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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아버님 방에 '게임' 좀 설치해 드려야겠어요


▲ 닌텐도 Wii를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는 노인 부부 (사진 출처: 아틀란틱닷컴)


얼마 전 기자는 ‘프랭크 앤 로봇’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주인공 프랭크는 은퇴한 금고털이범으로,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 프랭크가 매일 하는 일은 도서관에 가거나 돌아오는 길에 근처 가게에서 물건을 ‘슬쩍’ 해오는 것이 전부. 매일같이 반복되는 행동에 자녀들은 그가 치매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매일같이 부딪히고 있는 것은 외로움, 가족과의 단절, 그리고 일을 그만 두고 찾아 온 무기력증이었다. 감독은 프랭크의 괜찮은 노년을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말동무가 될 로봇 그리고 늙은 육신에 굴하지 않는 끝없는 도전이다.


일찍이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노년층의 ‘행복한 삶’을 이끌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최근 대표적인 방법으로 ‘게임’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이미 “게임이 행복한 노년을 이끈다”와 같은 맥락의 연구가 다수 발표돼, 게임으로 이루는 노인 웰빙이 이제는 당연하다 싶을 정도다.


가장 쉽게 생각되는 예는 역시 닌텐도의 Wii다. Wii를 이용한 스포츠게임 ‘위 핏’(Wii Fit)을 하면 병원에서 받는 물리 치료 시술보다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또, 노인과 게임 관련 연구를 자주 하는 미국의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를 하면 노인들의 공간지각능력과 집중력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뉴스는 정신적인 웰빙과 관련이 있었다. 역시 미국의 대학에서 발표한 것으로, 게임을 하지 않는 노인은 게임을 즐기는 노인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더 많은 우울증세를 앓는다. 결과적으로 게임을 하는 노인이 정신적으로 더 행복하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


이론으로는 알겠는데, 지루한 연구 자료다 보니 마음에 확 와 닿지 않는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없다랄까. 실제로 게임을 이용해서 더 재기 발랄한 삶(Well-being)을 사는 노인도 있을텐데 말이지.

 

 

 “게임에는 항상 새로운 것이 있어요” - 힐다 노트(86세, 좋아하는 게임: ‘GTA4’) 


영국의 BBC 방송이 만난 86세의 열혈 게이머 할머니 힐다 노트(hilda knott)의 게임 경력은 무려 40년이다. 힐다 노트 할머니는 가리는 것없이 다(多) 장르의 게임을 즐긴다. 그의 거실에는 이미 남부럽지 않은 65인치 사이즈의 대형 HDTV가 걸려 있으며, 그 옆에는 PS3와 게임 콜렉션이 쌓여 있을 정도. 최근에는 PS3 전용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아이패드를 이용해 퍼즐게임 장르도 이따금 플레이하고 있다. 가장 자신 있는 게임은 ‘GTA’시리즈와 ‘마계전기 디스가이아4’ 라고.





▲ 영국 BBC 방송국과 인터뷰한 힐다 노트 할머니 (사진 출처: BBC)


“게임에는 항상 새로운 것이 있어요.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거나, 다른 이벤트가 나오죠. 그리고 이 모든 단계를 끝내면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내가 정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느낌이죠. 장애물이 생기면 문제를 파악하고 전략을 세우고, 언제 이걸 하지, 아니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것을 궁리하죠. 앗, 물에 빠졌다. 익사했네. 다시 해야겠다.”

 

 

“하하하하. 이거나 먹어라. 이리 오렴~이리 오렴~ 헉! 젠장”  

– JAAP(68세, 좋아하는 게임: 배틀필드)


▲ 유투브로 이미 유명인사가 된 JAAP 할아버지 (사진 출처: 유투브)

 

"안녕하세요. 전 잡(JAAP)이고요. 은퇴한 이후 정원 가꾸기가 취미입니다. 제가 자랑스러워하는 보트도 좀 보시죠! 이것들이 제가 낮에 주로 하는 일이지요. 하지만 밤만 되면 난 다른 사람이 되죠! 하하하"

 

뭐 이런 할아버지가 있을 정도로 통쾌한 할아버지 잡(JAAP)은 ‘배틀필드’ 스쿼드에도 가입돼 있는 열혈 플레이어다. ADHD 스쿼드의 잡 할아버지는 스쿼드 멤버가 올린 유투브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명해 졌다. 게임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마치 한국의 PC방에서 열심히 ‘서든어택’이나 ‘리그오브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는 것처럼 신이 잔뜩 나 있다.

 

이처럼 유창한 말솜씨와 유머러스함까지 겸비한 노신사는 알고 보니 TV방송과 라디오 DJ 경험의 엔터테이너 출신. 하지만 그는 PS3과 LED모니터, 2.1Ch 스피커가 완비된 게임룸은 물론 특출난 게임 실력까지 겸비했다. 영상으로 살짝 공개된 것만 보아도 시각 전환은 물론 빠르게 적을 조준하는 실력이 놀라울 정도다.

 

알려진 바로는 59세에 처음 ‘콜 오브 듀티’로 게임을 배웠고, 지금은 ‘배틀필드’에 푹 빠져 있단다.현재 잡(JAAPP)이 가입한 스쿼드에는 이미 그의 두 아들도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두 아들 모두 아버지의 게임 실력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 유머러스한 JAAP 할아버지


 

“점잖게 게임 즐길 동료 구합니다. 더불어 여자친구도” 

– 나이불문 美 성인게이머단체

 

최근 북미를 중심으로 온라인게임·콘솔게임을 즐기는 성인을 위한 커뮤니티, 단체, 길드 등이 개설되고 있어 화제다. ‘Geezer.com’이나 ‘2old2play.com’ 등이 그 예인데, 최소 25세는 넘어야 가입 가능한 곳이다. 이곳에서 70대, 혹은 80대의 게이머를 찾기란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닐 정도다. 말 그대로 ‘게이머 고령화’ 시대가 온 것이다.



▲ 오래된 게이머는 죽지 않는다 (사진 출처: Geezer.com 공식 홈페이지)



▲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한 77세의 호주 게이머 랄프 앳킨슨 (사진 출처: WSJ)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새롭게 부흥하는 비주류 문화(Sub Culture)라고 평하며, 과거 ‘팩맨’을 플레이 하던 세대가 이제 Xbox 360 ‘콜 오브 듀티’, ‘헤일로’ 에 정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 중장년 게이머는 Xbox Live나 인터넷상에서 10대들의 정신없는 채팅, 혹은 철없는 욕설이 난무하는 환경보다 점잖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고 싶어 한다. 그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동료를 원하고 있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마음이 맞는 동료와 함께 팀을 꾸리고 평화롭고 점잖게 게임을 즐긴다. 그러다가도 동년배들과 오프라인 만남의 자리도 가지고, 간혹 이곳에서 인생의 반려를 만나기도 한다.


2old2play.com의 관리자 역시 모임을 통해 현재의 부인을 만나 쾌적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고.


이 모임의 게이머들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고, 가끔은 ‘사명감’을 가지고 있을 때도 있다. 특히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노인들은 밀리터리게임에 애착이 있기도 하다. 위에 언급된 Geexer.com 사이트 상단에는 무려 맥아더 장군의 명언인 ‘노병은 죽지 않는다’라고 써있을 정도. 따라서 점잖게 게임을 즐기다가도 지루할 때는 10대들과 열정적인 한판 대결을 벌이면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아직 잘 못해요. 어떻게 잘할 수 있겠어요. 날고뛰는 사람이 천지에 많은데” 

- 송계옥(73세, 좋아하는 게임: ‘리니지2’)

 

리니지2의 ‘72세 제주할머니 그남자’(캐릭터 명) 송계옥 할머니는 이미 여러 번 방송을 탈 정도로 유명인사다. 지금은 거의 ‘리니지2’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나 마찬가지.


▲ `리니지2` 할머니로 유명한 송계옥 할머니 (사진 제공: 엔씨소프트)

 

송계옥 할머니가 게임을 시작한 지는 횟수로 벌써 10년이다. 할머니는 오전에 손자를 학교에 보내고 아들의 점심을 차려주고 난 후 주로 혼자 있는 시간에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송계옥 할머니 일가는 3대가 함께 ‘리니지2’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데, 처음 게임을 가르쳐준 것은 바로 송 할머니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를 위해 게임 중 한글을 읽거나 쓸 일이 필요하면 아들과 손자에게 SOS를 날린다고.

 

할머니가 게임을 배우게 된 시기는 제주도로 막 이사 온 후. 그 당시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사별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살짝 눈물을 훔치기도 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그간 가족들이 겪었던 심적인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별 후 대화상대가 없던 할머니가 게임을 배우게 되면서 아들과 손자는 물론 가족과 대화도 자연스레 늘었다. 게임이 할머니에게 가족과의 소통의 길을 열어 주고, 우울증을 극복하는 계기가 된 것.

 

이뿐만 아니라, 게임은 세상과 할머니를 연결하는 또 다른 다리가 되기도 한다. ‘리니지2’ 내에서 송 할머니와 유저들은 남들은 모르는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느낌이다. 유저들은 할머니의 캐릭터명을 줄여서 ‘그남자’ 할머니라고 부르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남자 캐릭터를 보면 알아서 버프를 주거나, 물약 아이템 등을 나누어 주며 플레이를 돕는다. 할머니는 매번 자신을 도와주고 버프(?)를 주며 인사하는 게임 속 친구들을 향해 모니터 앞에 대고,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을 건네기도 한다고.

 


▲ 아이린 서버 게시판에 '그남자' 할머니에 대한 글을 다수 찾을 수 있다 

(사진 출처: '리니지2' 공식 홈페이지)


또, 할머니 생신이 다가오면 게시판이 생일 축하 메시지로 채워지기도 하고, 혈맹 전쟁때문에 그남자 캐릭터에도 ‘척살령’이 내려지는 경우에는 게시판에서 각종 설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아직 잘 못해요. 어떻게 잘할 수 있겠어요. 날고뛰는 사람이 천지에 많은데.”

 

 

여보, 아버님 방에 게임 좀 설치해 드려야겠어요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11일 통계청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노령화 지수는 83.3%에 이르며, 전년도에 비해 사상최대 상승률인 5.4%를 기록했다. 노령화 지수란 15세 미만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고령사회에 문 앞에서 우리는 분명 노년의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모바일게임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남녀노소 핸드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지금의 모바일 붐을 일으킨 세대는 사실 40대 이상의 중년층이다. 이들이 '애니팡'으로 게임에 친숙해지고, '드래곤 플라이트'로 옮겨 가면서 새로운 구매자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인 아빠와 무뚝뚝한 아들의 서먹서먹한 관계에 하트가 왔다 갔다하는 흥미로운 사건이 만들어졌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렇다할 취미가 없다. 필자의 할머니도 아침이 되면 양로원에 가거나 친구들과 동네 놀이터에 하루 종일 앉아서 수다에만 삼매경이다. 그러다 겨울이 되면 추위도 추위거니와 위험한 빙판길에 섣불리 마실을 생각하지 못한다. 마치 겨울잠을 자듯이 집 안에만 있어야 한다.


게임을 경험한 세대는 게임이야말로 진정한 여가이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현재의 우리 조부 세대들에게도 건강한 정신 활동이 필요하다. 송계옥 할머니와 '리니지2'를 함께 플레이하는 또래 친구(?)가 더 많이 늘어야 한다. 매일 똑같은 화투장 뒤집지 말고, 이번 주말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새로운 도전 '게임'을 알려 드리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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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리니지 2'는 9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1세대 온라인 MMORPG '리니지'의 정식 후속작이다.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2D 그래픽이었던 전작과 달리 3D 그래픽을 채택했다. 전작의 주요 콘텐츠를 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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