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10여년 전이 생각난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대히트를 기록한 아이온에 이은 차세대 MMORPG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를 만들고 있었다. 단언컨대 첫 영상이 공개된 2008년부터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2012년 여름까지, 국내 게이머들의 최고 화제는 블소였다.
PC온라인게임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블소가 유독 빛났던 이유는 뭘까? 한 가지로 정리하긴 어렵지만 김형태 특유의 독보적인 비주얼을 기반으로, 수준 높은 액션과 경공, 복수극이라는 강렬한 스토리텔링, 무협과 판타지를 적절히 섞은 '오리엔탈 판타지'라는 매력적인 세계관까지. 이 모든 것이 섞여 블소라는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비록 출시 당시부터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여러 비판이 있긴 했으나, 어쨌든 블소는 몰개성한 MMORPG 홍수 사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과 색을 자랑했다.
블소 출시로부터 9년. 국내 게임업계는 후속작인 블소2의 등장을 코앞에 두고 있다. 사전예약 참여자는 400만 명을 넘어섰고, 캐릭터와 문파 생성 역시 연이어 마감되며 몇 차례에 걸쳐 증설했다. 분명 반응은 엔씨의 여느 대작급으로 뜨겁다. 그런데, 왠지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거 내가 알던 블소 맞나?'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곰곰이 따져 보았다. 일단 비주얼과 세계관이 기존에 알던 '오리엔탈 판타지' 블소와 상당히 다르다. 블소2 캐릭터 영상을 보면 오리엔탈은 거의 없고 판타지만 강조된 느낌이다. 비주얼 역시 당연하겠지만 김형태 풍 아트에서 독립해 사실적인 비율로 바뀌었다. 어찌 보면 특색이 옅어졌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스토리의 경우 블소로부터 한참 전 이야기를 다룬다는 정도를 빼면 거의 알려진 부분이 없다. 홍문파와 진서연, 멸문에 대한 복수라는 전작에 비해 거의 감감무소식이다.
위의 이유들로 인해 일각에서는 '난 이 놈을 블소로 인정 못하네!'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로 전작인 블소를 재미있게 즐겼던 게이머들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과거 블소를 상당히 몰입해 즐겼던 터라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내가 알던 블소는 이게 아닌데, 내가 알던 블소는 이러저러한 건데, 내가 알던 블소는...
가만, 어쩌면 문제의 원인은 ‘내가 알던 블소’일 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알던 블소’를 잘 살린 모바일 MMORPG는 이미 한 차례 나온 바 있다. 넷마블에서 2018년 출시한 블소 레볼루션이다. 이와 차별화함과 동시에 IP의 영속성을 유지하려면 블소2는 첫인상부터 전작과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치 리니지2와 리니지 간 관계처럼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낯설어 보이는 게임 분위기에 대해서는 섣불리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리니지의 공성전처럼, 블소2 역시 무공과 경공이라는 핵심 포인트를 강화 유지하고 있기에, 과연 이 분위기가 블소 IP에 걸맞을지 여부는 게임 내에서 직접 확인해야 확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블소2와 관련된 또 하나의 아쉬움은 확실히 와닿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기자 역시 여태껏 공개된 블소2 관련 영상들을 몇 번씩 뜯어보고, 관련 시스템 설명들을 읽어 봐도 블소2가 어떤 게임인지 쉽사리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10여년 전, 블소가 수 년에 걸쳐 정보들을 차례차례 공개하고 수 차례에 걸친 테스트와 시연 버전 공개를 통해 모두의 머릿속에 블소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것에 비하면 블소2의 출시 전 이미지는 너무나도 흐릿하다.
기자가 만나 본 엔씨소프트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시대의 변화를 원인으로 들었다. 실제로 10년 전 블소와 같은 마케팅 방식은 2021년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흔히 찾아볼 수 없다. 타사 대작 MMORPG들을 보면 테스트 뿐 아니라 정보 공개도 거의 없이 트레일러 공개-발표회-사전예약-출시까지의 과정이 길어야 2~3달 만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블소2는 2017년 11월 제작발표회에서 첫 공개된 후 쇼케이스나 간담회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공개한 편이다.
그러나, 블소2의 비교 대상을 타 모바일게임이 아닌 전작 블소로 잡는다면 이 같은 행보에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엔씨소프트 전작인 리니지M이나 리니지2M도 출시 전 테스트를 진행하진 않았지만, 이들은 원작을 모바일로 재해석한 ‘M’이었기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반면 블소2는 M이 아닌 후속작인데다 시대 배경도 달라지기에 뚜렷한 이미지를 전달해 주는 것이 필요했다. 특히나 메인 스토리에 대한 상세 설명이나 비주얼적 어필이 없었던 점이 가장 아쉽다.
정리해 보면 현재 블소2에 대한 아쉬움은 PC온라인과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적 차이, 블소 IP의 현상태와 변화, 과거와 달라진 게임 출시 전 행보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여기서 발생한 의문이나 아쉬움이 출시를 한 달여 앞둔 지금까지 해소되지 못했기에 ‘이거 블소 맞나?’라는 불만까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블소2의 첫 번째 과제는 이러한 팬들과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블소2가 내세운 액션과 스토리, 시스템적 장점이 무엇이며, 전작 블소와 어떤 부분에서 닮았으며 어디서 차별화되는지 등을 정식서비스 이후 빠른 시간 내에 전달해야 한다. 전작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 변화를 꾀했더라도, 팬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감정적 간극을 좁힌다면 IP의 영속성은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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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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