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콘코드가 결국 영영 우리 곁을 떠났다. 멀티플레이 서비스 종료 이후 사실상 혼수 상태였는데, 개발사 해체로 마침내 산소호흡기마저 떼버렸다. 콘코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동접자 700명을 가리키는 단위 CCD, 교수님이라는 단어의 새로운 사용법, 10일 만의 서비스 종료 발표... 그 중 가장 큰 것은 등장인물 '바즈'의 독특한 스타일일 것이다. 보랏빛 양갈래 아프로 헤어, 성전환자, 80년대 디스코 풍 복장 등 수많은 개성이 첨철되어 있는 마스코트격 캐릭터 말이다.
바즈의 수많은 요소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선글라스다. 눈만 겨우 가리는 동그랗고 조그만 선글라스. 일명 '콘코드 선글라스(콩코드 선글라스와는 다르다)'라 칭해지는 중인 이 선글라스는 과거 '눈알가리개', '홍콩 선글라스' 등으로도 불렸다. 이름처럼 홍콩 영화에 자주 등장했으며, 국내에선 가수 김건모가 쓰고 다닌 것이나 영화 '레옹' 등으로 유명하다. 인상 전체를 바꿔버리기에 아무나 쓰기 어려운 선글라스인데, 아주 간혹 이 선글라스를 쓰는 캐릭터들이 있다. 오늘은 바즈보다 먼저 이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던 게임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TOP 5. 스타크래프트 '벌처'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테란 유닛 벌처. 정식 한국어명은 '시체매'지만, 콘코드 선글라스를 쓴 유닛은 1편에만. 그것도 리마스터 전 버전에만 나오기에 당시 불렸던 명칭인 '벌처'로 표기하겠다. 아무래도 테란 유닛 중 비교적 초기에 나오는데다 가스 없이 미네랄 75라는 매우 싼 가격, 빠른 이동속도와 생산속도, 스파이더 마인까지 보유하고 있는 테사기 선도 유닛이기에 테란 유저라면 매우 자주 만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샀드라요 마인?' 으로 대표되는 대사와, 특유의 초상화도 계속해서 보게 된다.
벌처 초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두건과 빨간 선글라스다. 동그랗고 눈알만 가릴 정도로 작은 선글라스가 왠지 모를 고집스러움과 괴짜다움을 나타내는데, 살짝 경박하게 움직이는 벌처 유닛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특히 해상도가 낮았던 1 시절에는 특유의 수염이 옆으로 뻗어 있는 목처럼 보였기에 더욱 괴짜 느낌이 났다. 아쉽게도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선글라스가 아니라 기계 고글처럼 바뀌어서 옛날 그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완전히 바뀌어 버린 2편 초상화는 더 말 할 것도 없고!
TOP 4. 소닉 시리즈 '닥터 에그맨'
소닉의 영원한 적수, 닥터 에그맨. 마리오와 쿠파에 대응하는 호적수이자 악우 관계이기에, 겉모습부터 험상궂고 심술맞은 느낌을 팍팍 풍긴다. 이를 드러내는 장치는 통통한 배와 가늘고 긴 다리, 양쪽으로 쫙 뻗친 콧수염, 찡그린 눈매 등 다양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역시나 콘코드 선글라스다. 눈빛과 눈매를 드러내지 않는 장치이자, 활동적이면서도 지적인 악당의 풍모를 물씬 풍긴다.
그런 점에서 짐 캐리가 열연한 소닉 실사판 영화의 닥터 에그맨은 다소 아쉽다. 물론 매우 멋진 캐릭터이긴 했으나, 안경이 고글로 바뀌었기 때문. 바로 위쪽에 말한 벌처 디자인 변경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콘코드 선글라스의 존재감이 너무 크고 비현실적서인지, 캐릭터 디자이너들은 이를 자꾸 현실에 맞춰 고글로 바꾸려는 성향이 있는 듯 하다. 그래도 에그맨은 역시 안경이다.
TOP 3. 포켓몬스터 시리즈 '강연'
관동지방 홍련마을 체육관 관장을 맡고 있는 강연. 퀴즈 박사님이나 대머리 박사 등으로 널리 알려진 그 캐릭터 맞다. 첫 작품인 레드·그린 부터 등장했지만, 당시엔 디자인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완연히 캐릭터성이 갖춰진 것은 포켓몬스터 피카츄(옐로) 부터로, 대머리에 흰 콧수염, 그리고 콘코드 안경을 쓴 모습으로 등장한다. 디자인적으로는 어찌 보면 위의 닥터 에그맨과도 비슷한데, 뭔가에 몰두해 살짝 이상해진 박사를 표현하기 딱 좋은 소재들이다 보니 다소 겹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닥터 에그맨보다는 훨씬 말랐고, 수염 뻗침도 적기에 좀 더 선해 보인다. 아, 참고로 코믹스 '포켓몬스터 스페셜'에 등장한 설정에 의하면, 수염은 가짜라고.
참고로 강연은 애니메이션에서 게임과 설정이 완전히 바뀐 캐릭터 중 하나다. 박사가 아니라 여관 주인이며, 디자인 역시 주변머리가 살짝 남은 탈모형에 수염과 선글라스가 없다. 그러나 변장할 때는 게임에 나온 것 같이 가짜 수염을 달고 콘코드 선글라스를 쓴다. 이것이 바로 재해석과 함께 원작을 존중하는 좋은 예시가 아닐까! 아닌가?
TOP 2. KOF 시리즈 '최번개'
더 킹 오브 파이터즈(KOF) 시리즈 한국 팀 원년 멤버인 최번개. 첫 등장 당시만 해도 한국 팀 3인 중 2명이 범죄자인데다, 외모도 미형과는 거리가 먼 악당형이었기에 많은 비판이 있었다. 실제로 캐릭터 디자인이 나이트메어 시리즈 메인 빌런 프레디 크루거를 오마주 한 것이기도 하기에 초반엔 비호감 캐릭터였다. 그러나 점차 유쾌한 캐릭터성이 드러나고, 언제나 김갑환에게 구박 받는 비극적인 소악당으로서 자리잡으며 KOF 세계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런 최번개의 캐릭터성을 상징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KOF 남자 중 최단신 키와 프레디를 흉내낸 손톱+중절모, 그리고 콘코드 선글라스다. 특히 콘코드 선글라스는 프레디 크루거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악당스러운 면이 가득한 프레디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만약 눈이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면 최번개의 현재 매력은 반감됐으리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TOP 1. 아랑전설 시리즈 '친 신잔'
콘코드 선글라스를 가장 멋들어지게 낀 TOP 1은 바로 아랑전설에 나온 중국인, 친 신잔이다. 당시 인기 영화배우였던 홍금보를 모티브로 한 '뚱뚱한데 날렵한 무술의 달인' 콘셉트였는데, 그에 맞게 당시 홍금보를 상징하던 패션을 가져왔다. 첫 번째가 멜빵바지, 두 번째가 콘코드 선글라스다. 홍금보는 영화 '쾌찬차'에서 선글라스를 잠깐 쓴 적이 있는데, 안경을 벗으면 다소 선해 보이는 눈매를 감춤과 동시에 능글맞은 변장이 어울렸던 장면이었다. 그 외에도 홍콩 영화 다수에 이런 선글라스가 많이 등장한 바 있기에, 친 신잔 역시 같은 안경을 쓰고 나왔다.
이러한 친 신잔의 패션은 90년대 홍콩 길거리에서 한 번쯤은 마주칠 것처럼 생긴 데다, 나름 유쾌한 캐릭터성과도 연계돼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당시 국내에서는 탤런트 백일섭과 닮았다며 해당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만 본진인 아랑전설 시리즈가 90년대 이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KOF로의 이적(?)도 실패한 데다, 정말 간만에 부활한 신작 '아랑전설: 시티 오브 더 울브스'에서도 스트리트 파이터 캐릭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까지 밀려 출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안경에 가려진 눈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이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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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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