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넥슨에서 신작 MMORPG 프라시아 전기를 출시했다. 공성전을 테마로 한 국산 모바일·PC MMORPG인데, 이런 게임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BM(과금모델)이다. PvP 콘텐츠가 메인이기도 하고, 과금액에 따라 게임 내 플레이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 BM은 이러한 구조를 알고 접속하는 유저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장르를 즐기는 유저층이 명확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BM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기자는 그저 프라시아 전기에서 기존 게임들과 시스템적으로 어떤 차별화를 이뤘는지, 그 방향성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스토리를 통한 몰입이 먼저
최근 국산 모바일 MMORPG들은 스토리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대충 캐릭터를 만들고 접속하면 짧은 튜토리얼과 함께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다. 몬스터를 잡고, 레벨을 올리고, 퀘스트를 완료하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간혹 맛보는 PvP의 재미가 일종의 패스트푸드같은 자극적인 맛을 완성시킨다.
그러나 프라시아 전기는 다른 방식을 추구한다. 먼저 초반부 30레벨까지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충분히 선보인다. 스킵 기능을 활용하면 약 3~4시간, 천천히 감상한다면 약 5~6시간 정도 분량이다. 이는 일반적인 콘솔 게임들이 스토리를 통해 유저를 게임의 배경에 몰입시키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로 인해 유저는 앞으로 펼쳐질 콘텐츠와 서사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되고, 오래도록 프라시아 전기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스토리가 그만한 완성도냐가 중요한데, 기자가 느끼기에 전체적인 짜임새는 괜찮았다. 엘프라는 종족이 메인 악역으로 등장하는 점은 흥미로웠고, 주인공을 돕는 인물들의 죽음 혹은 납치 등도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이색적인 전개였다. 게다가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잃어버린 기억과 힘의 회복 과정은 게임 시스템 설명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이 같은 과정들을 통해 엘프와 인간이 벌이는 대전쟁의 중심에 유저가 서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다만, 기존 게임들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스토리를 중요하게 다룬 것은 좋았으나, 굳이 이것을 초반부에 몰아 넣을 필요가 있었는지는 살짝 의문이다. 실제로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끝없이 이어지는 스토리에 지쳐 이탈했다는 후기가 다수 보였다. 잘 만든 스토리와 콘텐츠를 섞어서 보여주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개발진은 기존 에피소드와 추가되는 에피소드 모두에 스킵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탈 모바일게임 수준의 그래픽과 컷신 연출
스토리 진행과 함께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그래픽과 연출이다. 먼저 그래픽이 ‘모바일게임이 이정도라고?’ 싶을 만큼 뛰어났다. 커스터마이징은 신체 비율부터 문신 위치까지 조절 가능한 수준이었고, 캐릭터 모션과 스킬 이펙트, 배경 지역의 분위기도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요하는 급은 아니더라도, 언뜻 봐서는 모바일게임인지 PC게임인지 구분하기 힘든 수준이다. 아울러 이러한 그래픽임에도 끊김 없이 진행되는 최적화도 칭찬할 만하다.
이어서 스토리만큼이나 공들인 티가 나는 컷신 연출도 인상 깊었다. 진행 중 재생되는 컷신은 그래픽이 뭉개지는 부분이 없었으며, 커스터마이징한 본인의 캐릭터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여기에 사막을 기어 다니는 보스 몬스터의 등장이나 엘프족 간부 위력을 보여주는 연출 등도 분위기에 맞게 표현됐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진행 중 나오는 일부 연출은 몰입을 깨기도 했다. 노예의 등을 찌르는 장면에서 비명과 피는 나오지만, 정작 등은 멀쩡한 상태로 유지되는 부분이다. 이런 장면은 아예 삭제하거나, 다른 대사와 행동으로 바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전을 통한 유저 간 격차 줄이기와 수동조작 요소
프라시아 전기는 과금 액수 차이에 따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전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제전은 레벨 달성, 길드 콘텐츠 참여 횟수, 사냥터 보스 처치 등을 통해 여러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다. 기존 게임에 존재하는 미션 보상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기대값이 약 1,100만원에 이르는 ‘영웅’ 등급 형상과 탈것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확실히 다르다. 비록 기간이 2달이라 좀 긴 감은 있어도, 꾸준한 노력으로 과금 유저를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울러 게임 내 수동조작 요소가 많은 것도 비슷한 장르에서 보기 힘든 부분이다. 보스 사냥 시 장판 공격 패턴을 직접 피해줘야 하며, 퀘스트에서도 일부 조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100% 자동 진행이 불가능하다. 물론 완벽한 자동진행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이것을 불편한 것으로 바라볼 지, 게임의 특징으로 바라볼 지는 개인에게 달려있다.
마지막으로 공성전은 서버 오픈 초기라 시스템적으로 막혀있었지만, 검은칼이라는 요소를 통해 기존 게임들과 차별화를 만들 예정이다. 검은칼은 희귀한 장비 제작을 위해 필요한 재료를 수급할 수 있는 콘텐츠로, 특정 위치에서 사용 시 주변 지역 오염과 함께 몬스터 사냥이 진행된다. 그런데 이 오염이 일정 수치를 넘어서면 거점의 성벽이 파괴되거나, 영지 생산력이 감소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적대 세력의 영지 근처에서 검은칼을 반복 사용하면 분쟁의 씨앗으로 활용할 수 있다.
프라시아 전기는 PC와 모바일 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며, 게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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