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욱 빠르고 현란해진 '타이탄폴 2'를 시연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2013년 혜성처럼 등장한 ‘타이탄폴’은 전세계 게임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핵심 개발진이 독립해 만든 신작임에도, 정통파 밀리터리 FPS와는 일만 광년 떨어진 게임이었다. 플레이어가 추진기에 의지해 벽을 타고, 거대한 로봇이 전장을 뛰어다니며 AI 병사들이 접전을 벌이는 모습은 ‘모던 워페어’는 물론이고 ‘헤일로’나 ‘둠’과도 확연히 달랐다.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이 정도로 기교적인 FPS는 또 없을 것이다.
환상적인 게임플레이 영상에 푹 빠진 게이머들은 ‘타이탄폴’이야말로 진정한 차세대 FPS라 연호했다. 덕분에 출시 초기 반응은 압도적이었고 기록적인 판매고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처럼 열성적인 호응이 채 한 달도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FPS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처럼 보였던 ‘타이탄폴’은 빠르게 인기를 잃어갔고, 반년도 안되어 할인을 거듭한 끝에 ‘오천원폴’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 많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장기 흥행에는 실패한 '타이탄폴'
(사진제공: 공식 홈페이지)
‘타이탄폴’의 추락에는 여러 악재가 작용했다. 초기에는 서버 문제도 심각했고 매치메이킹 밸런스는 끔찍한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 콘텐츠가 심각하게 부실했다. PvP전용 게임이라 싱글 캠페인이 아예 없는데, 그렇다고 멀티플레이 요소가 탄탄한 것도 아니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맵은 DLC로 내놓아 유저층을 분열시켰고, 기교를 요하는 게임성은 신규 유저 유입을 저해했다. PvP전용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어 봐야 같이 할 사람이 다 떠나버린 후에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결국 개발진조차 ‘타이탄폴’의 약점을 인정하고, 후속작에서는 싱글플레이 콘텐츠를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맵을 무료로 업데이트하여 유저층 파편화를 미연에 방지하겠단다. 과연 ‘타이탄폴 2’는 전작에서 얻은 교훈을 발판 삼아 이번에야말로 차세대 FPS로 거듭날 수 있을까? 마침 EA 플레이에서 ‘타이탄폴 2’를 직접 플레이할 수 있었다. 다만 시연은 오직 멀티플레이만 가능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닐텐데…
▲ 이번에야말로 차세대 FPS로 거듭날까? '타이탄폴 2' 멀티플레이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전작의 강점 여전하다, 신규 전술 능력으로 더욱 변화무쌍해진 전장
후속작이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전작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골몰한 나머지 강점을 향상시키는데 소홀한 것이다. 다행히 ‘타이탄폴 2’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야 팬들이 더욱 열광할지 정확히 알았다. 파일럿의 움직임은 더욱 신속해졌으며, 손쉽게 전장 여기저기를 날아다닐 수 있도록 ‘그래플링 훅’이 추가됐다. 마스코트이자 핵심 콘텐츠라 할 수 이는 ‘타이탄’도 과거보다 훨씬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보다 흥미로운 멀티플레이 모드도 더해졌다.
신규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전작에서 혹평을 받았던 ‘번카드’가 사라지고 대신 파일럿의 ‘전술 능력’이 대폭 추가됐다. 참고로 ‘번카드’란 미리 장착해놓고 유사시 사용하는 일회용 특수능력으로, 일부 획득하기 힘든 레어 카드의 성능이 너무 뛰어나 고수와 초보의 격차를 벌리는데 일조한 바 있다. 2편에서는 ‘번카드’가 사라져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겨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술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 밸런스를 뒤흔들던 '번카드'는 사라져 '전술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번카드’가 아이템이라면 ‘전술 능력’은 전투 중에 재사용 대기시간이 찰 때마다 사용하는 스킬에 가깝다. 시연에서 확인한 신규 능력으로는 투척 장소 주변에 적을 탐지하는 ‘펄스 블레이드’와 홀로그램 파일럿을 생성해 적을 속이는 ‘디코이’, 그리고 원하는 곳에 갈고리를 발사해 끌어당기거나 이동하는 ‘그래플링 훅’이 있다. 국내 게이머에게 친숙한 ‘오버워치’ 속 스킬과도 유사한데, ‘펄스 블레이드’는 ‘한조’의 ‘음파 화살’, ‘그래플링 훅’은 ‘위도우 메이커’의 ‘갈고리 발사’를 떠올리면 된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그래플링 훅’이다. 앞서 설명했듯 ‘위도우 메이커’가 떠오르는 기술인데, 여기서는 원하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에게 쏘아 당겨오는 공격적인 플레이도 가능하다. 여기에 갈고리 줄에는 물리 엔진이 적용되어, 파일럿의 움직임에 따라 휘어지고 탄성을 발휘한다. 이를 활용해 ‘타잔’마냥 갈로리 줄을 타고 포물선을 그리며 적의 후방을 덮칠 수도 있다. 다만 능숙하게 사용할 수 없다면 다른 ‘전술 능력’에 비해 살짝 실용성에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그래플링 훅', 타이탄 로데오에도 매우 유용하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타이탄폴’이 ‘타이탄’을 아껴서야 쓰나, 한층 더 빨라진 전투 템포
전작 ‘타이탄폴’은 시원스럽게 빠른 전투 템포로 뭇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추진기를 통한 기동성과 AI 병사와의 잦은 교전, 그리고 맵을 더욱 좁아 보이게 하는 ‘타이탄’의 존재 덕분에 언제 쉬지 않고 전투를 수행하고 있다는 착시 효과를 유발했다. FPS에서 가장 재미없는 ‘적을 찾아 뛰어다니는’ 구간을 최소화한 훌륭한 구성인 셈인데, ‘타이탄폴 2’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우선 위에서 살펴본 ‘그래플링 훅’ 외에도 가속도를 유지하며 빠르게 몸을 낮추는 슬라이딩 동작이 추가되어 더욱 신속한 전장 합류 및 이탈이 가능해졌다. 또한, 적 처치 시 ‘타이탄’ 호출 게이지가 상승량이 늘어난데다 연속 처치 시 더욱 빠르게 차올라 굉장히 쉽게 ‘타이탄’을 소환할 수 있다. 시연에서 조종할 수 있는 ‘타이탄’은 유탄발사기를 장비한 ‘스코치’와 라이플을 사용하는 ‘아이온’ 2종이었는데 둘 다 심심찮게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 이제야 좀 '타이탄폴'답다, 자주 나오고 또 쉽게 파괴되는 타이탄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2편의 ‘타이탄’은 주무기는 물론 폭발물을 던지거나 레이저를 발사하는 등 추가 무장이 늘어났다. 전작의 ‘타이탄’이 덩치만 큰 일반 병사처럼 다소 심심하게 그려진 데 반해 이제는 정말 특수병기라는 인상이 강해졌다. 다만 ‘타이탄’ 실드 게이지가 삭제되어 방패를 쓰지 않는 한 모든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체감상 전보다 2, 3배는 빨리 파괴된다. 즉 전보다 활용도를 높이되, 대신 오래 사용할 수는 없도록 밸런스를 조정한 것이다.
전투 템포를 올리기 위한 변화는 맵 디자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연인지라 맵은 하나밖에 못 겪어봤지만 이것만해도 전작의 어떤 맵보다 잘- 짜여진 느낌이었다. 작은 군사기지처럼 보였는데 플레이어의 동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여러 지형지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맵이 좁아서 답답한 것이 아니라 되려 지속적인 교전을 유도해 게임의 속도감을 높여준다고 할까? 물론 향후 츨시판에서는 대형 맵도 마련된다고 한다.
▲ 시연에서 즐긴 맵은 좁은 공간에 디테일을 촘촘하게 짜넣은 느낌이었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아 재미있었다, 그래서 싱글 캠페인은 어쨌다고?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타이탄폴 2’ 멀티플레이는 재미있다. 전작의 강점을 제대로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더욱 예리하게 갈고 닦기까지 했다. 하지만 솔직히 기자는 이게 그렇게 궁금하거나 우려된 적도 없다. ‘타이탄폴’은 이미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갖추고 추구하는 게임성을 정확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당연히 후속작에서도 좋은 멀티플레이를 보여주리라는 확신이 있었고, 최신 기술에 걸맞은 때깔만 보여줘도 충분했다. 물론 ‘그래플링 훅’ 추가는 살짝 놀라긴 했지만…
‘타이탄폴’이 추락한 것은 게임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부실한 싱글 콘텐츠와 튜토리얼이 신규 유저의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게임의 리플레이 가치를 떨어뜨렸다. 천편일률적인 멀티플레이 모드도 장기 흥행에 실패한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시연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개선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겨우 20분짜리 시연에서 뭘 기대하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래서는 무언가 영 개운치가 않다. ‘타이탄폴 2’는 ‘타이탄’과 파일럿의 생존을 위해 함께 교감하고 협력하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비록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모쪼록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싱글 캠페인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 '타이탄폴 2' 싱글 캠페인, 타이탄과 파일럿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룬다고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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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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