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전사! 이대로라면 부활할 필요까진 없겠는데?(툼 레이더: 엔젤 오브 다크니스)

게임계의 독보적인 여성파워 라라크로프트, 6번째 만남

1996년 작은 개발사에 불과했던 코어 디자인을 주목하게 만든 게임이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툼레이더! 당시 최고의 3D 그래픽 기술을 사용해 게이머의 관심을 모았으며 3D액션어드벤처의 모태로 평가될 정도로 거센 인기몰이를 한 게임이다. 이후 <툼레이더>는 1편의 절대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시리즈화 되었으며 게임에서 영화로 영역을 더욱 확장하며 그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2편, 3편은 라라의 동작추가와 그래픽만 살짝 변하는 정도로 색다른 것을 원했던 게이머에게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원작과의 연계성도 확실히 찾을 수 있었고 전작에는 없던 새로운 유적을 탐사하는 등 나름대로의 재미요소도 갖췄다. 하지만 이후 시리즈부터는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4편인 크로니클은 전작에서 좀더 변화를 꾀하고자 완결편이라는 꼬리표까지 달았지만 들인 노력이 무색하게 너무 무난하고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서 등장한 5편은 4편에서 죽었던 라라가 다시 살아났다는 조금은 억지스런 설정 때문에 좀비게임이 아니냐는 혹평까지 듣기도 했다. 이번에 발매된 <툼레이더: 엔젤 오브 다크니스(이하 툼레이더AOD)>가 6번째 시리즈니 꽤나 장수한 게임이다.

이건 시작부터 도대체 뭐냐!

인스톨을 시작했는데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물론 필자의 PC사양이 낮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상당부분이 동영상 데이터라는 점이 주된 이유다(나중에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난 뒤에 이 많은 동영상이 필요한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다). 흔히 동영상이 게임플레이에 집중력을 가지게 만들어주는 요소라 생각하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결코 그런것만은 아니다. 바로 지나치게 허술한 게임플레이를 대신하기 위한 말 그대로 땜빵용 장치가 동영상일 수도 있는데, <툼레이더AOD>의 동영상이 바로 그것이었다.

도대체 게임이 어떻길래 이런 평을 하는지 궁금해 할 수 있겠다. 필자는 게임을 설치하고 곧장 보여지는 메인메뉴에서부터 참을 수 없는 불편함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일단 마우스로 메뉴를 선택할 수 없었으며, 게임의 중간 종료를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했다. 또 게임의 설정메뉴도 PS2에 비중을 두고 만들었는지 부실함 그 자체였다. 뭐 PS2에 신경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치자, 게임내용만 괜찮으면 용서해 줄 수 있다.

그러나 한글로 음성더빙된 동영상에서 성우의 목소리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톤이 많았거니와 영문대사의 번역에서 흔히 생길 수 있는 문제인 존댓말과 반말이 섞이는 것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사운드 부분에 문제가 많았는데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카드가 완벽히 지원되지 않는지 게임내 모든 음성과 사운드가 테이프를 빨리 돌렸을 때 나는 소리처럼 들려 귀가 심히 피곤할 지경이다.

도대체 뭘 만들고 싶었던 걸까?

필자는 <툼레이더AOD>를 계속 플레이하면 할수록 점점 모호해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처음에는 어드벤처 게임처럼 길찾기와 퍼즐풀기를 반복하다가 점차 잠입액션을 요구한다. 그러다가는 쌍권총을 들고 벌이는 액션을 펼쳐야만 하며 중반 이후에는 라라의 새로운 동반자인 커티스와 함께 더블 어드벤처+액션을 펼치며 마무리 한다. 아차, 잊은 것이 있다.

이것들 사이사이에는 멋있는 동영상과 대화를 선택해야하는 분기형 텍스트 어드벤처도 믹스되어 있다. 어드벤처와 액션이라는 장르의 중간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 것이 매력이었던 초기의 툼레이더 시리즈에 비해 이번 게임은 너무 많은 장르를 혼합한 나머지 어느 하나 빼어난 면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찾아보자, 툼레이더의 좋은 점!

<툼레이더AOD>에서 라라 크로프트는 더욱 다양한 동작을 가지게 되었다. 뒤에서 조용히 다가가 적의 목을 조르고, 벽을 부셔버리는 등 150여가지 이상의 다양해진 동작이 가능하다. 또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진 그래픽은 그나마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더구나 한글화의 완성도야 어떻든 내용의 전달도 용이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패키지 구성은 2장의 게임디스크 이외에도 81분 분량의 툼레이더 콜렉터스 DVD가 포함되었는데 이 DVD안에는 게임동영상과 CF, 제작자 인터뷰 등 다양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어 툼레이더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