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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열풍이 몰아친지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속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보고 만지는 VR은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몰입도로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비록 높은 가격대와 중량, 콘텐츠 수급 문제 등으로 대중화가 늦어지고 있으나 VR이 지닌 가능성만큼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VR이 지닌 현실감과 역동성을 e스포츠와 결합한다면 어떨까? 한국은 e스포츠가 태동한 종주국으로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관련 시스템과 인재풀이 출중하다. 따라서 VR을 활용한 e스포츠 대회를 선제적으로 유치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봄직하다. 다만 VR게임부터가 부진한 상황에서 어떤 종목으로 어떠한 방식의 e스포츠를 보여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VR과 e스포츠를 결합한 국내 최초의 대회 'VR 게임 대전'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22일(금),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디지털파빌리온에서 가상현실 e스포츠 대회 ‘2017 VR 게임 대전’이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등이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VR에 대한 인식제고 및 시장확대를 위한 이벤트 성격의 매치다. 경기 종목으로는 쓰리디팩토리 ‘스페이스워리어’와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모탈블리츠’가 선택됐다.
두 게임은 모두 미래적인 세계관을 채택한 FPS로, 백팩 PC와 트래킹이 가능한 총기 컨트롤러가 마련됐다. 네 명이 분대를 이루는 ‘스페이스워리어’는 PvE 준결승을 거쳐 PvP로 결승을 겨루며, 혼자 플레이하는 ‘모탈블리츠’는 오직 PvE 점수로만 경기가 진행된다. 종목별 총 상금은 1,000만 원이며 ‘스페이스워리어’ 최다 득점자에게는 부상으로 ‘BMW 미니’가 주어진다.
▲ 두 종목 모두 백팩 PC와 총기 컨트롤러로 플레이하는 FPS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스포츠 위한 최소한의 고려조차 느낄 수 없었던 졸속 대회
VR이 e스포츠에 적합한지 평가하기에 앞서, 우선 대회 자체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2017 VR 게임 대전’은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이 주관하고 KT, LG전자 등 대기업의 후원을 받은 행사임에도 e스포츠 대회로서 기본적은 골격조차 갖추지 못했다. VR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다루는 만큼 더욱 고심해야 했음에도 그만한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이날 대회가 열린 누리꿈스퀘어 디지털파빌리온 3층은 e스포츠가 아닌 사무 혹은 전시를 위한 공간이다. 널찍한 스테이지나 관객석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을 뿐더러 가상현실에서 전개되는 게임플레이를 보여줄 스크린조차 초라한 수준이었다. 현장을 찾은 100여 명의 관람객 중 선착순 20명만이 스크린 앞에 앉을 수 있었고 나머지는 기기를 장착한 채 허우적거리는 선수를 지켜봐야 했다.
▲ 협소한 공간과 부족한 스크린 탓에 제대로 된 관람이 불가능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VR은 실제 선수의 모습 이상으로 가상현실에서의 화면이 굉장히 중요하다. 한정된 공간에 8m x 8m가 넘는 모션 트래킹 공간을 할애해 관객석이 부족한 것은 이해하더라도, 최소한 중계 스크린은 충분히 설치했어야 했다. 이 대회가 단순한 선수간 경합이 아닌 e스포츠일 수 있는 이유는 현장에서나마 중계가 이루어지고 그걸 봐주는 관객이 있어서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나마 현장에 온기를 불어넣던 관람객 대다수도 VR e스포츠를 보기 위해 내방한 것은 아니었다. 응원 피켓과 카메라를 손에 든 이들은 현장에서 무대인사 및 VR 시연을 진행한 보이그룹 MxM의 팬덤이었다. 덕분에 4강전까지는 인파가 북적이다 MxM이 일정을 마치고 떠난 후 결승전은 선수의 지인 몇 명만이 남는 촌극이 펼쳐졌다.
▲ 실상은 다들 아이돌 만나러 온거였다, 얼굴에서 막 광채가 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2017 VR 게임 대전’ 주관사 중에는 게임전문채널 OGN을 운영하는 CJ E&M도 있다. 그럼에도 e스포츠를 위한 최소한의 고려조차 없는 공간을 선택했다는 것은 더욱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이날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는 디지털파빌리온 4층에서 VR 테마파크 ‘K-Live X VR’을 개소했는데, 이슈 몰이를 위해서 억지로 아래층에 열었다고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도 가능성 보였다, 최대 강점은 역동적인 선수 그 자체
그렇다면 ‘스페이스워리어’와 ‘모탈블리츠’가 보여준 VR e스포츠는 어땠을까? 비록 제대로 된 무대가 마련되지 않아 속단하긴 이르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군사기지를 탐험하며 덮쳐오는 외계 괴물을 처치하는 PvE는 선수의 재빠른 몸놀림과 사격 솜씨를 감상할 수 있고, 4vs4로 대치하는 PvP도 나름대로 긴장감이 넘친다.
▲ 넷이서 함께 VR을 플레이하니 확실히 괜찮은 그림이 그려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키보드와 마우스로 하는 e스포츠는 게임 외적으로 조명할만한 것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손가락 정도다. 그런데 VR의 경우 전신을 사용하며 여럿이 뒤엉키다 보니 선수를 보는 재미가 훨씬 크다. 이번 대회야 아무런 스타성이 없는 선수들이니 큰 의미가 없지만 이다음에 ‘페이커’ 같은 인기인이 탄생한다면 기기를 장착하고 움직이는 것만으로 좋은 그림이 나올법하다.
다만 전문적인 옵저빙(경기 관측)이 지원되지 않아 중계가 단조롭고 해설 또한 그저 보이는 장면에 추임새를 넣을 뿐이었다. 사실 이는 VR게임 자체가 다소 선형적이고 단순한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 경기 내용이 풍부해지고 선수의 실력 여하가 충분히 반영되려면 게임이 발전해야 한다. 암만 전용준, 엄재경을 데려와도 경기 종목이 재미없으면 어쩌겠는가?
▲ e스포츠에 적합한, 보는 재미를 극대화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사진출처: 스코넥엔터)
따라서 VR e스포츠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스페이스워리어’와 ‘모탈블리츠’ 모두 경기에 적합한 추가 콘텐츠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세계적인 e스포츠 종목은 대회만을 위한 서버와 빌드, 게임모드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물론 스크린 및 관람석 배치와 스테이지 구성, 옵저빙과 해설 등 게임 외적인 부분도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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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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