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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을 찾아 루프를 탈출하는 게임 ‘8번 출구’가 처음 등장한 이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독특한 플레이 방식, 기묘하면서도 현실과 유사한 공간, 이해할 수 없는 이상 현상과 기괴한 캐릭터 등 고유한 요소들이 특히 게이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이에 많은 유사 장르 신작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당직근무’는 이런 8번 출구와 유사한 장르의 신작으로, 지난 11월 22일 국내 개발사 아침빵스튜디오가 출시했다. 무려 게임 배경부터 ‘군대’로, 당직을 서며 이상현상을 발견한다는 특유의 콘셉트 덕분에 체험판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여러 인터넷 방송인들도 플레이하며 입소문을 탔다.
독특한 배경과 콘셉트의 8번 출구 라이크를 만든 아침빵스튜디오는 과연 어떤 곳일까?
프로토타입처럼 시작된 군대 배경 8출라이크 ‘당직근무’
아침빵스튜디오는 한태웅 개발자(이하 한 개발자)의 1인 개발팀이다. 한 개발자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 개발을 시작했고, 이후 게임업계에서 2년간 기획자를 맡아 취미로 인디게임 개발을 조금씩 해왔다. 그의 모토는 플레이 가능한 서사를 구상하고, 이를 통해 몰입감 높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당직근무’를 처음 만들 때는 일을 잠시 쉬면서 간단하게 개발하기 위한 일종의 프로토타입처럼 여겼다고 한 개발자는 전했다. 지금까지 개발한 작은 게임들 중 완성한 것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 어떻게든 하나의 게임을 끝까지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즉 ‘당직근무’ 초기 구상은 군대의 부조리를 고발하거나 비판하는 거창한 주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군대라는 배경과 이변 찾기 장르를 결합하는 발상을 떠올린 것은 우연이었다. 어느날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던 한 개발자는 한 명은 8번 출구를, 다른 한 명은 ‘경계근무’라는 이변과 맞서는 공포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한 화면에서 봤다. 이때 문득 군대를 소재로 한 8번 출구 라이크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영감이 샘솟았고, 특히 한국적인 소재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자 출신이었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개발 자체는 언리얼 엔진의 블루프린트 2와 구매 에셋 등을 조합해 어떻게든 완성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최적화 노하우 등 세부적인 지식이 부족해, 출시 후에도 계속해서 게임을 손봐야 했다.
이상현상 놀이공원을 목표로 개발한 ‘당직근무’
‘당직근무’는 플레이어가 군대 당직사관이 되어 이상현상을 체크하는 1인칭 어드벤처게임이다.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면 플레이어는 당직병이 있는 긴 복도를 돌아다니며 이상현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상현상이 발견되면 해당 구역에 체크 표시를 남기고 문 밖을 나선다. 이후 1 시간이 지난 복도로 다시 진입하게 되며, 이를 당직이 끝날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개발자가 의도한 ‘당직근무’의 게임성은 바로 ‘이상현상 놀이공원’이다. 기이한 상황에서 다양한 이상현상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내면에 담긴 짧은 스토리도 감상할 수 있다. 한 개발자는 “8번 출구 계통 타이틀에 서사적 요소를 가미했다”라며, “플레이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상상할 수 있는 스토리나 개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8번 출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논리적인 배경 설정이라고 한태웅 개발자는 말했다. 8번 출구 타이틀에서는 미지의 공간을 아무런 설명 없이 탐색하는 심리적 공포가 중요한 요소다. 반면 ‘당직근무’에서 주인공은 당직을 서는 군인이고, 당직은 밤 사이 군 부대에 벌어진 문제, 이른바 이상현상들을 확인하는 업무다. 미지의 공간에서 오는 공포는 덜하지만, 대신 롤플레잉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다.
전반적인 게임 진행은 8번 출구와 마찬가지로 정형화된 규칙을 따랐다. 다만 더 명료하게 이상현상을 발견하면 체크를 통해 인지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각 한 스테이지는 시간의 흐름으로 표현했다. 한 개발자는 “당직을 서면 시계를 항상 보게 되는 만큼, 한 근무 스테이지를 한 시간으로 나타냈다”고 이유를 전했다.
군대라는 특수한 배경과 일병 ‘민수’
‘당직근무’는 한국 군대라는 특수한 장소를 배경으로 하며, 일어나는 49개의 이상현상 모두 이런 배경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대표적으로는 잃어버린 탄피, 지나치게 자라는 비난 양파, 사라진 당직병 ‘민수’ 등이 있다. 한 개발자는 “실재 군대에서 욕하지 말자고 기른 비난 양파가 이상할 정도로 잘 자라는 경우가 많아, 그 때마다 두 양파를 바꾸는 촌극이 일어나기도 했다”라며, “이런 점 때문에 공간이 일종의 부조리로 채워진 듯 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런 소재들은 블랙유머를 전하면서도 곰곰이 생각했을 때 오싹하도록 구성했다. 예를 들어 새벽에 울리는 기상나팔, ‘민수’ 일병의 왼손 경례, 병장 모자 등은 처음에는 피식 하고 웃음이 나지만 곱씹을수록 소름끼치는 소재다. 만약 진짜 새벽에 기상나팔이 울린다면? 일병이 될 동안 왼손 경례를 하는 후임이 있다면? 누군가 일병에게 병장 모자를 씌웠다면? 등 고민거리도 던진다.
특히 인상적인 소재는 바로 일병 민수다. 민수는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하며 끊임없이 패배하거나, 사라지거나, ‘웃음벨’을 치며 계속 웃는 등 상당히 기괴한 이상현상을 선보인다. 한태웅 개발자는 “민수라는 이름은 일종의 ‘홍길동’과 같은 ‘아무개’, 특정할 수 없는 대상임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라며, “실존하는 공간이나 대상이 아닌 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한태웅 개발자는 게임을 통해 군필자라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매개가 되고, 군생활에서 고생한 이들에게 치유의 순간이 될 수 있는 일종의 위령이 되면 좋겠다고 개발 이유를 전했다. 모든 이상현상을 발견하면 볼 수 있는 진엔딩 역시 이를 염두해 만들었다고.
서사적인 게임을 만드는 ‘아침빵스튜디오’
‘당직근무’는 지난 11월 22일 스팀과 스토브로 정식 출시됐다. 현재 스팀에서 ‘긍정적(82% 긍정)’ 유저 평가를 기록 중이며, 여러 인터넷 방송인이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게임 출시 이전 체험판부터 상당한 화제를 모았고, 한 개발자 역시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성공이라며 기뻐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한국 남성들 외에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도 게임을 즐겼던 부분이라고 한 개발자는 밝혔다. 물론 군대가 배경인 만큼, 군필자가 아닌 경우 이야기에 몰입을 하지 못하거나 이해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보였다. 하지만 상당수 플레이어가 당직사관이 되는 롤플레잉에 이입했고, 재미있었다는 리뷰를 남겼다고 한 개발자는 전했다.
심지어 한 일본 게이머의 경우 자세한 스팀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한 개발자는 “’폴스 몰’, 8번 출구를 더 개선한 시스템이 인상적이었고, 여기에 이야기를 녹아내려 시도한 부분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이상현상 놀이공원 콘셉트나 장례식 절차를 연상하게 하는 49개의 이상현상 등 게임 구조를 이해한 리뷰들이 많아 놀랐다고 덧붙였다.
한 개발자는 “생애 최초로 완결 출시한 첫 게임인 만큼 뜻 깊은 프로젝트였고, 예상보다 평가가 좋아서 보람있었다”라며, “앞으로도 시나리오와 몰입을 중점적으로 하는 인디게임 취미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갈 것이며, 다음 작품을 통해 만나 뵈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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