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발매된 렐릭엔터테인먼트의 처녀작 홈월드는 뛰어난 그래픽만큼이나 독특한 게임플레이가 인상적인(또는 충격적인) 게임이었다. 표현 못할 것이 없는 게임이라지만, 우주에서의 대규모 전투는 ‘마스터 오브 오리온’이나 ‘은하영웅전설’과 같은 턴 방식의 전략 이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절에, X축과 Y축 선상에 펼쳐진 입체적인 우주공간에 3D의 환상적인 그래픽과 실시간 전투의 역동성을 선보인 홈월드는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게임사에 한획을 그은 홈월드가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다시 게이머들을 찾아간다.
▶ 대형전함은 부위별 공격이 가능해 전략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
전작은 뛰어난 게임성 못지않게 훌륭한 스토리로 호평을 받았다. 따라서 광활한 우주에서의 대서사시 또한 기대목록의 한줄을 차지할 것이다. 전작은 ‘추방자들(Exiles)'이 천신만고 끝에 고향을 찾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여기서 동화 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리 만무하다. 고향 히가라(Hiigara)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고난도 끝났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그렇게 쉽지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히가라로의
귀향(The Homecoming) 이후 히가라족은 ‘모선(The Mothership)’을 움직이는 인격체
카란 스(Karan S'jet)의 영도아래 문명을 재건한다. 추방자들의 귀향은 이너 림(Inner
Rim)의 세력판도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히가라족은 수수께끼의 벤투시족(Bentusi)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는 파 점프(Far Jump: 순간이동) 기술을 발판으로
삼아 수적열세를 극복하고 중심 세력으로 부상한다. 그러나 평화는 그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
은화 평의회(Galactic Counsel)는 타이단(Taiidan) 제국을 몰락시킨 후 사분오열되어 대립한다. 그리고 이런 대립은 필연적으로 전쟁-더스트 워(Dust War)-으로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의 혼란을 틈타 변방을 약탈하던 바이그르족(Vaygr)이 전면적인 침략을 시작한다. 행성계는 하나 둘씩 바이그르족의 수중에 떨어진다. 히가라족은 이너 림의 혼란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카란은 바이그르족의 공격이 거세짐에 따라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다. 파 점프 능력까지 소유한 그들의 최종 목표는 바로 히가라였던 것이다. 종말의 시간(The End Time)이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아쉽게도 여기서 끝이다. 나머지 스토리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야 알 수 있다. 렐릭은 신비의 종족 바이그르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전편에서 가졌던 의문들을 홈월드 2에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히가라족이 왜 추방당해야 했는가?’라든가 ‘도대체 벤투시족은 누구인가?’와 같은 의문이다. 댄 아이리쉬는 멋진 문장으로 홈월드 2의 스토리를 설명했다. “홈월드에서 추방자들은 그들의 고향을 되찾았다. 홈월드 2에서는 그들의 운명을 되찾을 것이다”
진화 또는 변화
스토리를
읽어보면 홈월드 2에 어떤 종족이 등장할지 명확해진다. 히가라와 바이그르. 이 둘이
홈월드 2의 중심 종족이 된다. 히가라의 함대는 전작의 쿠샨(Kushan)과 닮았다. 새로
등장하는 바이그르의 함대는 기존의 홈월드 스타일과는 완전 딴판이다. 모양만 다른
것이 아니라 전술 또한 다르다. 히가라는 튼튼한 주력함에 의지하는 전술을 선호하지만
바이그르는 보다 빠르고 날쌘 편대를 이용한 기동전을 적극 활용한다.
▶ 물론 홈월드 2는 눈요깃거리도 확실히 제공할 것이다. 화려한 폭발효과는 빙산의 일각이다 |
종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홈월드 2의 싱글 캠페인에서는 히가라족만 플레이할 수 있다. 개발진은 홈월드 2의 확장팩에서 바이그르를 플레이하면서 이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전작은 뛰어난 게임성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어려운 인터페이스는 생소한 게임방식과 함께 상업적 성공에 장애물이 됐다. 따라서 렐릭은 인터페이스를 간단히 하는 데에 많은 신경을 썼다. 한 예로 홈월드 2에서는 한 화면에서 부대관리?전술상황 파악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작에서처럼 분주하게 빌드 매니저와 게임화면을 오갈 필요가 없다.
홈월드 2에서 주목할만한 특징 중 하나는 서브시스템(Subsystem)이라 불리는 모선의 주요 모듈을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파이터 프로덕션 베이나 클로킹 제네레이터와 같은 특정 기능을 가진 모듈로 모선에 다양한 기능을 부가할 수 있다. 홈월드 2에서는 엔진이나 터렛 등 함선의 주요부위를 선택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역으로 적의 모선의 특정 모듈을 집중공격해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적전함의 엔진과 터렛을 무력화시킨다면 나포한 후 아군의 전함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략 게임에서 텅 빈 우주공간을 표현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홈월드 2의 개발진은 먼지구름, 성운 등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우주배경을 다채롭게 꾸미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지형이 전략에 영향을 미치듯 우주의 다양한 환경이 전략에 영향을 주도록 했다. 예컨대 먼지구름은 센서를 방해하며 성운은 전함의 오작동을 유발한다.
▶ 우주는 어둡다는 고정관념은 홈월드 2에서 통하지 않는다. 게임에서는 먼지구름, 성운 등이 다채로운 배경을 선사할 것이다 |
그리고 신화는 계속된다…
총괄
프로듀서 댄 아이리쉬(Dan Irish)는 홈월드가 ‘혁명적’(Revolutionary)'인 게임이었다면
홈월드 2는 ‘진화된(Evolutionary)’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 사람 게임만
잘 만드는 줄 알았더니 말도 정말 멋들어지게 한다). 정말 핵심을 제대로 짚은 말이다.
전작인 홈월드는 게임의 배경인 광활한 우주처럼 전략 게임계에서 '무'로 남아있던
영역을 새로 개척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홈월드 2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그의 말대로라면 훨씬 발전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렐릭의 개발진이 홈월드 2를 통해 노리는 것은 단순히 발전된 그래픽의 멋진 전략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그래픽 효과는 ‘살아있는 전장’을 창조하기 위함이고 새로 추가된 다양한 요소는 보다 깊이있는 전략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그들은 홈월드 2를 통해 홈월드에서 이룩한 신화에 ‘성공’이란 단어를 붙이길 원한다.
글/ 신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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