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예전 70년대 격변기를 주름잡았던 포크송 가수들이 ‘추억의 콘서트’라는 이름의 공연을 열곤 한다. 한번 감동을 받은 문화의 힘은 오랜 시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복고는 존재하기 마련. 여기 또 하나 복고를 부르짖는 명작이 리메이크되어 다시 등장했다.
팔콤의 명작 이스 시리즈. 그 중 이스 3는 액션게임에서나 사용하는 휭스크롤 방식을 채택해 수많은 호평과 혹평을 오갔다. 그리고 그 말 많던 이스 3의 리메이크작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이하 페르가나의 맹세)’가 이스 6 엔진을 기반으로 등장했다. 과연 페르가나의 맹세가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을까? 이니셜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을 이스(YS), 그 최신작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 이스 2 이터널에 비하면 정말 예산을 적게 들인 듯한 오프닝 화면. 프로모션 비주얼은 어디에? -_- |
◆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스토리 Good!
▲ 언제나 등장하는 남매풍의 캐릭터들 |
팔콤 게임은 리메이크를 하든 다른 플랫폼에서 발매를 하든 대부분 같은 스토리 라인을 공유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부분을 끼워넣곤 한다. 좋게 말하면 제작사만의 양심, 나쁘게 말하면 모든 시리즈에 구매력을 갖게 만드는 미끼가 되는 셈.
이번 페르가나의 맹세에서도 아주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원작을 플레이해본 사람들이라면 스토리 라인 속에 윤활유가 조금 덧칠해져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예전보다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아’ 다르고 ‘어’ 다른 스토리텔링의 기교를 살렸다고 해야 할까? 새롭게 첨가된 에피소드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원작(이스 3)과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역시 여성 캐릭터 ‘에레나’의 비중이 원작에 비해 비약적이라고 할 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스토리에 여성 캐릭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거친 전투가 상당히 부드러워져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 상황에 따라 시점도 약간씩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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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쾌한 타격감에 매료되다
▲ 칼을 휘두르면 아돌이 아니다? |
이스 시리즈가 지루한 느낌을 덜 수 있는 건 마법이나 공격 커맨드를 커서로 선택하는 간접전투가 아닌 액션성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작(이스 3)에서는 이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몸통박치기’가 아닌 직접 타격을 조작하는‘휘두르기’가 구현되어, 이스 3가 나온 당시부터 지금까지 찬반논쟁이 뜨겁다.
어느 쪽이 나은지의 여부는 논외로 치더라도, 화려한 임팩트와 부드럽고 빠른 움직임으로 구성된 이스3 그리고 리메이크작인 페르가나의 맹세의 전투방식은 리얼리티 위주의 최근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이스만의 타격감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 메뉴얼을 미처 챙겨 읽지 못해도 걱정없다 |
◆ J.D.K의 음악, 몰입을 깨지 않는 흥분
조용필 뒤에‘위대한 탄생’이라는 밴드가 있듯, 팔콤의 뒤에는 언제나 J.D.K의 음악이 함께한다.
팔콤이 게임음악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할 때부터 팔콤과 함께 한 이 그룹은 밋밋한 반복 연주만으로 사람의 기분을 끌어올리는 마력을 보여주곤 한다. 한 번쯤은 음악이 게임을 박차고 앞으로 나올 법도 하건만, 수많은 게임에서 봐 왔던 오케스트라 연주가 게임을 압도해버리는 일은 이들에겐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발자국 소리처럼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배경음악 같은 건 없다는 듯,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흥분시키는 이스의 음악적 색깔은 페르가나의 맹세에서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 자신도 모르게 살생이 즐거워지는 부작용 |
▲ 환각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줄 없는 번지점프. 아무리 높아도 타격없이 사뿐히 착지한다 |
◆ 이스3의 리메이크 버전 맞아?
▲ MMORPG 유저들에게 세이브 포인트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다소 필요할 듯 |
▲ 리얼리티와는 거리가 먼, 동화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배경들 |
3D에 대한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페르가나의 맹세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3D로 구현하려는‘쓸데없는’수고를 했다는 것이다.
리메이크의 목적은 무엇보다 올드팬들에게 서비스한다는 측면이 되어야 하는데 페르가나의 맹세는 리메이크 자체보다는 너무 신작의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다. 아무리 이스3의 횡스크롤 방식이 많은 혹평을 받았더라도, 올드 팬들은 횡스크롤 방식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을 원하지 결코 모든 것을 다 뜯어고친 새로운 작품을 원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고작 단순한 액션 캐릭터 모션만을 구현할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말끔한 2D와 횡스크롤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이번 페르가나의 맹세는 이스6의 엔진을 그대로 사용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스 6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이전 작품 중 가장 최신작이라 할 수 있는 이스 6는 올드팬들을 위해 이스 시리즈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리즈 최초로 과감하게 3D 캐릭터를 사용하는 등 신작으로서의 신선함이 적절히 배합되어 결점이 없다는 극찬까지 받았다.
이번 페르가나의 맹세가 골수팬들의 지갑을 여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다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명작
▲이터널 시리즈가 호평을 받았었던 것은 리메이크 자체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
페르가나의 맹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스6의 엔진을 이스6보다 훨씬 더 잘 활용했다. 이스6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부분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3D를 사용한 명분을 충분히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페르가나의 맹세는 그 시스템을 그대로 고수했어야 했다(설령 이스3의 횡스크롤 방식이 많은 비판을 받았더라도). 물론 페르가나의 맹세가 이스6의 자유도 높은 이동 시스템을 사용한만큼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정말 뛰어나지만, 이스 시리즈의 매력인 제한적인 엔진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극한의 예술성’을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이 드는 건 사실이다.
차라리 엔진을 아꼈다가 리메이크가 아닌 새로운 시리즈에 사용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스를 사랑하는 게이머로서 이번 페르가나의 맹세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안타까운 명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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