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영원히 기억된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회사 사이쿄(PSYKYO). 하지만 그들에게도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남을만한 큼직한 사건을 벌인 일이 있었다. 그것은 극악슈팅게임의 대명사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를 만들어 낸 것. 이 게임은 출현과 동시에 동네의 작은 오락실까지도
반드시 구비하고 있어야 장사가 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그러던 중
소위 슈팅의 고수라고 불리우는 사람들 주변에는 “노폭탄, 노컨티뉴”라는 전설까지
생겨나 다른 게이머들에게 우상시되기도 했다. 이렇게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이 게임은 아케이드용 외에 가정용으로도 발매됐다. 가장 먼저 세가 새턴,
다음으로 PS, 드림캐스트에 이어 이번에는 PS2까지 발매하게 된 것. 시대가 지나도
그 재미만은 예전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일본 게임들의 정식발매가 어느정도
정착화되는 이 시기에 맞춰 게이머들에게 다시 찾아오게 된 것이다.
다른 게임들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각종
특수효과와 임팩트한 장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3D표현을 하는 현재의 게임들과는
다르게 이 게임은 슈팅게임이 처음 생겨난 이래 가장 오랜시간동안 표현돼 온 2D의
게임진행화면을 지니고 있다. 이는 당연한 것으로 게임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거친 느낌이 드는 3D슈팅게임보다는 깔끔한 이미지가 풍기는 2D슈팅게임을 게이머들이
더 선호했고 제작자들도 쉽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발매된 시기가
시기인지라 현재의 게임들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므로 게임의 세부적인
표현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비행기들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보통이라고 볼 수 있다.
배경화면과 어우러져 특별히 튀게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배경에 묻혀 위치를 헷갈릴
정도도 아니므로 그것으로 적당. 단, 2인 동시 플레이 시에 화면전체에 남발하는
총탄 속에 자신의 위치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색상표현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로 각종 특수효과는 당시로선 높은 수준으로 표현해 냈다고 볼 수 있다. 주변
지형이 변형하며 새로운 적들이 출현한다거나 보스와의 전투시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움직인다는 점 등은 게임에 시각적인 만족을 돋궈준다. 또한 각 비행기별로 사용하는
총탄이나 폭탄도 개성에 맞게 표현하는 등 그래픽적으로는 현재로서도 꽤나 만족할만한
작품이다.
축제에서의 흥분을 느껴보고 싶은가!?
게임
속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어떠한가? 게이머를 슈팅게임 속에 몰입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고 박진감이 넘치는가? 이 게임에는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혹
게임에서는 소개가 안된 배경 스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배경음악으로 비장한 느낌이
드는 음악들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단순히 스릴과 파괴의 재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니만큼 게이머를 흥분시킨다면 그야말로 가장 적합한 소리의 표현. 최근 나오는
게임들은 기술의 진보에 따라 그래픽적인 면은 물론 사운드적인 면에서도 보다 웅장하고
잔잔한 느낌, 빠르고 달아오르는 느낌을 잘 표현해준다. 이 게임은 그러한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게임의 맥을 집을 줄 아는 음악을 사용했다는 점에 칭찬할 만
하다. 우선 스테이지를 상징하는 음악을 다르게 사용했다는 점과 거대비행체가 파괴될
때, 폭탄을 사용할 때 나오는 묵직한 느낌이 드는 효과음은 게이머에게 “시원하다~”란
느낌을 잘 전달해 준다. 또한 매 스테이지 시작시나 보스 캐릭터 등장시에 흘러나오는
경고음 역시 게이머를 긴장하게끔 유도하기에 게임 속에서의 전반적인 느낌과 잘
어우러진다. 마치 축제 한가운데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는 느낌.
사방에서 터지는 비행기들은 불꽃이며 흘러나오는 소리는 불꽃 후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 진동이랄까...
단순한 진행 속에 존재하는 스릴과 쾌감
보통
슈팅게임이 그러하듯 이 게임 역시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진행
끝에 마지막 보스까지 클리어하면 또 다시 처음으로 컴백, 절대 끝나지 않는 무한
경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 본질은 액션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클리어 특전을
두어 마치 RPG 또는 어드벤처게임인양 그것들을 꼭 모으도록 게이머들을 계속해서
자극하는 게임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런 것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게임진행만을
위한 단순한 시스템을 사용했다. 나오는 적은 부수고 날라오는 총탄은 피한다. 슈팅게임의
핵심을 표현하는 데에 그 외에 요소는 부가적일 뿐이다. 따라서 이 게임은 예전 게임의
장르구분이 명확했던 시절, 슈팅을 통한 스릴과 그것을 클리어했을 때의 만족감만을
전달해 주무로 진정 게이머의 관심을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에 잘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십자버튼만으로의 움직임은 다소 딱딱함
왜
슈팅게임은 오락실에서 하는게 제맛일까? 그것은 기판에 장착된 아날로그 스틱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하는 능력이 꽤나 게이머의 흥분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체만을 노려 날라오는 수많은 총탄을 스틱 하나에 의존해 간발의 차로 피하는 느낌,
그것을 자신의 손끝을 통해 전달받을 때야 비로소 게이머는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게임은 그러한 느낌을 전달해주는가? 우선 게이머가 PS2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사용할 수 있는 버튼은 십자키 뿐이다. 십자키의 사용에 있어서 가장 큰
단점이 자신이 이동하고자 하는 장소로 신호를 정확히 전달하기 힘들다는 것, 또한
장시간 사용에 있어서 손가락의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슈팅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서 이러한 것은 쥐약인데 만약 아날로그 스틱에도 대응되도록 제작됐다면
훨씬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에게 맞는 기체선택이 포인트
한편
자신이 선택한 비행기에 따라서 움직임이나 파워 등의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보다 게이머의 반응속도를 배려한 점으로 칭찬할만 하다. 게이머가 얼마만큼
빠른 반사신경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사용할 비행기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데
만약 성격이 급한 사람이 파워만 강하고 움직임이 느린 머스키토(모기)와 같은 비행기를
선택할 때에는 답답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을 것이다. 반대로 느긋한 성격을 지닌
자가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지만 파워가 약한 팬케이크와 같은 기체를 선택하면 항상
주위에 멤도는 총탄들에 당황하며 게임의 어려움을 느낌지도 모른다. 이처럼 각각의
비행기들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 명확하기에 게이머는 보다 다양한 조건 아래 자신에게
딱 맞는 기체를 선택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적이 맞았다는 느낌을 제대로 표현
적들을
명중시켰을 때의 느낌은? 일단 자신의 총탄은 거의 화면 상단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간다. 간간히 파워업을 했을 경우에는 유도탄이 발사되기도 하는데 그것만 빼고
보면 거의 위쪽으로 발사한다는 느낌. 또한 미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쪽에서 새로운
지형과 적들이 등장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로써 게이머의 비행기가 쏘아대는 총탄은
적들을 나오자마자 사격한다는 느낌을 가져다 준다. 또한 일반 전투기의 경우 방어력도
낮은 편이라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적들이 파괴되는 경우가 흔한데 그럴 경우에는
적을 물리쳤다는 큰 감흥을 얻을 수 없다. 적을 격추시켰더라도 시끌벅적한 화면이
눈앞에서 몇초간 지속돼야 뭔가 제대로 해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는 조금 그 정도가 덜한 듯. 게임 속에서 진정한 타격감은 좀 맷집이 있는
기체들, 지형들, 마지막으로 보스와 싸울 때 느낄 수 있다. 이 정도라면 평범한 수준.
하지만 총탄 따로 기체 따로 폭파 따로인 게임도 무수히 많으니 보통 정도만 한다고
해도 꽤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무한 상승 난이도의 압박
앞서도
말했지만 게임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물론 자신이 굳이 엔딩을 보기 위해
난이도를 낮게 설정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디폴트(기본)값으로 설정해 난이도를
보통(Normal)으로만 지정해 플레이한다해도 모든 미션을 클리어하기까지 수차례 게임오버를
각오해야 할 정도. 또한 적들이 난사하는 총탄도 화면 가득 뿌려지기에 이것을 피하기도
그리 쉽지 않다. 각 미션마다 출현하는 보스들은 그야말로 무한 총탄의 화력을 자랑하는데
마치 그러한 것들을 모두 기체에 지니고 있을 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따라서 그만큼의 화력을 지닌 보스를 상대로 폭탄을 사용하지 않고서 승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1회, 2회... 10회, 20회를 연달아 게임오버를 당하다보면
게이머는 이제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반사신경에 눈을 뜨게 된다. 어느 위치,
어느 시점, 어떤 방향에서 적기가 등장하고 그러한 적기들은 총탄을 어떤 방향으로
날릴 것인지를 예상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겨우 다음 미션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을 하나 열 수 있는데... 다음 단계에 들어서면 이번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적들이 새로운 공격방법을 지니고 비행기를 공격해온다. 이같은 순환고리는 게이머가
포기할 때까지 계속되는데... 네버 엔딩 게임이란 바로 이런 게임을 두고 하는 말이며,
끝나지 않는 게임에 있어서 난이도가 무한대로 나아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도전할
만한 것. 자신이 먼저 포기할 것인지 게임기가 스팀을 받아 포기를 하게 될 것인가는
게이머의 의지에 달린 것!
재미를 빼면 더 볼 것 없는 게임
게임의
몰입도는!? 이 게임은 현재 게임시장에 범람하고 있는 PS2용 액션게임들과 비교해볼
때 그래픽, 사운드, 시스템적인 면에서 상당부문 취약점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이 처음 발매된 20세기 말과 현재의 21세기는 몇 년 뿐이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도
엄청난 진보를 이뤄냈기 때문. 따라서 당시 대세를 이루던 게임기들은 이제 역사
속으로 묻혀 지나가고 새로운 게임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는데 그런 현재에
있어 과거 게임기들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게임이 국내에 정식발매된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것. 하지만 이 게임은 여타 다른 슈팅게임들에 대항해 경쟁할 수
있는 요소가 딱 한가지 존재한다. 그것은 이 글의 맨 처음에도 언급한 바 있는 극악의
난이도. “자신의 한계를 느껴보고 싶은가?”란 무언의 메시지를 게이머의 머리 속에
각인시켜주는 이 게임의 난이도는 그것 자체로 게이머에게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줄 정도다. 굳이 엔딩을 본다고 해서 만족스런 영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더 이상 볼 것도
없는데 왜 게이머들은 게임을 놓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이 게임이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 본능, “불가능한 것을 꼭 이루고 만다”라는 강한 의지감을 불태우게
하기 때문. 완벽하게 정복 불가능한 게임도 아닐뿐더러 정복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난이도로 다시 게이머가 각성하도록 채찍질한다. 자신의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하거든
폭탄을 쓰지 않고 게임을 진행해보라. 이제까지 해본 게임이 또 다르게 보일 것이다.
게임의 재미만은 확실히 전달해준 게임. 그것이 현재 이 게임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의
하나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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