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과 싱글플레이 콘텐츠가 매력적인 MMO, 아키텍트

지난 22일 출시된 드림에이지 MMORPG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이하 아키텍트)'은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과거 '리니지2 레볼루션', '제2의 나라' 등을 성공시킨 박범진 사단의 신작이었고, 방대한 심리스 오픈월드 등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환영금고' 등 싱글 플레이 콘텐츠를 통해 차별화 요소도 전했다.

실제 출시된 아키텍트는 서로 다른 장점과 단점을 지닌 독특한 MMORPG였다. 아쿠아트리 박범진 대표가 출시 전 "뻔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고 전한 것처럼, 기존 MMORPG 문법에 더해진 신선한 콘텐츠를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아키텍트의 스토리는 거대한 배경과 세계관 대비 작은 한 용병에게서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스베르드 용병단원으로, 용병단장의 지시에 따라 '거인의 탑'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기묘한 존재에 선택받고, 이후 버려진 땅을 거쳐 대도시 바빌론으로 흘러들어가며 사라진 용병 단장을 찾는다.

메인 스토리는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범람'과 연관된다. 범람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몬스터 강화 현상으로, 주변에 거대한 에너지를 흩뿌려 몬스터를 강하게 만든다. 아키텍트 세계관 내에서는 이 범람에 많은 마을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본래 범람은 예측 가능한 자연 현상처럼 묘사됐으나, 스토리가 진행되고 세계관의 핵심 악역이 확장되며 인위적인 범람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전반적인 메인 스토리는 고유한 정합성과 핍진성을 지니며, 차근차근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범람'이라는 인게임 콘텐츠와 어우러져 몰입을 높인다. 또 황당하거나 우스꽝스런 캐릭터도 간혹 등장해 작은 웃음을 더했다. 향후 컷신이 포함된 더 거대한 연출이 더해지면 주인공 캐릭터로서의 거대 서사 역시 확립될 것으로 보인다.

서브 스토리는 예상 외로 대부분 유머러스한 것들이 많았다. 특히 길드 관련 서브 퀘스트들이 작지만 웃음을 전했다. 예를 들어 대장장이 협회 길드장은 정이 많지만, 험악한 생김새를 지녔다. 때문에 초면에 너무 적극적으로 접근해 많은 고객들이 도망쳤다. 플레이어를 갑작스럽게 친우라고 부르며 어떻게든 영입하려 드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대장장이의 수제자는 임무 끝에 수제자 자리를 넘겨준 뒤 자유의 몸이 됐다고 외치며 도망친다. 황당하거나 유머러스한 퀘스트는 진지한 본편 세계관을 어느 정도 환기했다.

아키텍트는 적 대부분의 공격이 논타겟으로 구성된 MMORPG다. 여기에 더해 점프, 등반 등 여러 특수 이동이 가능해 이를 전투에 활용할 수도 있다. 보스전 역시 캐릭터의 전투력만큼이나 컨트롤이 중요하다

적의 공격 다수는 논타겟이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일반 몬스터는 공격 방식이 둘 이상이며, 히트스캔에 가까운 타게팅 공격도 있지만, 회피할 수 있는 레이저 등도 사용한다. 근거리 적의 공격은 대부분 회피할 수 있으며, 거리를 벌리거나 회피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보스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일부 보스는 높은 절벽 바로 아래 위치하거나, 거대한 회오리를 사용하는 등 캐릭터 움직임이 중요하다. 용족 필드 보스와 도전관문 보스는 디버프 공격을 사용하고, 수치가 모두 차면 큰 체력 피해를 준다. 빨간 빛으로 표시되는 강공격은 캐릭터를 넘어뜨리거나 공중에 뜨게 만들어 피해와 함께 위험에 노출되게 만든다. 이런 공격은 주로 돌진, 공중에서 내려찍기 등 명확한 범위를 사전에 안내했다. 

스토리는 조작의 영역을 벗어난다. 성장을 유도하는 일종의 허들 구간인 32레벨, 36레벨 스토리를 제외하면 과금과 컨트롤 없이도 플레이 가능하다. 대신 허들 구간에서는 전투력 대비 적 체력이 많아 제한 시간을 넘기거나, 공격력이 높아 사망하기 쉽다. 때문에 탐험이나 부가 콘텐츠를 열심히 플레이하며 '내실'을 다져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키텍트의 독특한 요소는 바로 환영금고, 도전관문 등으로 대표되는 싱글플레이 전용 콘텐츠다. 환영금고는 비행, 지혜, 도약, 전투의 시련으로 구성된 싱글플레이 콘텐츠로, 각각 세 개의 목표를 달성하면 모든 보상을 얻는 구조다. 각 시련은 하나의 환영 금고로 묶이기에는 서로 다른 게임성을 지녔다.

예를 들어 비행의 시련은 아키텍트가 강조하는 '비행' 기능을 활용해 원을 더 빠르게 통과하는 것이 핵심으로, 과거 '해리포터' 관련 게임을 플레이했다면 익숙할 것이다. 도약의 시련은 '온리 업'이 연상되는 점프 플랫포머이며, 전투의 시련은 보스를 최단시간 격파하는 것이 목표다. 지혜의 시련은 두뇌 퍼즐로, 점프나 비행 없이 주어진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 

도전관문 역시 싱글플레이 콘텐츠다. 도전 관문은 크게 셋으로 구분되는데, 더 빠르게 보스를 잡거나, 몬스터 디펜스를 하거나, '하데스' 느낌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한다. 이 중 몬스터 디펜스와 스테이지 돌파형 콘텐츠에서는 '설계자의 선물'이라는 일종의 추가 스킬을 획득할 수 있는데, 해당 스테이지에서만 몸 주변에 벼락이 내리치거나, 독 웅덩이가 생겨 전투를 쾌적하게 돕는다.

이런 요소들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냥이나 일반 스토리에 자극을 더한다. 일종의 미니게임처럼 플레이 전반을 환기하면서도, 콘텐츠 자체도 가치 있도록 1성 클리어시 영구 스테이터스 보너스를 준다. 또 한 번 3성으로 콘텐츠를 완료하고 나면, 다음 업데이트까지는 더 플레이할 필요는 없다.

아키텍트의 전반적인 배경은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게 구현됐다. 풀이 무성한 정글, 황량한 사막, 돌 산과 호수 등이 유려하게 묘사됐다. 각 마을에서는 적은 수의 오브젝트만 구현되기는 했으나, 마을 병사들이 삼삼오오 돌아다니거나, 주변 목장과 그곳의 동물들이 묘사되며 세밀함을 더한다. 이런 배경에 대한 자신감 덕분인지 아키텍트는 광활한 인게임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물들을 모으고 상호작용하도록 유도한다. 

대표적인 탐험 요소에는 관측소와 전송탑이 있다. 전송탑은 텔레포트가 가능하게 하는 장소며, 관측소는 주변 지형을 안내한다. 관측소는 직접적인 플레이에서 이점을 주지는 않지만, 핵심 지역마다 하나씩 배치되어 주변을 구경하는 재미를 전한다.

이외에도 각 지역마다 보물상자, 특별 보물상자, 거인의 조각을 획득할 수 있다. 보물상자와 특별 보물상자는 인게임에서 사용되는 각종 재료와 재화를 제공한다. 거인의 조각은 모을시 인게임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기록들을 볼 수 있다. 보물상자와 거인의 조각이 주변에 있다면, 퀘스트란을 통해 대강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다만 거인의 조각 일부는 등반, 비행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높은 장소에 위치해 약간의 컨트롤을 요구한다.

모은 보물상자, 거인의 조각, 관측소 등은 탐험일지에 기록된다. 이들을 모으면 퍼센트에 따라 보상을 획득할 수 있으며, 연구, 제작, 뽑기 등에 활용되는 보상을 지급한다. 아키텍트의 세계관을 충실하게 탐험하면 그 과정을 통해 캐릭터 역시 강해진다.

아키텍트는 복잡한 성장 시스템과 반복적인 사냥 등 단점도 보이지만, 탐험이나 아름다운 배경 등 장점도 선명한 MMORPG다. 특히 경쟁과 협동이 중요시되는 MMORPG 장르에 싱글플레이 콘텐츠와 탐험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앞으로의 운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