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5분의 매력이 있고, CF에는 5초의 매력이 있듯이 게임에는 30분의 매력이 있다. 적어도 1시간에서 30분 안에 접속해주신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단골로 확보할 수가 있다. 엠게임이 선보이는 첫 번째 하이브리드 MMORPG ‘아르고’는 서버 폭주 기사와 더불어 다운로드 백만 돌파와 해외 수출 계약 등 화려한 뉴스로 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버킷/백팩 이라는 부스터와 이동수단으로 사용되는 승용물 등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포장된 덕분인지 시작이 깔끔하다. 과연 “이 남자 저 남자 다 만나 봐도 어차피 다 그게 그거.”라던 어머니의 명언을 전복시키고 신선한 매력으로 유저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아르고’ OBT를 양껏 구경해보았다.
다 쓰면 사서 써야 되나요? - 절대 반지보다 구하기 힘든 어스듐
지금 전 세계에 기름 전쟁이 있듯이 ‘아르고’에는 어스듐 전쟁이 있다. 어스듐이 없다고 해서 죽지는 않지만 기계 장치, 아이템 강화, 승용물의 연료 및 무기의 화력원 등으로 사용되는 어스듐은 ‘아르고’에선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어스듐이 없다면 상당히 많은 재밋거리가 줄어들 것이다.
게이머들이 가장 먼저 피부로 와 닿는 어스듐 소비목록은 바로 버킷/백팩과 승용물이 차지한다. 모두 퀘스트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이 기계들은 어스듐을 정제하여 만든 코어/오르로 충전시켜야 사용할 수 있다. 백팩/버킷의 경우 승용물만큼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는 없지만 대쉬를 통해 속력을 높이거나 이단점프가 가능하다. 공격력과 방어력 상승의 경우 눈에 띄는 소비는 없지만 대쉬 사용 시 초당 1코어가 소비된다. 승용물의 경우 탑승 중 공격이 가능하지만 내구도가 닳으면 부서지며, 속도가 대쉬에 비해 빠른 반면 초당 2코어 정도를 소비한다. 실험 결과 승용물의 경우 코어 200 정도의 양을 충전하고 1분 20초밖에 주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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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공격 무기를 이용하여 승용물에 탑승한 채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다.
‘아르고’는 붕대나 물약 혹은 방어구나 무기류 같은 필요한 물품만 드랍하는 편이다. 어스듐 드랍률은 굉장히 낮다. 필자의 경우 정제해서 쓸 수 있는 어스듐의 경우 거의 퀘스트 보상으로 밖에 얻지 못했다. 힘겹게 얻은 만큼 정말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고 싶은데 수입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니 무기 강화는 꿈도 꾸지 못하고 오로지 코어로 사용된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코어의 소비도 올라가는데 주어진 퀘스트와 사냥만으로 어스듐을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저가 자신의 플레이 시간을 무한 사냥에 할애하지 않고 어스듐을 구하려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지 의문이다.
뫼비우스의 띠 - 퀘스트
어떤 게임은 주문 받은 퀘스트 목록이 쌓여 한강 물줄기보다 길고, 다른 게임은 흥부네 쌀뒤주처럼 퀘스트 가뭄일 때도 있다. 다행히 ‘아르고’는 캐릭터 생성과 동시에 많지도 적지도 않은 퀘스트를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고레벨 지역으로 이동할 수가 있다. 또한 퀘스트를 완료해야 이어서 새로운 퀘스트가 받아지는 형식이라 한 번에 많은 퀘스트가 쌓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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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고 잡고 잡고 또 잡는 수밖에!
하지만 동선이 자연스러운 반면 맵의 크기가 너무 방대하여 시간이 많이 소비되고 쓸데없는 이동이 많다. 게다가 퀘스트의 난이도가 높지 않으며, 대개가 ‘어느 지역에 가서 OOO를 죽여라’라는 단순한 요구들이다. 퀘스트를 완료하면 완료할수록 비슷한 유형의 퀘스트가 유저들을 괴롭힌다. 집 앞에서 10마리 잡고 이동하면 바로 옆집에서 20마리 또 잡아야 하는 의뢰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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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플로레스라 오른쪽은 노블리언의 몬스터이다.
던전의 모습은 물론 몬스터의
생김새도 굉장히 비슷해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퀘스트 자체의 내용 부실도 문제겠지만 몬스터들의 매력이 떨어져서 사냥하는 재미가 없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몬스터들은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체력은 얼마나 높은지 동렙 몬스터도 쉽게 잡히지 않는다. 필드가 지겹다고 던전에 들어가면 악몽은 더해진다. 던전 퀘스트의 경우 한번 들어가면 모든 몬스터를 잡고 나와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을 잡아야 한다. 퀘스트로 캐릭터가 성장하는 방식은 양 손들고 환영이지만 속을 열어보니 노가다와 비슷했다. 이런 방식의 퀘스트를 진행시키기 위해선 파티 매칭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가게는 있는데 간판이 없어 - 전투 시스템
퀘스트하면서 머리 쓸 일은 없어도 ‘아르고’의 전투 시스템을 알려면 머리 좀 아파야 한다. ‘아르고’만의 특별 시스템인 파워 게이지 모드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전투 모드에 들어가면 ‘POWER’크리티컬이 랜덤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몬스터의 체력 바 이름 모를 뭉게구름이 채워지는데, 이것이 바로 파워 게이지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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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가 터지면 게이지가 적립된다.
캐릭터의 파워 게이지는 화면에 있는 캐릭터 얼굴 좌측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투에서 파워가 터져서 게이지가 100%에 다다르면 캐릭터의 크기가 커지면서(살짝) 공격력 및 치명타율이 증가한다. 몬스터 파워 게이지는 몹을 타격하면서 몬스터 체력 창 밑에 보이는 구름모양 버프 단계를 말한다. 빨간빛을 띄는 5단계가 되면 유저가 사용하는 스킬의 대미지가 일정량 상승하게 된다.
사냥의 재미를 살려주는 좋은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살려줄 수 있는 안내문이 없다. 파워게이지 모드가 발동되어도 시스템 창에 발동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눈으로 직접 파워 게이지가 반짝이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다. 필자도 초반에 이런 전투 모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직접 손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려 찾아낸 정보이다. 보기엔 친절하고 수려해 보이는 ‘아르고’의 인터페이스는 기본적인 설명은 우수하게 되어 있지만, 자랑스럽게 내세울 ‘아르고’만의 장기를 설명하는 데는 부족했다.
에베레스트는 아니고 북한산 정도?
그 외에도 귀를 따갑게 하는 타격 사운드나 NPC나 퀘스트 물체가 사라지는 등의 오류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오픈 전에 충분히 수정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위로할 수 있다. 많은 유저들이 ‘아르고’를 기대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승용물과 부스터, 게이머들의 창작욕을 일깨우는 아이템 강화 시스템 등 많은 차밍 포인트가 그것이다. 유저들의 발길을 어떻게 머무르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어스듐 노가다와 연동된다면 ‘아르고’의 문지방은 쉽게 닳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많은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유저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등 엠게임이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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