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 > 리뷰 > 비디오

소울칼리버 5, 기억에 남는 건 커스터마이징 뿐

/ 1

jong31_120223_scal83.jpg

과거 오락실을 주름잡던 수많은 격투게임. 그 중에서도 유달리 큰 스케일과 묵직한 무기 액션을 자랑했던 ‘소울칼리버’ 의 최신작이 지난 1월 31일, PS3와 Xbox360으로 국내 정식 발매되었다. 전작으로부터 4년 만의 신작이다. 격투게임 때문에 게임계에 발을 들인 기자가 이를 기대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원화 한 장 나올 때마다 하악거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90년대부터 대를 이어온 대전격투게임 대부분이 예전의 그 맛을 잃어가는 데에 따른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오락실의 제왕으로 불리웠던 ‘철권’ 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도 최근에는 그 인기가 꺾여 가는 추세고, ‘킹 오브 파이터’, ‘버추어 파이터’ 등은 이제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과연 아케이드를 버리고 콘솔에 집중하기 시작한 ‘소울칼리버’ 는 과연 옛날의 그 맛을 그대로 유지/발전시키고 있을까? 아니면 씁쓸함만 남기고 과거의 명작으로만 남게 될 것인가? 어릴 적 자주 찾던 맛집을 오랜만에 들러 보는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해 보았다.

이 게임은 대전격투 입니다.

‘소울칼리버’ 는 96년 아케이드로 발매된 ‘소울 엣지’ 를 시초로 하는 대전격투 게임이다. 이후 슬그머니 콘솔에 집중하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장르 특성 상 VS CPU, VS 플레이어 간의 대전이 주된 콘텐츠다.

그렇다면 이번 ‘소울칼리버 5’ 의 핵심 콘텐츠 전투는 어떤 모습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신선함은 부족하고 호쾌함은 떨어졌으며, 난이도와 함께 매력까지 하락했다. 그나마 기대했던 스토리 모드도 영 시원찮으며, 전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뭔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엄청난 자유도를 자랑하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이를 이용해 만든 여러 캐릭터들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퀵 배틀 모드 등이 주 콘텐츠로 느껴질 정도다.

위에서 언급한 아쉬웠던 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자. 일단 스토리 모드의 경우 발로 걷어차 주고 싶을 정도의 빈약함을 자랑했다. ‘소울칼리버 5’ 는 전작으로부터 17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대의 변화로 인해 9명의 신규 캐릭터가 등장하고, 전작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들도 더욱 중후한 멋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철권 2’ 에서 ‘철권 3’ 로 넘어갈 당시의 큰 변화를 연상케 하는 배경 설정은 상당한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대부분의 신규 캐릭터가 전작에 등장했던 이들의 자식, 제자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플레이 스타일 또한 거의 비슷하다. 캐릭터 별 프롤로그나 엔딩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모드에서는 주인공 남매와 츠바이 정도를 제외하면 모습 자체도 안 드러내는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전작 캐릭터들의 새로운 스토리를 기대한 유저라면 분노에 치를 떨 부분이다. 스토리라인의 연출 또한 원화 몇 장으로 때우려는 느낌이 강하며, 분량도 적어서 엔딩을 보고 나면 허무함이 온 몸을 감쌀 정도다. 어떻게든 칭찬을 해 보려고 해도, 도저히 칭찬할 점을 찾을 수가 없다.

tjong31_120223_scal30.jpg

tjong31_120223_scal31.jpg
▲ 영상도 거의 없이 조그마한 이미지와 대사만으로 때우는 스토리 모드

스토리와 밸런스를 뺀 전투 부분만 보면 약간이나마 낫다. 일단 ‘소울칼리버’ 의 핵심인 종횡 베기와 수직 공격, 띄우기를 통한 공중 콤보, 상대의 공격을 튕겨내거나 가드를 뚫는 임팩트 시스템, 3차원적인 8웨이 런 시스템을 통한 전략적이고 자유로운 전투 등은 제대로 챙기고 있다. 여기에 스테이지 파괴와 링 아웃, 크리티컬 게이지를 통한 필살기 시스템, 맵을 빠르게 이동하는 퀵 무브 등 재미있는 요소들도 꼼꼼히 마련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조작 난이도는 전작 ‘소울칼리버 4(브로큰 데스티니 제외)’ 보다 쉽고 호쾌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왠지 썩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도 뭔가 허전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초반에 느껴지는 밸런스 문제 등은 대전격투 타이틀을 처음 플레이 할 때 느껴지는 적응의 장벽인가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것도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재미있는데, 막상 플레이 해 보면 뭔가 빈 듯한 느낌이다. 이유를 유추해 보니 개인적인 비교 대상이 ‘소울칼리버 4’ 가 아닌 ‘소울칼리버 1, 2’ 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전작 ‘소울칼리버 4’ 는 그래픽은 좋아졌지만 모든 면에서 전작들의 명성을 깎아먹었던 작품이었다. 이번 ‘소울칼리버 5’ 의 경우 전작보다야 확실히 나아졌지만, 초기작들의 추억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기존 팬들에게는 아직도 아쉬운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개인적으로는 랜덤 무기 캐릭터가 4명이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데서는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tjong31_120223_scal50.jpg
▲ 캐릭터 셀렉트 창, 맨 아래 줄 중앙의 4인이 랜덤 캐릭터다

‘스트리트 파이터’ 는 4편을 통해 현대의 기술력과 센스를 유지하면서도 과거로의 회귀에 성공했지만, ‘소울칼리버’ 는 왠지 회귀하다가 만 느낌이다. 직관적이고 간단한 게임플레이를 강조하기엔 앞서 설명한 임팩트 시스템과 크리티컬 게이지 등 서로 얽히고 설킨 복잡한 요소들이 아직도 많다. ‘소울칼리버’ 가 너무 좋아서 4편까지 꾸준히 즐겨 왔다면 모르겠지만, 예전의 ‘소울칼리버’ 를 생각했거나 아예 새로 접하는 유저라면 꽤나 실망할 것이다. 이 부분은 취향 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기자와 주변 매니아들은 그랬다. ‘서울 갤리버’ 같은 이름의 아예 다른 게임이었다면 이 정도로도 합격점이었겠지만, ‘소울칼리버’ 의 옷을 입기엔 부족해 보인다.

itjong31_120223_scal45.jpg

tjong31_120223_scal46.jpg
▲ 캐릭터는 예쁜데 스토리가 없으니 애정이 생기질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대전격투 게임인데 말입니다

‘소울칼리버 5’ 의 최대 장점은 커스터마이징 기능이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화제가 될 만큼 정교함함을 자랑하는 ‘소울칼리버 5’ 의 커스터마이징은 앞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상당수 해소시켜 줄 정도다. 기자 역시 커스터마이징 기능의 매력에 푹 빠져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드느라 밤을 샐 정도였다.

캐릭터 크리에이션 기능은 기존의 레귤러 캐릭터를 자신만의 취향으로 꾸미는 단순 꾸미기 기능과, 체형부터 성별, 목소리, 전투 스타일까지 자유롭게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인물 생성 기능 두 가지가 존재한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부분은 바로 후자의 인물 생성 기능이다. 비록 얼굴과 헤어스타일은 그 변화폭이 비교적 제한적이지만, 의상이나 액세서리, 각종 문신과 색 입히기, 목소리 변경 기능은 기존에 발매된 어떠한 게임과 비교해도 수준급이다.

파츠 또한 모자, 얼굴 장식, 목걸이, 속옷, 자켓, 어깨 장식, 허리 장식, 장갑, 바지, 양말, 신발, 기타 액세서리 등 다양하고, 문신이나 화장, 옷 무늬 종류도 엄청나게 많아 플레이어의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커스텀 파츠들은 플레이어의 레벨이 높아질 때 마다 계속해서 추가되는데, 나중에 가니 커스텀 파츠 수집이 게임의 주 요소가 될 정도로 중독성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쉽고 창의적인 캐릭터 크리에이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게임 ‘스포어’ 를 연상시키듯 매우 쉽고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거기에 이렇게 공들여 만든 캐릭터가 전투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감개무량하다.

tjong31_120223_scal20.jpg
tjong31_120223_scal21.jpg
▲ 캐릭터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서 필자가 만든 캐릭터들
역시 평소 성향을 반영하듯 철권 관련 캐릭터가 압도적으로 많다

기자가 만들어 본 캐릭터는 헤이하치, 샤오유, 오우거, 데빌 진, 리 차오랑, 데빌 카즈야, 리리, 폴, 로우, 머독 등 ‘철권’ 시리즈 등장인물에서부터 조로, 에이스, Mr.2 등의 ‘원피스’ 캐릭터, 스파이더맨이나 펩시맨 같은 히어로에서부터 말로 할 수 없는 이상한 캐릭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물론 몇몇 캐릭터는 상당히 어설프지만, 일부 캐릭터는 원작과 비교했을 때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자랑했다.

이렇게 생성한 캐릭터들은 배경과 구도, 포즈를 변경해 가며 자신만의 사진으로 만들 수도 있고, 스토리 모드를 제외한 각종 대전 모드에서 기존 캐릭터 대신 사용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볼도의 변태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를 스파이더맨으로 대체하자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쌍절곤을 사용하는 마샬 로우, 중국 검법을 사용하는 샤오유, 풍신권과 레이저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데빌 카즈야,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유혹의 몸짓을 펼치는 헤이하치까지!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중독성이 있다. 다만, 대전격투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점은 넌센스다.

ttjong31_120223_scal03.jpg

ttjong31_120223_scal08.jpg

ttjong31_120223_scal15.jpg

ttjong31_120223_scal01.jpg
▲ 일부 캐릭터는 정말 원작과 똑같을 정도로 섬세하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맨 마지막 캐릭터는.... 그냥 말이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엔 부족하다

혹평을 늘어놓긴 했지만 ‘소울칼리버 5’ 는 망작 수준으로 못 만든 게임은 절대 아니다. 전투 부분의 경우 단점을 콕 집어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있으며, 전체적인 그래픽이나 커스터마이징 부분 역시 수준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격투게임 장르 자체적인 딜레마에서 헤어나오지 못 한 느낌이다. 신규 유저를 도입시키기에는 눈길을 끌 만한 매력도 부족하거니와 진입 장벽도 비교적 높다. 여기에 기존 팬들의 요구에는 스토리와 캐릭터, 게임성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면이 많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i으려다 둘 다 어정쩡하게 놓친 느낌이다.

jong31_120223_scal82.jpg

tjong31_120223_scal44.jpg
▲ 그래픽도 수준급이고 액션도 호쾌하니 좋긴 한데....

다만 확실히 인정해 줄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위에서 예로 든 커스터마이징 요소 외에도 쾌적한 멀티플레이 환경(랭킹 매치의 기나긴 대기 시간은 둘째치고), 짧은 로딩 속도 등의 시스템 안정성, 그래픽과 함께 향상된 화려한 액션, 전작에 비하면 속도감이나 호쾌함 면에서 훨씬 나아진 대전 모드, 퀵 배틀 모드에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커스텀 캐릭터들… 여러 모로 ‘소울칼리버’ 의 이름을 더럽힐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팬으로서는 여전히 아쉽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소울 칼리버 5 2012. 01. 31
플랫폼
비디오
장르
대전액션
제작사
반다이남코게임즈
게임소개
'소울 칼리버 5'는 전작 '소울 칼리버 4'로부터 17년 후 이야기를 다뤘다. 그리스 여성 검투사 소피티아의 자식 패트로크로스와 퓨라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여 '소울 엣지'와 '소울 칼리버'를 둘러싼 이야기가 ... 자세히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