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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뒷맛 남긴 소울라이크, 명말: 공허의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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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말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명말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본 기자는 소울라이크를 상당히 좋아한다. 비록 첫 소울라이크는 ‘다크소울 2: 스콜라 오브 더 퍼스트 신(이하 다크소울 2)’로 상당히 고통 받았지만, 이후 ‘다크소울 3’, ‘다크소울 1’ 등 프롬소프트웨어 본가 게임과 더불어 ‘P의 거짓’이나 ‘로드 오브 더 폴른’까지도 플레이했다. 가장 최근에 플레이한 것은 ‘엘든 링 밤의 통치자’로, 상당히 고통 받았지만 즐겼다. 

그런 이유로 중국에서 만든 신작 ‘명말: 공허의 깃털(이하 명말)’에도 상당한 기대를 했다. 특히 소울라이크는 아니었지만 '검은 신화: 오공'을 재미있게 했고, 때문에 중국 개발사의 새로운 신작을 기다리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505게임즈로부터 리뷰 빌드를 받아 첫 엔딩을 본 뒤, 분노에 가득 차 곧바로 2회차에 돌입했다. 개발사의 함정에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 명말 스토리 영상 (영상출처: 505게임즈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동생 찾아 삼만리, 해적 ‘무상’의 여정

명말의 주인공은 과거 해적 여전사 ‘무상’이다. 첫 장소를 벗어나면 주인공의 목적이 밝혀지는데, 안타깝게 잃어버린 여동생을 되찾는 것이다. 다만 하필 무상은 신체가 점점 깃털로 뒤덮이고, 종국에는 기괴한 새 형태의 괴수로 변하는 ‘우화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버렸다. 때문에 병과 싸우며, 우화병에 뒤덮인 지역을 탐험하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개념은 ‘다크소울 2’가 연상되며, 엔딩까지 스토리 전개도 약간의 오마주가 느껴진다.

전투는 공격과 회피가 중심이 되며, 여타 소울라이크에서 흔한 방어나 패링은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독특한 시스템으로는 ‘섬광보’와 ‘심마’가 있다. 섬광보는 저스트 회피로, 성공시 ‘신력’이라는 일종의 마나가 회복된다. 명말의 각 무기에는 각각 변경이 불가능한 ‘무기 스킬’과 캐릭터 성장에 따라 습득하고 바꿀 수 있는 ‘유파 스킬’이 붙는데, 두 스킬 모두 신력을 소모하면 발동 속도와 위력이 크게 상승한다. 이외에도 마법에 해당하는 주술 사용에 신력이 필요하다.

▲ 해적 여전사 주인공 '무상'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근접 무기 외에 주술도 사용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심마는 무협소설에서 영향을 받았다. 인간을 죽이거나, 사망하면 조금씩 심마 수치가 오르는데, 이 수치가 최대로 차면 심마 상태가 된다. 심마 상태가 아닐 때는 사망해도 재화(적수은)을 일부만 떨어뜨리는데 반해, 심마 상태에서는 사망시 모든 적수은을 잃는다. 또 심마 상태에서는 주는 피해가 늘어나는 대신 받는 피해도 상승한다. 

간혹 사망한 장소에서 무상과 유사하게 생긴 NPC형 적 ‘심마’가 출몰한다. 공격은 무상과 동일하게 대도, 창, 도끼, 쌍도, 한손검 중 하나를 사용한다. 심마를 무찌르면 심마 수치가 0이 되고 잃은 적수은을 회복한다. 당연히 사망한 장소는 적이 많거나, 함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캐릭터가 약한 초반에는 진행 난도를 높이는 주범 중 하나다. 반면 캐릭터 성장이 어느정도 완성된 후반부에는 샌드백으로 전락하며, 심마 수치를 내리기 위해 일부로 심마를 출몰시키기도 한다.


▲ 심마, 주변 모든 존재를 적대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대항’이 중심이 되는 소울라이크

명말에는 여러 소울라이크의 특징이 배합됐다. 독특한 부분은 캐릭터 성장이 스킬트리 방식이며, 그 과정에 민첩성, 근력 등 스테이터스가 성장한다. 즉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은 다소 쉽지 않은 대신, RPG 요소에 어려움을 느끼는 플레이어는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선호할 수도 있다.

명말의 핵심 시스템은 ‘대항’이다. 대항은 일반적인 패링과 다르며 오히려 강인도 시스템에 가깝다. 대항이 적용된 공격을 사용할 때 상대가 무기로 공격하면, 두 무기가 부딪히며 대부분의 피해를 상쇄한다. 즉 적에게 맞더라도 공격이 끊기지 않는다. 장도류와 마아쌍도를 제외하면 적의 공격을 패링(파해)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대항 효과를 적극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 패링, 적 공격을 튕겨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쌍도 '대항' 효과 설명 (사진: 게임메카 촬영)

대항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무기는 도끼, 쌍도, 장도다. 도끼와 장도는 일반 공격 3번째 콤보에 대항이 적용되며, 쌍도는 4, 5, 6번째 콤보에 적용된다. 또 도끼와 쌍도는 차지 강공격에 대항을 적용할 수 있다. 스킬 중에서는 ‘신력’이 있을 때 이를 소모해 강공격 차지 시간을 없애주는 효과도 있어, 보스의 빠른 공격을 적극 회피하며 신력을 쌓고 강공격을 통해 피해를 누적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대항을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가장 효율적으로 포인트를 분배했을 때 약 10레벨, 일반적인 플레이라면 약 20레벨 정도에 개방된다. 개발진은 이를 고려해 2장 첫 필수 보스부터 대항을 적극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이전 보스전이 일반적인 소울라이크의 패턴을 확인하고 회피할 수 있었다. 이후에 등장하는 인간형 보스들은 회피로 모든 공격을 피하려고 한다면 난도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또 대항이 핵심 시스템인 만큼, 같은 무기군은 무브셋이 동일해 다양성은 떨어졌다.

▲ 대항 발동, 공격을 지속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적 등 뒤에서 강공격 혹은 주술 사용시 그로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높은 저점, 낮은 고점의 보스전

대항은 다소 복잡한 시스템이다. 쌍도만 하더라도 4, 5, 6번째 일반 공격에 적용되는데, 시간으로 따지면 전체 콤보의 약 60%에 해당하지만 이를 노려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 공격 속도가 느린 도끼나 장도의 경우에는 더하다. 

그렇다면 이런 대항을 적극적으로 유저들이 사용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개발사의 답은 바로 보스의 공격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대항이 얻어걸리듯 발동되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형 보스는 대부분 무기를 들었고 공격 속도가 매우 빠르며, 대항이 적용되지 않는 괴수형 보스들은 공격 속도가 더 느리고 선후딜이 확실하다.

인간형과 괴수형으로 나뉜 보스전은 적절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보스와 마주하면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잡지’에서 점점 ‘할만하다’로 바뀐다. 전반적으로 대부분 보스전을 공들여 만든 티가 났고, 저점이 높았다. 보스마다 콘셉트도 뚜렷한 편이다. 어떤 보스는 소형 무기를 모두 패링해 원거리전을 유도했다. 인간형 보스는 등 뒤에 차지 강공격을 맞추면 무조건 그로기에 걸리는데,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설계된 보스도 있었다.


▲ 미형 여성 보스가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대신 공격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공격 타이밍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등 불합리한 요소는 다수 있었다. 때문에 보스전에서는 적의 무기 공격을 패링할 수 있고, 강공격 속도도 빠른 마아쌍도 외 다른 무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보스 연출이 밋밋하며, 외형이 비쩍 말랐거나, 뒤틀린 경우가 많아, 웅장함이나 세련됨도 부족했다. 최악은 2장 최종 보스로, 컷신을 통해 기괴함과 징그러움은 잘 살렸지만 실제 인게임에서는 거대한 잡몹처럼 보였다. 

이외에도 일부 떨어지는 세밀함이 전반적인 전투 자체의 품질을 떨어뜨렸다. 모든 적의 공격 전진거리가 매우 길고 추적 능력도 좋다. 거리를 재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그런 와중에 회피는 연속으로 사용할 때 캐릭터가 멈칫하고, 물약을 먹는 속도가 적의 공격 속도에 비교하면 느리다. 강한 공격에 맞아 넘어졌을 때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기 멋대로 구르면서 일어나며, 무적도 아니다. 때문에 공격을 퍼붓는 중후반부 보스를 만났을 때 잘못 누으면 사실상 사망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져 필요 이상의 짜증을 유발했다.

▲ 자동으로 나오는 구르기 모션, 무적 아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물약, 마시는 데 한 세월이 걸리는 느낌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크소울에 많은 영감을 받은 필드

전반적인 맵, 게임 구조, 필드 구성은 다크소울 시리즈에서 크게 영감을 받았다. 특히 3장에서 건물을 돌아다니도록 만든 지역의 숏컷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P의 거짓’을 플레이 할 때 숏컷 구성에서 상당한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명말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고 ‘요즘 맵과 숏컷 개발을 알려주는 강의 과정이라도 있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2장 우물에서는 구르는 돌 함정, 좌우를 오가는 팬듈럼에서 다크소울 1의 ‘센의 고성’이, 감옥과 같은 공간 설정과 몬스터의 배치에서는 다크소울 3의 ‘이루실의 지하감옥’이 연상됐다. 2장 초반 눈 덮인 구간 진행 방식은 다크소울 3의 팔란의 성채와도 유사했다. 이외에도 투명한 발판 위에 빛나는 보석으로 표시를 해두거나, 물건을 파는 상인이 도적 일반 몬스터와 똑같이 생긴 것 등 다크소울을 사랑했던 플레이어라면 연상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 다크소울의 향취가 강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반적인 탐험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대부분 상당한 난도를 자랑했지만 길을 외웠다면 빠르게 돌파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길 대부분은 우중충하고 꼬여있어 빠르게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일반 몬스터는 대응이 쉬웠고, 강한 적들은 어느 정도 패턴을 숙지해야 했다. 다만 도끼를 사용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는데, 보스를 제외한 모든 적들을 평타 세 방에 넘어뜨릴 수 있어 스토리 불도저로 애용했다.

다만 퀘스트 방식까지 다크소울과 비슷했던 것은 감점 요인이다. 퀘스트는 캐릭터에게 말을 걸고, 아이템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이템의 위치부터 캐릭터 위치까지 힌트가 거의 없다. 신단(화톳불) 주변에 새로운 대화가 있는 캐릭터를 표시해주는 편의기능은 있다. 그러나 신단 주변이라는 범위가 다소 모호하며, 캐릭터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위치를 알 수 없어 끊임없이 지역을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나침반에 ‘대화 가능한 오브젝트’가 표시되는 기능이 있는데, 벽보, 신단 등이 모두 포함되고 상하 범위는 표시되지 않아 의존하기는 어려웠다.  

▲ 여러 등장 인물들과 엮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말 걸어야 하는 인물 표시, 위치가 대강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실망스러웠던 1회차 스토리

명말의 스토리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상세하게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간략하게 감상만 전하자면, 본 기자가 진행했던 1회차에서는 게임을 끝낸 뒤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잠을 설쳤다. 곧바로 2회차에 돌입해 다시 클리어 했지만, 이번엔 다른 이유로 다시 한 번 분노를 느꼈다. 여러모로 악랄한 개발사의 의도가 느껴졌는데, 아마 정식 출시 이후 관련 내용이 많이 언급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1회차에는 스토리 이해가 매우 어렵다. 이유는 한자 용어들 때문인데, ‘인과역전’, ‘제행무상’, ‘천리’ 등이 자주 언급된다. 무협이나 불교 및 도교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순간 내용을 놓쳐 버릴 수도 있다. 한자 문화권인 한국에서도 위 용어들을 직접 사용할 경우가 많지 않아 이해가 어려운데, 서양권 유저들은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다크소울 시리즈와 유사하게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넌지시 제시하는 방식을 택한 점도 스토리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2회차를 시작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전개를 쫓았을 때야 비로소 조금씩 이해되는 장면도 많았다.

▲ 협객, 관군 등 무협을 읽었다면 이해하기 쉬운 내용도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우화병에 걸린 적은 대부분 매우 기괴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외에도 플레이어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가학적인 요소들이 눈에 띈다. 일부 컷신이나 연출은 더 순화해서 표현할 수 있음에도 지나치게 적나라했다. 플레이어 의도와 다른 비극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멸망이 가까운 세계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다는 느낌을 주는 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명말은 겉보기만으로는 10% 부족한 동양풍 다크소울이다. 시스템을 녹여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도했고, 맵 구성은 치밀했으며, 보스전은 위엄이 부족했지만 일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했다. 게임 볼륨 역시 상당히 컸으며, 전투 역시 섬세함이나 다양성은 떨어졌지만 소울라이크다운 재미는 있었다. 다만 스토리 전개의 문제와 함께 연출 등이 다소 적나라하기에 호불호가 나뉠 게임이다. 과연 엔딩을 본 게이머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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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말: 공허의 깃털 2025년 7월 24일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RPG
제작사
린지 게임즈
게임소개
명말: 공허의 깃털은 명나라 말기, 촉 지방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소울라이크다. 플레이어는 의복과 장비를 교체, 강화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강력한 적과 보스를 공략한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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