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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품다,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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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코에이 테크모를 시작으로 이제 발라 먹을 살도 없는 것이 바로 ‘삼국지’다. 그런데 근래 많은 게이머들이 다시 삼국지 세계관에 주목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사람의 이름값 때문인 것 같다. ‘충무공전’, ‘거상’ 등 역사 게임의 장인 김태곤 상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엔도어즈 김태곤의 차기작 ‘삼국지를품다’는 웹 MMORPG로, 지난 4일 두 번째 서포터즈 테스트를 종료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김태곤이라는 사람의 ‘깜냥’을 실감하게 하는 테스트였다. 거상의 실력을 자랑하기엔 충분했다고 할까. 패키지 시대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삼국지를품다’의 장대한 스토리텔링 현장을 되짚어 보자.

삼국지, 참을성 없는 어른을 품다

‘삼국지를품다’는 필자와 같이 데스크탑 전원을 켜기도 귀찮아 스마트 기기로 모든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에게 적격이다. 빠르고 간편한 구동을 위해 유니티 엔진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도 익스플로어에서 바로 게임을 구동할 수 있으며, 후에는 스마트 기기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직은 PC에서만 플레이 가능하지만, 정식 서비스 후에는 앱 스토어를 시작으로, 향후 안드로이드 마켓까지 발을 뻗칠 예정이라 한다.


▲ 귀차니스트들에게 TPO 불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엔진, 유니티

사전 다운로드가 필요 없는 저사양 웹게임에서 감히 이런 디자인 퀄리티를 기대했을까? '삼국지를품다'는필자의 방 구석에서 먼지가 뽀A게 쌓인 구석기 시대 노트북에서도 구동되는 그야말로 웹게임이다. 하지만 웹게임에선 보기 힘든 고사양의 3D그래픽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일반 MMORPG 게임에 비교하자면 무리지만, 그 카테고리 안에서 비교해보면 얼마나 월등한가.


▲ 웹게임 이라 믿기 힘들 정도의 정교한 그래픽

이 모든 것은 유니티 플레이어를 사용하여 이루어낸 성과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불안감도 여전히 존재한다. ‘삼국지를품다’의 게임 인터페이스가 아무리 단순하게 포장되어 있다 한들, 전략 MMORPG 특성 상 작은 기기에서 소화하기엔 벅찬 인터페이스다. 게임 내 전투화면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마치 카드게임처럼 간단하게 디자인된 상태다. CBT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돈된 모습. 하지만 구동 기기가 아이폰이라고 가정하면 어떨까?

아이패드 정도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소화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보인다. 과연 그 작은 화면 안에서 장수의 자리를 이동시키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까? 이쑤시개를 사용하면 모를까,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유니티 엔진을 사용한 이상 사용자들은 스마트 기기 내 완벽한 지원을 기대한다. 하지만 국내에 유니티 엔진을 사용했던 게임력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 조언을 얻기도 힘든 상태다. ‘삼국지를품다’ 개발팀의 머리 위에 게임성이란 부담감은 물론 유니티 엔진이 국내 게임산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도 떠안게 된다.


▲ 카드게임 처럼 시작하는 전투 방식, 고화질의 스토리 모드 등 ?간단해 보이지만
스마트폰에서 소화 가능한 부분들일지는 의문이다

분명 눈에 띄는 3D 그래픽이다. 하지만 모두 웹게임이라는 점을 참작하고 이루어지는 평가다. '감안하고 봐주세요'라는 양해는 게이머에게 요구하기 어렵다. 정확한 평가는 '아이폰'에서 플레이한 후에 내리는 것이 옳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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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억 속의 노스탤지어를 품다

엄마의 ‘사골국 끓여놨다’는 말보다 게이머를 지치게 하는 것이 ‘오늘 소개해 드릴 게임은 삼국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이라는 말이다. 게임계에서 사골보다 자주 우려먹는 소재기 때문에 이젠 게이머들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삼국지를품다’가 칭찬받는 이유는 고리타분한 소재를 흥미롭게 재구성했다는 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데 있다.

감성 마케팅이라고 해야할까? PC 게임 전성기 시절을 보낸 필자는 삼국지를 책보다 게임으로 먼저 공부한 세대다. ‘삼국지를품다’는 단순히 삼국지의 스토리텔링만이 아니라 천하통일을 목표로 PC 앞에서 앉아 있던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했다.


▲ 오랜만에 접하는 턴방식 전투는 부반장에게 큰 혼란을 불러왔다
원거리 캐릭터를 선택했기 때문에 공격범위를 가늠하기가 더 힘들었다

게이머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가장 큰 요소는 우선 전투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MMORPG에 익숙해 있던 게이머는 적응할 시간도 바로 턴 진행 방식의 전투를 시작하게 된다. 5년전만 해도 날을 새면서 플레이하던 것이 턴 방식 롤플레잉 게임인데, 오랜만에 다시 시작해보려니 실수 투성이였다. 이동지점과 공격범위를 계산을 잘못하거나 실수로 턴을 넘겨 버리는 등 사고를 유발했다. 초보자적인 실수를 계속 범하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괜시리 재밌고 신기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옛 추억이 있었으니..

그래,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중간 고사가 끝나고 나는 오빠와 '삼국지 4'를 하고 있었다. 오빠는 항상 손권 난 항상 유비. 식사도 잊고 게임을 하다가 배고프다고 칭얼댔던 것같다. 어느 틈에 엄마가 감자를 쪄서 주셨다. 오빠랑 감자를 마구 먹으면서 실력을 겨루고 있는데,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감자를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오빠가 지독한 가스를 살포한 것이다. 결국 게임은 잠시 중단되고 남매 간에 큰 다툼이 일어났다. 일명 '삼국지 감자 방귀 사건'. 10년은 더 지났지만 그만한 냄새를 아직 맡아 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그때 그 시절이 생생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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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나이에 웹게임으로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마치 체스를 두는 듯 경쾌하게 게임을 출발할 수 있었다

실수는 잠시, 점점 예전에 놀던 가닥을 찾고 종국에는 나름의 전략을 세워가며 전투를 종료했을 땐 어찌나 뿌듯하던지. 예전에 장수의 공격 순서를 바꿔가며 빠른 킬 수를 올렸던 기억, 친구들과 누가 더 적은 턴 수로 전투를 종료할 것인지 내기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했다.

또한, 영화처럼 펼쳐지는 스토리모드도 게임의 핵심이었다. 내부 영상만 제작하는 시네마 팀이 따로 있을 정도로 ‘삼국지를품다’가 인게임 드라마에 둔 비중은 크다.


▲ 비장함이 감돌았던 도원결의부터, 조조가 칠성검을 받는 장면까지
분명 오른쪽 하단에 '드라마 넘기기' 버튼이 있지만, ?당신은 절대 스토리모드를 넘길 수 없다

보통 형보다 잘난 아우 없고, 원작보다 뛰어난 리메이크가 없다고 하지만, 리메이크판이 원작보다 더 세계관을 잘 소화했다면 이러한 기준은 깨진다.

‘삼국지를품다’는 전작을 응용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았다. 작가의 마음대로 내용을 변경하고 창작하여 삼국지 세계관을 왜곡시키기 보다는 정통성에 힘을 실었다. 도원결의 장면과 같이 사람들이 삼국지에서 가장 영감을 받는 포인트는 강조하고 소소한 이벤트는 과감히 축약했다.

게임 몰입도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는 주요한 역할로 사운드 이펙트도 빼놓을 수 없다. 장수들의 특성이 녹아든 캐릭터 보이스가 눈과 귀를 자극하는 주요 역할을 했다. 특히 주요 캐릭터의 이미지와 성우의 목소리가 탁월하게 어우러져 삼국지의 감동을 실감 나게 재현했다. 국내 게임의 성우에 좋은 기억이 많지 않은 필자도 동탁의 ‘지방 낀 보이스’를 듣고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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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전략을 품다

게이머는 쉴 틈 없이 영지를 관리하여 도시 개발은 물론 병력이 떨어지지 않게 감시해야 한다. 웹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어느 순간 게이머가 게으름을 피우지 않아도 게임이 막다른 골목에 몰릴 때가 있다. 보통 이런 슬럼프는 자원이 고갈될 때 발생한다. ‘삼국지를품다’에서 자원은 곧 병력이다. 병력이 충원되어 있어야 전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전투를 벌이기 위해선 절대 장수의 병사가 모자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레벨이 올라갈 수록 다양한 병사를 모집할 수 있다

게이머는 병력 생산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택하게 된다. 흥부처럼 부지런할 것인지, 놀부처럼 머리를 좀 굴릴 것인가. 전자라면 전투를 진행 중이건 퀘스트를 수행 중이건 시간이 날 때마다 지속해서 영지를 관리하여 자원을 모으면서 징용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전투 중에도 영지는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면 계속 장수를 돌리면서 자원을 생각해야 한다.

후자라면, 전략을 짜자. 간단하다. 어떻게 해서든 병력 낭비를 막으면 된다.

병력이 낭비되는 대표적인 케이스는 위임 전투를 남용할 경우다. 스토리 모드 전투를 제외한 일반 퀘스트 전투 수행을 할 경우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위임 전투를 택한다. 턴제 방식 전투가 반복되다 보면 지루하기 때문. 하지만 편리함을 뒤따르는 손해는 고려하여야 한다. 위임전투에선 플레이어 캐릭터를 이용한 ‘협공’ 모드 활용이 용이하지 않아 전략적으로 턴을 운용할 수 없다. 컴퓨터 모드로 진행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직접 장수의 턴 순서를 변경하면서 적절한 협공으로 대미지를 극대화 시키거나, 범위 공격을 중복시켜 빠른 킬수를 올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따라서 6턴 안에 끝날 전투를 9턴 이상 끌기도 한다. 결국,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위임전투에서 손실되는 병력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 저레벨 전투에서는 병사를 죽이고 싶어도 죽이기 힘들다
하지만 위임전투를 하게 되면 부대의 반이상이 사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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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품다’가 품지 못한 것

유비도 있고, 관우, 장비, 조조, 초선까지 나오는데 ‘나’는 없다. 게임을 시작할 때 다양한 옵션의 외형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하지만 딱히 공들일 필요성을 못 느꼈다. 심혈을 기울여 플레이어 캐릭터를 태어나게 했지만 게임 내 영향력은 미비하다. 공손찬보다 못해 보인다.


▲ 캐릭터를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놨는데!
초선의 라이벌이 되길 바랐는데!!
스토리에 개입할 수가 없으니 초선과 美를 겨룰 방도가 없었다

‘삼국지를품다’에서 플레이어가 개입하는 경우는 단 세 가지뿐이다. 전투에서 대장역할, 탈것처럼 스토리 퀘스트를 찾아다니는 아바타의 임무, 그리고 영지를 관리하는 내정 정도에 그친다.

물론 전투에서 ‘나’의 참여도는 상당히 핵심적이다. 협공 모드와 스킬의 위협력이 타 장수보다 상위에 웃돌기 때문이다. ‘삼국지를품다’의 협공모드는 전투의 꽃이라 볼 수 있다. 플레이어가 공격하는 몬스터의 주변에 장수들이 있으면 ‘협공’모드에 돌입하여 2차 대미지를 준다. 협공모드는 전투의 턴 수를 줄이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해낸다.


▲ 플레이어 캐릭터가 공격을 가하자 몬스터 주변에 있던 '유비'가
공격범위를 인지하고 협공 모드에 돌입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게이머가 내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키워나가게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나’라는 존재감이 희미하다 보니, 패키지 게임을 하는 느낌을 들 여지가 다분했다. 플레이어의 역할을 보다 중점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였다. 전투를 주도하는 군주로서 전투 스킬을 다양화시킨다든지, 영지의 역할을 확장시킨다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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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디서 만난 적 없어요?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없나요?”

“네? 무슨 헛소리시죠?”

“하하, 전생에서 부부의 연을...”

아주 상투적인 작업멘트로 ‘삼국지를품다’ 2차 서포터즈 테스트를 경험한 소감을 전달하고 싶다. 김태곤 상무는 ‘새로운 장르를 열고 싶다’라는 말로 게임을 포장했다. 하지만 보통 새로운 것은 언제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부담감을 가진다. 하지만 ‘삼국지를품다’는 낯이 많이 익은 신선함이다. 사실 할 말은 간단하다. 오랜만에 신기한 게임을 했다.


▲ 낙양성, 장안성을 누비던 그때가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신기하지 않습니까

‘삼국지를품다’는 오랜만에 잊고 있었던 게임력을 환기해준 게임이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턴 방식의 전투가 재미있을 거라 생각치 못했다. 아직도 삼국지 스토리텔링을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제 스토리를 달달 외울 정도로 지겹게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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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웹게임
장르
MMORPG
제작사
엔도어즈
게임소개
'삼국지를 품다'는 삼국지 속 200여 명의 영웅들을 직접 지휘하여, 다양한 전술을 통해 전략적인 전투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턴 방식 전략 MMORPG이다. 유니티 3D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웹브라우저뿐만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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