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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낭만 사이의 매력, 에오스 블랙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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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오스 블랙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에오스 블랙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최근 여러 장르 게임은 PvP 요소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이는 특히 MMORPG에서 두드러지는데, 대부분 PvP가 가능한 장소를 크게 제한하거나 그 보상이 강제되지 않도록 설계한다. 대체로 유저 스트레스를 줄이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삶에 치이는 현대인들이 게임에서마저 경쟁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는 상반기 출시되는 ‘에오스 블랙(EOS BLACK)’은 이런 트렌드를 정면에서 거스르는 게임이다. 지난 쇼케이스에서는 PvP에서 상대를 쓰러뜨린 뒤, 노예를 만들고 철창에 가두는 ‘치욕 시스템’을 선보였다. 2024년에 노예 시스템이라니, 나쁘게 말하면 시대착오적이지만, 동시에 힘을 숭배하던 과거 ‘낭만의 시대’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에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에오스 블랙 비공개 테스트에선 주로 PvP 요소를 중점적으로 체험해봤다.

PvP 진입장벽이 사실상 없으며, 장려되는 게임

에오스 블랙은 기자가 지금까지 플레이해 본 모든 MMORPG 중 가장 PvP가 일어나기 쉬운 게임이었다. 거의 모든 장소에서 레벨과 무관하게 PvP가 허용됐고, 상대를 지정하기만 해도 저절로 공격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PK 행위는 ‘습격’이라 표현되는데, 만약 습격이나 공격을 당한 뒤 상대에게 승리하면 ‘명예’가 올라간다. 

다만, 선공으로 상대를 죽이면 최대 5만까지 ‘악명’ 수치가 올라간다. 악명이 오르면 사망시 페널티가 매우 커지고 상점 아이템 가격이 올라간다. 악명 최대치에서는 아이템 최대 5개까지 잃어버릴 수 있는 만큼, 상대를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이른바 ‘막피’를 최대한 제한하고자 하는 설계로 보인다. 무고한 초보자 10명 정도를 사냥하면 악명이 최대치에 도달하며, 이번 테스트에서는 이를 0으로 만들 방법이 사실상 제시되지 않았다.

▲ 상대를 누르기만 해도 쉽게 공격해 필드 PvP를 시작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성향에 따른 페널티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성향에 따른 페널티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더해 에오스 블랙에서는 상대 능력치를 전혀 알려주지 않는 만큼 습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영혼체’라는 변신 시스템이 주요 전투력 강화 요소인데, 이를 사용하면 획득한 몬스터의 형태로 변신한다. 타 MMORPG에서도 흔한 ‘변신’ 시스템이지만, 에오스 블랙에서는 외형으로 상대 수준을 전혀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역할도 겸했다. 

필드 PvP 외에도 정정당당하게 1 대 1로 싸우는 PvP ‘봉인전’이 존재한다. 봉인전은 상호 동의하에 치뤄지는 일종의 공식 PvP다. 봉인전을 선포하면 공개적으로 서버에 봉인전이 시작된다는 문구가 나온다. 상호 동의하에 이뤄지는 만큼, 상대에게 원한이 있어도 상대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진행하기 어렵다. 심지어 승패 여부도 서버 메시지로 공표되는 만큼, 정말 자신 있지 않다면 봉인전은 자주 일어나기 힘들어 보였다.

PvP에서 상대편을 처치하고 나면 낮은 확률로 해당 플레이어의 영혼이 드랍된다. 확률은 매우 낮은 편으로, 테스트 기간 동안 10번 이상의 전투에 승리해 상대를 처리했지만, 획득한 영혼은 단 하나뿐이었다. 아마도 레벨이나 전투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투력 차이가 심한 상대는 영혼이 덜 드랍되고, 전투력이나 레벨이 유사한 상대는 영혼이 더 자주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 영혼체 시스템, 길에 널린 스켈레톤 아쳐와 똑같이 생겼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봉인전, 선포와 종료시 승자를 서버 전체에 공표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노예 얻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효용과 능률보다는 순수 재미 목적의 PvP

영혼을 획득하면 본격적으로 에오스 블랙 주요 PvP 요소인 ‘치욕’을 감상할 수 있다. 승리 플레이어는 획득한 영혼을 원할 때 소환해 24시간 동안 노예처럼 데리고 다닐 수 있다. 단 이는 실제 플레이어가 아닌 해당 플레이어의 이름을 뒤집어쓴 NPC에 가깝다. 물론 사냥 시간이 중요한 장르 특성을 고려한 설계로 보인다.

노예는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이템을 대신 줍거나, 포션을 사용해주는 등 여타 기능적 요소는 일절 없다. 노예의 사실상 유일한 기능은, 상대에게 노예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강력한 전투력을 뽐내고, 노예 플레이어에게 수치심을 주는 것 정도다. 물론 철창에 넣어 괴롭힐 수는 있지만.

▲ 노예가 끌려다니는 모습, 보여주기 외에 쓸모는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포로 전시대에 노예를 거치할 수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외에도 상대편을 공격해 쓰러뜨리고 나면, 시체와 함께 ‘비석’이 남는다. 이 비석은 공격해 부술 수 있다. 다만 부수면 능력치가 오르거나, 아이템을 얻는 것은 아니기에 딱히 가치 있는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이 비석 시스템은 에오스 블랙이 표방하는 PvP 시스템의 정수가 담겼다. 바로 ‘원초적인 재미’다.

앞서 말했듯 비석 파괴는 의미 없는 행위다. 아이템을 주는 것도, 능력치가 오르는 것도 아니다. 자동 공격으로는 비석이 선택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클릭해야 해 귀찮기까지 하다. 하지만 대신, 승리한 상대편의 가장 근원적인 밑바닥, 묘자리까지 파헤치는 배덕적인 쾌감이 느껴졌다. 즉 비석을 파괴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재미있으니까’다.

▲ 갇힌 노예에 돌도 던져보자 이얍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비석, 파괴하면 기분이 좋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노예와 수치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노예는 과시하는 것 외에 의미와, 가치가 떨어진다. 심지어 영혼을 손수 주워,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운 방식이다. 노예를 끌고 다니는 행위 자체도 상대에게 직접 피해를 주거나, 수치스러운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이 사람에게 승리했다는 확실한 표식임과 동시에 정복욕을 충족시켜준다. 이는 2024년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소 야만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쾌락이다.

철창은 더 노골적이다. 철창에 획득한 영혼을 가두면 서버 전체에 ‘해당 캐릭터를 철창에 달았다’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이후 철창에 들어간 죄인들에게 플레이어들은 돌을 던지는 행위를 취할 수 있다. 효율을 추구하는 장르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행위지만, 동시에 승자와 관람객에 한해서 원초적인 쾌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식인 셈이다. 이 야만적인 시스템의 유일한 피해자는 패배자뿐이며, 이런 시스템은 결국 장르 특성인 ‘무한한 성장’ 요소를 더 빛나게 만든다.

‘복수’ 시스템의 존재는 이런 원초적인 쾌락을 순환하게 만든다. 영혼의 일부를 뺏긴 플레이어가 복수에 성공하면, 해당 영혼은 노예 상태에서 풀려난다. 또한 복수 시스템은 길드원이나 스스로 자신을 죽인 이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24시간 동안 그 위치를 알려준다. 즉 자신에게 치욕을 준 플레이어에게 복수하기 위해 길드원을 고용하거나, 스스로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더 노력하도록 원동력을 제공해 PvP의 연쇄가 일어나도록 부추긴다.

▲ 포로 전시대에 걸리면 서버 전체에 추태를 광고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강해져야겠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비공개 테스트로 게임을 플레이해본 결과, 하드코어라는 개발 의도에 걸맞는 무한한 PvP가 핵심인 게임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테스트 단계인 만큼 세밀함이 부족하고 단점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갖춘 PvP 시스템을 더 다듬는다면, 확실하게 ‘강해질 이유’가 있는 경쟁 기반 MMORPG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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