’ 이다. 그래서 100% 한글화되어 PS2로 출시된 ‘디스가이아’ 는 국내 유저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고, 현재 중고 게임 시장에서도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임이 되었다. ‘디스가이아 포터블’ 또한 PS2버전 ‘디스가이아’ 의 위엄을 그대로 이어받아 메뉴와 대사 하나하나까지 모두 한글화 되었다. ‘스타크래프트2’ 처럼 음성까지 현지화 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 음성 한글화는 꽤나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이니만큼 바라지도 않는다.

▲ 아, 너무나도 그리운 한글이다!

‘디스가이아 포터블’ 의 이식률은 단순히 PS2 버전 ‘디스가이아’ 를 PSP로 옮겨 놓은 것을 뛰어넘었다. 대표적으로 ‘에트나’ 를 주인공으로 한 ‘에트나 모드’ 의 추가를 예로 들 수 있다. 눈을 뜬 ‘라하르’ 를 ‘에트나’ 가 총살하지 않나, ‘프리니’ 로 가짜 라하르를 만들고 ‘프론’ 이 우주 형사가 되는 등 범상치 않은 스토리로 이루어진 ‘에트나 모드’ 는 PS2판에는 없는 신 요소이다. 물론 ‘에트나 모드’ 도 100% 한글화 되어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에트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엉망진창 '에트나 모드' 도 있어요

애초에 PSP로 나왔어야 해

‘원작 다 버려놨네!’

PSP로 이식된 PS2(혹은 PS3) 게임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응이다. PSP라는 플랫폼의 기술적 한계 때문인데, 필자의 경우 발매 한 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PSP용 ‘철권’ 시리즈의 퀄리티에 땅을 치며 통곡한 기억이 있다. 그래픽이 좋은 게임일수록 PSP로의 이식은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원작을 플레이 해 본 유저들에게 욕을 먹는 것은 보너스이다.

그러나 ‘디스가이아’ 는 애초에 그래픽이 좋은 게임이 아니다 보니 PSP의 성능이면 100% 이상을 구현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한 마디로 퀄리티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SPRG 특성상 컨트롤 방식도 간단하기 때문에 방금 전까지 원작을 플레이하다 온 유저라도 전혀 위화감 없이 기존에 즐기던 대로 플레이 할 수 있다. 양 방향 아날로그 스틱을 모두 사용하는 ‘괴혼’ 이나 R1, R2 버튼을 모두 사용하는 GTA 등의 PSP 이식작의 경우 원작과 상당히 달라진 컨트롤 방식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디스가이아 포터블’ 은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

▲ 전혀 위화감 없이 잘 조작할 수 있다

‘디스가이아 포터블’ 은 PSP의 장점인 휴대성과 슬립 모드 기능이 적용되며 PS2용 ‘디스가이아’ 에서 부족했던 2%를 채워주었다. 이제는 굳이 TV앞에 앉아 PS2의 전원을 켜지 않아도 가끔 생기는 자투리 시간 동안 레벨 업을 하고 아이템계에서 한 층을 더 나아가는 등의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악마 같은 이 게임의 마력을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PS2가 구세대 콘솔로 접어든 지 한참 된 지금(간혹 PS4 루머까지 들리는)에 와서는 PS2에서 벗어나 즐길 수 있는 ‘디스가이아’ 가 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필자는 근 며칠 동안 잠자기 전에 아주 잠깐 PSP를 켰다가 눈 깜짝할 새 날이 새버리는 바람에 졸린 눈으로 출근하기도 했다. 이렇게 따져보니 ‘디스가이아 포터블’ 의 휴대성이라는 게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다.

▲ 지하철에서 클리어 한 번 해 주고, 잠자기 전에 수련동굴... 해 떴다?

이제 드디어 함께 할 수 있어

‘디스가이아 포터블’ 에는 통신대전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라하르의 방 구석에 있는 차원 통신기를 이용하면 다른 게이머와 네트워크 대전을 실행할 수 있다. 단, 2008년 발매된 ‘디스가이아 포터블 통신대전 시작했습니다’ 타이틀과는 언어 문제로 호환이 되지 않으며 오직 이번에 출시된 정식 한글판 ‘디스가이아 포터블’ 타이틀끼리만 네트워크 대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일본어의 압박을 감수하고 게임을 즐겼던 기존 유저들에겐 슬픈 점이다.

네트워크 모드는 1대 1 대전으로 이루어진다. 네트워크 대전에서는 베이스 패널에 들어가는 유닛 수, 지오 패널 유무, 전투 연출, 레벨 제한 등을 설정할 수 있으며 자신의 유닛 주변의 일정 범위만 볼 수 있는 ‘색적 모드’, 양 쪽 플레이어를 모두 공격해 오는 ‘중립 세력’(중립 같진 않지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마도 병기’ 등의 네트워크 대전을 더욱 즐겁게 해 주는 요소가 존재한다. 적 전체를 무찌르거나 전략적으로 리더를 노려 쓰러뜨리는 두 종류의 모드가 있는데, 리더전의 경우 자칫 잘못 판단하면 바로 승부가 날 수 있어 마치 장기나 체스를 하는 긴장감이 흘렀다.

▲ 1대 1로 서로의 전략을 겨루는 네트워크 대전 모드

▲ 긴장 좀 타야 할거다

단, 턴제 RPG라는 특성 상 통신대전에서 본편 이상의 재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9999까지 존재하는 무시무시한 레벨 체계와 전생 시스템을 통한 무한 반복에 지친 유저라면 통신대전에서 색다른 맛을 찾을 수 있겠지만 ‘몬스터 헌터 2ndG’ 처럼 ‘통신 모드가 진리!’ 라는 단계까지 갈 순 없어 보였다. 음식으로 따지면 매일 먹긴 좀 그렇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먹으면 맛있는 별미 같은 느낌이다. 레벨은 높지만 멍청한 적들을 턴제 전투의 묘미를 살린 뛰어난 전술로 쓸어버리는 것이 ‘디스가이아’ 의 묘미인데, 나와 같은 전술을 쓰는 유저와의 대전은 솔직히 별로 끌리지 않는다.

‘디스가이아 포터블’ 은 새로운 게임은 절대 아니다. 이전에 PS2로 출시된 ‘디스가이아’ 의 PSP 이식판이고, 2008년 일본에서 출시된 ‘디스가이아 포터블 통신대전 시작했습니다’ 의 한글판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글화되어 출시된 두 번째 ‘디스가이아’ 패키지이며, 염가판으로 출시되어 저렴한 가격(14000원)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등 여러 모로 의미 깊은 타이틀이다. ‘이제 더 이상 PSP는 즐길 게 없어’ 라고 생각하는 유저라면 ‘디스가이아 포터블’ 로 다시 한 번 폐인의 길에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 오랜만에 라하르, 에트나, 프론 3인방의 모험 속으로 빠져들어보자
비록 헤어나오기 힘들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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