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게임의 완벽한 크로스오버 (써틴)영화나 만화가 게임과 조우하는 현상은 이제 낯선 모습이 아니다. 특히 일부 게임의 경우 만화를 게임의 소재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3D 텍스처 기법 중 하나인 셀 세이딩 기법을 사용, 아예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어쩌면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데는 게임이 최적의 무대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우리가 알아갈 써틴이라는 게임 역시 이런 셀 세이딩 기법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Jean Van Hamme의 동명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해 앞서 말한 게임과 만화의 100% 결합임을 보여준다. 이에 파워진은 써틴이 보여주는 만화적 상상력을 독자에게 공개하기 위해 E3에서 공개된 시연 버전을 단독으로 입수, 이 게임만의 독특한 특징을 알아봤다.
난 이런 B급 문화가 좋더라
우리나라나
일본만화, 심지어는 마블 코믹스 류의 미극만화도 아닌 이상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프랑스산 만화 써틴의 내용을 모를 것이다(사실 본 필자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난 2000년 12월에 이부 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니 이를 토대로 스토리를
알아보도록 하자.
놀라운 점은 이 만화가 케네디 암살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만화는 사건이 일어난 1960년대를 무대로 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약 20년 후인 80년대를 배경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려낸다.
기억살실증에 걸린 주인공은 이름모를 해변에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에게 주어진 힌트는 몸에 새겨진 ‘XIII'이라는 문신과 의문의 금고열쇠가 전부! 이것을 시작으로 게이머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게임 속 주인공으로 분해 자신이 누구인지, 이 모든 미스테리의 중심인 ’The 20'이라는 조직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가공할 음모(이에 대해서는 게임을 통해 알아보기 바란다)와 어떤 연계성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천천히 글을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게임의 내용은 스파이 영화에서 잘 써먹었던 내용과 비슷함을 느낀다. 특히 기억상실증이나 알 수 없는 조직,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이 어떤 음모와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은 마치 컨스피러시(리차드 도너 감독,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음모론을 소재로 했다)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만화적 상상력의 극치
앞서
말한 것처럼 써틴은 프랑스산 만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의
개발진들 역시 원작만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Ubi소프트 측은
써틴을 ‘인터랙티브 그래픽 노블’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한다).
먼저 전체적인 그래픽을 보면 “이건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다”라고 할 정도다. 우선 최신 언리얼 엔진을 바탕으로 한 셀 세이딩 기법을 사용했으며, 등장하는 캐릭터나 각종 오브젝트의 윤곽선을 굵은 펜으로 처리한 후 그 안 부분에 색칠한 느낌을 들도록 구성했다. 또한 주인공의 공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NPC들의 비명이나 무기에서 발사되는 효과음, 의성어 등을 자막으로 표현, 마치 눈앞에 만화를 펼쳐놓고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심지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적들의 비명소리는 글자의 간격을 넓혀 한눈에 ‘아, 저 놈. 지금 떨어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쓰로잉 나이프 등의 투척형 무기를 적의 이마에 정확하게 맞췄을 경우 화면 상단에는 3개의 별도의 컷이 분할 처리되어 시선을 모은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만들어지는 효과 때문에 써틴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똘똘 뭉친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잠입, 폭력, 그리고 액션
위에
적힌 3가지 단어는 써틴의 주요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단 이 게임에서는
메탈기어 솔리드나 스플린터 셀처럼 잠입미션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미션에서 게이머는 무작정 목표를 향해 돌격하기 보다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
몸을 낮춰서 잠입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근처를 순찰하는 적군 등을 별도의 컷으로 보여주거나 발소리, 대화 등을 효과음으로 알려주므로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는 자세를 갖춰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잠입하는 미션에서는 적군이 떼거지로 몰려있거나 아군과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무시하고 ‘나 잘났다’형으로 뛰어들었다간 주위에 있는 아군의 죽음과 함께 미션이 실패하거나 자신의 HP가 바닥나 차가운 바닥과 과감한 미팅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적군들 중 일부는 두터운 보호장비로 몸을 감싸고 있으며 이럴 때는 ‘원 샷 원 킬’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헤드샷을 노린다고 해도 상대편이 헬멧으로 보호하고 있다면 웬만한 무기를 가지고는 장비를 없애는데 일정시간을 소비할 것이다. 게다가 만일 주위에 많은 적이라도 있다 치면 이건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써틴이 무작정 잠입만을 강요하는 그런 게임은 아니다. 액션 장르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타격감과 파괴의 쾌락을 충분히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롱 비치와 같은 미션에서 AK 소총이라도 들면 그 때부턴 어떤 계산도 필요없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 적들을 무작정 없애면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많은 어썰트 라이플 등이나 작살 등 주위 상황에 맞는 아이템이 제공된다(가끔은 주위에 있는 병이나 의자 등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써틴은 이런 요소들이 뒤섞여 화끈한 액션신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게이머들은 폭력의 미학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투척형 무기의 명중 시스템(이 때 화면이 분할되며 이 때 표현되는 화면의 잔혹함은 “이 게임은 어린 애들이 하기에 무리가 따릅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으로 인해 과도한 폭력성을 띄기도 한다.
써틴, 그리고 13개의 미션
게임
이름과 연동시킬 목적 때문인지 써틴의 미션 수는 총 13개라고 알려져 있다(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시연 버전에서는 일부분의 미션만 가능한 체험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이 발매되면 그 수를 확인할 것이며 그 진위를 알려줄 수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 -_-). 이 미션 중에는 잠입이 주를 이루는 것도 있으며 무작정 살육만 일삼는
것도 있다. 파워진이 입수한 시연 버전은 총 7개의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몇 개를 골라 그 특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1. 롱 비치
게임의 초반부에 해당하는 미션이다. 여기서 게이머는 자신을 추적하는 조직의 사람들을 없애야만 하며 자동차 열쇠를 구해 롱 비치에서 탈출해야 한다. 단 자동차 열쇠를 습득한 후 자동차 문을 열기만 하면 미션 성공! 잠입보다는 액션 위주의 플레이를 해야한다.
2. 드라이 독
잠수함을 파괴하는 것이 주목적인 미션. 잠입과 액션 위주의 플레이를 섞어 진행한다. 단 물속에서 전투가 있으므로 산소흡입 시간의 제한을 유의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폭탄 설치장소는 잠수함의 프로펠러 쪽이며 이를 위해 물속에 들어가야만 한다.
3. 군수창고
시연 버전 중 강한 액션성을 자랑하는 군수창고 미션.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헬기를 격추시켜야 하는데 이 때 가장 유용한 무기가 바로 로켓런처다. 주위에 포탄이 많이 분포되어 있으니 이를 꼭 챙기는 것이 좋다.
4. 잠수함
잠입이 주를 이루는 잠수함 미션. 곳곳에 등장하는 적근들을 피해 목적지까지 가는게 가 좋은 해결방법이었다. 친절하게도 적군이 나타나기 전에 효과음이나 분할화면 등으로 표현해주므로 이를 잘 이용하면 좋을 것! 단 적군의 수가 많은 편이므로 무작정 달려들어가다 보면 차가운 바닥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다.
5. 케이블카 시설
멈춰있는 케이블카를 작동시키는 것이 목적인 미션이다. 단 이 미션은 아군 대령과 같이 움직이므로 이 사람이 죽으면 바로 미션 실패.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원거리에서 적군을 암살하는 것이 좋다.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다
각기
독자적으로 움직이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들은 언제부턴가 그들 고유의 영역을 서로
침범하기에 이르렀고 심지어는 서로 결합하는 등 크로스오버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게임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써틴 역시 이런 범주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다만 이 게임은 지금까지의 게임들보다 원작과의 연계에 더 신경을
쓰고 있으며 그로 인해 만화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것이 차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써틴이 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림체로 무장하고는 있지만 관심을 유발하는 내용으로 그것을 상쇄하고, 또 보완한다. 물론 얼핏 보면 ‘그칠 줄 모르는 버터냄새’로 인해 거부감이 들지 모르지만 이런 선입견을 버린다면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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