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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일희일비하는 e스포츠 "이게 다 성장통?"


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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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해지는 각종 소식에 e스포츠 업계가 유난히 시끌시끌합니다.

좋은 소식이라면 역시 중앙대학교가 스포츠과학부 e스포츠 특기전형을 발표하며 e스포츠를 스포츠의 한 분야로 인정한 것입니다. 중앙대학교 스포츠과학부 특기전형은 축구, 야구, 골프, 테니스, 사격, 배드민턴 등의 분야나 올림픽 등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학생에게 적용되던 것으로, 2015년도 신입생 수시모집부터 e스포츠에도 확대 적용됩니다. 적성실기 20%, 수상실적 80%가 반영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없습니다.

이에 더해 한국e스포츠협회 전병헌 회장은 “단순히 e스포츠 특기전형 신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다양한 장학금 사업을 신설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인재양성에 투자해 나갈 것” 이라며 서울 주요 대학의 추가적인 e스포츠 특기전형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말 그대로 게임만 잘 해도 대학 가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문득 e스포츠 초창기가 생각나네요. 당시 선수들은 제대로 된 월급도 없이 번쩍이는 비닐 옷을 입고 자비를 들여 경기장에 가서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를 펼치곤 했습니다. 비록 ‘스타크래프트 1’ 리그의 축소로 많은 게이머들이 무대를 잃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리그가 그 자리를 대체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과거 탑클래스 게이머였던 임요환, 홍진호 등도 타 분야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0년도 3월 PC파워진의 e스포츠 관련 이슈를 다룬 [아시나요] 기사에서처럼, 이 때부터 꾸준히 뿌린 씨앗이 드디어 결실을 거둔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합니다.

게임메카 독자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습니다. ID 퍼머겅 님은 “김연아가 피겨로 고대 갔듯, LOL 경기 입상해서 중앙대 가는 사람들도 나오겠군. 좀더 확대되면 확실히 e스포츠 시장 활성화에 도움 될 듯 하다” 라며 기대감을, ID 콰쿰 님은 “나 땐 왜 저런게 없었나... 아쉽다” 라며 아쉬움 섞인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처럼 밝은 면만 있었으면 좋았겠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1’ 때도 터졌던 승부조작 사건이 ‘LOL’ 에서 발생한 것이죠. ‘LOL’ 아마추어 게임단 ahq코리아에 속해 있던 ‘피미르’ 천민기 선수는 13일, ‘LOL’ e스포츠 업계에 불법 승부조작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신 또한 이 일에 반강제적으로 연루되었다고 고발한 후 부산의 한 고층 건물에서 투신했습니다.

천 선수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선수들의 생계 문제에서부터 일부 게임단의 약취, 협박 실태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으며, 턱없이 부족한 선수 보호 장치와 음지에서 만연해 있는 불법배팅 사이트 등도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을 접한 게임메카 독자분들도 분노 섞인 질타를 보냈습니다. ID 예술소녀a 님의 “빨리 회복하고...자살은 잘못된 선택이지만, 그렇게까지 절박했던 심정을 보여주었던 피미르 선수에게 밝은 날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ID 힘내라 님의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지 e스포츠 팬으로서 진짜 속상하고 가슴 답답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잡아서 뿌리뽑아야 할 시깁니다”

일단 라이엇게임즈와 e스포츠협회, 온게임넷 3사는 발빠른 대응으로 철저한 사건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사후약방문이 아닌 미연에 방지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선수 및 게임단의 양심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현실적 지원과 강도 높은 처벌을 통한 재발 방지가 실제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배고픈 자에게 유혹은 더욱 손쉽게 스며드는 법이니까요. 이번 사건을 성장통 삼아, e스포츠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해져, 성숙한 문화이자 스포츠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편, 공중파 방송인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며 천 선수가 밤새 게임을 해서 충동적으로 자살을 선택했다는 내용을 담아 문제의 핵심을 ‘게임중독’ 으로 소개했습니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저 분들은 뭐든지 게임 탓으로 밀어붙이는 데 중독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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