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만평
이번 E3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닌텐도’일 것입니다. 경쟁사인 소니와 MS가 각각 플레이스테이션 MOVE와 키넥트를 들고 나왔지만 이미 작년에 뚜껑을 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김샌 느낌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닌텐도는 다릅니다. 오직 이날을 위해 갈고 닦은 필살기 ‘3DS’를 E3 행사장에 공개한 것이죠. 그것도 단순히 컨퍼런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직접 손으로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체험부스를 마련했으니 그 반응이야 어련했겠습니까.
참고로 닌텐도DS는 전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 판매된 게임기입니다. 전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 판매된 가정용 게임기는 게임보이, 플레이스테이션, 플레이스테이션2 등이 있는데 닌텐도DS는 이 모든 기종을 제치고 역사상 가장 빨리 1억대를 팔아 치운 게임기로 기록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300만대 이상 팔렸죠. 이명박 대통령이 닌텐도DS에 대해 언급한 일화는 뭐 말 안 해도 잘 아실 겁니다. 상황이 이러니 ‘DS’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3DS의 관심이 오죽했겠습니까. 행사장에 참가한 기자가 농담조로 하는 말이 ‘E3는 닌텐도가 연장없이 접수했다’라고 하더군요.
▲좌측부터
닌텐도 3DS, 소니 MOVE, MS 키넥트
그런데 왜 사람들은 3DS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Wii처럼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신제품도 아니고 그저 DS시리즈를 계승하는 버전업된 게임기인데 말이죠. MS의 XBOX360 슬림형도 닌텐도 3DS와 맞붙어 볼만한 뜨거운 이슈인데 그리 뜨겁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닌텐도 다운 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세계 최초라는 점입니다. 3DS는 안경 없이 3D 입체화면을 볼 수 있는 세계최초의 휴대용 게임기입니다. 닌텐도는 이미 Wii를 통해 가정용 게임기의 패러다임을 재정리한바 있습니다. 말로만 온가족이 즐기는 게임기가 아니라 그냥 휘두르기만 하면 게임에 G자도 모르시는 우리 아버지도 우리 할머니도 할 수 있는 그런 게임기 말이죠. 닌텐도는 Wii로 전세계 5,000만대 이상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주변기기 판매량이야 말할 것도 없죠. 이 사실에 놀란 MS와 소니가 허겁지겁 동작인식 기기인 키넥트와 MOVE를 만들었지만 닌텐도가 뭘 했는지 보십시오.
영화 아바타를 통해 증명된 세계적 3D 영상의 흐름을 정확히 짚고 게임기로 구현했습니다. 그것도 안경 없이 말이죠. 성공 여부야 누가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만은 분명한 건 세계 최초의 도전이고 트렌드를 분명히 짚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 LG, 소니가 앞 다투어 3D TV 시장 뛰어들었을 때 가장 큰 딜레마는 ‘안경’과 ‘시야각’이었습니다. 혼자서 보는 것은 상관없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면 3D느낌을 온전히 살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게임기는 다르죠. 그 어떤 디바이스보다 효율적으로 3D를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휴대용게임기 입니다.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기술은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진 기술이지만 어디다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오락가락할 때 닌텐도가 이를 정확히 찾아냈던 것이죠.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콘텐츠란 사실을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통해 증명했듯 닌텐도는 ‘3DS’를 통해 획기적인 하드웨어 성능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3D를 가장 먼저 대중적으로 보급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전세계 1억대를 팔아치운 게임기의 후속기기 인데 그 어떤 서드파티 업체가 시장의 흐름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장르별 게임에서부터 교육용 소프트웨어까지 이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게임만 3D화 시켜줘도 대박인데 말이죠. 이것으로 닌텐도는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면서 선점효과까지 누리는 1석2조의 효과를 그대로 누리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은 곧 한국의 3DS는 왜 안 나오는가라는 대통령의 말씀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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