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후회하고 있어요" 넥슨이 자체 개발한 닌텐도 3DS용 신작 '메이플스토리: 운명의소녀(이하 운명의소녀)'가 25일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이 게임은 넥슨에게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지난 NDS용으로 제작된 '메이플스토리DS'가 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큰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만약 불법 다운로드가 판을 치지 않았다면 집계치는 더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번 '운명의소녀'는 넥슨이 기존 작품의 명성을 이어나간다는 차원에서 나름 야심을 담아 기획한 프로젝트다. 게다가 프로젝트 초기
닌텐도가 신규 기기 3DS를 내놓음에 따라, 세대교체를 예상하고 3DS 전용 타이틀로 준비를 끝마쳤다.
그러나
이럴수가! 아쉽게도 시장의 흐름은 넥슨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 기존 NDS에 비해 3DS는 저조한 실적을 냈고, 국내에서는
NDS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보급률이 낮았다. '운명의소녀'를 총괄 개발한 넥슨의 홍성준 팀장은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후회하기도 합니다"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아쉽다는 눈치였다. 그러나 비관적인 부분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더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운명의소녀'는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판매를 목적으로 한 만큼, 실적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다는
눈치였다.
- "부담이 컸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메카와 인터뷰를 진행한 홍성준 팀장은 지난 '메이플스토리DS'의 성과가 좋았던 만큼, 이번 '운명의소녀'를 책임지며 부담이 컸다고 전했다. 막막한 현실도 부담감을 더했다. 플랫폼이 바뀐 만큼, 기존에 쌓은 기술력이나 노하우는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막막함 때문에 홍 팀장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헤딩에 헤딩을 반복하고, 삽질에 삽질을 반복하며 그렇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 닌텐도가 지난 판매 경험을 토대로 전략적 파트너사로 도움을 줬고, 팀원들도 차차 적응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질서와 체계가 잡힌 것이다. 프로젝트는 가속화됐고, 그렇게 2년 만에 '운명의소녀'가 만들어졌다. 기존 '메이플스토리DS'의 개발기간이 약 4년 정도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쾌거라 할만하다.
▲ 넥슨 DS팀의 '메이플스토리 운명의소녀' 개발 총괄 홍성준 팀장
- "게임의 볼륨, 기존 버전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궁금한 게 생겼다. 워낙 개발기간이 차이가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볼륨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과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기존 '메이플스토리DS'는 총 4개의 캐릭터가 등장해 선택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귀여운 소녀 하나만 등장해 플레이할 수 있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충분히 '실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선택의 폭만 줄였을 뿐, 게임 플레이는 더 방대해졌다. 기존 작품은 한 캐릭터당 6~10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운명의소녀'는 15~20시간(한 캐릭터) 정도로 두 배 가량 늘었다. 게임 퀄리티뿐 아니라, 기존 작품에서 부족했던 액션과 타격감, 그리고 콘솔게임 같은 연출을 극대화해 시나리오 진행에도 재미요소를 높였다.
물론 이렇게 바뀐 데에는 충분한 명분도 있다. 홍 팀장은 기존 작품의 이용자 반응을 분석한 결과, 4개의 캐릭터 모두 엔딩을 본 사례가 드물었다고 말했다. 이에 내부에서 하나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렇게 해서 지금의 결과물이 나오게 된 것이다. 대신, 일종의 자구책으로 숨겨진 퀘스트, 도전과제, 훈장(일반 게임의 호칭과 비슷) 시스템 등을 추가해 2회차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기존 게임은 엔딩을 보면 그순간 게임이 정말로 끝나는데, 이번 '운명의소녀'는 이후에도 더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 "예쁘고 귀엽잖아요" 이번 '운명의소녀'의 주인공은 붉은머리의 한 소녀다. 이름은 없다. 그냥 이용자가 원하는 걸 지어주면 그게 곧 주인공이 된다. 소녀의 콘셉은 원작 '메이플스토리'의 여러 종족 중 '레지스탕스'를 기반으로 했다. 원작에서 직업은 크게 배틀메이지, 메카닉, 와일드헌터까지 총 세 종이 있었는데, 이번 콘셉과 가장 잘 어울리고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배틀메이지가 선택됐다. 직업이 매력적인 만큼, 근접전을 벌이면서도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운명의소녀'가 지향하는 게임성과 잘 부합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왜 '소녀'일까. 균형을 맞추려면 소년 캐릭터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홍 팀장은 쿨하게 대답했다. "예쁘고 귀여우니까요" 정답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타겟층인 어린 친구들에게는 성별에 관계없이 예쁘고 귀여워야 훨씬 더 좋아하니까.
- "사실 다 재미있어서 어느 하나 찍기가 어렵네요"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운명의소녀'의 세부적인 시스템과 콘텐츠를 짚어보자. 일단 홍 팀장은 '운명의소녀'를 플레이하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포인트가 세 가지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액션(타격감)-배경(오브젝트 효과)-보스전투(원작의재미)'다. 우선 '운명의소녀'는 기존 게임과 2등신 캐릭터를 슬쩍 개조해 팔과 다리를 늘렸다. 때문에 보다 시원시원하고 호쾌한 타격감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30종에 가까운 스킬 또한 액션감을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배경은 갖가지 오브젝트가 더해져 게임 플레이의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맵에 보이는 특이한 모양의 오브젝트는 제각각 기능이 있다. 어떤 물건은 직접 집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물건은 그 위에 올라타 전투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움직이는 오브젝트도 상당해 '퍼즐' 요소도 작동시킬 수 있었다. 그만큼 전투 외에 소소한 재미가 많은 셈이다. 보스전투는 원작 '메이플스토리'에 등장한 녀석들이 다수 출동해, 기존 팬들에게도 익숙함을 준다. 대신 공략은 '운명의소녀'의 법칙대로 싸워야 하기 때문에 신선함까지 가동된다. 홍 팀장은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워낙 자신이 있었는지 "그냥 다 재미있다"면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 "입체효과는 닌텐도에서도 이제 밀고 있지 않잖아요(웃음)" 사실 가장 예민하면서, 어려운 질문은 3DS 기기 자체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었는 지 여부에 있다. '운명의소녀' 자체가 3DS 전용 타이틀인만큼, 기기의 장점을 활용하면 특색이 더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3DS가 가장 주력으로 내세운 입체효과는 사실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못했다. '운명의소녀' 역시 레이어를 4개로 분류해 배경을 만들어 입체효과를 주긴 했지만, 빼어난 장점으로 뽑기에는 무리가 있다. 홍 팀장 역시 농담 섞어 "닌텐도도 요즘 3DS 입체효과를 (장점으로) 밀지 않잖아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사실 가장 '웃픈' 내용이다.
그러나 기기 스펙이 높아진 부분은 적극 활용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그래픽 퀄리티를 높여 액션성을 강화하고, 타격감을 높이고, 오리지널성도 유지하고, 캐릭터와 NPC의 동작 등을 시나리오에 맞게 구성할 수 있었던 건 기기 스펙이 높아진 데 영향이 컸다. 그러니까 입체효과 기능을 끄고 해도 문제는 없다고.
▲ '메이플스토리 운명의소녀' 게임 스크린샷
- "깨알 같은 요소와 디테일로 연출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앞서 재미요소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운명의소녀'에서 또 하나 짚어봐야 할 점은 바로 연출이다. 아무래도 콘솔게임인 만큼, 솔로잉 위주로 진행되니 흥미로운 연출이 뒷받침돼야 게임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홍 팀장 역시 이 부분은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연출을 높이기 위해 욕심을 많이 부렸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소녀와 NPC까지 각 캐릭터마다 수십 가지 감정표현을 구현한 것은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또, 대부분의 주요 NPC에는 개성을 부여해 '깨알같은' 즐거움도 추가했다. 맵의 경우에도 챕터(총 10개)마다 배경이 다르고, 어떤 맵은 바다에 빠지면 헤엄을 치며 진행하는 식으로 변화를 많이 줬다. 축소판 블록버스터다.
홍성준 팀장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넥슨의 윤주희 사원은 '운명의소녀'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 팀에 합류해 기획자로 활약했다.
윤주희 사원은 팀 내에서 막내인데다 개발경력도 가장 짧아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팀원들의 도움으로 즐거운 기억이 더 많다고 말했다. 게임 기획에 대해서도 2년이란 시간 동안 어느 정도 감을 익혀, 스스로 '이제 조금 알겠다'고 느꼈을 정도로 발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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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희 사원은 '운명의소녀'에서 주로 UI 기획을 도맡았다. 기존 '메이플스토리DS'가 UI에서 불편한 점이 많았던 만큼, 임무는 생각보다 막중했다. 역시 프로젝트 초기에는 '삽질'도 많이 했지만, 완성된 버전에서는 '운명의소녀'에 가장 적합한 UI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자평할 만큼 발전했다, 쉽게 말해, 이용자들은 UI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바로 이 분을 원망하면 된다. ◀ 넥슨 윤주희 사원 |
'막내'라는 의미에서 느껴지는 만큼, 윤주희 사원은 '어린 친구'들의 감성을 가장 잘 캐치하는 데도 능력을 발휘했다. 팀원들
대부분이 30대 중반이었던 만큼, 초기에는 방향을 잡지 못해 '교훈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그나마(?) 가장 어린 윤주희 사원은 '즐거움'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고, 어린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깨알 같은'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덕분에 '운명의소녀'는 다소 삭막한 분위기에서 더 즐거운 느낌으로 바뀔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서민 대표의 머리스타일까지 디테일하게 구현했다면, 그 용감함은 충분히 인정할만하다. |
▲ NPC의 대사 역시 윤주희 사원의 작품이다
- "쿠폰 때문에 많이 팔렸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 사실 기존 '메이플스토리DS'는 한 가지 괴상한 소문이 있다. 판매량의 근원은 타이틀과 함께 끼워 주는 원작 '메이플스토리'의 쿠폰에 그 힘이 있었다는 소문이다. 이에 대해 홍 팀장은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실제 통계 사이트를 통해 분석한 결과, '메이플스토리DS'와 함께 받은 쿠폰을 '메이플스토리'에서 활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이번 '운명의소녀'에서는 쿠폰 제공을 아예 없앴다. 게임성 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기존 이용자들이 불만을 이야기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착실하게 반영했다. 특히 UI 개선이 컸다. 기존에는 터치패드와 터치폰에 대한 활용도가 낮았는데, 이제는 두 화면의 기능을 확실히 구분하고 스킬이나 아이템 사용 등에 '터치'를 적극 활용했다. 커맨드가 어려운 스킬은 별도로 빼 터치 만으로 작동이 되도록 했고, 맵 역시 3단계로 분류해 이용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접근성을 높인 셈이다.
- "중간고사 잘 보고 꼭 선물 받으세요" 넥슨은 이번 '운명의소녀' 출시를 앞두고 갖가지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한국 닌텐도에서는 판매를 지원해주고, 넥슨은 코엑스에서 시연회를 열기도 하고 케이블TV에서 CF도 제공하고 있다. 또, 원작 '메이플스토리'에서도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홍 팀장은 출시를 앞두고 갖가지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 그리고 우연인지 아닌지 이번 '운명의소녀' 발매 시즌은 넥슨이 주요 타겟층으로 삼는 10대 이용자들의 중간고사 기간과 겹친다.홍 팀장은 '운명의소녀' 관련 포스팅에서 "이번 중간고사를 잘 보면 부모님에게 선물받기로 했다"는 내용을 보고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홍 팀장은 그 심정을 그대로 담아 "우리 고객 분들이 중간고사를 잘 보고, 꼭 운명의소녀를 선물로 받았으면 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 넥슨 홍성준 팀장(우) 윤주희 사원(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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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플스토리: 운명의 소녀'는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기반으로 개발된 3DS 전용 액션 RPG다. '메이플스토리: 운명의 소녀'에서 플레이어는 몸에서 나온 알 수 없는 정령을 없애기 위해 여러 캐릭터의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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