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주 사이, 국내 게임사들이 연이어 임직원 임금 인상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3N으로 대표되는 대형 게임사는 물론, 중견~중소업체까지 적게는 800만 원부터 최대 2,000만 원 이상 연봉 인상안을 공개했는데요, 통상적 인상률을 훨씬 웃도는 금액입니다.
시작을 끊은 회사는 넥슨이었습니다. 넥슨은 개발직군 신입사원 초봉을 5,000만 원으로 인상하고, 기존 직원 연봉도 800만 원 인상한다고 했죠. 곧이어 넷마블도 넥슨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 인상안을 발표했으며, 컴투스-게임빌, 스마일게이트, 조이시티, 크래프톤, 베스파, 베이글코드 등 크고 작은 게임사 십 여 곳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크래프톤은 개발직군 초임 6,000만 원, 기존 직원 연봉은 개발직군 기준 2,000만 원을 인상했죠. 아직 소식이 없는 엔씨소프트 역시 곧 연봉 인상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이 같은 게임업계 연봉 인상 러시를 국내 게임산업 태동기라 할 수 있는 30여 년 전과 비춰보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입니다. ‘창세기전의 아버지’라 불리는 최연규씨 인터뷰에 따르면, 창세기전 1편 개발 당시 소프트맥스에서 받았던 월급은 약 30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월급을 털어도 당시 최신 콘솔 기기인 세가 새턴을 사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죠. 물론 이 사례를 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당시 게임업계 종사자가 최저시급이나 그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밤새 일하는 ‘열정페이’가 매우 흔했습니다.
이번 연봉 인상으로 더 많은 고급인력이 국내 게임업계에 발을 들이고, 이전부터 몸 담고 있었던 이들도 자신의 직무에 한층 더 높은 자부심과 의욕을 갖게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내 게임산업 내실이 더 탄탄해지겠죠. 게임메카 ID 모노블로스 님 “고생한 만큼 대우 받는다는 것은 분명 좋은 취지”, 게임메카 ID 잠자는사람 님 “좋은 실적을 거뒀으니 연봉인상은 앞으로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멋진 인센티브가 되겠네요.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등의 의견은 이러한 전망에 대한 긍정 의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이어지는 수많은 연봉 인상 러시는 분명 비정상적입니다. 작년 게임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았다고는 하나,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한 베스파처럼 경영 위기에 직면한 업체나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들도 대형업체 못지 않은 연봉 인상안을 경쟁적으로 발표했습니다. 회사 역량 강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일 수도 있지만,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직원 사기 저하 및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울며 겨자 먹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연봉 인상을 발표하지 않은 업체들은 죄 지은 것처럼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봉 인상 러시가 그 동안 이어져온 게임/IT업계에 대한 저평가가 빠르게 해소되는 과정이라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 ‘부화뇌동’이라면 향후 게임업계 양극화 심화, 혹은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부디 긍정적 효과만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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