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공식 모드? 엘든 링 밤의 통치자 체험기

일반적으로 모드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편의성과 문제점 개선이 목적으로, 예를 들어 '폴아웃: 뉴베가스'에서 잦은 충돌을 제거하거나, 비공식 한국어 번역을 이용하려는 경우다. 또 다른 모드의 사용 이유는 바로 콘텐츠 추가다. 게임의 모든 것을 즐길 만큼 만끽한 게이머 중 일부는 타인이 만든 비공식적인 추가 요소까지 찾기도 한다.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가 특히 더 많다. 게임의 스토리를 즐기고, 최고 회차를 돌고, 모든 장비와 아이템을 모으고 나면, 그 이후에 남는 것은 투기장이나 PvP, 혹은 개인적 도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 도달하는 곳이 바로 모드의 영역으로, 새로운 마법 체계를 추가하거나, 전반적인 보스들을 바꿔 동일한 게임을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엘든 링 밤의 통치자(이하 밤의 통치자)'는 PvP나 투기장에는 흥미가 없지만, 엘든 링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즐긴 유저들을 위한 개발사 공식 모드처럼 느껴졌다.

이번 플레이는 3인 멀티플레이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처음 게임에 돌입하면 플레이어는 ‘밤을 건너는 자’ 중 한 명을 선택하고 팀원과 함께 매를 타고 날아가다 지상에 착지한다. 이때부터 로그라이크 경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반적인 에셋과 배경, 등장하는 적과 장비는 엘든 링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지만, 캐릭터 움직임만큼은 훨씬 빠르고 날렵하다.

이번 테스트에서 플레이어의 목표는 총 2일의 밤을 지내면서 성장하고, 이후 3일차에 '밤의 짐승 글라디우스' 라는 최종 보스를 처리하는 것이다. 물론 각 밤마다 강력한 보스도 등장한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착지 지점이 두 군데였고, 각각 다른 보스와 만날 수 있었다. 몇 번 플레이하고 나면 쉽게 익숙해져, 최단거리 파밍 경로를 설계하는 이들도 볼 수 있다.

가장 자주 떨어졌던 착지 지점은 근처에 이단자의 신전이 있는 장소다. 이때 1일차 보스는 '아인 여왕'과 '아인 검성'인데, 둘이 나오는 만큼 체력은 낮지만 심하게 상호보완적이었다. 검성은 매우 작은 덩치로 재빠르게 공격했고, 아인 여왕은 큰 덩치로 시야를 가리면서 아군을 소환했다. 이들을 어렵사리 처리해도 2일차 보스는 용 트리가드와 도읍 기마병이었고, 가열찬 인해전술에 잦은 좌절을 맛봤다.

반면 다른 루트 보스는 지네 데몬으로 체력이 많고 새로운 패턴은 추가됐지만 오히려 대응은 더 쉬웠다. 2일차 보스인 끔찍한 흉조 역시 엘든 링 본편의 모르고트에 광역 패턴이 더해졌지만, 용 트리가드 보다 숫자가 적었던 만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난이도에 대한 부분은 플레이어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다.

밤의 통치자에는 엘든 링을 비롯한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에 출현한 여러 적들과 보스들이 등장한다. 테스트에서 공개된 주요 적들은 대부분 엘든 링 출신이지만, 간혹 '지네 데몬' 등 친숙하고 기존 시리즈에서도 기억에 남은 보스들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본 기자가 마주한 필드 적과 강적(필드 보스)은 모두 엘든 링 출신이었다. 고드릭 군병, 유배병, 땅 잃은 기사, 귀인, 천한 병사, 이단자, 휘석 마술사, 영 해파리, 박쥐, 개미 등 모두 엘든 링을 플레이하면서 상대한 적들이었다. 강적의 경우 화염 승병, 화염 전차, 검은 사자 등 기존 엘든 링에서 엘리트, 혹은 던전 보스 역할을 하는 것들이 많았다. 유독 기억에 남는 필드 보스는 ‘카리아 친위기사’로 엘든 링의 ‘친위기사 로레타’와 동일한 모델링과 기술을 사용했는데, 엘든 링에서 ‘트리가드’가 생각 날 정도로 초반에 볼 수 있으면서도 강력한 체력과 공격력을 자랑했다.

이번 테스트에서 공개된 무기와 마법 역시 엘든 링에서 기반했다. 간혹 엘든 링과 동일한 무기임에도 기술이 다른 경우는 있었다. 한 번은 '드롭 어택'이 달린 '나뉘지 않는 쌍생아의 검'을 발견했는데, 언커먼으로 구현되어 전회가 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또 일부 무기는 ‘마검진’ 마법을 간혹 발동하는 등, 독특한 패시브를 보유했다.

전반적인 무기 모션은 변하지 않았고, 전회 역시 엘든 링에서 모두 가져온 만큼, 엘든 링을 풍부하게 즐긴 유저라면 쉽게 적응하고 즐길 수 있겠다. 또한 강적을 처리하면 3개의 무기나 스킬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이들 중 이른바 '모드'스러운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구르면 주변에 번개 마법을 떨구고, 걸으면 주변에 빛 구름을 만드는 패시브가 있는데, 엘든 링의 마법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구현해 재미를 더했다. 

엘든 링과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유함에도 밤의 통치자가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진 것은, 바로 전반적인 게임플레이 자체가 변화된 부분이었다. 우선 전반적인 시스템이 간소화됐으며, 캐릭터(밤을 건너는 자)가 생겼고 서로 다른 스킬과 아츠라는 새로운 요소가 생겼다.

기존 다크소울 및 엘든 링 시리즈에서는 초기 캐릭터 선택과 무관하게 상승시키는 스탯에 따른 육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밤을 건너는 자는 각자 스킬과 아츠, 성장 능력치가 달라 사실상 플레이 스타일 자체도 캐릭터별로 나뉜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추적자, 수호자, 레이디, 은둔자를 고를 수 있었는데, 각각 근접 올라운더, 우수한 탱커, 강력한 딜러, 원거리 마법사의 스킬과 아츠를 지녔다.

본 기자는 주로 추적자를 선택했다. 패드로 소울라이크를 진행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는데, '석별의 눈물'과 유사한 '육감'이라는 어빌리티(패시브 스킬)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또 아츠 ‘습격의 쐐기’는 사용하는 동안 사실상 무적이고, 풀차지시 적을 한 번에 그로기 상태에 빠트릴 수 있어, 피해와 생존 모두에 도움을 줬다. 레이디, 은둔자 역시 플레이했지만, 조작 난도가 높아 손이 자주 꼬였다. 

캐릭터와 무관하게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빠르게 레벨 업을 하는 것이었다. 수호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는 모두 1레벨에서 매우 낮은 체력을 보유했다. 다소 심각한 레이디의 경우는 한 방에 ‘축복’으로 되돌아갈 정도인 만큼, 생존을 위한 레벨 업은 필수다. 또한 언커먼 무기는 3레벨, 레어 무기는 9레벨의 요구치를 달성해야 온전한 성능을 내는 만큼, 꾸준히 축복을 찾아 레벨을 올려주는 것이 좋다.

이렇듯 전반적인 게임은 매우 재미있었다. 특정 장소마다 등장하는 보스는 엘든 링 본편과 패턴이 유사했음에도 등장하는 장소와 떨어뜨리는 장비와 스킬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더했다. 또 각 직업별 스킬과 아츠를 적극 활용하는 것 역시 묘미였고, 여기에 기존 소울라이크에서 느끼기 어려운, 동료와 계속해서 함께하는 감각은 각별했다.

본 기자는 플레이 동안 최종 보스를 두 차례 클리어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은 단 둘이서 엔딩을 봤을 때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던 중 수호자 유저가 게임에서 튕겼다. 레이디, 그리고 추적자만 남아 지네 데몬과 모르고트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운 좋게 둘 모두 고성능의 출혈 무기를 발견했고, 추적자의 부족한 딜을 레이디가, 레이디의 부족한 생존력을 추적자가 메워줄 환경이 마련됐다.

그렇게 간신히 테스트 최종 보스, 밤의 짐승 글라디우스에 도달했을 때, 두 캐릭터의 시너지가 두드러졌다. 레이디는 적이 받는 피해를 부풀릴 수 있는 스킬을 사용해 추적자와 레이디 본인의 공격력을 강화했다. 추적자는 생존 패시브를 활용해 근접 거리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출혈 피해와 독 피해를 누적할 수 있었다. 레이디가 체력이 다해 쓰러져도 아츠를 활용해 그로기 상태를 유발한 후 안전하게 살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셋이서 플레이하는 것이 권장되는 게임에서 두 캐릭터가 힘을 합해 보스를 물리칠 수 있었다. 그 순간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만 이러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단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테스트 환경임을 고려해도 네트워크 상태는 좋지 않았다. 첫 날에는 서버 문제로 PS5에서 플레이가 불가능했고, 이후에도 한 명의 정도의 유저가 접속이 끊기는 일은 흔했다. 또한 엘든 링에 기반한 요소가 많아.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클리어의 짜릿한 쾌감도 자주 플레이 할수록 흐릿해지는 만큼,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할 필요가 보였다.

물론 밤의 통치자는 아직 출시까지 충분한 시일이 남았다. 특히 이번 테스트에서는 크게 두 루트만을 체험할 수 있었던 만큼, 각 판마다 지형, 보스, 획득 아이템이 크게 달라진다면 충분히 반복 플레이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끝까지 ‘엘든 링 추가 DLC로 판매했다면 충분히 많은 플레이어 기반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