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게임메카의 몇몇 기자들은 점심, 퇴근시간이 되면 한 컴퓨터에 둘러 앉아 ‘뿌요뿌요2’를 플레이 한다. 단순한 조작과 게임방법, 그럼에도 빠른 상황판단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두뇌싸움은 발매 17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겉은 별볼일 없지만 그 속이야 말로 진국인, 플레이 하는 이에게 향수를 자아내는 그런 게임을 클래식 게임이라 부른다.
지난 4월 5일, 사전 공개시범 테스트(Pre-Open beta test)를 실시한 레전드 오브 블러드(이하 LOB)는 간편한 조작과 빠른 전투, 자유로운 PK 등 10년 전쯤 유행했던 클래식 MMORPG를 표방하고 있다. LOB는 단순하지만 빠른 템포 전투를 즐길 수 있는 핵 앤 슬래쉬 기반으로 제작되어 속칭 ‘하드코어 유저’의 입맛을 자극한다. 거기에 영웅전, 쟁탈전 등의 PVP 콘텐츠를 도입해 핵 앤 슬래쉬의 묘미를 한층 강화했다.
까도남이 대세? 불친절한 게임도 매력 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진행되는 간단한 대화 형태의 튜토리얼부터 LOB의 성격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이 몬스터, NPC, 아이템 등의 DB를 최대한 쉽고, 간편하게 알려주려 노력하는 반면 LOB는 이름과 직업만을 알려준 체 그 과정은 유저에게 맡긴다. 예로 워리어와 로드는 8레벨이 되면 해안가의 탈영병을 잡아오라는 퀘스트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사방이 해안가인 엘데론 섬. 다른 게임이라면 미니맵에 점이라도 찍어 주었을 것을 LOB는 유저들에게 이런 과잉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스스로 발품을 팔고, 유저들에게 물어가며 퀘스트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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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구석진 곳으로 탈영병을 잡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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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구석진 바닷가는 어딜까...
물론 친절한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게 상당히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게임이 친절해 질수록 유저간 커뮤니티의 벽이 높아진다. 특히 대부분 자력으로 성장하는 저레벨 시절에는 친절한 시스템 때문에 유저간 대화할 일이 더욱 줄어든다. 오히려 불친절로 인해 많은 유저들과 부대끼며 자연스레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이런 게임이 반갑기도 하다.
외길 콘텐츠, 얕을 바에는 깊고 마르지 않게
LOB의 콘텐츠는 단순하다.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장만한 후 영웅전, 쟁탈전과 같은 PVP 콘텐츠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이 전부다. 여느 게임에나 있는 파티형 인스턴트 던전이나 대규모 레이드도 없다. 하지만, 어느 게시판을 찾아봐도 LOB에 콘텐츠 부족을 호소하는 글을 찾기 힘들다. 이는 인스턴트 던전, 레이드, 전장, 정치 등 다양한 콘텐츠로 중무장한 최근 게임들이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LOB는 얕고 다양한 콘텐츠보다, 하나의 깊은 콘텐츠를 지향하고 있다. PVP 콘텐츠를 살펴보면 레벨이 높아진 유저는 영웅전(전장) 등에 참가하며 스스로 강함을 추구하거나, 길드에 가입해 강력한 단체를 구성하고 쟁탈전(공성전)에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쟁탈전은 종료와 동시에 필요에 따라 동맹&적대 관계로 얽히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해관계는 다음 쟁탈전을 통해 또 다시 이합집산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부족한 콘텐츠들의 공백을 메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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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탈전에서 승리하면 해당 지역의 세율을 조정하고, 세금을 걷을 수 있다
제대로 된 하나의 콘텐츠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다양한 유저들의 입맛을 만족시켜줄 서브 콘텐츠의 여부 또한 중요하다. 현재 PVP 콘텐츠 외에 다른 아이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LOB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캐릭터의 성장을 돕고, 동기를 부여하는 콘텐츠가 새롭게 조화되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클래식 게임에 머물어 또다시 추억에 게임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낚시, 수리, 제작, 보물상자! 수는 적지만 알찬 시스템들
LOB가 지향하는 바가 그렇듯, 구현된 시스템 역시 그 수는 많지 않다. 유저들의 시선을 빼앗는 사소한 시스템은 과감히 빼고, 알짜배기만 구현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낚시는 맵의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한데, 특별한 조작 없이 클릭 두 번으로 고기를 낚을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한 조작과 별개로 이를 통해 각종 재료와 물약부터 인챈트 스크롤까지 획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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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로 6검 4셋도 꿈은 아니다
수리 시스템은 몬스터 사냥을 통해 획득한 부숴진 장비들을 보급병에게 가져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새 장비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제작은 사냥이나 여러 시스템을 통해 획득한 재료를 제작 NPC에게 가져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장비 아이템으로 만드는 것이고, 보물상자 시스템은 사냥을 통해 획득한 보물상자를 트레져 헌터에게 가져가 대가를 지불하고 열어 다양한 스크롤을 획득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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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갑옷 상의를 주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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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병에게 가져가면 새로운 갑옷으로 만들어준다
이와 같이 LOB의 시스템들은 저마다의 특징과 보상을 가지면서도, 모두 캐릭터 육성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각종 물약과 스크롤을 획득하고, 레벨이 높아질수록 강력한 장비를 갖추는데 도움이 되는,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알짜배기 시스템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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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겨진 보물상자는 100리트에 트레져헌터가 열어준다.
클래식 MMORPG, 운영까지 클래식일 필요는 없잖아?
LOB의 사전 공개시범 테스트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공식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특정 OS에서 클라이언트가 정상적으로 실행되지 않는 문제와 잦은 서버 점검, 걸치기 등의 게임 내 버그가 그 원인이다. 물론 테스트라는 것이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니 이를 트집잡을 이유는 없다. 진짜 문제는 이에 대해 딱딱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운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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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유저들의 글
최근 게임계에는 문제가 발생한 유저의 PC를 개발자가 원격제어로 고쳐주고, 잠수함 패치를 단행하지 않겠다고 공표하는 등 적극적이고 유저 친화적인 운영을 보여주는 사례가 종종 들려온다. 이에 반해 문제 발생과 진행을 배제하고 결과만을 공지하는 등의 적극적이지 못한 운영은 유저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정통 클래식 MMORPG’를 지향한다고 해서, 운영까지 구식일 필요는 없다. 향수를 자아내는 게임에 적극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운영까지 가미되었을 때, 유저들이 원하는 진짜 클래식 MMORPG 게임이 귀환했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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