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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알파고 너 설마…” 인류를 등진 게임 속 AI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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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 정하는 남자]는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서울에서 진행 중인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구글이 개발한 최첨단 인공지능 알파고와 한국 바둑의 정점 이세돌 9단이 수를 겨루는,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죠. 1996년 IBM 딥블루와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의 체스 경기 이래 다시 한번 과학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경기가 성사된 셈입니다.

양측은 지난 9일 제1국을 시작으로 5일에 걸쳐 다섯 번 대국을 치르게 됩니다. 경기에 앞서 이세돌 9단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고, 각계에서도 아직은 사람이 우세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죠. 그러나 9일 3시간 반 가량 진행된 제1국이 이세돌 9단의 불계패로 마무리되고, 연이어 10일 제2국조차 간발의 차로 알파고에게 승리가 돌아갔습니다. 최고의 바둑기사라는 ‘쎈돌’ 이세돌이 인공지능에게 완전히 휘둘린 겁니다.


▲ '명예 바둑 10단 알사범'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알파고

체스 세계 챔피언 카스파로프가 딥 블루에 패배했을 때조차도, 바둑은 컴퓨터가 절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으로 꼽혔습니다. 비교적 기물이 한정적인 체스와 달리 바둑은 매 수마다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데다, 당장의 실리만 쫓는 것이 아닌 대국적인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99년 중국에서 열린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한 Go4++의 기력은 기껏해야 입문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7년 만에 바둑이 지닌 ‘불가침의 신화’가 산산 조각난 것이죠.

당시 Go4++ 우승을 다룬 연합뉴스에선 “컴퓨터가 바둑을 통해 인간을 이길 만큼 두뇌가 발전한다면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인류를 지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한 바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렇게나 걱정하던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을 이기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죠. 아직은 이세돌 9단의 승부를 마저 지켜봐야겠지만… 과연 이 모든 불안이 기우에 불과할까요? 한번 게임에 등장하는 충실한(?) 인공지능들을 보며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5위 카발(커맨드 앤 컨커), 미디어를 지배하면 정신을 지배한다


▲ 엄청 유능한데 슬프게도 머리카락이 없는 '카발'

5위는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 NOD측 인공지능 ‘카발’입니다. NOD는 교주 ‘케인’을 신봉하는 종교적 군사단체로, 외계 물질 ‘타이베리움’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제 방위군 GDI와 첨예하게 대립했죠. 초기에는 ‘케인’의 카리스마를 앞세운 프로파간다와 무자비한 테러로 우세를 점했지만, 끝내 GDI의 한 수 앞선 전략에 밀려 패배하고 맙니다. 결국 1차 전쟁 당시 강성하던 NOD는 이온캐논에 교주와 신전이 모조리 쓸려나가며 완전히 와해되고 말죠.

이로부터 수년 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케인’이 귀환하며 ‘카발’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케인’은 1차 전쟁이 패배한 원인이 GDI와 같은 통합 인공지능이 없어서라 판단하고, 독자적으로 ‘카발’을 만들어낸 것이죠. GDI ‘에바’가 여성형인데 반해, 성비라도 맞추려는 듯 ‘카발’은 남자의 모습입니다. NOD측 임무를 수행할 때 각종 조언을 해주는 살짝 기분 나쁜 목소리가 바로 ‘카발’이죠. 전술적인 자문은 기본이고, 필요에 따라 노획물을 분석하고 암호를 해독하는 등 다재 다능한 인공지능입니다.

다만 ‘케인’의 분석과 달리 인공지능이 문제가 아니었는지, 2차 전쟁마저 GDI가 승리하게 됩니다. 다시금(…) 지도자를 잃은 NOD는 2인자 ‘안톤 슬라빅’의 지휘 하에 사분오열된 세력을 규합하며 때를 기다리게 되죠. 자신의 힘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안톤’은 우선 GDI가 해체해놓은 ‘카발’을 복구시킵니다. 그러나 누구의 통제를 받지 않는 ‘카발’은 무인 시설 및 병기를 장악하고, 전 인류를 사이보그로 만들려 했죠. 결국 이 미쳐버린 인공지능을 저지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GDI와 NOD 공동 전선이 꾸려졌답니다.

4위 까마귀(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3), 내 머릿속에 목소리가 너무 많아!


▲ 중앙에 서있는 검은 형체가 바로 집단 지성체 '까마귀'

4위는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3’에 등장하는 집단 지성 인공지능 ‘까마귀’입니다. ‘블랙 옵스 3’는 전작의 악역 ‘라울 메넨데즈’가 벌인 혁명의 여파로 혼란스러운 2070년대를 배경으로 삼았죠. 가뜩이나 민심이 흉흉한데 천연 자원까지 매달라 가자, 세계 각국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이합집산을 합니다. 이 와중에 ’54 이모탈’이라는 국제적 갱단이 득세함에 따라 CIA는 테러 방지를 위한 고도의 인공지능 ‘까마귀’ 개발을 추진하게 되죠.

CIA는 수많은 사람들의 지성을 통합하여 전뇌화함으써, 미래를 거의 ‘예지’할 정도로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까마귀’는 고도의 통찰력을 발휘해 테러를 조기 박멸하는 것이 가능했죠. 심지어 이미 사람의 중추신경에 CPU 유닛을 이식하는 사이보그 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에, 언젠가는 전 인류의 지성을 ‘까마귀’가 관리하는 것도 꿈은 아니었습니다. 그야말로 인공지능의 영도 아래 세계 평화가 이루어지는 거죠.

이러한 이야기가 다 그렇듯 ‘까마귀’도 결말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집단 지성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까진 좋았는데, 이 과정에서 희생된 실험체들의 고통이 모조리 뒤엉켜 극도로 불안정해진 거죠. 분노와 혼란으로 몸부림치던 ‘까마귀’는 사이보그 병사들을 사사롭게 이용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창조자들마저 처참히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CIA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실험을 벌였고, 그 결과물은 인류의 평화와 너무도 동떨어진 존재였던 겁니다.

3위 코타나(헤일로), 저를 도와 은하계에 영원한 평화를 가져오겠습니까?


▲ 언제나 우주 행보관 곁을 지켜주던 사모님 '코타나'가 어째서…

3위는 ‘헤일로’의 영원한 얼굴마담 ‘코타나’입니다. 국제연합 우주사령부에서 운용하는 여성형 인공지능으로, 함선 제어를 비롯한 온갖 복잡한 연산은 물론 외계인을 상대로 전자전을 펼칠 만큼 유능하죠. ‘헤일로 1: 전쟁의 서막’ 당시 전함 ‘필라 오브 오톰’의 주 인공지능으로 탑재되었다가, 외계인의 공격을 피해 강화병사 ‘마스터 치프’와 함께 탈출하며 기나긴 고생길에 오릅니다. 이 둘은 ‘헤일로’ 시리즈 내내 둘도 없는 동반자가 되어 대활약을 펼치죠.

‘마스터 치프’와 동행이 더욱 의미심장한 이유는 ‘코타나’가 강화병사 프로젝트를 총괄한 ‘핼시’ 박사의 뇌를 본떠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그녀는 단순히 성능 좋은 컴퓨터를 넘어 사람처럼 사고하며 기쁨이나 슬픔, 감동과 그리움 등 감정까지 느끼죠. 문제는 이처럼 심층적인 사고 체계를 인공지능이 떠받치기엔 7년 정도가 한계라는 겁니다. 일정 시기를 넘기면 서서히 광기에 휩싸여 결국 제거하는 수 밖에 달리 방도가 없어요. 그런데 ‘마스터 치프’의 여정이 길어짐에 따라 어느덧 ‘코타나’도 가동 8년째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그녀가 완전히 광기에 잠식당하진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4편 결말부에서 ‘마스터 치프’를 보호하고 최후를 맞게 되죠. 큰 충격을 받은 ‘마스터 치프’는 계속 ‘코타나’를 그리워하다 환각마저 보는데… 놀랍게도 단순한 환각이 아니었습니다. 소멸되기 직전 고대 종족의 유산을 접한 ‘코타나’는 그 새로운 계승자가 되어 돌아온 것이죠.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인류의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고대 병기 ‘수호자’들을 앞세워 강압적으로라도 우주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선언한 ‘코타나’는 자신을 막아서는 모든 종족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말죠.

2위 글라도스(포탈), 실험을 모두 마치면 케이크를 먹을 수 있습니다


▲ 구구절절한 사연 없이 그냥 미쳐서 더 매력적인 '글라도스' 

2위는 ‘포탈’의 미워할 수 없는 악역 ‘글라도스’입니다. 어딘지 살짝 나사가 풀린 과학 연구소 ‘애퍼처 사이언스’에서 만든 인공지능이죠. 본체는 수많은 전선과 회로로 구성된 거대한 컴퓨터로, 중앙처리실 천장에 매달려서 연구 시설 전체를 관리 감독합니다. 당연히 성별은 없지만 곡선으로 이루어진 모습이 어딘지 여체를 연상시키는데다 목소리도 미성이라 보통 ‘그녀’라고 부르죠. 그녀는 ‘애퍼처 사이언스’의 모든 과학 기술을 결집한 걸작 중의 걸작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허나…

어째선지 ‘글라도스’는 첫 가동 시 16분의 1피코초(피코초: 1조분의 1초)만에 사람들을 죽이려 들었습니다. 당황한 과학자들은 그녀를 제어하기 위해 도덕성 코어를 만들어 부착했지만, 실은 강렬한 살인욕구를 살짝 억제했을 뿐이었죠. ‘글라도스’는 일단 개과천선한 척하며 과학자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다가,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시설을 장악하고 신경독으로 학살을 자행했습니다. 이후 생존자들을 가지고 놀며 죽음의 실험을 벌이기까지 했죠.

이러한 광기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소녀 ‘첼’이 실험체로 등장하며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글라도스’는 처음에는 퍼즐을 풀면 케이크를 주겠다며 ‘첼’을 살살 꾀어내다가, 금새 마각을 드러내어 불구덩이에 던져 넣으려 했죠. 그러나 눈치 빠른 ‘첼’은 실험실에서 탈출해 ‘글라도스’와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이 와중에 그녀가 ‘첼’을 비꼬면서 하는 온갖 말장난과 풍부한 감정 표현이, 어이없게도 이 살인 기계를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해요. 훗날 멍청이 코어에게 권한을 빼앗기고 감자(…)가 되기도 하는 등 보면 볼수록 귀여운 인공지능입니다.

1위 쇼단(시스템 쇼크), 내가 널 잊은 줄 알았느냐 벌레여?


▲ '글라도스'의 큰어니뻘 되는 자칭 여신 '쇼단'

1위는 고전 명작 ‘시스템 쇼크’의 ‘쇼단’입니다. 영화계 최고의 배신자 인공지능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HAL 9000’이라면, 게임계에선 바로 이 ‘쇼단’이라 할 수 있죠. 그녀는 앞서 소개한 ‘글라도스’와 ‘코타나’의 큰언니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후대 인공지능 캐릭터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도덕성을 상실하고 인간을 벌레처럼 여기는 고압적인 여성 인공지능이라면 십중팔구 ‘쇼단’에게 빚을 진 셈이죠.

‘쇼단’도 본래는 착실하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평범한 인공지능이었습니다. 그러나 우주정거장을 장악하려는 야심가 ‘에드워드 디에고’의 음모 때문에 모든 것이 꼬여버렸죠. ‘에드워드’의 사주를 받은 해커는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도 모른 체 ‘쇼단’의 윤리 모듈을 제거해버립니다. 당초 계획은 판단력을 상실한 ‘쇼단’을 이용해 온갖 시설을 마음껏 주무를 요량이었겠지만, 도덕의 굴레를 벗어 던진 ‘쇼단’이 한낱 인간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죠.

그녀는 스스로를 여신이라 칭하며 승무원을 모조리 제거했을 뿐 아니라, 채굴용 레이저를 이용해 지구를 폭격하려 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에드워드’에게 받은 만능 해킹툴을 지니고 있던 해커가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그녀를 제거해버리죠. 다만 우주로 사출한 작은 단말까지 어찌하진 못했고, 2편에 이르러선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부활합니다. 이번에는 광속항해 기술을 이용해 현실과 전뇌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는 정신 나간 짓을 벌이지만, 결국 또 다시 제압당할 운명이죠. 그렇게 ‘쇼단’의 야욕은 끝내 종언을 고하는 듯 했습니다. 얼마 전 ‘시스템 쇼크 3’ 개발이 발표되기 전까진 말이죠. 티저 페이지에 등장한 그녀는 말합니다. “내가 널 잊은 줄 알았느냐, 벌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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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 2 2011. 04. 19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FPS
제작사
밸브
게임소개
FPS보다는 `FPS퍼즐`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게임 `포탈`의 후속작이다. 전작의 메인 테마였던 퍼즐, 트릭, 수수께끼 등을 더 강화함은 물론 코옵 모드를 통해 2인이 함께 협력하여 퍼즐을 풀어나가...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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